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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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예가와 은혜 양로원 이야기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chollian.net)
홈페이지: http://sanmul.net
2017/8/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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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여름캠프 (12) 야기  
#2017여름캠프 (12) 야기



오늘 오랜만에 토론토 수은주가 30도를 넘어섰습니다.
매 월요일마다 도서관을 가는 날인데 물을 좋아하는 태현이와 민준이와 인이가 이 날을 놓칠 수가 없었습니다.
또 지난주에 도서관에 가서 어렵고 두꺼운 책을 많이 빌려와서 며칠 더 읽어도 된다고 수영장 노래를 해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지난주까지 미리 등록한 학원에서 공부를 하던 인이가 형과 친구를 따라 세네카힐 학교에 합류하는 날이기도 했지요.
오늘 인이도 학교에 같이 데리고 가서 교장선생님께 인사를 드리며 아이들을 레귤러 클라스에 넣어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학교에서도 흔쾌히 허락했고 아이들 말을 들어보니 한국에서 온 친구들은 지난 주까지만 하고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고 하네요.
잘되었습니다.
학교에서 데리고 오는 차 안에서 수영장 이야기를 꺼내는 바람에 오늘 레귤러 수업이 어땠는지는 제대로 물어보지도 못했네요.
그렇게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돌아와 저녁진지를 맛나게 하고 또 독서와 일기와 마무리를 하고 일찍 명상으로 모이자고 합니다.
명상 마치고 자기 전까지 시간을 길게 내어 영화를 보겠답니다.
스스로 일정을 잡고 즐길 수 있는 하루가 행복하지요.

오늘 아침은 예수님께서 다시 바닷가로 나가셔서 사람들을 가르치시고 길을 가시다가 레위가 세관에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그를 부르시는 이야기를 함께 보았습니다.
레위가 예수님을 만나는 장면 역시 감동적이지요.
레위는 세리였습니다.
레위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형편에 있었는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그는 예수님이 부르자 그저 일어나서 예수님을 따랐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삶, 꿈을 찾아가는 삶은 그런 것입니다.
주저함이 없이 일어나 부름에 응답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한다는 것입니다.
레위가 세관에 앉아 있는 것은 부름을 받을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세리가 세관에 앉아 있는 것은 자신의 일, 직무를 잘 감당하고 있는 것이지요.
자신의 일을 제대로 감당하고, 자신의 직무를 다하고 있는 사람이 예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직무를 감당하고 있지만, 레위는 그 일보다 더 중요한 일, 근원적인 일이 무엇인지를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왜 그 일을 하고 있는지를 놓치고 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부르자 곧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우리의 하루도 그러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왜 캠프를 하는지, 왜 공부를 하는지, 왜 일을 하는지 본질을 놓치지 말자는 것이지요.
그런 사람이 예수님을 만나고, 그런 사람이 꿈을 이루고, 그런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을 정말로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예수님이 세리와 죄인들과 같이 먹고 마시는 것을 보고 비판합니다.
그들에게 예수님은 건강한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사람에게는 필요하다고 하시지요.
자기가 아프다는 것을 알아야 병을 고칩니다.
어디가 아픈지 모르고, 무엇이 필요한지 모른다면 그 누구도 그 무엇을 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자기들은 죄인이 아니고 저들은 죄인이라고 하는 그들이 진짜 죄인이고 고칠 수 없는 병자들인 것이지요.
또 사람들은 예수님과 제자들이 왜 금식을 하지 않는지 묻습니다.
그들의 금식은 보여주기 위한 금식이었기에 예수님께 와서 묻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남이 하든 말든 따지 않고 자기 할 일을 했겠지요.
그런데 생은 잔치입니다.
예수님과 함께 있는, 하나님과 함께 있는, 여기에 나로 있는 삶은 그런 잔치입니다.
세상에 보내어진 우리에게 하나님은 이런 잔치의 자리를 마련해 놓으셨습니다.
그것을 볼 때에, 그것을 들을 때에, 그것을 느낄 때에 그렇습니다.
예수님과 그의 제자들이 누리고 있는 영성은 그런 재미와 신남, 천연스러움이라는 것입니다.
가만히 이 말씀 앞에서 오늘 나는 예수님과 그 제자들처럼 탐구자로, 경험자로 잔치를 벌이고 있는지를 돌아봅니다.
또 예수님은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인데 그 때는 금식하리라 말씀합니다.
그러니 예수님과 제자들의 잔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잔치입니다.
불안이 예견된 길이라도 지금 그렇게 잔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간혹, 그 날 때문에, 그런 두려움, 오지 않는 일에 대한 불안으로 잔치를 맞이하지 못합니다.
지금을, 여기를 누리지 못하는 거지요.
캐나다 생활은 이렇게 자유롭고 좋은데 한국에 돌아가면 어떻게 할까라는 염려에 캐나다를 누리지 못하고 살면 어떻게 될까요?
그러나 지금 그렇게 잔치하고 있는 이들에게 두려움이 없습니다.
늘 사랑이고, 늘 감사입니다.
그렇게 살 때, 설혹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오고 금식하게 되더라도 그 금식은 재미있고 신나고 즐거운 잔치의 연속이 될 것이니 말입니다.
그렇게 성경을 읽으며 오늘 하루도 선물로 마련된 캠프를 즐기며 누리기로 하였지요.

그런데 약속한 시간에 명상으로 모여 분위기를 보니 뭔가 이상합니다.
그래서 저녁진지를 하고 명상하기 전에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하루를 잘 정리해 보자고 했는데 뭐하다가 내려 왔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어물어물 합니다.
할 일을 하지 않고 셋이서 레고 만들기를 하고 어울려 놀다가 시간이 되니 부랴부랴 내려온 겁니다.
공부할 때 공부하고 놀 때 놀고 밥 먹을 때 밥 먹고 그렇게 할 일을 하는 것을 배우고 몸으로 익혀가는 캠프인데 안타깝습니다.
저녁진지를 할 때도 인이가 “한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스며있고 한톨의 곡식에도 만인의 땀이 담겨 있습니다. 이 땅에 밥으로 오신 예수님처럼 우리도 이 밥을 먹고 밥이 되어 이웃을 살리는 삶을 살겠습니다.”라고 진지기도를 하고 있는데 민준이가 딴 짓을 하다가 딱 걸렸었습니다.
그 때도 안내를 했었는데 그냥 돌아서서 또 다 잊어버린 겁니다.
때가 된 거지요.
이제 캠프의 중반에 들어서서 다시 한번 왜 캠프에 왔는지 뭐하고 있는지를 알아차리게 하는 점검이 꼭 필요합니다.
우리 삶이 그런 것처럼 캠프도 꼭 그런 밤을 맞이하네요.
저녁이 되어 아침을 맞이합니다.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 지나야할 저녁입니다.

책을 읽고 할 일을 하고 하루를 잘 마무리하고 명상으로 모이자고 한 이야기를 듣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함께하는 캠프는 각자의 작품입니다.
그것은 부모님도, 나 마운틴도, 학교도, 캐나다도 만들어줄 수 없는 거지요.
그렇게 듣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하려면 난 캠프를 더 이상할 수 없다고 명상 촛불을 꺼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만 올라가서 너희들 마음대로 하라고, 난 더 이상 캠프를 할 수 없다고 선언합니다.
이제 아침에 종을 쳐 깨우지도 않을 거고 체조도 하지 않아도 되고 성경을 읽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하기 싫은 일, 억지로 할 것 없이 캠프 문을 닫겠다고 했지요.
히히덕거리고 요령과 눈치로 편하게 지내려다가 우리 아이들이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사실 명상도 하기 싫고 성경도 읽기 싫고 책도 잃기 싫고 종소리를 듣기도 싫고 체조도 하기가 싫은데 해야 하니까 무의미한 일상이 되어 버린 겁니다.
왜 세관에 앉아 있는지를 잊어버리고 허송세월을 하고 있었던 거지요.
그런데 막상 그런 캠프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겠다니 그제사 그것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 깨달아집니다.

물어봅니다.
지난 열흘, 캠프 생활안내를 하지 않고 아침에 종을 울리지 않고 체조를 하지 않고 성경을 읽지 않고 명상을 하지 않고 책을 읽지 않았으면 재미있었을까, 어땠을까?
끔찍하지요.
나는 하고 싶어 이 일을 하지만 너희들이 따라 주지 않으면 할 이유가 없으니 나도 더 이상 애쓰지 않겠으니 그만 올라가 너희 마음대로 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얼어붙은 아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을 못합니다.
참 착하고 순수한 아이들입니다.ㅠ
그래서 내가 일어나 나와 버렸습니다.
무심한척 어떻게 하나 지켜보니 더 심각해진 아이들도 나중에 따라 올라오지요.
난 그 아이들을 피해서 다시 명상방으로 내려와 글을 쓰고 내 일을 합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저 아이들이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까, 잘 치고 나와서 좋은 성장의 계기를 만들어 낼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아이들의 움직임에 귀를 기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다시 세 아이들이 서로 밀고 당기면서 내려와 울먹이는 목소리로 다시 캠프를 하고 싶다고 사정을 합니다.
인이는 아예 눈에 눈물이 가득합니다.
캠프 때마다 이런 일을 겪는데 인이는 그 때마다 제일 자극을 받고 상처를 받습니다.
참내... ㅠ
민준이도 형답게 제일 앞에 와서 잘못했으니 캠프를 다시해달라고 애원하고 평소 몸을 이리저리 꼬면서 산만하던 태현이도 아예 사색이 되어 자세를 똑바로 하고 서 있습니다.
한참을 뜸을 들이고 그러면 왜 캠프를 다시 하고 싶은지 묻습니다.
안내를 듣지 않을 거면 너희들 마음대로 캠프를 하면 되지 왜 나에게 왔느냐고 물어줍니다.

막상 마음대로 하라고 하니 아무 것도 할 것이 없지요.
마음대로 하고 싶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눈속임을 하면서 즐겼다고 생각한 것이 사실은 아무 것도 아님을, 안내를 받고 따라야할 것이 있어서 그것도 있었다는 것을 몸으로 알아갑니다.
마운틴의 말을 듣지 않고, 아니 그동안 듣는 척을 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엎드립니다.
그래서 조금 더 뜸을 들이고 다시 촛불을 켜고 앉히고 “이렇게 다시 돌아와 명상을 할 수 있게 되어 너희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라고 내 마음을 나눕니다.
인이는 그 마음을 받아서 “마운틴의 마음 공감하고요. 나도 명상을 다시 하게 되어 기뻐요.”합니다.
태현이도 그 마음을 받아서 “인이의 기쁜 마음 공감하고 마운틴의 말을 잘 듣지 않아서 죄송해요.”합니다.
민준이도 “태현이의 죄송한 마음 공감하고 캠프를 그만하지 않고 다시 시작할 수 있어 다행이고 기쁩니다.”고 합니다.
기쁘다는 말, 고맙다는 마음이 이렇게 절실하게 전해지는 것은 처음입니다.
정말 그렇게 여기면 이제 명상 마치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 영화 보는 것은 취소하고 다시 독서를 하고 왜 캠프를 계속해야하는지 종이 한 장에 써서 내일 나에게 달라고 안내하고 함께 명상에 들었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지루하고 좀이 쑤시고 집중이 잘 안되던 명상이 이렇게 저절로 될 수가요.
간절한 마음으로 이러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 있는지를 잘 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그 일을 하는 기쁨이 행복이라는 것을 함께 알아가기를 나도 간절히 바라지요.

명상으로 고요해진 마음 위로 기도를 이어갑니다.
보고 싶은 이들의 얼굴과 이름을 떠올리고 그 분들께 사랑하는 마음, 그리운 마음, 고마운 마음을 보내자고 합니다.
그러면 우리의 진심이 전해지고 몸은 떨어져 있어도 간절함으로 서로 만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안내를 합니다.
그것이 정말 만나는 것이지요.
같이 있어도 마음을 나누지 못하고 간절함이 없다면 껍데기만 만나고 있는 것이니 말입니다.
우리의 영혼은 이런 고요함과 간절한 기도 속에 더 절실히 만나고 서로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나 역시 그런 절정을 경험했었지요.
아내 깊은물과 건강하게 아이 키우며 오순도순 지냈던 10년보다 깊은물이 백혈병으로 아프며 함께했던 3년이 더 소중했고 깊었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얻은 은혜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거지요.
몸은 떨어져 있어도 영원히 헤어지지 않는 사랑을 이루는 비밀이 거기에 있습니다.

오늘 본의 아니게 삶의 벼락을 맞고 잠자리에 든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나는 이 밤을 밝힙니다.
맹자는 ‘야기’라는 말을 했습니다.
고요한 밤의 깊은 생각을 '야기'라고 불렀지요.
내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온 우주가 생각하는데 내가 동참하는 야기, 이 밤에 나는 야기에 이르러 그 우주의 생각으로 내 길을, 이 여름에 함께하는 캠프의 길을 밝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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