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1] 2017여름캠프 (11) 배수진 (support)

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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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예가와 은혜 양로원 이야기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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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7/3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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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여름캠프 (11) 배수진

#2017여름캠프 (11) 배수진

노아의 홍수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비둘기와 까마귀 이야기입니다.
홍수가 그치고 물이 빠지기 시작하자 노아는 방주에서 까마귀 한 마리를 내 보냅니다.
물이 말랐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지요.
그런데 까마귀는 물위를 날아다니면서 물이 마르기만을 기다리며 방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음으로 비둘기를 내보냅니다.
비둘기는 땅이 다 물속에 잠겨 있어 쉴 곳을 찾지 못하고 방주로 돌아오니 노아가 손을 내밀어 받아들입니다.
일 주일 후에 다시 내보내니 비둘기는 금방 딴 올리브 잎사귀를 부리에 물고 돌아와 물이 빠진 것을 알려주지요.
다시 일 주일을 지내고 내보내니 비둘기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 이야기를 나누며 비둘기가 되고 싶으니 까마귀가 되고 싶으니 물어 봅니다.
다들 비둘기가 되고 싶다고 하지요.
왜? 비둘기는 돌아와 좋은 소식을 전해주는 일을 했으니 비둘기가 좋다고 합니다.
그러면 까마귀는? 까마귀는 은혜를 모르고 돌아오지 않았다구요.
그래서 거꾸로 말해 줍니다.
하지만 까마귀는 독립정신이 투철하지 않을까? 노아에게 의존하지 않고 혼자 스스로 자기 살 길을 찾았고 마음대로 다니니 자유롭지? 그리고 비둘기는 쉴 곳을 찾지 못하니 돌아왔고 땅에 물이 빠지니 다시 돌아오지 않았잖아. 얼마나 비겁하고 의존적이고 일관성이 없니? 라고요.ㅎㅎ
또 듣고 보니 그렇지요.
그러면 우리 까마귀와 비둘기에게 맑은 물을 부어보기로 합니다.
까마귀는 스스로 자기 일에 책임지는 독립심이 강하고 비둘기는 좋은 소식을 전하며 은혜에 보답하며 집을 찾아올 줄 아는 지혜가 있지요.
생각 바꾸기입니다.
모든 일에는 이렇게 양면이 있습니다.
어떤 면을 보며 살아갈까 함께 물어 봅니다.

또 비둘기와 까마귀를 내 보내는 노아의 입장도 되어 봅니다.
자기가 방주를 지어 홍수 기간 동안 지켜주고 살펴 주었으니 보상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아마 노아는 지옥을 살았을 겁니다.
까마귀도 비둘기도 손을 떠나 돌아오지 않았으니 말이지요.
하지만 노아는 자기 일을 했을 뿐입니다.
방주를 만든 것도, 동물들을 안전하게 보호한 것도 다 좋아서 한 일이니 대가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것이 노아입니다.
오늘 나도 그렇습니다.
10년이 넘게 캐나다에서 예가를 하고 캠프를 해서 100명이 넘는 이들을 맞이하고 보냈습니다.
그런데 돌아가 연락을 주고받는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이지요.
그걸 서운해 한다면 이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아예 돌려보낼 때 그럽니다.
이제 때가 되어 다하고 돌아갔으니 돌아가서는 지금에 충실하라구요.
캐나다 생각이나 예가나 내 생각은 할 필요 없다고 합니다.
그게 정말 잘 사는 것이고 배운 대로 이루어가는 것이니 말입니다.
부모가 자녀를 만나는 것도 그렇지요.
자녀가 부모에게 주는 사랑과 기쁨은 말로 형용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자녀가 성장하고 내 손을 떠나면서 부딪히기 시작해 극기야 원수가 됩니다.
자녀와 부모가 함께 지내는 것이 지옥인 가정을 수도 없이 봅니다.
캠프에 오는 친구들도 그렇습니다.
부모님과 같이 있는 게 가장 힘들고 부모님이 세상에서 제일 밉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럴 때 쾌재를 부릅니다.
때가 된 것이지요.
그리고 떠나 산지 얼마 안되어 알게 됩니다.
내가 얼마나 부모님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는지 함께 있고 싶어 하는지 말입니다.
그렇게 성장합니다.
부모님도 알게 됩니다.
아이는 내 소유가 아니라 자유롭게 내 보내고 돌려보내야할 선물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양로원에 24시간 다해서 일하고 토론토로 내려오니 아이들이 반갑게 “다녀오셨어요!”합니다.
그런데 소리만 나고 얼굴은 보이지 않네요.ㅎㅎ
셋이 모여서 레고 놀이하느라 빠져 있습니다.
일주일 꽉 찬 일정으로 달리고 하루 느슨히 쉬니 좋기도 하고 좀이 쑤시기도 하고 그런 모양입니다.
저녁 진지를 같이 하고 일기와 감사 알아차리기를 정리하고 명상으로 함께 모여 일과 나눔을 같이 합니다.
먼저 마음 나누기를 하며 내가 “오랜만에 민준이와 태현이와 인이를 만나니 반갑습니다.”라고 마음을 내 놓았는데, 내 마음은 받지 않고 자기들끼리 왁짜지껄하며 오랜만이 아닌데요, 맨날 보는데요... 막 수다가 오고갑니다.
난 한참을 가만히 있었는데 자기들끼리 소란스럽다가 분위기가 싸해지지요.
기다렸다가 “반갑다고 했는데 아무도 내 마음 받아주지 않아서 서운합니다.”라고 마음을 나누니 그제사 다들 알아차리지요.
그새 딴 나라에 다녀왔습니다.ㅋ
느낌을 내놓으면 공감하고 받고 또 생각과 느낌을 나누고 표현하고 공감받고... 그런 마음 나누기입니다.
다시 캠프 두 번째 주를 시작하며 마음 나누기 연습부터 다시 정리해보지요.
느낌을 나누고 공감하고 표현하는 것은 모든 관계를 끌어당기는 실력입니다.
부모님도 아이들의 느낌을 잘 잡아서 공감해주고 생각을 말하고 느낌을 표현해 주면 관계가 훨씬 달라질 겁니다.
그렇게 마음 나누기를 하다가 태현이가 불쑥, 오늘 교회에서 마지막이라고 인사를 하고 나니 서운했다고 마음을 꺼냅니다.
나는 서운한 마음을 먼저 공감하고 왜 마지막인지 궁금하다고 느낌을 전하면서 안내를 시작했습니다.

태현이가 또 딱 걸렸지요.
그저께도 엄마를 만난 날이 24일 남았다고 했던 것이 내 마음에 걸렸던 차였습니다.
태현이로서는 습관적으로 하는 것인데 자기도 모르게 ‘지금’을 놓쳐 버리지 않는지 아쉬움이 있지요.
태현이는 다음 주에 록키를 가게 되어 교회에 가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태현이에게 물음을 던집니다.
“태현아, 언제 집에 갈 수 있어?”
“8월21일이요.” 그럽니다.
“민준아, 언제 집에 갈 수 있어?”
“몰라요.”
“인이야, 언제 집에 갈 수 있니?”
“여기가 집인데요.”
“태현아, 언제 집에 갈 수 있을까?”
계속 물어 주었습니다.
한번도 물어보지 않았던 물음을 물어주면 거기서 발견하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그러기까지 압력이 필요하지요.
묻기만 해 주어도 압력이 올라가 폭발합니다.
태현이가 짜증을 확 내면서 “몰라요.”라고 합니다.
그래서 난 모르니까 묻지, 물으면 물음을 따라 찾아가야 하는 거라고 안내합니다.
깨갱이지요.ㅎ
이번에는 민준이가 그 심각한 분위기에 인이랑 눈 마주치고 히히덕 거립니다.
민준이도 딱 걸렸습니다.
민준이는 어떤 분위기,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데 또 어떤 압력이나 문제가 찾아오면 그냥 웃고 농담하는 것으로 압력을 피해가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러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피해가게 되지요.
그런 민준이에게 웃을 때 웃고 공부할 때 공부하고 심각할 때 심각해야 하는 거라고 다시 한번 안내를 합니다.

정말 언제 집에 갈 수 있을까요?
묻고 물어주니 찾아오는 건 할 일을 다하기 전에는 집에 갈 수 없다는 발견입니다.
내가 여기 뭐하러 왔는지는 그것을 다하지 못하고는 다음은 없습니다.
“배수진”이 뭔지 아느냐고 물으니 인이는 물론이고 민준이와 태현이도 배수진을 모릅니다.
그래서 알려주지요.
전쟁을 할 때 강이나 호수를 뒤에 두고 적과 대결하는 거라구요.
그러면 어떨까 하니 인이가 화들짝 놀라며 목숨을 걸고 싸울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학교에 가서도 집에 갈 시간만 계산하고, 캠프에 와서 집에 갈 날짜만 세고 있다면 정말 한심한 노릇이지요.
학교에 왔으면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다해야 집에 갈 수 있고, 캠프에 왔으면 캠프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다해야 집에 갈 수 있습니다.
물론 그냥 날짜에 맞추어 비행기를 타고 가면 되지만 거기는 진짜 집이 아니고 그걸로는 예가 캠프에서 나누고자 하는 것을 경험하지 못합니다.

이제 날짜를 세지 않기로 합니다.
하루 하루 꽉 차게, 보내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매 순간을 마지막처럼 해보기로 합니다.
내일 학교에 가서도 두 번째 주라고 익숙해서 쉽게 쉽게 보내지 말고 처음처럼, 내일 다시 못 올 것처럼 정성을 다해보자고 합니다.
그랬더니 태현이가 그럽니다.
정말 내일 다시 못 온다면 오늘 하루가 지나가는 것이 정말 아쉬울 거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루를 보내게 될까 물으니 정말 알차게 최선을 다할 거라구 하지요.
하나님이 사람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은 ‘시간’입니다.
그래서 어느 선생님은 시간을 아끼고 아끼는 것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거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배수진을 나누며 오늘 명상을 하고 또 한 주를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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