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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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집에 가고 싶어!  ● 나 집에 가고 싶어! 지난 여름 5년간 함께 지냈던 할머니 한 분이 돌아가시고 할머니 두 분이 오셨습니다. 지난 주에 새로 오신 K할머니께서 오늘 스토커처럼 나를 따라 다니며 집에 가고 싶은데 데려다 달라고 하십니다. 어떻게 집에 가는지 모르겠다구요. 언제까지 내가 이렇게 살아야 하느냐고 매달리다가,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붙잡아 두냐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붙잡고 하소연을 하니 이제 다른 할머니들도 피해 다니십니다. 처음에는 그것도 모르고 집이 어디신데요? 그랬더니 '북가좌동'이랍니다. 그러면서 집에 가야한다고 합니다. 비행기 타고 가야하는데 제가 데려다 드릴 수 없다고 했더니 무슨 소리냐고 대한민국 북가좌동라고 합니다. 그제야 이해가 되었지요. 말을 들으니 치매 어머니를 딸들이 모시다 모시다 안되어 양로원에 오게 되었고 합니다. 그리고 가만히 하시는 말씀들을 다시 들으니 내 가슴이 찔리는 물음들을 다 담고 있네요. "집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 "먹고만 살아, 무슨 재미로 살아? 이러고 어떻게 살지?" "누구한데 물어봐야 집에 갈 수 있어?" 하시는 말씀들이 가슴에 돌덩이입니다. 정말 어떻게 살까 싶습니다. 이럴 때는 차라리 정신이 없으신 어르신들이 지내시기에 낫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렇게 묻고 묻다가 포기하고 정신을 놓으신 것인지도 모르지요. 그러다 K할머니가 Y할머니에게 나이가 얼마냐고 묻습니다. Y할머니는 80이 넘었다고 하니 당신은 90이 넘었다고 으쓱하십니다. 그러면서 당신은 서울에서 적십자 병원에서 간호사를 했다고 합니다. Y할머니도 지지 않고 나는 선생을 했다고 합니다. 그 연배에 교사와 간호사면 엘리트 급들이시네요. 또 K할머니가 언제까지 여기 살거나고 자식들이 안보고 싶냐고 여기가 어디냐고 물으니, Y할머니는 나는 바보 멍충이라서 아무 것도 모른다고 딱 잡아 떼십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하루 하루 산다고 하십니다. 옆에서 할머니들 대화를 들으니 법어들이 쏟아져 나오네요. 양로원에 처음 와 버림받은 느낌으로 하는 하소연이 오늘 따라 생생하게 내 마음을 흔듭니다. 여기가 어디지? 언제까지 이러구 살지? 사는게 재미있어? 어떻게 집에 가지? 집에 가면 뭐가 있지? 그것도 모르고 사냐? 나는 아무 것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옆에 가서 알아듣던 알아듣지 못하시던 알려드리지요. 여기가 이제 집이예요. 집에 가도 아무 것도 없어요. 여기서 재미 없으면 어디가도 재미 없어요. 이제 우리 기도의 일과 사랑의 마음으로 축복하고 감사하며 살아요. 얼마나 좋아요. 일하지 않아도 잘 곳이 있고 밥하지 않아도 먹을 수 있고 빨래도 해주지 아침에 눈이 떠지고 해가 뜨고 지지 부족한 것이 없는데요.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자식들에게 무엇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식들 축복하는 사랑의 마음과 기도의 일로 하루하루 채워가는 거지요. 먹고 사느라 바빠서 하지 못했던 기도에 깊이 들어가고 하늘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보내는 노년, 얼마나 좋아요? I have arrived, 이제 도착했습니다. I am home, 고향에 있습니다. in the here in the now, 지금 여기 안에서 우리 정말 더 나이 들기 전에, 지구별 여행 마치기 전에 알아야지요. 여기가 어디인지, 내가 돌아갈 집이 어디인지, 내 가야할 길이 어디인지를요. . . . 이곳 사람들은 가족이라고 해도 서로의 삶을 방해하거나 간섭하게 되면 냉정하리만큼 선을 칼 같이 긋습니다. 우리 정서로는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라고 하지만 어느 순간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암이나 불치병에 걸리면 스스로 먼저 주변을 정리합니다. 아주 당연히 이혼을 하고 아내나 남편이 자기 때문에 희생하거나 다른 사람이 인생에 피해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아 합니다. 그리고는 스스로 투병에 전념을 하며 새로운 생을 살지요. 그러니 이곳의 문화는 결혼과 이혼과 재혼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이혼해도 친구처럼 만나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또 부모와 자녀의 관계도 그렇습니다. 아이들은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이후의 학업이나 결혼까지도 스스로의 힘으로 하려고 합니다. 독립하는 거지요. 대학을 가도 부모가 학비와 생활비를 대주어야 하고 결혼까지 시키려면 집안의 기둥 뿌리까지 뽑히는 한국의 정서로는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그러니 노후도 당연히 자녀와 같이 사는 것이 아니라 노인 아파트나 양로원을 찾아 스스로 황혼을 즐기며 생을 마감합니다. 얼마전에 우리 한인 양로원에 찾아와 조용히 삶을 정리하는 백인 Bob 할아버지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Bob 할아버지의 친구들이 놀러와서 우리 양로원에서 아주 감탄합니다. 우리 양로원의 시골에 있는 주택 양로원이라 일반적으로 아파트 생활을 해야 하는 다른 양로원과는 아주 다른 분위기거든요. 이런 정서와 융화가 쉽지 않은 한국 어르신들은 양로원에 대해서도 선입견이 있어 혼자 살면 살았지 양로원에 오려고 하지 않습니다. 결국 자녀들과 살다가 불화에 극이 달하거나 혼자 힘으로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삶이 망가져서 양로원에 오게 됩니다. 양로원에서 일을 하며 지켜보는 안타까움 가운데 하나지요. 노년에 스스로 생활을 정리하고 가족들 불편하지 않게 하고 양로원에서 마음을 잡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아쉽습니다. 나는 그렇게 살아야겠습니다. I have arrived, 이제 도착했습니다. I am home, 고향에 있습니다. in the here in the now, 지금 여기 안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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