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 깊은산 (eastsain@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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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여름캠프 (12) 예! 기적입니다  #2016여름캠프 (12)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예! 기적입니다. 아침 체조를 정성껏 하고 들어와 오늘 함께 읽을 성경을 펴면서 물어 봅니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 무엇일까? 또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은 무엇일까? 우리 캠퍼들, 아침부터 반짝하기도 하고 졸리운 눈으로 바닥으로 가라앉기도 합니다. 그래도 하나 하나 물음으로 깨워봅니다. 아침에 일어나는 일이 힘들고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이 힘들고 굶는 게 힘들고.... 힘든 일이 나옵니다. 다들 궁금증이 올라와 있을 때 말을 던져 주지요.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은 미워하는 거다.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은 사랑하는 거야. 아. 하. 합니다. 그렇지요. 미워해 보면 알지요. 그것이 얼마나 힘든지요. 그런데 사랑해 보면 압니다. 얼마나 쉬운지. 이왕에 살바에 쉬운 선택을 합니다. 그래서 쉽게 살고 행복하게 살도록 안내하는 다섯 가지 단어를 소개했습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예! 이 말을 못해서 힘들게 살고 불행하게 살지요. 잘못했으면 미안하다고 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하면 쿨! 합니다. 그런데 그게 안되어 사태가 눈덩이처럼 부풀어지고 극단적인 상황까지 갑니다. 그냥 미안하다고 하면 되고 고맙다고 하면 되고 사랑한다고 하고 축복하면 됩니다. 내게 주어진 지금에 예!하고 거기서 시작해 봅니다. 예수께서는 또 안식일에 밀밭 사이를 지나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은 배가 고파 밀밭을 따라 걸으며 밀 이삭을 비벼먹기 시작했지요. 그것을 본 바리새인들이 왜 안식일에 율법에 금한 것을 하느냐고 나무랬습니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정곡을 찌르셨습니다. 사실 안식일법은 노동하는 이들을 일주일에 하루라도 쉬게 하라고 하나님이 제정하신 약자 보호법이었지요. 그런데 쉬라고 세워진 법이 어느 순간 쉼보다 앞서 주객이 전도되어 사람을 억압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 오늘 우리는 어느 사이를 지나고 있는지, 내가 마주하는 밀밭은 무엇인지 물어주었습니다. 혹시 밀밭을 지나면서 밀밭인줄도 모르고 가고 있지는 않은지, 배가 고픈데 밀밭을 지나면서도 남의 눈치와 체면 때문에 꼼짝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입니다. 오늘도 나는 그 밀밭 사이를 지나고 있습니다. 내 Desire입니다. 내 사명입니다. 내 일입니다. 내 꿈입니다. 내 가족입니다. 내 사랑입니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배가 고픕니다. 그렇게 물음을 가지고 주린 배를 움켜잡고 학교로 그 사이로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 기적같은 복음을 듣습니다. 걸들이 탄 차를 운전해 오신 사모님이 상기된 얼굴로 말을 해줍니다. 소헌이가 첫 생리를 시작했다고 말이지요. 아! 그리고 부끄러워 남자들에게 이야기하지 말아달라고 했다고 말입니다. 사모님께서 소헌이에게 어떻게 해야할지 다 안내해주고 나에게 전해주신 이야기입니다. 사모님도 나도 이건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고 축하해야할 일이고 모르는 것은 알려야 할 일이라고 공감하고 축하 파티를 하기로 합니다. 오늘은 학교에서 돌아와 영화관에 가기로 했지요. 아이들을 영화를 보게 하고 사모님은 축하 선물을 사고 나는 케이크를 사기로 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보이들에게 소헌이에게 일어난 일을 알려주었습니다. 난리가 났지요. 그래서 차를 세우고 정확하게 안내해주었습니다. 생리는 부끄럽거나 비웃음 받을 일이 아니라 우리가 알아야 하고 기뻐해야할 소중한 선물이라고 말입니다. 남자와 여자로 성장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니 기적 중에 기적이지요. 하루 일과를 다 마치고 명상 전에 식구들이 다 모여 케이크에 촛불을 밝히고 선물을 전해주고 축하 노래와 박수를 쳐 주었습니다. 그리고 안내했지요. 세상에 가장 큰 기적이 무엇일까? 소헌이 첫 생리 축하 파티에 온 눈치 빠른 언니들은 생명의 탄생이라고 말을 꺼냅니다. 그렇지요. 생명의 탄생. 그래서 저는 기적은 자연이 아닐까 라고 조금 더 짚어줍니다. 아침에 눈이 떠지는 것, 손이 움직이고 발이 움직이는 것이 기적이지요. 그런 자연스러움을 맞이하는데 성장이 그 가운데 하나라고 말입니다. 소헌이가 첫 생리를 시작하는 것은 자연을 받아들이고 변화를 일으키게 된 기적이니 우리가 축하를 하는 것이지요. 당연히 여기지 않습니다. 기억하고 기념하는 만큼 큰 기적이 일어납니다. 덕분에 소헌이는 하루 사이에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고 있습니다. 정말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캠프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런 소헌이가 아름답고 멋진 여성이라고 축복해 주었지요. 학교에서 아이들 픽업해 컵라면에 팝콘까지 해서 ICE AGE를 상영하는 영화관에 넣어 주고 Promanade 몰 aroma 까페에 앉아 있었습니다. 사모님은 그 틈에 소헌이 선물을 사러 가시구요. 5년간 양로원에서 모셨던 할머니 한분이 어제 돌아가셔서 내일 아이들이 학교에 간 사이에 장례를 집례해야 해 준비가 필요해서 아쉽지만 같이 영화를 보지 못했답니다. 아메리카노 한잔 앞에 두고 마주한 <<권정생의 유언>>이 유독 가슴을 치네요. 정말 잘 죽는 것이 복입니다. 나는 10여년 젊은이들과 토론토에서 맘껏 어울리다가 아내의 죽음과 함께 양로원 일을 시작하며 어르신들을 만나고 매일 매일 죽음을 목도합니다. 그리고 잘 죽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지 알아가지요. 내 발로 걸을 수 있고 내 손으로 음식을 먹을 수 있고 화장실에 다닐 수 있을 때 숨을 마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권정생의 유언처럼 나도 우리 집 개가 죽었을 때처럼 헐떡 헐떡거리다가 숨이 꼴깍 넘어가겠지요. 눈은 감은 듯 뜬 듯하고 입은 멍청하게 반쯤 벌리고 바보같이 죽을 것입니다. 요즘 와서 화를 잘 내는 걸 보니 천사처럼 죽는 것은 글렀다고 봅니다. 천상 내 이야기네요. 죽으면 아픈 것도 슬픈 것도 외로운 것도 끝이고 웃는 것도 화내는 것도. 그러니 용감하게 죽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가만히 내일 장례가 고생 많이 하시다 돌아가신 분의 길을 잘 환송하고 남은 가족들과 친지들을 위로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모아 지금부터 장례 의식에 함께합니다. <<권정생의 유언장>> 내가 죽은 뒤에 다음 세 사람에게 부탁하노라. 1. 최완택 목사 민들레 교회 이 사람은 술을 마시고 돼지 죽통에 오줌을 눈 적은 있지만 심성이 착한 사람이다. 2. 정호경 신부 봉화군 명호면 비나리 이 사람은 잔소리가 심하지만 신부이고 정직하기 때문에 믿을 만하다. 3. 박연철 변호사 이 사람은 민주변호사로 알려졌지만 어려운 사람과 함께 살려고 애쓰는 보통사람이다. 우리 집에도 두세 번쯤 다녀갔다. 나는 대접 한 번 못했다. 위 세 사람은 내가 쓴 모든 저작물을 함께 잘 관리해 주기를 바란다. 내가 쓴 모든 책은 주로 어린이들이 사서 읽는 것이니 여기서 나오는 인세를 어린이에게 되돌려주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만약에 관리하기 귀찮으면 한겨레신문사에서 하고 있는 남북어린이 어깨동무에 맡기면 된다. 맡겨놓고 뒤에서 보살피면 될 것이다. 유언장이란 것은 아주 훌륭한 사람만 쓰는 줄 알았는데 나 같은 사람도 이렇게 유언을 한다는 게 쑥스럽다. 앞으로 언제 죽을지는 모르지만 좀 낭만적으로 죽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도 전에 우리 집 개가 죽었을 때처럼 헐떡헐떡거리다가 숨이 꼴깍 넘어가겠지. 눈은 감은 듯 뜬 듯하고 입은 멍청하게 반쯤 벌리고 바보같이 죽을 것이다. 요즘 와서 화를 잘 내는 걸 보니 천사처럼 죽는 것은 글렀다고 본다. 그러니 숨이 지는 대로 화장을 해서 여기저기 뿌려주기 바란다. 유언장치고는 형식도 제대로 못 갖추고 횡설수설했지만 이건 나 권정생이 쓴 것이 분명하다. 죽으면 아픈 것도 슬픈 것도 외로운 것도 끝이다. 웃는 것도 화내는 것도. 그러니 용감하게 죽겠다. 만약에 죽은 뒤 다시 환생을 할 수 있다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태어나서 25살 때 22살이나 23살쯤 되는 아가씨와 연애를 하고 싶다. 벌벌 떨지 않고 잘할 것이다. 하지만 다시 환생했을 때도 세상엔 얼간이 같은 폭군 지도자가 있을 테고 여전히 전쟁을 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환생은 생각해 봐서 그만둘 수도 있다. (2005년 5월 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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