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깊은산 (eastsain@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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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7/15(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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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여름캠프 (0) 얼음과 불의 나라  


이제 캠프를 시작해야 하는데 그렇게 딱 벽에 부딪혔습니다.
문이 있는데 문으로 들어가지지가 않습니다.
의욕이 사라지고 의식 수준이 바닥을 치고 미움과 원망과 불평이 올라오다가 급기야 두려움과 수치심의 나락을 만납니다.
그 때 일단 정지합니다.
그것이 나를 어쩌려고 하는데 사실은 그 무엇도 나를 어쩌지 못하지요.
깨어나면 내가 그것들을 마음대로 하지만 깨어나지 못하면 그것들이 나를 마음대로 합니다.
흩어져버린 숨을 찾아 모아서 내리고 호흡을 만납니다.
그를 바라보고 나를 바라봅니다.
이런 순간을 경험합니다.
억울하고 속상한 그를 보듬어 주고 또 그만큼 분통이 터지는 또 다른 그를 바라봅니다.
알아주었으면 되었는데 품어주었으면 되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더 사랑해 달라고 투정하고 불 지르고 상처내고 상처를 받습니다.
미움을 선택하려니 그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으로 떨어져갔는데 이해와 사랑을 선택하니 조금씩 길이 보입니다.
사랑하면 길이 보입니다.
문으로 가야겠습니다.
나는 그 문입니다.

토론토에서 9번째 여름캠프를 엽니다.
끝내고 나면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고 다시는 못할 것 같다가도 또 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지금 나에게는 그것은 여름 캠프로 나타나 있습니다.
때로는 영성의 오솔길이고, 때로는 양로원의 일이고, 때로는 예배의 설교와 기도가 되지요.
내가 하는 일이 아니기에 그렇습니다.
내가 하지 않고 그가 하도록 맡겨 드리고 나는 그 통로와 도구가 되어질 때 그 일이 됩니다.
캠프를 시작하기 전에 늘 이런 통과 의례가 있습니다.
어떤 때는 몸이 아프고, 이번에는 이리도 마음이 아파 이리저리 요동하는 중심을 봅니다.
그래서 멈추어 보고 정신을 차렷하지요.
한 달간의 여름 캠프 ‘이곳’에 사는 나로서는 참 소중한 시간이랍니다.
평생에 한번이라 여기며 찾아오는 캠퍼들과 보내는 부모님들도 마찬가지겠지만요.
일상에서 물러나 다른 ‘여기’의 나를 만나는 시간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나로서는 캠프로 지내는 동안 내 의식이 최고 수치에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신나고 살맛이 나니 기대가 된답니다.
믿고 맡겨주셨으니 잘 만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가 충분히 일하시리라 여기고 나는 예! 합니다.
이 때쯤 되면 그동안 함께했던 아이들 이름과 얼굴을 떠올리고 또 찾아오는 새로운 캠퍼들의 이름을 불러보며 기도합니다.
필요한 일이 일어나고 어떤 일도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가도록 당신이, 사랑이 일하시라고 말입니다.

이번에는 토론토에서 3주를 지내며 토론토의 학교와 주변, 삶을 예술로 가꾸는 일상을 경험하고 얼음과 불의 땅 아이슬란드에서 7박8일 캠핑을 하게 됩니다.
또 그 아이슬란드만큼 토론토에서 삶을 예술로 가꾸는 캠프가 얼음과 불을 만나는 삶의 장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한여름의 얼음처럼 시원한 삶의 본성을 만나고 뜨거운 불의 열정으로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중심을 만나가겠습니다.
이렇게 올해도 여는 캠프, 나에게는 마지막 2016년 여름 캠프입니다.
다시는 못할 그 일을 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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