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깊은산 (eastsain@chollian.net)
홈페이지: http://sanmul.net
2014/5/20(화)
나쁜 자격지심 ㅠㅠ  


오늘 우리 양로원에 토론토에서 예가와 그레이스힐 교회에서부터 함께했던 잎새님께서 오셔서 함께 예배를 드렸습니다.
미용 기술이 있으셔서 어르신들 머리를 깎아주시기 위해 오시면서 예배를 함께 드렸지요.
어르신들과 예배를 드리다가 잎새님께서 함께해주시니 토론토에서 함께 예배를 드리던 기억이 찾아와 뭉클했습니다.
그렇게 함께했던 시간이 있어서 이렇게 인연이 이어지고 마음을 나눌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이렇게 살았는데 그런 끈들을 놓고 살아온 것이 참 어리석고 미안했습니다.
이 또한 지금을 살지 못한 거지요.

예배를 시작하면 찬송을 부르다가 할머니들에게 묻습니다.
"하나님 나라, 천국이 어디에 있지요?"
대부분 치매이신 할머니들이 신나게 찬송을 따라 부르다가 멍~ 하십니다.
게 중에 정신이 있으신 할머니께서 '가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어?' 그러십니다.
헐~
맞아요.
가보지 않았는데 하나님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지난번에 '어떻게 가는지 알면 좀 갈켜주라. 묻지만 말고...' 그러던 할머님 말씀이 떠올라 속으로 웃습니다.
천국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면 천국을 어떻게 가는지 알아야 합니다.
천국은 돈이 많아도, 힘이 세도, 예뻐도, 지식이 많아도, 벼슬이 높아도 갈 수가 없습니다.
거듭나야 갈 수 있지요.
거듭나는 것은 생각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사는 것이고 믿음은 들음에서 나니 믿음으로 사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잘 들는 거라 하였습니다.
내 생각으로는 나는 힘이 없고 나이가 많고 몸도 아파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은 나는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는 존재이고 소중하고 특별하다고 하시지요.
그런 소리를 들으며 살아야 하는데 내 생각에 막혀 그렇지가 못합니다.



예수님이 두로지역으로 가셔서 어떤 집에 들어가셨습니다.
예수님이 어떤 집에 들어가셨을까요?
모르지요.
다만 아는 것은 지금 예수님은 어떤 집도 아닌 나의 집에, 내 안에 들어오신다는 것입니다.
그 소식을 들은 한 이방인 여인이 예수님을 찾아와 그 발 아래 엎드렸습니다.
그 여자의 딸이 악한 귀신에 들려서 예수님에게 고쳐달라고 청하러 왔지요.
예수님이라면 불쌍한 이방 여인의 요청에 기꺼이 응해 그 딸을 고쳐주셔야 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찾아와 발 아래 엎드린 불쌍한 여인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를 합니다.
먼저 자녀들을 배불리 먹여야 하니까 자녀들이 먹을 빵을 개들에게 던져 주는 것이 옳지 않다고 하셨지요.
헐~
어떻게 예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실 수가?
그런데 그 소리를 들은 여자는 더 가까이 와서 말합니다.
상 아래에 있는 개들도 자녀들이 흘리는 부스러기를 얻어 먹는다고 말입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네가 그렇게 말하였으니 귀신이 네 딸에게서 떠나갔다고 말씀해 주십니다.



알아듣는 어르신들과 잎새님, 소망이님은 또 잠시 멍~ 하십니다.
무슨 이야기지?
이방 여인의 믿음에 대한 말씀이지요.
이방 여인에게는 간절함이 있습니다.
그녀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악한 귀신에 들린 딸을 고치는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던 거지요.
그런데 우리들 대부분은 그 반대입니다.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자존심에 걸리고 조건에 걸리고 상황에 매여서 그것을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런 것은 핑계입니다.
그렇게 해서 손해보는 것은 누구도 아닌 자기지요.
하고 싶은 것, 얻고 싶은 것이 분명하다면 그것을 놓칠 수가 없습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것을 이룰 수가 있는 것입니다.

또한 이 이방 여인은 자기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이 개에게는 자녀들에게 주는 빵을 줄 수 없다고 하니 개도 남은 부스러기를 먹는다고 합니다.
만일에 이 여인이 정말 개였으면 이렇게 말하지 못했을 겁니다.
자기가 개가 아닌 것을 알고 있으니 어느 누가 개라고 한다고 해서 발끈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정말 개니까 누가 개라고 하면 화를 내고 발끈합니다.
자기가 개가 아닌 것을 분명히 아는데 누가 개라고 한들 아무 상관이 없지요.



이런 사람은 세상이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천국은 어디에 있는 것이 아니고 이렇게 살아가는 삶 한가운데 있는 것이 아닐까 말씀을 나눕니다.
그래서 천국은 돈으로도 못가고 지식으로도 못가고 권력으로도 못가는 것이지요.
자기가 누구인지 알고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아는 사람이 천국에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귀신은 허상입니다.
거짓된 생각에 휘둘러 사는 것이 악한 귀신에 들려사는 거지요.
나는 나이가 많아 할 수 없고, 나는 몸이 아프고, 나는 마음에 상처가 있고, 나는 외롭다는 그런 생각에 묶여서 죽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내가 누구인지를 모르는 것이 아닐까요?

이렇게 말씀을 나누며 미용봉사를 하러 오신 잎새님과 눈을 마주쳐 염화시중의 미소를 짓습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거지요.
소망이님과도 환한 미소의 인사를 나눕니다.
우리 할머니들도 덩달아 알아들으시는지 마는지 아멘! 아멘! 하며 신이 나십니다.
오늘 우리 양로원 어르신들 이렇게 예배를 드리고 또 머리도 깎으시니 다들 10년은 젊어지셨습니다.
저도 머리를 길러 보려고 잎새님이 오신김에 조금 다듬었더니 깊은산의 왕팬이신 할머니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이쁘다고...ㅋㅋ



그런 하루를 보내고 토론토에 내려왔는데 아뿔싸 또 아드님 하느님과 한바탕 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속이 많이 상하고 기운이 처지네요.
다시 못된 생각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11살 어린 아이가 하나뿐인 엄마를 잃었는데 아버지가 해준게 뭐냐고 하는 직격탄에 제가 '버럭~' 해버렸습니다.
나는 한다고 했는데 나도 많이 힘이 드는데 또 아들의 상처는 그렇게 깊고 그것을 감싸주지 못한 정말 나쁜 아버지로 6년을 살았나 봅니다.
자기는 가족이 뭔지 모르겠다면서 아들은 울면서 저녁도 안먹고 방에 들어가 버리고 못난 애비는 혼자 거실에 앉아 밤을 밝히고 있네요.ㅠ
내일은 이곳 캐나다 빅토리아 데이 휴일입니다.
어떻게라도 다시 아들과 화해하고 어렵게 꺼낸 이야기를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잘 모르겠습니다.ㅠㅠ

시방 느낌, 하나뿐인 아들의 아픔과 상처도 보듬어 주지 못하면서 무슨 목회를 한다고 하고 노년의 어르신들을 돌보는 양로원 사역을 하고 오월 광주와 세월호를 보듬는다고 떠드는지 자격지심이 가득입니다.
일단 정지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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