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깊은산 (eastsain@chollian.net)
홈페이지: http://sanmul.net
2013/4/16(화)
삼월의 토론토 예가와 은혜 양로원 이야기  
● 20130302

안식일에 회당으로 가신 예수께서는 악한 귀신 들린 사람 하나를 만났다. 어디 하나뿐이었겠는가? 다 귀신에 들려 산다.

귀신에 들린 사람이 큰 소리로 예수에 대해 말했다. 하나님께서 보내신 거룩하신 분인데 자기를 간섭하고 없애려고 오셨다고 말이다. 귀신은 다 안다고 한다. 그런데 하나님이 누구인지 정말로 알면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큰 소리를 지를 것도 없다. 하나님이 간섭하고 없애려고 오실 리가 없다.

그런데 귀신에 들리면 그렇게 보고 듣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그를 꾸짖으신다. 입 다물고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고 말이다. 그가 누구인지 말할 필요가 없다. 소리 지르지 않아도 그는 그의 일을 하실 것이고, 또 나는 나의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악한 귀신에 들려 남의 일에 간섭하고 신의 일에 왈가왈부한다.(막1:23~25)

● 20130302

[꽉 찬 하루]

오늘 하루 어땠냐구요?
오늘 참 꽉 찬 날이었네요.
찾아온 환절기 감기와 또 그래서 오는 짜증으로 가득찬 할머니들과 아옹다옹도 맘껏 했습니다.
내 마음이 안정되지 않으니 관계도 잘 풀리지 않고 무언가 묻어 나오고 있음을 봅니다.
또 토론토의 탈북자 인권 협회에서 양로원 봉사를 나오셔서 할머니들과 활기차게 어울리고, 춤쎄라피를 안내하시는 아하님도 오셔서 깔끔한 프로그램도 진행해 주셨답니다.
그리고 일과를 마치고는 슬아양과 단둘이서 한 주간 지낸 마음 이야기를 풀어내며 창세기로 영성의 오솔길도 같이 걸었답니다.
그렇게 꽉찬 마음에 잠시 머물러 있습니다.

얼마전 그간 생각지도 않고 꿈꾸지도 않았는데 한국을 다녀올 마음이 찾아왔습니다.
지난 6개월여 양로원 일을 하면서 이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내 생각'에 꽉 차 있었지요.
그런데 한국에서 선생님과 벗들이 티벳 여행에 함께 가자고 말을 던져 주시니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나니 일년에 한번은 장남인데 연로하신 부모님과 할머님을 뵈야겠다는 생각, 수련도 하고 싶고, 잠시지만 여행도 하며 숨도 쉬고 싶고, 반가워할 친구들도 만나고 싶고... 그런 마음이 계속 찾아옵니다.
그래서 길을 만들어 보니 또 한달간 양로원을 맡길 수 있는 분이 나타나 다녀와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하고 한국에 다녀오겠다 결정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함께 있는 슬아양이 역할을 잘 해주어 믿고 맡길 수 있어 많이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또 잠시, 비행기 발권까지 다 했는데 양로원을 흔쾌히 맡아주기로 하셨던 다른 분이 못하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이건 뭐지?
또 이 문제의 좋은 점은?
지금으로서는 한국 방문 계획을 취소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니 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합니다.
가도 좋고 가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렇게 마음이 오고 가는 것을 지켜 봅니다.

양로원 봉사를 오시겠다는 탈북자 분들....
연락을 받고는 아무 생각없이 도움을 받아야할 분들이 어떻게 양로원까지 어려운 걸음을 하시냐고 미안해 하다가 오히려 따끔한 가르침을 받습니다.
어려운 형편에 처한 이들일수록 봉사를 경험하고 자신들도 무언가 할 일이 있고 나눌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것이 새로운 땅에서 자립하여 설 수 있는 길이라는 거지요.
내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렇게 맞이한 탈북 동포들... 어느 누구보다 순진하고 마음 따뜻하게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말 벗이 되어 주시고 손발 주물러 주시고 맛사지를 해주시니 양로원에 활기가 넘칩니다.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부터 머리가 하얀 아저씨까지 오셔서 고마운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처음 만남이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아쉬웠지만 한달에 한번씩 오시겠다고 떠나는 걸음이 참 뭉클했답니다.

그리고 춤쎄라피를 하시는 아하님, 때마침 일정이 겹쳤는데 전문가 답게 준비해오신 프로그램에 탈북하 협회에서 방문하신 분들과 어울려 훈훈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주셨답니다.
일이 이렇게도 연결되고 만날 수 있구나... 참 고마웠지요.
아하님은 저 깊은산의 꽃담당이시지요.
할머니들을 위해 꽃까지 준비해 오셨답니다.
이렇게 우리 사랑을 주고 받습니다.

그리고 또 일상, 일과를 마치고 쉬고 싶은 토요일 밤, 슬아양과 마주 앉아 마음을 나누고 내 안을 돌아봅니다.
함께 지낸지 어언 한달이 넘어가니 이제는 누구보다 더 많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24시간 7일을 쉬는 날, 쉬는 시간 없이 함께 일하고 있으니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만나고 있습니다.
그래도 또 이렇게 따로 시간을 내어 이야기를 나누니 그 만남의 깊이가 다르네요.
저도 덕분에 숨이 트입니다.
평면의 만남으로 그치기 쉬운 관계, 일인데... 이렇게 만나니 입체로 깊이로 내가 나누어줄 수 있어 뿌듯하고 넉넉했습니다.

이렇게 살아갈 수 있어 고마운 하루입니다.

● 20130303



시방 느낌?
뿌듯하고 편안합니다.^^

삼월의 첫 주일 아침이구요.
사순절입니다.

● 20130303

오후 4시 한창 양로원 저녁 서빙을 하는 시간에 아들에게 전화가 옵니다.
이제 일어났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구요?ㅠㅠ

틈새가 없이 화가 확~ 올라옵니다.
호흡이 거칠어지고 들어오는 자극에 멈출 간격없이 자동으로 반응이 올라와 제어가 되지를 않습니다.
이상하지요.
자식 일에는 그렇습니다.
지금이 몇신데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그래 네가 이제 일어난 것을 왜 나에게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냐?
그러니 아침에 못 일어나 학교도 못가는 거지!
도저히 진정이 되지 않습니다.
내가 뭐하려고 하나 밖에 없는 아들도 제대로 돌보지 않고 내 버려두고 여기서 24시간 꼼짝하지 않고 일하고 있는지 악이 바짝 오릅니다.

그렇게 씩씩 거리고 있자니 아들이 그냥 전화를 끊자고 합니다.
자기도 늦게 일어나 놀라서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의논하는데 소리만 지르고 있으니 알았다고 전화를 끊습니다.ㅠㅠ
전화를 끊고도 불편한 마음을 추스릴 수가 없습니다.
이해가 도저히 되지를 않는 겁니다.
뭐가 얼마나 피곤하다고 오후 4시까지 잠을 잘 수가 있는 거지?
그렇게 허비하고 낭비한 하루는 어떻게 하고, 또 그렇게 사니 다른 날들은 또 어떨까?... 까지....

옆에 있는 슬아양에게 말을 건넵니다.
그러니 웃으며 그러네요.
그래도 거짓말하지 않고 아버지에게 늦게 일어났다고 알리니 귀엽다고...
자기도 놀라서 의논하려고 전화한 것이 기특하지 않냐고?
자기 아버지는 동생이 늦게 일어나면 잠 잘자는 것도 복이라고 잘했다고 한다고...
잠을 많이 잤으니 머리가 아프겠다고.
이왕에 잠잔 거 잊어버리고 보충할 일을 찾아야지 어쩌겠냐고?

그러니 또 미안함도 찾아오고 어차피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도 상황이 바뀌는 것이 없고 그저 지지하고 믿어주고 받아주어야 하는데 참 그게 잘 안됩니다.
그래서 숨을 고르고 다시 전화를 해 뭐하고 있냐니까 성경을 읽고 있답니다.
교회를 못가서 성경을 읽는다고....

어찌해야할까요?
아, 십자가입니다.

들어가는 길에 장에 들러 또 뭐 먹을 거라도 사가야겠습니다.
오늘 들어가면 또 사흘 들어가지 못할터이니...ㅠㅠ

● 20130304

어제 주일 양로원 예배에서 예수님의 소문이 온 지역에 두루 퍼졌다는 마가복음의 말씀을 나누었더랬습니다.
내 소문은 어떻게 났을까?
할머니들에게 물었지요.
할머니들 소문은 어떻게 났어요?
사람들이 뭐라고 해요?
그저 웃기만 하십니다.
거기서 우리 삶이 들통이 나는 거지요.

오늘 내 소문은 어떻게 나고 있을까요?
조심스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 20130304



아, 옛날이여... ㅎㅎ
아마 2001년이나 2002년즈음?
그냥 갑자기 사진을 보니 조기 맨 왼쪽의 그 구여운 한결이가...ㅠㅠ

● 20130304



[말 - 말씀, 발 - 발씀]

그러면 내가 서야할 자리인 오늘 하루 이곳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예수께서는 안식일에 회당에서 사람을 가르치고 돌보고 악한 귀신을 제어하셨다.

귀신은 떠들기만 한다.
내가 그렇게 산다면 나는 귀신이고 귀신에 들려서 산다.
그러니 예수를 만나 해야 할 일은 입을 다물고 그 사람에게 나가는 것이다.
예수에 대해 아는 것은 귀신이 더 잘 안다.
사랑에 대해 알고만 있어서는, 기도에 대해 알고만 있어서는, 말씀에 대해 알고만 있어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필요한 것은 그렇게 사는 것이다.

예수를 만났으면 예수가 아니지만 예수가 되어야 한다.
예수께서는 그 일을 하러 오셨다.
내가 하나님의 아들이고 내가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임을 가르치시고 돌보시고 말만 하는 귀신을 내어 쫒으셨다.
그래서 말만 하는 귀신을 내쫒으신 예수의 소문이 온 지역에 두루 퍼졌다.
오늘 나의 소문도 그렇게 나고 있다.

(막1:26~28)

● 20130305



오랜만에 햇볕이 좋아 해바라기가
되어 있습니다.
설원은 지난 겨울의 흔적을, 시리게 파란 하늘과 햇살은 봄을 노래 하네요.^^

● 20130305

자축! ♥
1968년 3월 6일, 생일, 아니 지구 방문을 명 받은 날, 그 누구도 아닌, '나(I AM)'가 나를 보내신 날입니다.
나는 나로 살다가 나로 돌아갑니다.
나는 보내신 이, 하나님의 뜻대로 살다가 하나님께로 돌아갑니다.
나는 아버지께로부터 와서 아버지께로 갑니다.
때 마침 곱씹고 있는 출애굽의 시작 이야기가 그래서 더 감동으로 다가오네요.
노예살이에서 주인의 길로 들어서는 나의 출애굽, 시작입니다.

여기는 그 날의 이브입니다.ㅋ
저는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형 인간인가 봅니다.
페북에서 이리 알아들 주시니 넘치고 넙칩니다.
근데 아날로그 세상에서는 아무도 그 날인지 모르지요.
아니 알 수가 없지요.
알리지 않았으니, 그래도 조금 전 아들에게 전화가 옵니다.
내일 토론토로 내려오면 저녁 사겠다구요.
ㅋㅋ
내가 사야지요.

미리 고맙습니다.^^

● 20130307

좋은 아침입니다. _()_
오늘 하루 '친절'을 라크마로 삼기로 합니다.
요며칠 이런 저런 이유로 마음이 어수선하고 분주하고 조급해서 호흡을 놓쳤습니다.
그러니 괜히 관계도 소원해지고 불편으로 갑니다.
제발이 저려서 그렇지요.
친절로 호흡을 알아차리니 내 마음, 예가도 물론이려나와 우리 양로원의 분위기도 달라집니다.
일도 많이 빨라지고 신이 납니다.
한 마디 말에도 틈새를 두고, 생각과 행동에도 간격을 두어 봅니다.
가만히 지켜보는 내가 있습니다.
콧노래가 나오고 흥이 납니다.

또 고마운 하루, 처음 맞이하는 날입니다.^^

● 20130308

시방, 눈이 침침하고 어께는 천근만근입니다. ㅠㅠ
며칠 원고 교정을 보느라 에너지 소진이랍니다.
도대체 몇번을 보는 건데도 다시 보면 또 뭔가가 나옵니다. (@.@)

이제 곧 3월24일이면 아내 깊은물 최지숙 목사의 4주기네요.
4년....
그저 한 걸음씩 왔지만 돌아보면 꿈같습니다.
출판사 해피스토리를 운영하는 후배의 도움으로 급하게 낸 유고집 사랑의 기적 이별의 기적이 절판이 되어 이번에 개정증보판을 내게 되었습니다.
책 제목도 '지금 여기, 그리고 당신과 함께'로 바꾸고 내용도 보완하고 초판 이후의 토론토 예가 이야기와 은혜 양로원 이야기도 추가했지요.

제가 3월18일에 토론토를 출발해서 19일 오후에 한국에 도착하게 됩니다.
비행기표를 구하고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안팎으로 많이 주저했답니다.
그리고 여전히 그날이 되어 보아야 알겠지만, 주변의 고마운 분들의 도움으로 우선 그렇게 계획을 세웠습니다.
특히 든든히 살림의 중심에 서 준 우리 슬아양이 참 고맙습니다.

또 거기에 맞추어 책을 다시 내게 되어 고맙고, 아내의 남은 몸이 있는 24일을 다시 살림마을 레버린스에서 보낼 수 있게 되어 고맙고, 또 4월1일부터 사랑하는 선생님과 고마운 벗들과 함께 티벳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어 고맙습니다.
물론 다녀와서 큰 대가를 치르겠지만 그 또한 내가 가는 길이면 달게 받겠다 마음을 먹습니다.
그렇게 길은 가 본 만큼이겠지요.

일정을 포기했을 때는 마음이 고요하게 가라앉아 편안했는데, 당겨주시는 사랑으로 다시 바람을 따라 방향을 바꾸고 마음을 살펴보니 불안과 두려움과 설레임이 있습니다.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도 내려 놓고 안정도 포기하고 위험한 일, 불안한 길 찾아 가고 있네요.ㅎㅎ

● 20130309

우리 C할머니, 오늘 잠자리를 봐 드리는데 뜬 금없이 묻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말해 봐."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게 해줘!"
깜짝, 놀랐습니다.
치매로 정신이 없으신데 이렇게 가끔씩 가슴을 치는 말씀을 하십니다.ㅎㅎ
하고 싶으신 일이 있으시구나, 그걸 못해서 미안해 하고 가슴 아파하시는 구나 알아집니다.

그래서 말씀드렸습니다.
할 수 있는 일, 하고 계신 일이 많잖아요.
밥도 잘 드시고, 잠도 잘 자시고, 화장실도 잘 가시구요.
권사님이 할 수 있는 일을 그렇게 하시면 되어요.
그게 사랑하는 일이예요....

그랬더니 그러십니다.
"밥?"
"그럼 밥하게 해줘!"
그래요?
그래서 누구 밥 해주고 싶으세요?
누구 밥을 제일 먼저 해주실래요?

그러고 있는데, 요즘 양로원 주방을 맡고 있는 우리 슬아양이 끼어 듭니다.
"할머니, 제 밥을 제일 먼저 해주고 싶으시죠?"
그랬더니 우리 C할머니 조금도 주저 않고 그러십니다.
"내가 왜 여자 밥을 해줘? 남자 밥 해줘야지...." @#$$% ㅋㅋㅋ
우리 슬아양 꽈당~ 했습니다.
아, 우리 권사님 저 밥해주고 싶으시구나.
고마워요.ㅎㅎ

무슨 마음이실까?
할 수 있는 일, 잘 하고 싶은 일은 이렇게 나이드시고 손발 움직이지 못해도 그렇게 있습니다.
일할 수 없는 밤이 오기 전에 힘써 일해야지요.
내가 할 수 있는 일.....

● 20130310

[아욕등반(我慾登攀)과 무욕등반(無慾登攀)]

숙달되지 않은 사람 눈에는 아욕등반과 무욕등반이 똑같이 보일 수 있다.
두 종류의 등반가 모두 한 발을 다른 발 앞에 내딛는다.
둘 모두 동일한 비율로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둘 모두 지치면 발 걸음을 멈춘다.
둘 모두 쉬고 나서는 다시 전진한다.

하지만 엄청나게 다르다.
아욕등반가는 고장난 기계와 같다.
그가 발을 내려 놓는 순간이 너무 빠르거나 너무 더디거나 하다.
그는 흔히 나무들 사이로 비치는 아름다운 햇살을 보지 못하고 지나친다.
그는 발걸음이 흐트러져 지쳐 있다는 표시가 나타나도 그냥 간다.
쉬는 것도 규칙적이지 않는다.
그는 방금 전에 두 번이나 보아서 앞쪽에 무엇이 있는지 알면서도 또 다시 앞에 무엇이 있는지 알려고 오솔길을 올려다 본다.
그는 몸 상태에 비해 너무 빨리 거거나 너무 늦게 가거나 하며 말을 해도 항상 다른 어떤 곳, 다른 어떤 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는 여기 있으면서도 여기에 있지 않다.
그는 이곳을 거부하고 이곳에 불만을 가지면 오르막길을 더 올라가 있고 싶어 하다가 막상 그곳에 이르면 마찬가지로 불만에 싸인다.
'그곳'이 이제는 '여기'가 되어버린 까닭이다.
그가 찾는 것, 그가 바라는 것은 모두 그의 주변에 있건만 그것이 바로 그의 주변에 '있다'는 이유로 바라지를 않는다.
한 걸음걸음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노역이 된다.
왜냐하면 그는 자기 목표가 외부에 그리고 멀리에 있다고 상상하기 때문이다.

(퍼시그, 선과 오토바이 간수법)

● 20130310



오랜만에...ㅎㅎ
오븐에 LA갈비 굽고, 양파 마늘 구워서 한상... 어묵과 양파 당근, 마늘 어울려 볶은 어묵 야채 볶음 한상... ㅋㅋ

일주일 마치 브레이크로 방학을 맞은 아들, 방학 이브 상입니다.
혼자 일주일 뭐하며 보낼지...ㅠㅠ
그리고 저는 다음 월요일 한달 못되는 여정으로 한국 다녀 옵니다.
꿈을 꾸는듯...

몽롱해요.^^

● 20130313



지금!
내 삶을 움직이는 동인을 살핀다.
믿음의 세계에 처음 눈을 떴을 때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라는 말에 가슴이 설레였다.
먹는 것도, 입는 것도, 자는 것도, 깨는 것도 다 그분을 영화롭게 하고 찬미하는 일로 깨어 살 때 그 무엇도 빼앗을 수 없는 평화와 기쁨이 몰려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운전을 하거나 청소를 하거나 잔디를 깎거나 심지어 성경을 읽거나 명상을 할 때 그것을 선물로 온 삶을 누리고 즐기는 통로로 삼지 못하고 글을 쓸 소재나 설교거리로 삼고 있었다.
음식을 하거나 설거지를 할 때 그것 자체를 하지 못하고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는한 음식을 통해 찬미를 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설거지를 설거지로 하지 못할 때 그 일을 하는 나를 만나지 못하고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내게 영접하는 자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말씀은, 내게 온 삶의 순간 순간을 그 분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내게 허락하신 사람들, 찾아온 일들을 받아들이고 사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고 말로만 하는 사랑이나 영광과 찬미는 공허하고 의미가 없다.
환대!
모두가 내게 주신 것들인데, 삶이 나에게 찾아왔는데 어찌 내가 왈가왈부할 수 있을까?

이 순간의 호흡부터, 내가 하는 생각과 행동까지 그 동인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그 분을 찬미하는 것이기를...
내게 찾아온 삶에 "예!"하며 지금 여기를 만나는 통로이기를...

● 20130316



깊어가는 밤, 아무리 눈을 크게 떠도 졸린 눈을 감출 수 없어....ㅠㅠ
이만 오늘도 굿 나잇입니다.
시간이 그리 흐르네요.
어느새...
오늘 밤을 지내면 지난 7개월을 꿈같이 보낸 이곳 양로원에서 근 한달을 떠나 지내게 된답니다.
부는 바람을 따라 마음이 움직이는데 막상 그 날이 되어도 실감이 나지 않고 어르신들과 또 내 자리를 채우는 슬아양과 벗들에게 미안함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또 너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내려놓아 보라는 물음을 따라 가보는 길이랍니다.

그리고 입고 있는 이 옷... ㅋㅋ
양로원에서 싸여 있는 옷가지 들 속에서 찾아 입었는데 할머니들이 색이 고와 새신랑같다고 난리였답니다.
저는 귀가 얇아 이거 입고 한국 다녀오렵니다.~~
진짠지 알아요.ㅎㅎ

잘 다녀오겠습니다.
머물러 고요하고 안정스런 길보다는 두렵고 불안하지만 설레이는 바람 부는 길을 가 봅니다.
좁은 문으로....

● 20130318



토론토 공항입니다.
어제 퇴근해 밤새 짐챙기고 새벽 공항입니다.
실감 나지 않는 여행길, 가 본 만큼이 삶이겠지요.
가다보면 알아지겠고...
그 순간 순간 정성을 다하고 인정하고 순종합니다.

다들 뵙고 싶은데 그러기가 또 쉽지 않겠지요.ㅠㅠ
지금도 길 위에 서.있.습.니.다.

● 20130318

광해...

재밋다.
뭉클하고 기발하고 신난다.
광해를 에어 캐나다 비행기 안에서 보게 될 줄이야.^^

떠남이란 이런건가?
일상에서 나와 떨어져 보니 그 일상도 지금도 소중한 은혜다.

● 20130318



밴쿠버입니다.
밴쿠버 공항에서 두 시간 대기하고 인천 가는 비행기를 탑니다.
벌써부터 시차에 어질어질..ㅎㅎ
여지껏 이침을 못 먹어 그런지도...^^

● 20130318



산이 없어 하늘이 넓은 온타리오주를 벗어나니 산이 보이네요.
여기는 밴쿠버, 록키 산맥이 걸쳐 있는 브리티시 콜롬비아주지요.
인천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넋을 놓고 산을 보고 있습니다.
나는 이제 겨우 커피와 도넛으로 아침 요기를 했는데 우리 양로원은 저녁 진지를 준비하는 시간이네요.ㅎㅎ
이제 시작하는 하루입니다.

● 20130319



인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외국인틈에서 입국심사 중입니다.ㅎㅎ
이런 기분 처음입니다.^^

● 20130325

한국에 오니 봄은 가고 겨울이 다시 오셨습니다.ㅠㅠ
그래도 소중하고 아름다운 내면의 여행을 충분히 하고 시차에도 깨어 눈이 뜨이고 있답니다.
인터넷 연결이 원활하지 않아 마음을 나누지 못하고 소친(소중한 친구!)들의 마음에 댓글을 달지 못하지만 마음은 그러하지 않답니다.
잘 간직하고 간직했다 하나 하나 풀어가지요.

금산에 한 동안 머물다 전주를 들러 광주의 벗집에 머물고 있습니다.
순간 순간이 지금이기를, 나중이 아닌 오늘을 만끽합니다.
아직은 추워도 그래도 봄이 되어지길...
여전히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홀로의 여행을 합니다.
고맙습니다.

봄이오면 산에들에 진달래피네 진달래 피는곳에 내마음도 피어 건너마을 젊은처자 꽃따러오거든 꽃만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가주 봄이오면 하늘위에 종달새우네 종달새 우는곳에 내마음도 울어 나물캐는 아가씨야 저소리듣거든 새만말고 이 소리도 함께 들어주 나는야 봄이오면 그대그리워 종달새 되어서 말붙인다오 나는야 봄이오면 그대 그리워 진달래꽃 되어서 웃어본다오~~~~

● 20130326

다시 서울입니다.^^
어제 새벽을 달려 단숨에 올라왔다지요.
한국에 와 함께하고 찾아가고 만나고 싶은 벗들의 소식에 뭉클합니다.
어찌 그러고 싶지 않을까싶어요.
그렇게 일상을 살다가 훌쩍 벗들을 찾아가는 여유를 만끽하는 그런 삶 말입니다.
그렇게 살면 되는데 또 그게 되지 않는게 우리 삶의 한계이지 않은가 싶습니다.
한국에 와서 어떻게 만나는 친구들에게 너희들 자주 만나니 하고 물으면 '지난번에 너 왔을 때 보고 처음이다'.... ㅠㅠ
대구와 부산도 가고 싶고, 장흥도 가고 싶고, 전주와 광주도 다시 가고 싶고, 해남, 강진, 제주도, 속리산도 가고 싶고...ㅎㅎ

다음 월요일에 8일짜리 티벳 여행을 떠납니다.
사실 이번은 티벳 여행에 함께 하려고 온 것이니 초점을 그렇게 맞추어야겠습니다.

그래도 아쉽고 아쉬워서 내일 목요일에 눈을 감아도 그리운 지리, 천왕봉에 하루라도 다녀올까? 마음을 움직이고 있답니다.
혼자서...ㅎㅎ

2013년 사순절 안, 고난 주간을 올해는 이렇게 만나고 있습니다.

● 20130329



[지리를 다시 만나다~]

지리산, 내게는 눈을 감아도 그리운 마음의 고향이다.
기억하고 돌아보면 가슴이 뭉클하고 머리가 맑아지고 배에 힘이 들어간다.
그런데 늘 되새기며 살지는 못한다.
일상에서 잊어 버리고 생각에 빠져 허걱거리고 사니 선물을 받고도 누리지 못하는 바보같은 인생이다.

시차에 머리를 바닥에 대고 싶고 며칠 이어진 수련과 운전으로 쉬고 싶은 유혹이 가득하고 만나고 싶고 만나야할 사람들이 빼곡한데도 하루를 비웠다.
새벽 3시부터 그 다음날 새벽 3시까지 꼬박 24시간의 강행군!
그래도 떠나니 설레이고 좋다.
지리산, 천왕봉이라도 만나고 돌아와야 가득찰 것같았고, 후회하지 않을 것같았다.
산 아래 있으면 어영부영 흘러갈 시간들인데 산 위로 가면 알이 차고 알이 찬다.
머리도 가슴도 몸도....

늘 백무동을 통해서 올랐던 장터목과 천왕봉, 이번에는 중산리로 올라가기로 한다.
대원사도 욕심은 나는데 너무 길어 하루는 무리다.
백무동으로 올라 장군바위와 참샘, 망바위를 통해 장터목과 천왕봉에 오르고 다시 장터목으로 해서 연하봉, 촛대봉, 세석평전을 들러 한신계곡으로 내려와 백무동으로 오는 길이 길지만 꽉찬 하루 일정이다.
대원사도 코스도 지리산 종주의 백미가 담겨 있지만 내겐 백무동이 너무 매력적이어 늘 백무동이었다.
그러고 보니 여기서도 내 삶의 방식이 그대로 보인다.
짝사랑, 그리고 일편단심... ㅋㅋ

산에 가까이 올수록 얼굴이 환해지고 심장이 뛴다.
산이 주는 향기와 기운이 가슴을 두드린다.
이래서 찾나 보다.
고향을....
중산리에서 매표소까지 차를 몰고 올라가 4000원에 주차하고 식당에서 시래기 된장국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도시락까지 부탁하고 나니 오전 9시다.
3시부터 서둘렀는데 중간에 이번에 개정하고 증보한 '지금 여기, 그리고 그대와 함께'를 살림마을에 배달하느라 한 시간여를 지체했다.

아마 중산리도 처음은 아닐게다.
그런데 처음오르듯이 오르기로 한다.
토론토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한국에 와서 목욕탕에 가서 몸무게를 재보니 저울이 55kg 밑으로 내려가 있다.
깜짝이다.
반년도 되지 않아 10kg도 넘게 몸무게가 빠졌다.
30대 이후로는 아무리 애써도 뱃살을 위시한 중량이 65kg을 내려가지를 않았었다.
이건 결혼 전 몸무게다.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주위에서는 어디 아픈 거 아니냐고 난리, 살이 빠지니 쭈글쭈글해 늙어보인다 난리...ㅠㅠ
난 불편하거나 아픈데는 없는데 다들 하도 그러하니 나도 은근히 염려가 되는게 사실인가 보다.
산을 오를 체력이 될까 염려가 올라오는 거다.
그간 운동도 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산을 오르는 발걸음, 호흡, 페이스.... 너무 가볍다.
내 기억에 이리도 가볍게 산과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런가 보다.
몸도 비워 내니 쉬운가 보다.
쓸데 없는 염려와 힘을 들고 다니니 힘이 들고 무겁지 아니할까?
2시간 반만에 장터목에 오르고 또 한 시간만에 제석봉을 거쳐 천왕봉, 그리고 법계사와 로타리 산장을 거쳐 다시 중산리로 내려왔다.
아마 천왕봉에 오르고 내리는 가장 단거리 코스가 아닐까 싶다.
장터목을 거치지 않고 바로 법계사로 천왕봉을 올라 다시 법계사 코스로 내려가는 길을 잡으면 한 시간 이상 단축될 수도 있겠다.

시멘트 바닥을 지나 산으로 들어서니 산의 향기가 온 몸을 감싸주었다.
그런 향기가 있다.
물소리가 들리고 바람소리가 들린다.
발자욱 소리를 듣고 숨소리를 듣는다.
수정처럼 맑은 계곡가를 오르고 폭포를 보니 총각샘 물맛이 느껴진다.
어느해 여름 찌는 듯한 무더위와 아스팔트 열기가 가득한 도심에서 이것만 마시면 그 모든 갈증이 다 가실 것같은 무엇이 있는데 떠오르지를 않았다.
그게 뭐지? 뭐지?..... 찾고 찾다가 접촉되었던 것이 총각샘물이었다.
지리산 종주 코스에 연하천과 뱀사골 사이에 있는 샘이다.
지금은 이정표를 없애 샘물로 가는 길이 없어졌을지도 모른다.
그 샘이 왜 총각샘인지는 가 보면 안다.
나는 아무리 봐도 처녀샘인데 이름이 총각샘이라니... ㅋㅋ
이제는 나랑 지리산 종주를 같이 해야 그 처녀샘,, 아니 총각샘을 만날 수 있으리라.

천왕봉 밑, 장터목 산장 샘터에서 마신 물맛~ 그 시원함과 달콤함은 표현할 길이 없다.
아, 바로 이 맛이야!

이번 방문에서는 늘 맞이했던 '사점'도 만나지 않았다.
마라톤 선수들이 한계지점인 사점을 만나고 나면 더 이상 내가 달리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달려지는 경험을 한다고 하듯이 늘 나의 산행도 그러했다.
어느 순간 저절로 걸어지는...
그런데 이번에는 그냥 처음부터 저절로 걸어졌다.
힘이 들지도 않았다.
하지만 내려가는 길은 만만치 않다.
산에서 받은 기운을 내려가다 내 빼앗기고 마는 거다.
지나가는 등반객들이 서로 주고 받는 이야기가 들린다.
지리산은 지루하고 지루해서 지리산이라고 하고 날라가고 싶다고도 한다.
그런 어이가 없는 대화소리를 들으면 정신이 바짝 "차렷해"진다.
나도 그런 생각에 빠져들고 있었던 거다.
얼마나 그리워하고 얼마나 기다렸던 순간인데 막상 와보면 주저앉고 싶고 쉬고 싶고 눕고 싶어지는 마음 생각이 찾아온다.
산을 올라 충만한 기운이 내려가면서 지루함으로 바뀌어 더 그러기가 쉽다.
아무리 시간을 재고 거리를 따져도 그 순간에 한걸음을 걷지 않으면 내려갈 수가 없는데도 자꾸 시계를 보고 거리를 계산한다.
그럴수록 더 힘이 들고 짜중과 불만과 불평이 올라온다.

지금을 살지 못해서 그러하다.
늘 지금이고 지금 한 걸음을 걷는 것뿐인데 그렇다.
그렇게 산을 내려오다 법계사가 내려다 보이는 큰 바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긴 명상에 잠겨 보았다.
삶이 그러하다.
그래서 조신 조심 조식이다.
떨어져 지켜 보고, 앉아 있는 그를 보고, 걷고 있는 그를 본다.

그렇게 그가 이곳에 나타나 있고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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