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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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예가와 은혜 양로원 이야기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chollian.net)
홈페이지: http://sanmul.net
2011/7/19(화)
여름캠프(6) : 짐을 싸는 아이들  


신기하고 행복한 주말을 보내고 두번째 주를 맞습니다.
어느새 열흘이 지나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삼분의 일이 훌쩍 지났다고 스스로들 놀라워하고 있습니다.

이번 캠퍼들의 특징은 처음부터 캐나다가 좋고 예가가 좋다는 겁니다.ㅋ
어느 해는 첫날부터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울다가 사흘이 지나서야 울음을 그치고 어제밤에 저 안울었어요 하며 저를 찾아오는 아이들도 있었다는...
명상 시간에 둘러 앉아 하루를 돌아보고, 한국에서 온 편지들을 받을 때에야 비로소 한국의 부모님과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습니다.
편지에 엄마 아빠 생각 하나도 안하느냐는 물음에 미안해하고 겸연쩍어 합니다.
격려하고 지지해주는 부모님들의 마음이 전해지면 더 열심히 하고 가야겠다고 다짐이 올라옵니다.
물론 스스로는 잘 알아차리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해도 그 덕분에 살고 있다는 것, 이런 축복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몸으로 잘 알지요.
그렇습니다.
캐나다로 떠나온 아이들은 사실 한국 생활은 너무 쉽게 잊고 '여기'에 집중하고 '지금'을 즐긴답니다.
반대로 보낸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적응을 잘 하지 못하면 어쩔까 노심초사하다가 아이들이 너무 잘 적응하니까 서운하다는 마음으로 가곤합니다.
그러면서 떠나보내는 거지요.
떠나 보니 여행을 왜 하는지 알게 되었다던 어느 해 캠퍼의 철들어가는 이야기가 감동적이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들 표현을 그렇게 하지 못할 뿐이지요.
부모님들 역시 그렇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서먹했던 자녀와는 새로운 의사소통을 하고 가깝고 친했던 자녀와 거리를 두어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같이 있을 때는 그렇게 다투고 미워하기까지 하다가 떠나와 보니 왜 그렇게 보고 싶고 그리운지... 그렇게 철이 들어가는 거지요.
근데, 올 캠퍼들은 영 그리움이 없으니 어쩐다지요.ㅠㅠ
저는 그것도 좋게 봅니다.
천국을 사는 거지요.
나에게 가장 소중한 선물이 가족이지만 가족에게로는 곧 돌아갈 것이고, 캐나다에서 한달은 한달 동안 누릴 수 있는 것을 마음껏 누리고 집중하는 것이 남는 장사가 아닐까 합니다.

예수님이 호수가로 나가니 사람들이 그에게로 몰려왔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그들을 가르치셨지요.
오늘 아침에 한주를 시작하면 나눈 이야기입니다.
자, 우리들도 세상으로 나가면 사람들이 우리에게로 몰려올 것입니다.
그러면 무언가를 주어야 하는데, 나는 무엇을 줄까 입니다.
주어야 하는데 줄 것이 없는 것만큼 불행한 일이 있을까요?
찾아오는 이들에게 무엇인가를 나누고 싶은데 준비가 안되어 있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이 있을까요?
나는 무엇을 줄까 묻습니다.
아직 잠이 덜깨어 비몽사몽이다가 그런 물음을 듣고 번쩍합니다.
나는 기쁨을 주겠다.
나는 정보를 주겠다.
나는 요리를 주겠다.
나는 약을 주겠다.
나는 지식을 주겠다.
.
.
그렇게 나오지요.
그런데 우리 주빈이는 성경을 주겠답니다. ㅎㅎ
그래서 목사가 될 거냐니까 또 화들짝입니다.
왜 그렇게 놀라냐니까 절대로 목사는 안되겠다고...
왜 그러냐니까, 목사는 너무 힘들다고....ㅠㅠ
.
.
.
그렇게 하나 하나 알아갑니다.

그렇게 학교를 보내고 오후에 도서관갈 채비를 하고 간식까지 챙겨놓고 아이들을 데리러 갔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학교에 익숙해져 버린 아이들, 여기 선생님을 옆에 두고도 자기들끼리 모여 앉아 한국말로 웃고 떠들고 카드 놀이를 하고 있는 겁니다.
물론 학교 과정을 마치고 기다리며 쉬는 시간이기는 하지만 제대로 걸렸습니다.
저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아이들이 아차합니다.
반응도 가지각색, 정생하는 아이, 모른척 하는 아이, 웃으면서 아무렇지도 않은척하는 아이, 애교를 부리는 아이들....
저로서는 적당히 좋은 기회입니다.
이쯤 되어서 한번 짚어주지 않으면 처음 마음, 긴장이 흐뜨러지고 어영부영 한달을 보내고 가기가 쉽습니다.
올 여름 캠프 여기까지다.
지금 돌아가서 짐을 싸자.
이렇게 밖에 스스로 관리를 하지 못하고 약속을 지키지 못할 거면 더 이상 캠프를 해보았자 아무 소용이 없다.
계회했던대로 도서관으로도 가지 않고 한마디도 하지 않은채 예가로 돌아옵니다.
그리고는 짐을 싸게 해서 모두 모아 놓습니다.
자, 억울한거나 내가 너무한다고 생각하면 지금 말해라.
그렇지 않으면 바로 공항으로 가서 비행기를 탄다.
아이들, 속이 타고 눈물이 글썽이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합니다.
제 속은 더 타지요.
형우야, 넌 남자답고 쿨하니까 우리 여기까지 하고 캠프 마치자.
이의 없지.
없답니다.
내가 너무하냐니까 너무하지 않답니다.
호탁이는 착하고 말 잘들으니 여기서 캠프 마치자는 말 들을 거지?
네. 합니다.
주빈이는?
주빈이는 눈물이 글썽이면서 가지 않겠답니다.
강현이는 지금 뭐가 문제인지 알았으니 기회를 한번만 더 달랍니다.
더 쎄게 나가지요.
지금까지 기회를 충분이 주었다.
그렇지 않니?
그건 그렇답니다.
진영이에게도 그렇게 기다렸던 기회를 바보같이 이렇게 밖에 활용하지 못하냐고 일침을 놓습니다.
혜린이는 오고 싶지도 않은 캐나다 등떠밀려 왔으니 그냥 돌아가면 참 좋지?
아니랍니다.
이제 뭐를 알기 시작했는데 그냥 갈 수 없답니다.
구석에 있던 강민이도 그냥 갈 수 없다고 나섭니다.

꿈을 찾으라 하고,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속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냥 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은 영어를 잘하는 것이고, 실수도 많이하고 새로운 경험과 시야를 넓히는 것인데, 지금 당장 한국말로 놀고 싶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고, 쉬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 일이라고 속고 맙니다.
이렇게 되어보니 다시 알게 되지요.
내가 캐나다에 얼마나 있고 싶은지, 이곳에 있는 동안 하고 싶은 일,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자세와 태도를 다시 점검해 봅니다.
그래서 스스로 절실하게 알아차리지요.
다시 모여 캠퍼들끼리 의논하고 결정해서 오라고 합니다.
서로 어떻게 지낼 것인지, 깊은산님이 감시해서가 아니라, 부모님이 보내서가 아니라 이제 스스로 가장 의미있고 알찬 캠프를 만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마음을 모아오게 합니다.
하고 싪은 일, 꿈이 있으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만들어갈지 알아야 합니다.
해야지 하는 생각이나 계획으로는 절대로 할 수 없습니다.
그냥 그렇게 움직여서 하면 되는 거지요.

다시 내려온 아이들과 마지막으로 나눕니다.
짐쌀 때 기분이 어땠니?
꿀꿀하고 찝찝했어요.
왜 꿀꿀하고 찝찝했을까?
짐싸기 싫고 지금 한국에 가고 싶지 않은데 싸야하니 답답했어요.
그런데 왜 쌌어?
싸라고 하니까, 자기가 잘못했으니까, 그렇게 해야하는지 알고....
봐라.
그게 하고 싶은 일 못하고 사는 거야.
하고 싪은 일을 못하니 찝찝하고 답답한 거다.
그래서 마음을 나누고, 지금 느낌이 어떤지 그렇게 물어보지 않니?
느낌을 알아야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볼 수 있는 거란다.
짐을 싸기 싫으면 어떻게 해서라도 짐을 싸지 않고 캠프를 계속하게 했어야 하는 거다.
어떻게 해서라도 내가 행복한 길로 가도록 길을 열어가는 거다.
자, 지금 그렇게 되고 나니 어떠니?
살 것같아요.
행복해요.
날아갈 것같아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같아요.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예요.
.
.
.

그렇지요.
홍수가 찾아옵니다.
우리 삶에 홍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홍수를 만나면 지금 당장 죽을 것같은 괴로움과 고통에 빠집니다.
힘이 듭니다.
그러나 그것도 지나갑니다.
홍수는 그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홍수가 오는 동안 홍수를 홍수로 만나고 홍수에 휘둘리지 말고 홍수가 지나가도록 바라보며 기다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한차례 홍수가 지나고 다시 무지개와 햇살이 비추고 있습니다.
저녁에 명상을 하며 고마운 일을 나누는데, 모두들 지금 비행기 타고 한국가고 있지 않고 캠프를 계속하고 명상하는 것이 너무 고맙답니다.^^*
저도 캠퍼들이 짐을 싸 돌아가지 않고 다시 심기 일전해서 새로운 캠프를 만들어 갈 수 있게 되어 너무 너무 고맙습니다. :))))





121.66.151.147 김두진:  압력이 있어야 자기가 우너하는 삶을 알아차리 수 있습을 알지만 가정에서 쉽지 않은일 큰일을 해주시었네요 우리 아이들에게 큰 자각이 되었을 듯 싶어요 고맙습니다   -[07/19-13:43]-

183.108.60.102 열정: 겉으론 화내셨어도 속으로 애를 태우셨을 깊은산님. 어찌할 바 몰라했을 아이들을 그리며 저는 왜 자꾸 웃게될까요? 그렇게 자라는 아이들이 고맙고, 그렇게 길을 걸어가야 함을 하나하나 일깨워주시는 깊은산님이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아이는 눈물을 글썽였다는데, 박장대소한 나는 이상한 엄마?   -[07/19-23:58]-

김광미: 깊은산님 감사합니다..지금 아이들에게 안내하심이 저를 보게 해서 가슴이 뭉클하고 아리기도하고.. 정말  시원합니다.. 진영이 예가 보냄이 축복입니다.. 깊은산님^^행복합니다...  -[07/20]-


180.66.68.247 성현지: 저는 그런 상황들에 늘 끌려다녔지요. 아님 화를 내어 제압하거나 ㅋ. 그래서 스승님이 필요한가봐요. 감사합니다. 그리움이 없는 아이들이 고마워요.  지금에 집중하고 순간을 즐길 수 있는 우리 아이들. 넘 멋지지요.   -[07/21-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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