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가의 11월 이야기 
11월은 저 깊은산의 한국 방문으로 예가의 일상이 달라졌더랬습니다. 저 역시 예가에 마음을 많이 남겨두고 떠났는데 막상 한국에 있을 때는 아무 염려 없이 한국의 일에 푹 빠질 수 있었습니다. 다문님이 예가와 교회를 맡아주고, 선물로 함께하고 계신 나우님께서 살림을 돌보아주셔서 그랬습니다. 어느 악동(?)의 말을 따르면 예가의 대권이 잠시 다른 곳으로 옮겨갔었다는 후문... ^^ 고맙습니다.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함께해주신 믿음과 사랑으로 가능했구요. 저에게는 조금 흐뜨러졌던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새로운 힘으로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토론토에 처음 자리를 하면서 아내 깊은물과 나누었던 이야기, "우리 학교 하자!"였습니다. 그렇게 아무 틀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꾸었던 꿈인데 이제 이렇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소름끼칠 정도로 무서운 일입니다. 그렇게 꿈을 꾸는 일만 이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꿈을 꾸지 않으면 선물로 나타나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이지요. 그러니 오늘 어떤 생각, 어떤 마음으로 사느냐가 중요합니다. 한국으로 떠나기 전에 예가 가족들이 모두 독감 예방 접종까지 다 마쳤습니다. 덕분에 이번 겨울도 모두 건강하게 보낼 수 있겠지요. 좋은 소식 하나 더, 11월 첫주는 그레이스힐 공동체 교회가 5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2005년 11월 첫주 콘도에서 첫 예배를 시작했는데 어느새 그렇게 다섯 해가 지났습니다. 그리고 그 11월 첫주는 멋진 캐네디언 교회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저로서는 그 예배가 참 감동이었고 고마움이었습니다. 에벤에셀, 여기까지 도우시는 하나님의 은혜, 우주의 사랑을 알아차리게 된 것이지요. 고마울 뿐입니다.
꿈같은 한국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토론토 이제는 고향같이 정겹고 푸근합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사실 토론토 생각을 거의하지 못했습니다. 어느분은 제가 정말 '지금'을 산다고 하셨는데, 사실 그래서 미안함이 없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돌아온 토론토에 역시 준비하고 기다리는 이들이 소중하고 아름다웠습니다. 공항까지 나와 마중해준 벗들, 이렇게 저렇게 전화로 메일로 반겨주어 고맙습니다. 이제 그렇게 살아야지요. 우리 막내 지훈이가 제일 신이 나 있습니다. 천국을 살고 있지요. 학교에서도 인기짱이라고 자랑이 대단합니다. 그런 붙임성과 친화성이면 무엇을 못할까요? 이번에 받은 리포트 카드에서도 그것을 장점이라고 학교 선생님까지 써 놓으셨더군요. 성적도 All 'GOOD'입니다. 우리 말로 하면 전 과목이 '우'라고 해야지요. 이제 겨우 캐나다에서 세달인데 놀랍습니다. 자기 스스로도 이제 영어를 잘하는 것같다나 뭐라나? 고맙습니다. 다인이, 이제 캐나다에서 곧 1년을 공부하면서 자신감도 붙고 웃음도 늘어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이라고,,, 이번에 받은 성적에 스스로도 그리 만족하지 못하면서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수줍음이 많고 관계에 많이 눌려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선생님이 보시는 기준이지요. 그나마 이렇게 밝고 긍정적으로 현재와 관계를 만나고 있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한결이, 공부는 무지 않하는 것같은데 성적이 잘 나오니 할 말이 없습니다. 그래서 가끔씩은 제가 잘 못보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지요. 이번 리포트 카드에도 수, 수, 수, 우입니다. 학군이 달라서 한결이가 가고 싶어하는 얼헤이그 고등학교를 가지 못한다고, 클라리넷으로 특별전형을 준비 중입니다. 한결이 스스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겠지요. 이제 예가의 맡형 의인이, 깊은산이 예가를 비우는 동안 '라면'사건으로 엄마 나우님과 더 친해졌다고 하는데 무슨 사건인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런 만남들로 서로 다가갈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 고맙지요. 이번 성적도 모두 평균 이상이 나와서 수고했다 칭찬해 주었습니다. 사실 지난번 학교 인터뷰에 가서 그동안 학교에서 지낸 생활태도를 듣고 많이 놀랐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도 어느 순간부터 의인이가 달라졌다고 칭찬을 하시더군요. 바라기는 그 때가 예가를 만나기 시작한 때라 기대해 봅니다. 많이 환해졌고 의젖해졌습니다. 민들레님, 이제 토론토 생활이 두달도 채 남지 않았네요. 앞으로 두어주 공부하고는 두어주 미국 여행을 다녀오겠답니다. 정말 좋은 때지요. 여행다녀와서 지금 하고 있는 테솔과정의 실습을 나가면 시한부, 토론토 생활을 행복하게 마무리 합니다. 만난지 참 오래된 것같은데 이제 1년이네요. 다문님, 깊은산이 한국을 방문하는 동안 예가를 조율하고 아이들과 함께 뒹그느라 고생이 많습니다. 이제 다문님도 토론토로 온지 1년이 다 되어 갑니다. 어떻게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자리를 잡게 될지 많이 궁금하고 기도하며 생각 천사를 모으는 중입니다. 역시 여전히 열공 중이지요. FS님, 노익장(?)을 과시하면서 이어가시는 토론토 생활이 어느덧 석달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몸도 마음도 너무 편해서 이제는 스트레스나 긴장이 필요할 것같다고 하실 정도입니다. 방문 비자로 와 계시니 연장을 하지 않으면 1월말에는 한국으로 돌아가셔야 하지요. 요즘 토론토에 온 목적과 이루어가야할 목표에 대해서 함께 조율하는 중입니다. 이제 예가 살림을 이리 저리 계획까지 하시는 나우님, 그 덕분에 제가 많이 배우고 또 쉬고 있습니다. 몸도 마음도 그렇습니다. 삶에 활기를 주시는 비타민같은 성향으로 좋은 분위기 메이커이십니다. 한국에 계신 의인이 아버지는 어찌 지내시나 모릅니다.ㅠㅠㅠ 그런데 그렇게 떨어져 기러기 엄마로 있어보니 남편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왜 그동안 자식들 챙기느라 남편을 잘 섬기지 못했는지 눈물 지으며 미안해 하십니다. 의인이도 말끝마다 엄마는 아빠가 있지 않냐고... ㅎㅎㅎ
11월 마지막날 예가에 새가족이 찾아왔습니다. 한결이와 동갑, 8학년 기명이입니다. 겨자씨님과 누룩님의 큰 딸인데, 방학인 석달 동안 캐나다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엄마 아빠를 졸라서 캐나다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믿고 보내주셔서 감사한데, 학교 생활보다는 부모님께서는 예가에서 지내면서 보고 듣고 배우며 몸으로 익히는 삶을 선물로 받고 싶다고 말씀하셔서 다시금 심기일전입니다. 그렇게 죽어서 나와야지요. 이번 한국 방문에서 전주에 있는 성록이와 하영이를 만나고 왔는데 역시 예가를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깊은산을 아직도 아버지라 불러주니 몸둘바를 모르겠고, 그래서 그 덕에 제가 그렇게 되어 있음을 보았습니다. 우리 기명이, 아직 속으로는 여린 사춘기 소녀이지만 여장부입니다. 도전 앞에서 물러서지 않고 용기내어 나갑니다. 어제 밤에 토론토에 도착해서 시차 극복은 커녕, 여독도 풀리지 않았는데 바로 아침부터 강행군을 시작했습니다. 토론토 교육청을 들러서 컴머밸리 중학교까지 수속을 마치고 내일 12월1일부터 학교에 나가기로 합니다. 수속을 하면서 영어를 알아듣는 것도 척척입니다. 기특하지요. 게다가 저 깊은산이 가만히 두지 않지요. 학교 수속을 마치고 오자 마자 토론토 지도를 공부시켜서 승차권 몇장과 용돈을 주어 내보냅니다. 혼자서 버스타고, 지하철 타면서 시내를 둘러보라고 숙제를 주어 보낸 것이지요. 혼자서 점심도 사먹구요. 내심 아직 아이인데 염려도 없지 않았지만 믿는 구석이 있어 보내어 봅니다. 두어시간 후 CN타워라고 전화가 옵니다. 앗, 전화도 할 줄 아네? 흐믓합니다. 시청도 보고, 이튼센터도 혼자 다니며 구경하고, 점심도 사 먹었다고 합니다. 신기하지요. 돌아와 느낌이 어땠냐고 물으니 더 신납니다. 처음에 집에서 나갈 때는 두렵기도 하고 염려가 되기도 했지요. 그런데 그렇게 나갔다가 돌아오니 아주 홀가분하답니다. 피곤하지만 보람도 있지요. 시내를 몇시간이나 걸어다녔답니다. 이쁜 곳, 이쁜 건물이 나오면 들어갔다가 나오기도 하구요. 그렇습니다. 움츠리고 수축되어 가만히 있으면 거기까지입니다. 그런데 가보니 두려움도 염려도 넘어설 수 있는 길과 경험이 있습니다. 많이 실수하고 많이 배우고 얻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는 예가의 11월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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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깊은산 (eastsain@chollian.net)
소중한 일상
예가의 10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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