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7] 여름캠프(4) : 내가 물어본 것 (support)

이름: 깊은산 (eastsain@chollian.net)

홈페이지: http://sanmul.net

2010/7/24(토)

여름캠프(4) : 내가 물어본 것

수요일은 우리 캠퍼들에게 어떤 선물을 할까 고심하다가 날씨가 많이 무더워서 수영장을 가기로 합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바로 집으로 와서 맛있는 피자를 간식으로 구워 먹고 다이빙대까지 있는 근처의 멋진 야외 수영장으로 모두들 출발했습니다.
아쉽게도 예림이는 얼마전 시작한 생리가 끝나지 않아서 꼬맹이 재영이와 함께 유아풀에서 물만 담그었지만 모두들 시간이 가는줄 모르게 신나게 놀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언제 또 수영장에 가느냐고, 매일 매일 수영장에 갔으면 좋겠다고 노래를 하네요.^^
수영 시합도 하고, 물 속에서 편을 갈라 배구도 하고, 다이빙도 배우면서 시원한 오후를 보냈습니다.
깊은산이 왕년의 수영 실력을 더듬어 누리와 한결이, 지훈이를 가르쳤는데 곧잘 배웁니다.
우석이는 자기는 수영을 못한다고 하면서 왔다 갔다하면서도 어께 너머로 보았는지 다음에는 다이빙을 꼭 해보겠다고...
막내 다운이도 부러운 눈치입니다.

예가로 돌아와 맛있는 순두부 찌개를 끓여 멋진 저녁 식사를 하고 다시 열공을 합니다.
학교 숙제를 하고, 단어를 외우고, 영어로 일기를 쓰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을 읽고, 다음날 읽을 영어 성경 본문을 미리 살펴 봅니다.
하루가 이렇게 긴지 모르겠습니다.
지루해질 틈없이 돌리는 것이 미안하기는 하지만 짧은 시간 알차게 보내고 싶은 욕심에 제가 박차를 가하지요.
아침에는 일어나 영어로 성경을 읽으며 하루의 라크마(양식)을 찾고, 정성들여 체조를 합니다.
체조로 몸을 깨우니 가뿐.... 아침 진지를 하고 학교갈 준비를 하고 다시 모여서 웅성웅성 활기차게 단어 테스트를 하고 학교에 가지요.
목요일은 사흘 강행군 후에 잠시 휴식, 일찍 집에 돌아와 그날 일과를 마무리 하고 자막 없이 영화를 봅니다.
다운이와 누리는 영화를 보면서 꼬박 꼬박 조는데 다른 캠퍼들은 영화에 몰입을 하니 사방이 다 고요하지요.
그래도 자막없이도 영어 대사가 쪼금은 들리기는 하나 봅니다.^^

오늘 금요일은 학교를 마치고 챙겨간 왕만두로 간식을 하고 온타리오 주, 아니 캐나다에서 제일로 큰 박물관인 ROM(로얄 온타리오 뮤지엄)을 방문했습니다.
캐나다에 오는날 어디를 제일 가고 싶으냐고 물었을 때 다운이가 박물관을 가고 싶다고 해서 이번 일정에 꼭 넣었지요.
걸들인 다운이와 예림이는 꼼꼼하게 박물관을 둘러보며 인류의 문화유산에 빠져드는데, 우리의 보이들은 산만 산만... 장난 치기에 여념이 없네요... 남자들은 언제 철이 들런지... ㅠㅠㅠ
그래도 볼 것은 다 보고 경험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이런 저런 안내를 할 때 딴짓을 해서 일으켜 세워 물어보면 할 대답은 다하니 들을 것은 다 듣고 있는 아이들이지요.
두어시간 박물관을 돌아보니 배고프다고 아우성이라 다운타운의 멋진 캐네디언 레스토랑인 Future에 가서 푸짐한 디너를 했습니다.
캠프가 시작되기 전 주에 토론토와 예가를 방문하신 이용원 집사님께서 토요일에 한국으로 돌아가시게 되어 겸사 겸사 함께 환송연을 곁들였지요.
이용원 집사님께서도 그간 캠퍼들에게 정이 들어 서운하고 아쉬운 작별이었습니다.
이렇게 헤어지면 또 다시 만날 날이 있는 것이겠지요.

박물관과 행복한 디너를 마치고 돌아와 숙제와 일기, 독서까지 꼼꼼하게 하고 명상을 합니다.
어느새 한주가 지났습니다.
캐나다에 온 것이 어제같은데 말이지요.
그렇게 알아차리니 다들 숙연해지고 다시 긴장해 봅니다.
오늘 무엇을 물었는지를 돌아 보았습니다.
우리 나라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그날 무엇을 배웠는지를 묻는데, 유대인들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그날 무엇을 물었는지를 물어본다고 하지요.
당연하게 여기고 지나가면 거기까지지만 의심하고 물어보면 그만큼 그 이면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성장하는 거지요.
아직은 하루 동안 화장실이 어디냐고 묻고, 친구 이름을 묻고, 밖에 나가도 되냐고 묻고, 공부하다가 모르는 것을 물었다고 대답합니다.
그런데 오늘 내가 무엇을 물었는지, 묻는 만큼이 내가 산 삶의 수준이라고 이야기를 던져 주니 다들 멈칫합니다.
그 때 그 때마다 내가 왜 학교에 다니고, 영어로 말하고, 캠프를 하고, 캐나다에 왔는지를 묻고 물어야지요.
그렇게 물음을 놓치지 않으면 필요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사람은 하루를 삽니다.
그 하루가 일주일이 되고, 25일이 되고, 1년이 되고, 70년이 되어 나의 삶을 만들어 냅니다.
그러니 오늘 내가 무엇을 묻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이렇게 보낸 한 주, 또 다음 한 주는 얼마나 성장할까 기대를 해보니 설레입니다.

또 저녁마다 한국에서 온 가족들의 편지를 받는 시간이 캠퍼들에게는 꿈같은 장입니다.
미안하다는 아빠의 고백에 어색하기도 하고 놀라고 당황하기도 하는 딸, 스스로 떠나온 길이지만 외롭고 힘든 마음을 알아주는 엄마의 편지에 고개를 떨구고 그리움을 달래는 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들과 딸을 멀리 떨어뜨려 놓고 스스로 성장하고 빈자리를 사랑으로 채워가시는 부모님들이 계시지요.
신기하고 고마울 뿐입니다.
여행, 떠남, 그렇게 자기에게 있는 것의 소중함을 알아차리는 시간입니다.
일주일이 지났는데 벌써부터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는데 한국에 가고 싶은 생각이 싹~ 없어졌다는 캠퍼들이 생겨났답니다. ^^
그렇게 묻습니다.
내게 가장 소중한 것, 내가 사랑하고 있고, 사랑해야할 것이 무엇인지를요.

고맙고 뭉클합니다.
이런 우리가 있어서 좋습니다.

나준식: 혹시 우리 다운이가??ㅋㅋ 하루하루 즐겁게 귀기울이고 경험하는 그 모든 순간 속에 다 있는걸, 여전히 밖에서 찾고 있는 저를 보네요^^. -[07/24-13:35]-

우석이할아버지: 철없는 것을 보내놓고 뒤늦게 인사드립니다.이제 홈 페이지에 등록하고 여기 저기를 둘러 보고 있습니다.소중한 우리 애기들이 성장해 가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조용히 혼자말로 중얼거려 집니다. 감사 합니다 고맙습니다... -[07/25-0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