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가의 5월 이야기 
지금 토론토의 하늘은 푸르고 맑고, 햇살은 투명합니다. 여느 해보다 눈이 없고 따뜻했던 겨울을 지나 봄도 빨리 오고 여름도 빨리 오고 있네요. 5월에 들어 봄샘을 하는 듯이 한두 주 날씨가 추워지고 비바람에 눈까지 내리기도 했지만 곧 한낮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는 한여름 날씨가 되었습니다. 지난 여름에는 날씨가 서늘해서 그 좋은 호숫가에서 물에도 들어가지 못했는데 말입니다. 7월 16일부터 한 달여의 일정으로 계획한 예가 여름캠프도 딱 알맞은 인원이 다 차서 행복하게 출발할 준비를 마쳤답니다. 토론토에서 5번째로 맞이하는 캠프인데, 이번이 마지막처럼 정성을 다해서 행복하게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이 다음은, 내일은 없지요. 늘 지금입니다. 그렇게 캠프로 여름을 맞이할 생각을 하니 많이 설레이고 있습니다. 많이 그립고 많이 기대가 됩니다. 난생 처음 한 달간 부모를 떠나 홀로 설 아이들, 들어가고 나가고, 먹고 자고, 앉고 일어서는 삶의 태도와 가치를 나누어줄 생각을 하니 그렇습니다. 낯선 문화를 배우고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아름다운 천혜의 자연을 누리고 경험하며 많이 성장할 것입니다. 떠나보니 알게 된다고 집을 떠나 나와 보니 나에게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고 말하던 기특한 캠퍼들이 지금도 눈에 선해 뭉클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텃밭의 고추, 상추, 마늘, 토마토, 호박, 오이, 부추도 잘 자라고 있습니다. 참, 얼마전 시장에서 사온 파를 다듬다가 뿌리 쪽을 심었는데, 애네들도 싹이 다시 나서 아주 잘 자라고 있네요. 기특합니다. 우리의 강아지 로라는 두 번째 예방접종을 맞았는데 몸무게가 한 달새 두배가 되었답니다. 몰라보게 커서 이제는 아가티를 벗었습니다. 한결이도 아기때는 조마조마 해 하더니 이제는 만만해졌는지 잘 데리고 놉니다. 일주일에 한번은 목욕을 시켜서 자기 방에서 데리고 잔답니다. 그래야 끙끙대는 탓에 자기 잠만 설치지만 말입니다. 그렇게 왁짜지껄 따듯하고 행복한 시간을 맞이하고 있지요. 이제 3년반 토론토에서 홀로 성장해온 경덕이가 6월 말이면 한국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많이 대견하고 그리울 거예요. 정윤이는 방학을 맞아 한국을 방문 중이고, 다문님과 라일락님, 민들레님 모두 여기 학원 과정을 마치고 이제 캐나다에서 일자리를 찾으며 정착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한걸음 옮기는 만큼 길이 보여지는 것이지요. 그렇게 봄을 보내며 여름을 맞이합니다.
참, 5월의 휴일은 빅토리아 데이였지요. 기다리던 오월의 휴일, 빅토리아 데이 여행도 잘 다녀왔습니다. 여름같은 날씨에 반했고, 영화같은 장면을 연출해준 알곤퀸의 호수 위에서 카누도 멋진 추억이었답니다. 강창구 목사님 가족과 깉이 다녀온 여행, 강목사님 사모님께서 불고기를 재어 오셔서 투 리버 호수가의 피크닉 테이블에서 멋진 런치를 할 수 있었답니다. 그저 앉아만 있어도 황홀한 호숫가의 런치는 시간 가는줄 모르는 한 때였지요. 작년까지만해도 빅토리아 데이의 소풍은 추워서 오돌오돌 떨던 기억인데, 올해는 굉장한 축복을 받았지요. 또 돌아오는 길에는 참새 방아간...^^ 웨버에 들러서 그렇게 노래하던 숯불 햄버거도 행복하게 즐겼답니다. 알곤퀸을 두루 다녀보지 못하고 트레일을 걷지 못해 아쉬웠지만 이번에는 카누 여행이 목적이어서 런치 후 바로 카누 레이크로 향해 카누와 카약을 빌렸습니다. 한결이는 여기 생활을 오래 했다고 혼자서 카약을 타겠다고 해서 카약을 빌려주고, 라일락님과 다문님과 민들레님과 이슬님이 카누 한대를 타고 초보자들끼리 행복한 카누 여행을 즐겼지요. 저는 다들 카누와 카약을 태워주고, 몇군데 트레일을 돌았습니다. 오랜만에 산행을 하려니 이제 체력에 부치더군요. 그래도 빈손으로 오지 않고 고사리를 한 주먹 해서 한끼는 맛있게 먹을 것 같습니다. 온타리오 고사리... 한국에도 소문이 났다고 하지요. 이런 삶이 있어, 이렇게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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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깊은산 (eastsain@chollian.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