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7] 새로운 날들.... (support)

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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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예가와 은혜 양로원 이야기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chollian.net)

홈페이지: http://sanmul.net

2010/2/5(금)

새로운 날들....

토론토에서 2월은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달입니다.
9월에 시작된 학년이 1월에 마무리되고 다시 2월에 한 학기가 시작되어 6월에 마쳐지지요.
가끔씩 여기 학교 선생님을 만나면 선생님들이 국에는 겨울 방학이 있다던데 왜 그러냐는 묻습니다.
대답하기가 대략 난감하지요.
그래서 그저 우리 '관습'이라고 말해주고 맙니다.
사실 여기서는 겨울이 추워서 방학을 한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들은 겨울에 추우니까 공부를 하고, 여름에는 날씨가 좋으니 뛰어 놀거나 야외 활동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맞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너희들은 난방을 할 자원이 풍부하니 그런 여유도 가질 수 있지 않냐'는 말이 목으로 넘어오지 않습니다. ㅠㅠㅠㅠ

여하튼 그런 2월을 보내며 예가 가족들이 둘러 앉아 명상을 하기 전에 한 주간 어떤 새로운 일이 있었는지 함께 돌아보았습니다.
어느새 목요일 밤이네요.
월요일에 어진이가 한국으로 가고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며칠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정말 깨어 있지 못하면 뭐하면서 사는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맙니다.
그래서 이 순간에 깨어서 시방 느낌이 어떤지, 어떤 마음과 경험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연습을 함께 하고 있지요.
하지만 요즈음 저는 시간이 가는 것이 고맙기만 합니다.
그렇게 지나갈 수 있음이 지금의 저로서는 은혜입니다.
저의 선생님이 이제 일할 날이 얼마남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고 하시는 말씀을 들으면 미안하고 죄스럽지만 말입니다.
곧 깊은물이 떠난지 1주기가 되네요.
지난 2월1일은 결혼기념일이기도 했습니다.
1주기가 되기 전에 '사랑의 기적, 이별의 기적'을 출판하고 남은 유고들을 더 모아 출판하겠다고 다짐했는데 그냥 시간이 지나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남은 유고들을 우선 인터넷 블러그에 올리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1주기인 3월24일 전에 원고들을 다 올리려고 합니다.

http://blog.naver.com/memoryofmul

그렇게 우리 기억에 남고 그 길을 함께 따라가는 것이 부활이라면 깊은물의 뜻이 인터넷에 남아 기억되고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이지요.
또 내가 그렇게 살아아지요.

정윤이는 한주간에 날씨가 너무 좋았고,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고... 하면서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이 안타깝다고 나눕니다.
제가 시간이 빨리 간다고 하니 자기는 20대인데 시간이 이렇게 빨리가서 어쩌냐고 하네요.... ㅠㅠ
언어에 자기 재능이 있는 것같아 요즘은 '통역사'를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한답니다.
작년 즈음부터 어느 순간엔가 영어로 말하는 것이 더 편해졌다고 합니다.
재주꾼은 재주꾼입니다.
한결이는 이번 주 수업시간에 새로운 책을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어 좋답니다.
요즘 일주일에 세번 아침 일찍 밴드연습을 가는데 재즈 밴드에서 솔로를 맡지 못해서 또 속상하다고....
and, and.... 하면서 이야기거리가 끝이 없는 한결이가 대견하지요.
경덕이는 새로운 일보다도 3월에 토플 시험 일정이 잡혔는데 토플을 준비하는 것이 기대가 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답니다.
얼마를 목표로 했냐고 다들 궁금해서 물으니 비밀이라고... 하지만 높게 잡았다고 합니다.
꿈은 꾸라고 있는 거지요.
그렇게 해가는 것입니다.
권주는 이제 이틀 나간 학교 생활이 재미있기만 합니다.
다행입니다.
보통은 새로운 환경, 언어에 적응하는 것을 힘겨워하고 낯을 많이 가리는데 권주는 그 반대여서 고맙습니다.
방향만 놓치지 않으면 큰 성장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학교까지 통학 거리가 짧은 편이 아닌데 스스로 '길치'라고 하면서도 길을 잃어버리지 않아 좋습니다.(사실 제가 지도 공부를 시키고 길을 몇번이나 잘 알려주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
우리 경덕이는 몇번이나 길을 잃어 버렸다고 하니 경덕이가 화들짝~입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입니다. ^^
권주는 벌써부터 남자친구들을 사궜다고 자랑입니다.
가슴이 덜컹!했는데 러시아친구는 잘생겨서 좋고, 독일 친구는 네이티브여서 좋다고 주절 주절 하는 것을 들으며 외국인 남자친구면 좋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낯을 가리고 위축되는 것보다야 백번 낫지요.
라일락님도 이번 주간에 너무 새로운 것을 많이 경험했다고 배부른 한숨입니다.
네일 아트도 배우고, 아크릴 페인팅도 시작하고, 학원에서는 IELTS와 비지니스를 시작했는데 스트레스를 너무 받고 있다네요.
이제 학원 마지막 달인데 잘 되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아야 성장하겠지요.

그렇게 새로운 일들, 찾아오는 마음들 놓치지 않고 만나봅니다.
그렇게 성장해 가고 있습니다.
이야기 중간 중간에 특유의 발랄함으로 끼어들던 어진이 자취가 남아 무언가 텅빈듯했지만 또 한국에서 부모님 품에서 그 역할을 하리라 생각하며 위로를 받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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