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깊은산 (eastsain@chollian.net) 홈페이지: http://sanmul.net 2010/1/12(화)

좋은 핑계거리? 좋은 감사거리!   어제 마늘, 생강에 양파와 대파, 된장과 함께 푹 삶은 돼지고기 수육에, 보들보들한 배추를 절이고 무채를 양념해서 보쌈으로 맛있는 저녁 진지를 하고 느긋히 라일락님이 끓여준 쌍화차를 들다가 문득 잇몸이 허전해짐을 느꼈습니다. 하.... 이야기를 꺼내다 보니 다 먹을 것 이야기네요. ^^ 앞니가 툭~ 떨어진 겁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 앞니 두개와 그 아래 두개는 대학 때 전경이 던진 돌에 맞아 빠졌던 아픔이 있지요. 그래서 윗니 두개는 부러져서 씌운 것이고 아랫 니 두개는 빠진 것을 끼워넣고 신경치료를 한 것이랍니다. 그러고 보니 20년이 된 일이네요.ㅠㅠㅠ 앞니는 군대에서 기타를 치다가 또 깨지고, 캐나다 오기 전에 오징어 먹다가 또 깨지고... 거의 5년에 한번씩은 말썽을 부렸답니다. 그게 이번에 또 떨어진 것.... 그 때 교회 집사님이었던 치과 의사 선생님이 임플란트를 하는 것보다는 뿌리만 남아 있어도 자기 이가 낫다고 크라운을 했었습니다. 아... 어쩔꺼나... 그러다가 핑계거리가 생깁니다. 이참에 한국을 다녀오자. 라일락님도 계시고, 곧 라일락님 남편 다문님도 들어오니 예가를 한 열흘 비운다고 해서 큰 문제 없을거야... 에서부터 시작해서 한국에 가면 치과의사 지인들이 많으니 임플란트를 하든지 다시 덧씌우지.... 가면 깨어나기 수련 일정에 맞추어서 하고 싶은 수련도 하고 오는 거야.... 가족들에게 새해 인사도 하고.... 신난다.... ^^ 공상에 공상이 이어집니다. 하.... 이제 좀 살만한가 보네요.^^ 그래서 오늘 여기 치과에 예약을 하고 빠진 앞니를 가지고 가 봅니다. 한국인 치과는 예약이 밀려서 며칠 후... 중국 치과의사가 마침 자리가 나서 거기로 갔습니다. 그래도 5년 살았다고 영어로 진료를 받는데 별 어려움이 없으니 신기합니다. 속으로 견적 많이 나와라... 1000불이 넘으면 한국행이다... 그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새로 씌우면 1000불, 챙겨 가지고 간 빠진 크라운을 재활용하면 500불이랍니다. 비행기값이 1500불이니 1000불이면 한국에 가볼만한데, 500불이니 망설여집니다. 아... 어떻게 해? 500불.... 물음을 묻습니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어디에 있지? 여기서 해야될 일, 맞이해야할 사람들이 있잖아? 좋은 핑계거리로 도망갈 궁리를 하고 있구나? 너!!!! . . . . 눈 딱감고 500불에 크라운을 붙이고 왔답니다. ㅠㅠㅠ 다시 한국에 가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이렇게 놓쳤답니다.^^ 많이 가고 싶나봐요. 그립습니다. 일할 수 있는 낮, 빛이 있을 때에 행복하고 아름다운 기운으로 소중한 지금을 이루어가시는 님들이시길, 그리고 제가 되길 가만히 빌어봅니다. 다시 하루를 정리 정돈하는 시간 가족들이 함께 모여 명상 자리를 갖습니다. 떠벌이가 된 한결이 오늘 문이 잠겨서 한결이랑 어진이랑 권주랑 경덕이가 밖에서 오돌오돌 떨고 있는데 아버지가 오신 것이 고마웠다고... 어제 어진이가 밖에 둔 키로 문을 열고 다시 제자리에 두지 않아서 열쇠가 없어진 것! 제가 치과에 다녀오는 탓에 아이들 귀가 시간에 맞추지 못해서 일어난 일이랍니다. 그러니 늘 집에서 기다리던 아버지가 얼마나 고마운지 알아겠지요.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또 한결이 학교 수업대신 액티비티를 하는 제로데이가 고맙고, 친구들과 소통하고 숙제를 하게 해주는 MSN이 고맙고.... 바톤을 이어받은 어진이는 체육선생님이 고맙고, 연필이 고맙고, 리포트가 고맙습니다. 로맨티스트 경덕이는 하얗게 내린 눈이 이뻐서 고맙고, 오늘 프리젠테이션을 하는데 양복을 다려준 아버지가 고맙고, 프리젠테이션을 마치고 어색하지 않게 박수를 쳐준 급우들이 고맙습니다. 드디어 경덕이가 영어로 프리젠테이션을 했네요. 기특합니다. 우리 권주도 눈이 이뻐서 고맙고, 새로운 선생님이 고맙고, 학원이 있어 공부할 수 있어서 고맙습니다. 라일락님도 아침을 깨워주는 커피가 고맙고, 저녁에 건강을 도와주는 쌍화차가 고맙고, 새로운 선생님이 고맙습니다. 저 깊은산도 나이 사십에 앞니빠진 고양이가 될 뻔했는데 당장 고쳐주는 치과의사 선생님이 고맙고, 기다려주는 아이들이 고맙고, 몸을 움직이게 해주는 한결이 태권도 수업이 고맙습니다. 돌아보면 이렇게 우리를 위해 준비가 된 삶입니다. 핑계거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감사거리를 찾아가는 또 다른 날들을 맞이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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