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1] 가족 되어가기 (support)

2009/12/31(목)

가족 되어가기

새로운 가족되어 가기...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또 그래서 많이 배우는 과정입니다.

예가가 잇몸이라면 새로난 이빨로 자리잡기 시작한 우리 권주, 많이 힘들어 하고 불편해 합니다.
그렇게 되면 잇몸도 어쩔 수가 없이 같이 앓이를 하지요.
방 안에서 밖을 나가려고 해도 문지방이 있고 거기에 걸려서 넘어지는데 이억만리 먼 곳에 왔고, 또 낯선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려고 하니 쉬울 리가요.
그것도 혼자서 마음대로 살다가 공동체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려고 하니 이중의 산고가 있게 마련입니다.

이제 스무날이 넘어 함께 있는데 권주가 조금 더 가까이 오지 못하고 멀어져 가는 것같아 새 가족을 맞을 때마다 늘 겪는 일이지만 지켜보는 마음이 그럴 때마다 많이 안타깝습니다.
익숙한 곳에서 떠나와서 얻는 축복인 '긴장'과 '새로움'은 얼마가지 못합니다.
처음 마음이 있을 때 잡아주지 않으면 변화는 촉발되지 못하고 또 다른 일상과 익숙함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습니다.
유학생활의 경우는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그런 Grace period는 3개월 정도입니다.
이민와서도 1년 안에 영어를 배우지 않으면 평생 영어를 하지 못하게 된다는 말이 있기도 하지요.
어제는 아직도 불편해하고 멀어지는 권주가 안쓰러워서 불러다 앉히고 화를 촉발시키고 압력을 넣어 보았습니다.
많이 외롭고 힘이 드니 쉽게 마음을 잡지 못하고 공상을 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그런 시간을 나와서 적극적으로 활기차게 바깥과 어울려 몸과 마음을 풀어주지 않으면 자꾸 안으로 들어가게 되지요.
그렇게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권주를 봅니다.
힘드냐고 물어도 얼굴에는 힘들다는 표정이 가득한데 힘든 게 없다고 합니다.
자기는 노력하고 애쓰고 있다고 하지만 저는 보이는 것이 다르지요.
사소하게는 몸이 불편한 것같아 겨우 물어 보려고 해도 자기가 알아서 할테니 신경쓰지 말라고 잘라 버립니다.
스스로 해결해 보다가 정 혼자서 안되겠으면 그 때 말하겠다고...
하지만 그 때는 이미 늦지요.
마주 앉혀서 다그쳐 보니 조금씩 풀어내는 마음이 있습니다.
다른 언니 오빠 동생들은 다 편한데 저, 깊은산하고 있는 것이 불편해서 힘들답니다.
언제부터 그랬냐고 하니, 캐나다에 오기 전부터 불편했고 싫었고 믿지 않았다고 하네요.
무엇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냐고 하면 모르겠답니다.
다만 가족 이외에는 아무도 믿지 않겠다는 것이 자기 생각이랍니다.
그래서 가까이 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생활이 얼마나 힘들고 어렵고 불편하고 불행할까요?
믿음이 없으니 지옥을 사는 것은 자기일 뿐입니다.
그 마음에 쌓이고 꼬인 것을 어떻게 풀어주고 확~ 트여서 자유롭게 할까 궁리하고 궁리하지만 나오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기 방식대로 최대한 노력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하지만 노력하면 할수록 믿음에 가까이 가는 것이 아니라 의심과 벽의 생각이 높이 쌓이게 될 뿐이지요.
가족?
사실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연과 우주가 한 가족이 아닐까요?
남이라고 낯설다고 하는 생각들이 우리를 틀에 가두고 불편하게 하고 미워하고 다투게 하는 거지요.
사실은 모두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이인데, 그렇게 살아야 환해지고 빛이 나고 행복한데 그렇지 못하니 얼굴이 굳어지고 몸이 아프고 춥고 힘들지요.
세상에 미워하는 것이, 마음을 닫고 사는 것이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세상에서 사랑하는 것이, 마음을 열고 믿고 사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한 일이지요.
우리는 서로 사랑한다고 말해보면 쑥스럽고 어색하고... 이상하고 그렇습니다.
그렇게 느껴보지 못하고 애써보지 못해서 더 그렇지요.
하지만 우리는 원래 모두가 그런 사이였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부모님에게서 나왔지만, 또 더 거슬러서는 우리 모두가 한 곳에서부터 왔으니 말입니다.
사실은 우리 모두가 한가족인 것이지요.
그렇게 다시 태어나는 것, 중생, 거듭남, 구원입니다.
믿음으로만 가는 세계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잊어 버리고 우리 눈에 보이고 느끼는 것이 전부인줄 알고 그렇게 살아갑니다.
그러니 잃어버리고 사는 것입니다.
하지만 또 알아차리면 우리는 그렇게 함께 하는 것이고, 우리가 경험하고 만나는 모두가 그렇습니다.

우리가 사실은 하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내 것으로 만날 때 우리 삶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힘들고 또 함께하는 이들이 편안하지 못하답니다.
조금씩 경계를 풀고 나누어주고 그렇게 함께 살아가는 법을 연습하는 것이 우리가 가족이 되어가는 길이 아닐까 합니다.
이제 곧 만나게 될 학교, 또 졸업하고 나가야할 사회, 그리고 2년, 3년, 5년 후의 우리의 모습, 남을 가족으로 만나가는 과정이겠지요.
지금 서로 만나는 모습은 이후에도 우리가 모두를 만나가는 모습입니다.
그러니 지금뿐이지요.
지금 잘 하면 어디서든지 잘 할 수 있습니다.
지금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이들과 잘 하면 또 어디서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연습하는 장이 가족이고 학교입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만난 사람들, 일들이 어떻게 만난 인연인데요.
수만년, 수억년을 기다려온 오늘입니다.
긍정적으로 적극적으로 그렇게 환하게 만나가는 연습을 하는 것, 가족으로 만나가는 것입니다.
실수도 많이하고, 물음도 많이 묻고, 또 풀어가기도 하고....
그렇게 우리가 만난 이유를 만나가고 있습니다.

내가 산 하루는 내가 만든 것, 그렇게 가족을 만나가고, 되어가는 성장통, 삶을 예술로 가꾸어가는 또 하나의 길입니다.
이제 그렇게 다시 한번 힘을 내 모두가 가족으로 되어가는 그 길에 한발 내딛기로 한 우리 권주에게 힘을 보태주시고 함께 기도해주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