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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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예가와 은혜 양로원 이야기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chollian.net)
홈페이지: http://sanmul.net
2014/5/27(화)
깊은물 최지숙 목사 추모 동영상  


5년 전에 유튜브에 올렸던 아내의 추모 영상이 이제야 활성화가 되었습니다.
그간은 길이가 길어 유튜브에서 재생이 되지 않았었는데 규정이 바뀌었는지 고맙게도 이번에 활성화가 되었습니다.
30분 가까이 되는 긴 영상이지만 깊은물 최지숙 목사를 아시는 분들에게는 좋은 만남이 되리라 생각하네요.

깊은물 최지숙 목사는 토론토 예가의 행복한 영적 안내자와 교회의 목사로, 좋은 엄마와 아내로 살다가 백혈병을 만나고 2009년 3월 24일에 이곳에 온지 40년만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네이버에 깊은물 최지숙 목사 추모 블러그 http://blog.naver.com/memoryofmul 가 있고, 유고집으로 <<지금 여기 그리고 당신과 함께>>가 '다른 우리'에서 출판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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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을 잘 맞이해서 삶의 큰 전환을 삼겠다던 생각은 처음부터 품고 있었지만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다른 생각들이 올라왔었습니다. 처음에는 왜 하필이면 나야?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다시 몇 개월 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과연 치료를 마친다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매일 아침 그런 부정적인 생각들을 떨쳐버리려고 얼마나 용기를 다해 아침을 맞이하는지 모릅니다. 매일 밤 하루에 대한 감사를 얼마나 많이 찾아 해맸던지. 그런데 큰 고통을 겪고 날수록 각오와 다짐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는 감사가 올라오니 신기하지요. 지난 3월에 오른쪽 다리가 감염되어 걷지 못하고 침대에서 똥오줌을 받아내며 한 3,4개월 많이 고생했답니다. 지금도 아직 다리를 절고 있지만 조금씩 회복되는 것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지요.

그런데 그 감염을 겪으면서 정말로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감사가 올라오는지 모릅니다. 불면증을 심하게 겪은 후로는 요즘엔 수면제 없이 자고 일어나면 얼마나 신기한지, 잠을 잘 수 있다니 이런 게 기적이구나 싶지요. 물도 못 삼켜서 오그라들었을 땐 병원에서 주는 약도 넘어가지 않아서 못 먹었지요. 그 후로는 손바닥 가득한 약을 삼키면서도 많은 약에 대한 불평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꿀떡 약을 넘기는 것이 신기하고 기특할 뿐입니다.

백혈병을 맞이해서 가장 큰 변화는 넘치는 사랑이랍니다. 깊은산님과 두 손을 꼭 잡고 산책하는 기쁨, 말로 할 수 없지요. 언제 다시 할 수 있으려나 싶어서 두 번 다시 못할 듯이 하는 것이니까요. 늘 내 맘대로 안 되는 유일한 자식 문제, 항상 모자라고 성에 안차던 한결이가 있는 그대로 귀하게 보이기 시작했답니다. 키도 작고, 뚱뚱하지, 별나게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음치에, 고집 세고, 그렇게 보이던 아들이 아픈 후에는 건강하게 잘 살아주는 것만으로 너무 귀하고, 고맙고, 행복한 겁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종종 깊은산님께 “여보, 나말이야, 병에 안 걸렸으면 어쩔뻔 했나 싶어.”하는 말을 자주합니다. 지난 주일에 예배 때 ‘요즘엔 내가 백혈병에 안 걸렸으면 어쩔뻔 했냐? 휴~!’한다고 생활 나눔을 함께 했었는데, 정말입니다. 지금은 병에 안 걸렸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게 해준다고 해도 망설이지 않고 지금의 길을 갈 겁니다. 이렇게 치열하게, 열정적으로 삶의 중심을 살아가고 누리는데 어떻게 내가 그전의 안 아팠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겠어요.

저는 압니다. 이제 얼마 후 골수 이식을 하면서 후유증들로 여러 고통을 또 겪을 수 있겠지요. 그때 되면 지금처럼 여유롭게 말 못할지도 모르지요. 또 지옥같은 시간을 보내며 차라리 죽고 싶을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한 가지는 자신 있지요. 그 때 그렇게 힘들어도 나는 절망하지 않을 겁니다. 몇 번 겪은 나의 경험으로 이젠 죽음도 정말 행복하게 맞이할 자신이 있거든요.

오늘도 많은 갈등 속에 있지요. 조금 더 많이 먹고 싶은 갈등, 운동하기 전에 할까 말까 하는 고민, 한창 사춘기인 아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주먹이 울기도 하고 그래도 아침이면 저절로 나오는 기쁨, ‘오늘도 또 거저 주어졌네!’하는 기쁨 행복한 아침 준비, 내가 아이들 아침을 준비할 수 있다니. 이젠 칼도 무겁지 않네. 정성껏 양치와 세면으로 내 몸도 돌보고 고마운 약도 챙겨먹고 아이들 불러 모아 진짜 무섭게 공부도 시키고, 운동도 하고 낮에 힘들면 드러누워 인터넷으로 한국 TV를 보며 깔깔 웃고. 밤에 지치고 피곤한 몸을 잘 쉬게 누이면 하루가 참 고맙고 좋습니다. 이러니 제가 “병에 안 걸렸으면 어쩔뻔! 휴~우!”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처음 병을 맞이하며 작심하고 결심했던 일들이 이젠 내 안에서 저절로 일어납니다. 나는 백혈병을 통해 새로운 단계의 인생을 경험합니다. 30대 중반이 되면서 나는 어떤 40대를 맞을 것인지. 뭔가 새로운 계기가 필요한데 하며 많은 생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나는 40대에 병을 맞이해서 전혀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40대가 이러니 50대인들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아니 50대까지 못산들 후회가 있을 수가 처음 몇 개월은 치료가 끝나고 병이 완치되기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살았지요. 그러나 지금은 병을 치료중인 지금을 누립니다. 우리가 가장 잘 속는 것 하나, 나중에? 그런데 삶은 내게 “Now or Never!”라고 말합니다.

지금이 아니면 결코 안 된다고, 나중이란 건 없다고, 지금이 행복한, 백혈병이 고마운 물입니다.

(유고집, '지금 여기 그리고 당신과 함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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