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6] 익숙해지는 일상 (support)

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 Old 산물넷 : 게시판 : 사진방 : 산(mountain) ● 페이스북 ● 블러그 ● 깊은물 추모 ● Art of Life Community ●

토론토 예가와 은혜 양로원 이야기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chollian.net)

홈페이지: http://sanmul.net

2014/2/12

익숙해지는 일상

오전 일과를 마무리 하고 잠시 숨을 돌립니다.

늘 큰 목청으로 시원스레 '고맙습니다.'를 연발하시는 덩치가 산만한 또 다른 K할머니께서도 엉덩이에 커다란 욕창이 생겨서 침대에 누워만 계시는 신세가 되어 계십니다.
멀쩡하신 분이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시니... 삶이 그러합니다.
한 치 앞도 볼 수가 없지요.
어르신들은 욕창이 오시면 크게 고생을 하십니다.
이미 연세가 100세가 다 되셔서 염증이 쉽게 완화가 되지가 않습니다.
한 달 전, 내가 모실 때만해도 화장실에도 자주 가시고 밤에도 그 큰 목청으로 두시간마다 사람을 불러 귀찮을 정도이셨는데 기운없이 누워계시니 속이 상합니다.

어제는 하루 종일 설사를 흘리다 시피 하셔서 기저귀도 못할 정도이셨습니다. ㅠㅠ
그래도 치워 드리면서 "사랑합니다."라고 말씀드리니 따라서 '사랑합니다.'하십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안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하니 조금 커진 목소리로 '고맙습니다.'하십니다.
"미안합니다. 하니 아주 힘을 주어 더 큰 목소리로 '미안합니다.' 그러십니다.
목소리에 이슬이 맺힙니다.

보청기도 하지 않아 잘 들리시지 않을텐데 이렇게 잘 알아들으시고 표현을 하지 못해서 그렇지 마음에 미안함이 가득임이 느껴지니 더 조심스럽습니다.
오줌 누러 가시겠다고, 똥 누러 가시겠다고 요구하는 것이 많으셨던 그 때가 그리워지네요.ㅠㅠ
그래도 혼자서 드시지는 못하지만 먹여 드리면 잘 드시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아버지께서 부르실 때까지 어여 기운을 차려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누가 듣던 듣지 않던 두 손을 모으고 '고맙습니다.' 감사 기도하시던 모습 다시 뵈어야지요.

영하 16도인데 오늘 햇살이 참 맑습니다.
미안해 하시는 그 마음이 전해져 뭉클합니다.
오늘 더 조심하고 더 조식하고 더 조신해야겠습니다. ㅠㅠ

번호	제 목	이름	작성일	조회

648	미안합니다.	깊은산	2014/02/26	1064

647	2014년 토론토 예가 여름 캠퍼 모집	깊은산	2014/02/20	1455

646	익숙해지는 일상	깊은산	2014/02/12	1357

645	낯설어진 일상	깊은산	2014/02/11	1161

644	선물	깊은산	2014/02/08	1065

643	사람 마음	깊은산	2014/01/07	1216

642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깊은산	2014/01/01	1194

641	성탄절 아침, 메리 크리스마스!	깊은산	2013/12/26	1287

640	얼음 궁전이 된 토론토, 그리고 사랑합니다....^^	깊은산	2013/12/23	1301

639	첫 번 크리스마스, 오늘 크리스마스(3)	깊은산	2013/12/22	1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