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7] 음... 미쳐버리긋다... 땡큐~~~ (support)

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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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예가와 은혜 양로원 이야기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chollian.net)

홈페이지: http://sanmul.net

2013/12/19(목)

음... 미쳐버리긋다... 땡큐~~~

요즘 몸도 마음도 힘에 좀 부치나 봅니다.
큰 일이 지나간 뒤에 오는 공허함 일수도 있습니다.
내 안에 힘이 있을 때 부드럽게 잘 지나가던 일들도 힘이 떨어지니 다 나에게 덤벼들고 봇물이 터지는 것처럼 걷잡을 수가 없네요.
나만 만만한 동네 북입니다.ㅠㅠ
하지만 그렇게나마 그 일을 지켜 보고 있으니 다행입니다.
지켜보는 나는 누구고 걷잡을 수 없는 나는 누구고 미치겠는 나는 누군지 모르겠습니다. ㅋ

물론 떨어져서 보면 때가 되어서지만 공연을 몇시간 앞두고 예고 다니는 아들 클라리넷이 고장이 났답니다.
왜 하필이면 공연 몇 시간 전에... 그리고 연주자 용이라 고치는 비용이 어마어마한 것은 차치하고도 급하게 다른 클라리넷을 공수하는데 다른 분들에게 폐를 끼치는게 화가 올라옵니다.
내가 옆에서 할 수 없다는 것이 나를 화가 나게 하는 것같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자동차 보험 인보이스를 받았습니다.
그동안 교회 보험으로 일년에 5000불을 넘게 보험료를 내어서 이번에 교회차를 팔고 개인 승용차를 바꾸면서 3000불로 보험료가 낮아지겠다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오늘 받은 인보이스가 5000불이 넘어 버렸습니다.
그간 교회차를 운전해서 커머셜이라 개인보험에서 경력을 인정할 수 없답니다.
아구.... 죽으라는 거구만... ㅠㅠ

그렇게 막 이어지니 아침 내내 혼자서 눈을 치우면서도 갑자기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스물네 시간 칠 일 내내 휴일도 없이 일하면서도 인건비는 커녕 한달에 수천불씩 적자를 내며 양로원 운영하는 것도 화가 납니다.
내가 무슨 재벌, 갑부도 아니고... ㅠㅠ
이 일을 내 일로 만나며 그래도 내가 감당할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우냐며 일을 해 왔는데 의식이 확~ 떨어지면서 힘에 부치니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올라옵니다.
가도 가도 끝이 없고 밑빠진 독에 물붓는 미친 짓이라고 막 허탈해 지지요.

그렇게 딱. 미쳐버리겠습니다.
이제 사막 한가운데 혼자 버려진 것같고 광야 깊이 들어가 깜깜한 밤을 맞은 겁니다.
결혼식을 며칠 앞둔 처녀가 임신을 한 거지요.
사막 한 가운데서 돌베개를 베고 누운 야곱, 천사에게 임신 소식을 들은 마리아입니다.
.
.
.

"고맙고 미안해 어쩌냐?"
목소리도 크고 몸집도 우람하신 K할머니이십니다.
'뭐가요?'
"이 신세를 어찌 갚아? 손톱도 깎아주고..."
그러며 내 얼굴을 쓰다듬으시면서 더 큰소리로 말하시지요.
귀가 잘 들리지 않으시니 목소리가 크십니다.
'그래요? 그럼 어떻게 할 건데요?'
나도 장난끼가 돌아 크게 맞장구 칩니다.
이렇게 올라오는 짜증과 화와 미칠 것같은 답답함을 감지하며 가만히 돋보기와 손톱깎기를 들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찾아가 손발톱을 깎아 드렸습니다.
이제 노안이 와서 바느질을 할 때, 손톱을 깎을 때 돋보기를 써야 한답니다.ㅋㅋ
그러고 있으니 다시 숨이 돌아오고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숨, 성령입니다.
마음, 의식수준입니다.
바닥을 치던 의식이 지극히 높은 의식으로 돌아가는 거지요.

"땡큐~~~~"

손톱을 깎아 드리고 나니 K할머니께서 코 앞에서 진짜 양로원이 떠나갈 정도로 땡큐~ 하시는데 눈물이 핑돕니다.
그렁 그렁한 할머니의 눈동자에서 진심을 만납니다.
이렇게 쓸모없는 나도 성령이 임하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능력이 날 감싸 안으면 내 아이를 낳을 것입니다.
성탄, 크리스마스입니다.
놓친 성령을 다시 모시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의식으로 올라가 다시 나를 만납니다.
미치겠을 때는 미쳐야 합니다.
미치지 않으니 늘 그 자리입니다.
미칠 때 화끈히 미쳐야 거기에 미쳐 이를 수가 있습니다.

아, 오늘 진짜 미쳐 버려야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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