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Old 산물넷 : 게시판 : 사진방 : 산(mountain)페이스북블러그깊은물 추모Art of Life Community

처 음 | 하루 살이 | 예가○양로원 이야기 | 묵상의 오솔길 | 편지 | 이야기 앨범 | 설 교 | SPIRIT


토론토 예가와 은혜 양로원 이야기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chollian.net)
홈페이지: http://sanmul.net
2013/10/3(목)
구월의 토론토 예가와 은혜 양로원 이야기  
● 20130903

오늘따라 우리 할머니들이 잘 생각을 안하십니다.ㅠㅠ
이제 해가 짧아져서 8시면 어둑해져가는데....
더 있다 주무시겠다길래 거실에 앉아 계시게 두고 책상 앞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생각이 나셨는지 우리 100살 되신 왕언니께서 막 부르십니다.

이 언니는 다 좋으신데 아침 먹고 돌아서서 언제 밥주냐고 하시고, 화장실 들러 밥먹으러 가자고 하면 오줌 누었다 하시고는 화장실 앞을 지나면서 변소에 좀 가야겠다 그러시고 밥먹고 나오면서 오줌 어디에서 누냐고 하신답니다. ㅋ
오늘 저녁에도 진지 잘하고 앉으셔서 저녁밥 안준다고 투덜투덜....ㅠㅠ

이 왕언니께서 양로원이 떠나가라 부르십니다.

“애들 다 어디갔어어~~~”

헉~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언니에게는 제가 애들이네요.ㅠ
손자뻘... ㅋ
오늘 저녁 막 젊어집니다.
저도 애들입니다. ㅇㅎㅎㅎㅎ

● 20130906

이제 우리 양로원에 오신지 한달이 되신 97세되신 K할머니...
대낮에도 불을 왜 끄냐고 불을 키라고 소리를 지르셔서 안경을 씌어 드리면 그제사 조용하십니다. ㅋ
귀가 잘 들리지 않으셔서 소리도 크시지요.

오늘은 옆에 앉았더니 날 처다보시며 "왜 이렇게 사는게 힘드냐?"고 하면서 한숨을 쉬쉽니다. ㅎ
그래서 뭐가 그렇게 힘들어요?
그랬더니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날 빤히 보면서, "똥이 나오는게 힘들어..." 그러십니다.
웃으면 안되는데... ㅋ

변을 보고 싶은데 잘 안나오는게 힘들어 사는게 힘들어... 까지 가셨어요.
그렇지요.
코로 숨이 들어오고 목으로 음식물이 넘어가고 앞으로 오줌이 나오고 뒤로 똥이 나오는 것이 정말 고마운 일입니다.
사는게 이리도 쉬운데 뭐 그리 근심 걱정이 많은지 모르겠어요.

오늘 똥 잘 누셨어요?

● 20130913

아침부터 우리 K할머니가 쉬렉 고양이 눈빛으로 저를 부릅니다.
"아저씨~ 이리 좀 와 봐~"
할머니들이 오락가락 하실 때는 아저씨, 아줌마, 집사님, 이봐, 어이... 뭐 이렇게 부릅니다. ㅋ
그래서 왜요? 하며 옆에 가서 앉으니 할머니께서 간절한 눈빛으로 말씀하십니다.
"난 아저씨가 좋아~" @.@
이거 완전히 프로포즈 수준입니다.

그러고 보니 K할머니는 제 말만 듣습니다.
목욕하시라면 목욕하시고 세수하시라면 세수하시고... 저만 없으면 K할머니는 목욕도 세수도 암 것도 안하십니다.
누구도 그 고집을 당해내지 못해요.ㅠㅠ

그래서 가만히 손을 잡아 드리면서 "사랑해요. 고맙습니다. 축복합니다...."를 해 드렸어요.
이제 아침부터 이 아저씨는 어쩌지요? ㅋ

● 20130921



아침이슬은 아닙니다.
이틀 내리던 가을 비가 멈추고 석양이 깃든 하늘이 열리자 때를 맞추어 잡아 보았지요.
그럴 때가 있습니다.
때는 놓치면 지나가고 맙니다.
지금이 그 때입니다.

김민기, 아침이슬.....

긴~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 보다~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내 맘에 설~움이 알알이~맺힐때 아침동산에
올라~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 일찌라~!
나~! 이제 가노라~!저~!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나 이제 가노라~!

내~맘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때~
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 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서러움 모두~
버리고...나~이제~가노라~!!!!!



2013 추석날 하루
토론토로 내려왔다가 양로원으로 출근하는 새벽길에는 동쪽으로 웅장한 일출을 맞습니다.
새벽 출근길에 보름인 날은 서쪽으로는 달님이 부끄럽게 내려 앉고 계시지요.
이번 추석날 새벽이 그러했습니다.
새벽 출근길에 맞이한 아침노을과 서쪽으로 지는 달님이 애잖해서 걸음을 멈추었지요.
또 퇴근길에는 추석달님을 맞이하려고 정한수는 떠놓지 않았지만 목좋은 곳에서 한참을 앉아 월출을 기다렸답니다.
실시간으로 뉴욕에서는 앰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달님이 걸렸다는 메시지를 받으면서 왜 캐나다로는 아직 안오셨지? 하면서...
그렇게 맞이한 하루를 이렇게 남겨 봅니다.
행복!

● 20130922

이틀 비님이 오신 후라 파란 하늘과 햇살이 반가운 일요일 오후입니다.
오전에 양로원 주일 예배도 드리고 손님들도 다 다녀가시고 한가로운 망중한입니다.
느긋이 앉아 할머니들과 요즘 하는 드라마 ‘결혼의 여신’을 봅니다.
우리 100살 되신 왕 언니 Y할머니께서 웬일로 집중해서 보시며 훈수를 둡니다.
“싸울려면 치고 받고 싸워야 재미나지 시시하게 말로만 툭딱거려?”
헐~
그래서 Y할머니는 자꾸만 저만 보이지 않으면 “애들~ 다 어디갔어?”라고 저를 애들 찾듯이 찾으시고 주먹으로 쥐어 박으시는군요.ㅠㅠ
조심해야겠습니다.ㅋㅋ

그래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Y할머니 옆에 앉으신 새로 오신 K할머니께 화장실에 가시겠냐고 물었지요.
K할머니는 처음 오셔서 2시간마다 한번씩 화장실을 밤낮으로 다녀서 모시기 참 힘들었는데 요즘은 익숙해지기도 하고 간격이 3~4시간으로 늘어나셔서 참 다행입니다.
제가 화장실 가시겠냐고 물으니 잘 안들리시는듯 ‘뭐?’라고 하시며 멍한 표정이십니다.
그 때 옆에서 왕언니 Y할머니께서 끼어드시네요.
“오줌 누러 갈려냐고?” ㅋ
K할머니는 잠시 고민하시다 ‘몰라’ 그러십니다.
그 소리를 듣던 Y할머니 부애가 터지는듯
“뭐시? 니미 자기 밑구녁도 몰라?”
아뜨~~~
황해도가 고향이신 Y할머니 화끈~ 하심다.
ㅇㅎㅎㅎ

제가 옆에서 박장대소를 하니 그제서야 Y할머니도 멋쩍으신듯 K할머니에게 “그럼 오줌 누지 말라우.”하시며 돌아서 하던 일을 계속하십니다. ㅋ
아, 오랜만에 눈물 콧물 나오게 웃었네요.
그런데 Y할머니가 그런 말을 하시니 하나도 저속하거나 야하지 않고 귀엽습니다. ㅎ
그러고 보니 지금 제 친할머니도 100세가 넘으셨는데 쪼금 젊으셨을 때 어머니 시집 살이 시키시면서 하던 욕(?)지거리들이 생각나네요.
그 때는 나이가 어려서 무슨 뜻인지도 몰랐는데... ㅎ

이렇게 구월의 어느 일요일 오후가 저물어 갑니다.
오늘은 토론토로 내려가는 날, 10월15일에 이사할 때까지는 토론토에 내려가면 이사짐 싸고 버리고 하느라 더 바쁠 거랍니다. ^^

이도 다 지나가겠지요?
그러니 이도 감사로 사랑으로 모시고 잘 영접하겠습니다.

● 20130923



가을 햇살이
너무 좋아서
견딜 도리가
아주 없어서



아하님, 춤추는파도님, 슬아씨와 함께한 영성의 오솔길...

우리는 이렇게 함께 길을 걸어왔습니다.
슬아씨와는 8개월여 함께 걸은 길, 슬아씨는 텅 빈 양로원에 예!하고 찾아와 내게 참 고마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양로원에서 일을 하며 사랑을 배우고 삶을 만나겠지만 나는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을 주고 싶어서 둘이서 함께 창세기를 읽으며 영성의 오솔길을 걷기 시작했지요.
여럿이 함께 하면 더 풍성했겠지만 둘이서 길을 걸으니 오붓하고 깊이 있는 자기만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춤추는 파도님이 찾아와 양로원 일을 이어주시고 슬아씨는 토론토에서 영어 공부를 시작할 무렵, 아하님이 토론토에서 오솔길에 합류를 하셨습니다.
아하님은 깊은산을 알고부터 깊은산과 성경공부를 하고 싶어 했지만 미안해서 눈치만 보고 계셨다는...
그 말씀을 듣고 내가 참 무심했다 미안하고 자책이 많이 들었지요.
또 그렇게 셋이 걷는 걸음에는 가속이 붙어 경전에서 내가 걸어온 길로, 역사와 사회와 정치와 철학과 문화로, 과거탐사와 꿈의 해석으로 그렇게 펼쳐져 나갔습니다.
또 춤추는 파도님이 양로원 일을 마치고 토론토로 오셔서 이제는 넷이 걷는 오솔길이 되었습니다.
춤추는 파도님이 들어오면서 우리 길의 벧엘을 만나고 눈물과 웃음과 감동으로 가득찼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 만남을 하고 나면 다 이룬 것같아 일주일의 피로가 다 풀리고 이제 죽어도 좋다는 벅찬 느낌으로 잠이 들지 못했다지요.
7Day 24Hr를 일하면서 일주일에 밤에만 두어번 내려오는 토론토, 그것도 돌아오면 집안 청소와 살림 정리 정돈으로 꽉찬 시간을 빼어 밤 9시부터 11시 너머까지 어떻게 그러고 있냐 싶지만 그래야 살 수 있는 삶이니 어쩌겠어요.
여기서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또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족한 신비입니다.
이렇게 있어볼 때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게 되지요.
그래서 이런 깊이를 만나게 하는 나의 일상이 또한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지를 알게 됩니다.

우리 슬아씨는 다음 주면 모든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다시 떠나는 길, 두려움을 넘어 용기 내어 떠나왔던 길처럼 더 설레이고 벅찬 감동이 늘 함께하길 빌어줍니다.
토론토에 와 경전을 만난 것이 너무나 행복한 춤추는 파도님도 곧 돌아가시면 또 언제 이런 만남이 이어질지 알지 못하지만 그래서 오늘이 더 소중함을 봅니다.

색은 빛의 상처라고 했다지요.
그렇게 나누어지고 갈라져서 오늘이 이리도 아름다운 색을 발하나 봅니다.
이런 날 참 고맙습니다.
삶이.
사랑이.
.
.
.

● 20130924



우리 백구 롤라가 곧 애기를 낳습니다.
7월26일에 흑구 미르와 만났으니 9월26일이 예정일이지요.
언제 나올지 몰라 롤라집에 새 쿠션도 해 놓고 이렇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롤라의 몫이지요.

신기한 것은 새끼를 낳고 태줄을 끊고 깨끗이 닦는 것까지 롤라가 혼자서 다 한답니다.
심지어는 집에서 멀리가 새끼를 낳고 태줄까지 다 먹고 뒷정리 다 해놓고 새끼를 집으로 물고 들어온다는 거예요.
그리고 새끼들이 밖으로 나올 수 있을 때까지 새끼들 오줌, 똥을 다 엄마가 먹습니다.

그나 저나 애기 낳고 나면 늘씬하고 조각같던 롤라로 돌아가겠지요. ㅠㅠ

● 20130925



아침에 일어났더니 한마리
잠시후 내눈앞에서 또풍덩
롤라가 까만강아지 낳았어



다섯 마리네요.
그 사이 두 마리가 더 오셨어요.^^
우리 롤라의 표정은 다 이루었다는 그것이요.
어머니는 위대합니다.
새끼를 낳고 젖먹이는 장면을 보느라 오늘 아침 시간이 어찌 가는지 모르겠어요.
시방 느낌, 세상을 다 품을 수 있는 넉넉함과 미안함입니다. _()_

● 20130927



며칠째 시리게 푸른 하늘, 밝은 햇살, 서늘한 바람입니다.
일주일에 밤에만 세번 내려가는 토론토, 이맘 때쯤이면 퇴근시간에는 서쪽에서 해가 지고 출근시간에는 동쪽에서 해가 뜹니다.
산이 없어 하늘이 넓은 온타리오, 그래서 하늘이 더 크게 가슴으로 오나 봅니다.
오늘은 조금 서둘러 출근하면서 여유있게 몇컷 담았습니다.
이제 점점 더 어둡겠네요.
11월에 썸머타임이 해제가 되면 조금 나아지려나... ㅎ
참 아름답습니다.
있는 그대로 힐링~입니다.

● 20130928

인생이 산 너머 산이듯이 지금 만나는 일 또한 그렇습니다.
내가 넘어야 할 산입니다.
오늘 양로원에 90세 되신 P할머니께서 오셨습니다.
늘 새로움을 맞이하는 것은 설레이지만 어색하고 두려운 일이고 배움입니다.
특히 이곳의 일은 새 사람이 한 분이 들어오시면 일이 두 배가 되고 한 분이 나가시면 일이 절반이 되어지네요.
그게 삶인가 봅니다.

얼마 전에 오신 K할머니는 97세로 몸이 많이 무거우십니다.
혼자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데 화장실에 너무 자주 다니시니 돌보아 드리기가 참 어려웠지만 성격이 워낙 쾌활하셔서 가르쳐 드리지 않았는데도 늘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를 입에 달고 계십니다.
앞이 잘 보이지 않고 귀가 잘 들리지 않으셔서 소리도 너무나 커 우렁차시지요. ㅋ
오늘도 혼자 앉으셔서 기도하시는데 꼭 연극을 보는 것 같았답니다.
왜 지금 당신의 이런 상황에서도 감사를 해야 하는지 하나님은 무엇을 원하시는지를 너무나 잘 표현하셔서 들으면서 입가에 미소가 절로 찾아오고 행복이 밀려왔지요.
다음에는 그 ‘말씀’을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오늘 오신 할머니는 미안한 말씀이지만 몸은 건강하시고 정신이 있으신데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고 부정적인 기운에 가득 싸여 계셔서 많이 안타깝습니다.
나는 기독교 목사지만 이 일을 하면서 종교가 있고 없고 그리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다 내게로 오신 하나님을 모신다 여기며 만나고 있지요.
사실 종교가 있다 없다도 자기 생각이니 말입니다.
자기가 하나님이 없다면 하나님이 없고 하나님이 있다면 하나님이 있는 걸까요?
자기가 하나님을 믿는다면 하나님을 믿는 거구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면 하나님을 믿지 않는 걸까요?
다 자기 생각이지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종교의 세계는 그런 생각을 넘어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오늘 오신 P할머니, 원망과 불안이 가득하십니다.
모셔다 놓은 자식들이 가자 ‘내가 어떻게 자식을 길렀는데 자기를 여기다가 버리고 가느냐’고 내 손을 붙들고 눈물 흘리며 하소연입니다.
다른 할머니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방 안에 혼자 앉아 계시며 우울에 빠져 있습니다.
늙은 것도 서러운데 병신같은 늙은 이들만 보고 어떻게 사냐구요. ㅠㅠ
나이 많아 의지하려고 자식을 정성을 다해 금이야 옥이야 길렀는데 자식이 하나 둘도 아니고 다섯이나 되는데 자기를 늙었다고 남의 손에 맡긴다고 합니다.
내가 목사인줄 아시는지 다른 말씀도 하지 않았는데 자기는 예수를 안 믿어서 감사고 사랑이고 모른다고 선수를 치십니다.
그러면서 가슴에 가득한 원망과 한숨으로 지옥이 그 안에 가득합니다.

그래서 내가 그럽니다.
자식을 의지하고 대우 받으려고 자식 키우셨어요?
아니잖아요.
그냥 주는 것 자체가 행복하고 고마워서 그렇게 한 거지 자식 덕을 볼려고 자식 키우신 거 아니지요.
그런 생각이 할머니를 지옥으로 데리고 가고 있어요.
그런 원망과 분노와 부끄러움이 지옥이잖아요.
그런 지옥에서 힘들어서 어떻게 사세요?
그건 자식을 가지고 비즈니스 한거지요.
그러니 자식도 비즈니스를 한다고 보아 서운하신 거예요.
나는 자식을 키우면서 그 자체로 내 할 도리를 다 한거구 그러면서 받을 수 있는 복은 다 받은 거지요.

우리 P할머니의 인생이 참 허무합니다.
그러면서 경전을 읽고 기도를 하고 찬송을 하는 삶이 얼마나 기적인지 우리 P할머니를 보면서 알게 됩니다.
지금까지 우리 양로원에 계신 분들이 미우나 고우나 교회를 다니셨던 분들이신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새삼 알아집니다.
마음에 신앙을 가져 오셨기에 조금이라도 자기를 돌아보고 감사를 알아차리고 이웃을 배려하고 만나가는 연습을 하셨고 그것이 얼마나 생을 아름답게 하고 크게 하는지 이렇게 보아갑니다.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잠자리에 모시면서 기도를 해드리고 P할머니께도 가서 손을 잡고 기도를 해드립니다.
자신은 기도할 줄을 모른다고 하시지만 제가 함께 기도를 드리며 그 가슴에 위로와 평화를 빌어드렸습니다.

“하나님 우리 P할머니 하루를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하나님의 딸이오니 그 가슴에 찾아오셔서 위로와 평화를 내려 주시고 외로운 그 손을 붙잡아 주세요. 평생을 돌보신 자녀들과 가족들에게도 함께하시고 우리 P할머니께서 기도하시는 어머니가 되어 자녀들을 위해 축복하며 소중한 사랑을 되찾는 노년이 되게 해주세요. 이 밤에도 함께하시고 아침을 맞이하게 하옵소서.”

그렇게 기도를 드리는데 나와 할머니 가슴에 따뜻함이 흘러 들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우리 P할머니를 내가 만나게 될지 알지 못하지만 억울함과 원망과 분노로 생을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이해와 감사와 사랑으로 넉넉히 생을 품어가며 부활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감사와 슬픔이 번지는 밤입니다.
밤이 깊어 가네요.
그리고 더 깊어 아침이 오겠지요.

고맙습니다.

● 20130930

오늘 같은 날은 정말 내가 뭐하나 싶다.
어제는 며칠만에 만난 아들이 몸에 발진이 나서 수두인지 알러지인지 알아보려고 Family Doctor Appointment를 잡아 달라고 하지만 내가 시간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내일 학교를 다녀와 Walk-in Clinic에라도 가보라고 내가 수요일에 토론토에 올 수 있으니 Walk-in에서 해결이 되지 않으면 Family Doctor를 만나자고 했다.
그런데 아침 양로원 일을 아주 바쁠 때 전화가 온다.
그러면 불안하다.
문자를 해도 답이 없는 아들이 전화를 할 때는 무슨 일이 난거다.ㅠㅠ
아침에 발진이 더 심해져서 학교를 못가겠단다.
내가 아는 Walk-in은 저녁에야 문을 여는데... 아파서 학교를 가지 못하겠다는 아들을 혼자 집에 둘 수 밖에 없고, 혼자 있으면 밥도 안 챙겨먹을테고, 아프면서 혼자 있으면....

오늘 같은 날은 정말 내가 뭐하고 있나 싶다.
집안도 제대로 못 돌보면서 무슨 일을 하겠다고, 아들 부모도 못 모시면서 무슨 양로원 일을 한다고...
그냥 아들 밥해주고 아프면 병원 데려다주고 학교 다니게 해 주는 일부터 하는 게 오늘 내 일이 아닌가 싶다.

오늘 같은 날은 정말 내가 뭐하나 싶다.
싹을 보지 못하면서도 썩기를 자처하고 있는 씨앗이라고 면죄부를 내밀 수 있을까?

● 20130930




태어난지 6일째 우리 롤라 아기들 함께 보실래요?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신비와 함께입니다.ㅎㅎ

  이름   메일   회원권한임
  내용 입력창 크게
                    답변/관련 쓰기 폼메일 발송 수정/삭제     이전글 다음글    
번호제 목짧은댓글이름작성일조회
622   내가 하는줄 알았습니다.ㅜㅜ   깊은산 2013/10/17  920
621   할머니의 기도손   깊은산 2013/10/04  1053
620   구월의 토론토 예가와 은혜 양로원 이야기   깊은산 2013/10/03  1225
619   팔월의 토론토 예가와 은혜 양로원 이야기   깊은산 2013/09/03  1657
618   칠월의 토론토 예가와 은혜 양로원 이야기   깊은산 2013/08/04  1445
617   유월의 토론토 예가와 은혜 양로원 이야기   깊은산 2013/07/03  1582
616   오월의 토론토 예가와 은혜 양로원 이야기   깊은산 2013/06/02  1523
615   사월의 토론토 예가와 은혜 양로원 이야기   깊은산 2013/05/01  1735
614   삼월의 토론토 예가와 은혜 양로원 이야기   깊은산 2013/04/16  1198
613   이월의 토론토 예가와 은혜 양로원 이야기   깊은산 2013/02/28  11470

 
처음 이전 다음       목록 홈 알림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