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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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예가와 은혜 양로원 이야기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chollian.net)
홈페이지: http://sanmul.net
2013/9/3(화)
팔월의 토론토 예가와 은혜 양로원 이야기  
● 20130801

오늘의 저녁상 깊은산표 제육볶음입니다.^^

이제 9월이면 11학년이 되는 아들, 한결이가 오늘 한국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칠월 내내 여름학기 수업을 듣고 이제 진짜 방학인데 한국에 계신 할아버지 외할아버지 할머니 외할머니가 눈에 밟혀서 어떻게든 꼬셔서 보냈지요.ㅋ
가을같은 토론토에서 지내다 한국에서 찐한 여름을 맞이하겠습니다.ㅠ

난 아들 보내놓고 먹고 싶은 제육볶음으로 냠냠... 가을같은 토론토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덩달아...ㅋㅋ
집에서 담근 매실 고추장에 밭에서 막 따온 부추와 깻잎으로 이렇게 완성임다.^^

● 20130801


20130801 8월의 첫날 일몰 (사진: 34장)

저 정말 자랑하는 것같아 이러고 싶지 않은데 자꾸 이러고 있습니다.
이왕에 전할 바에 전문가가 되어야겠습니다.
하늘의 메신저 메시지..., '깊은산의 길위에 보이는 하늘?'....ㅎㅎ
문득 해가 지는 것이 이쁠 거 같아 근처 야산에 올라갔습니다.
나올 때 보니 private property라는 팻말이 붙어 있더군요.
그리고 사진을 찍는데 누군가 산악 오토바이를 몰고 와서 Good Idea!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겨 들어주었지요.
어깨가 으쓱...
그런데 그 사람이 그 야산의 주인이었다면... ㅠㅠ
고맙지요.
여기는 그러기가 쉽지 않은데요.

여하튼 야산 위에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고 석양과 역광으로 어울어진 기가 막힌 풍광이 연출되었답니다.
더하여 모기군단이 왠 떡이야~ 하고 몰려들어서 저는 난리가 났습니다.
모기약이라도 뿌리고 왔어야 하는데... ㅠㅠ

오늘의 메신저 메시지에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ㅎㅎ

● 20130802


20130802 저녁노을 (사진: 16장)

비 온 후의 노을이 또 이리 아름다워서...
가만히 있지를 못합니다.
그래서 또 이렇게 함께합니다.

● 20130803


해가 사라진 후 더 신비롭고 밝은 빛이 가득합니다.

● 20130803

다시 주일을 맞이하는 토요일 밤입니다.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잠자리를 봐드리고 홀로의 시간을 마주합니다.
한분 한분 어루만지며 기도해드리니 내 마음이 뭉클하고 또 고마워하며 아멘 아멘하시는 모습이 짠한 여운으로 남아 있습니다.
몸과 마음이 아프신 분들이 계셔서 내 마음이 불편하고 아픈 것도 가만히 어루만져 줍니다.
오늘은 양로원 일 시작하기 전에 운전 일할 때 단골(?) 손님이 여름캠프를 하며 아이들 관광을 도와달라고 오래전부터 부탁하셔서 양로원을 잠시 맡기고 토론토 시내관광을 다녀왔습니다.
월요일에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안내할 계획입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며 작년 여름까지 일곱번의 여름캠프 생각이 아련히 올라왔습니다.
아, 그렇게도 살았었지....
고요한 양로원에 있다가 시끌벅적한 시장터에 다녀온 느낌이고 또 몸도 마음도 들떠 올랐던 기운을 다독이며 주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일에는 예수님이 제자들과 음식을 드실 겨를이 없이 일하시는 본문을 가지고 말씀을 나누면서 그 때 마음이 어떠셨을까 나누었지요.
다들 반응이 다양하십니다.
밥을 못 먹어 배고프시겠다, 기운 없으시겠다, 짜증 나시겠다....
그래서 저는 그랬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은 그럴 때 얼마나 신이 나셨을까요?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에 빠져사는 거, 그게 정말 행복하지 않을까요?
언제 그렇게 살아보셨는지, 그럴 때 어땠는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연애할 때면 그 사람과 있으면 밥을 안먹어도 배가 안고프고 잠을 안자도 피곤하지 않잖아요?
그렇게 사는 거지요.
제 이야기가 거기까지 가니 알아들으시는지 어떤지 숙연~ ㅎㅎ 끄떡 끄떡...
그것도 잠시 또 왁자지껄 시장통이 되지만 계속 말씀을 이어갑니다.

이제 나이들고 몸이 아프고 움직일 수 없어도 그럴수록 정말 살아보아야 하지 않겠어요?
겉사람은 쇄약해 가지만 속사람은 새로울 수 있는 게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은혜이니 그렇게 지내시자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지내시도록 기도를 해드립니다.
우리의 노년, 몸이 자유롭지 못하고 찾아오는 이들 해야할 일들이 점점 없어져갈 때 그 때가 정말 마음을 들여다 보고 내면의 깊이를 더해 가야할 그런 기회가 아닌가 여겨집니다.
정말 그러했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양로원 일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이렇게 홀로 있어 보지 못했구나 알아차려집니다.
뭐가 그리 바쁜지, 길 거리에서 허비하는 시간, 이런 저런 관계에 부딪히고 소모하는 에너지들이 그렇게 많았구나 알게 되지요.
이제 일년이 되어갑니다.
그렇게 충분히 홀로 있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깊이 내 안으로 들어갈 때 찾아오는 충만과 감격을 만납니다.
그리고 또 달리 외로움이 짙어져가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공허함에서도 허우적 거려 보기도 합니다.
정말 나의 마음밭과 나만의 시간은 내가 만들어가고 채워갑니다.
이 길은 홀로 가야할 길입니다.
홀로 있어도 기쁨과 감사와 감격을 만날 수 있을 때 정말 살아 있는 것이겠지요.
세상이 어찌할 수 없는 사람, 그런 사랑으로....

나는 여기서 죽어야 나갈 수 있습니다.

● 20130805


나이아가라 폴스. 더퍼린 아일랜드 자연공원...^^

여름의 한 가운데 한국에서 캠프 온 아이들 관광 가이드로 잠시 나왔습니다.
나오니 또 느낌, 기운이 다르네요.

이렇게 또 하루를 만나갑니다.
고맙습니다.^^

● 20130805

양로원에서 백일을 함께 지내고 지금은 토론토에서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 슬아씨에 이어 춤추는 파도님이 우리 양로원에 오신지 석달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간 내가 미안해하면 작지만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어 왔는데 그렇게 여기면 참 쓸쓸하다고 도리어 질책해 주십니다.
미안하다는 말보다는 함께여서 다행이라고 해달라고 하여서 나를 정신차리게 해주시네요.
그럴 때 참 든든하고 고맙습니다.

오늘도 양로원을 맡기고 나갔다가 와서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나이아가라 허쉬 초콜렛 박물관에서 선물받은 허쉬 초콜렛을 전해주었더니 이렇게 맛있는 초콜렛은 처음이라고 아이처럼 고마워하십니다.
그리고 오늘 혼자서 성경을 읽다가 득도했다고 또 자랑을 해주십니다.
성경을 읽다가 원하는 것 하나를 알아차리는 캐나다의 밤이 참 아름답다구요.
그렇지요.
그거 하나 발견하면 이리도 좋습니다.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지요.

이제껏 돈을 벌고 싶은 것은 자신의 Desire로 알았는데 성경을 읽으면서 열매를 맺고 싶다는 표현이 더 맞는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하십니다.
진정한 삶의 열매를 맺고 싶은 거지요.
나를 보고(春) 나를 열어(夏) 열매(秋)가 되고 싶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그 열매를 얻기 위해 치루어야할 대가가 있다면 기꺼이 치루겠다구요.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하듯이 말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자라는 자신이 대견하다 하십니다.

나는 나를 찾아온 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 여기며 함께 성경을 읽어갔을 뿐인데 이렇게 스스로 길을 열어가고 다른 세계를 만나가고 자라가는 그 모습이 참 고맙고 소중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저의 가장 큰 기쁨이고 의미이고 보람입니다.
저도 그런 이 밤이 참 고맙습니다.

● 20130807

요즘 계속 불안하고 뭔가 욕구 불만을 느낀다.
뭘까?
이럴 때는 둘 중에 하나다.
지금을 놓치고 있든지 의식을 업그레이드 할 때이든지......

노자는 우울한 사람은 과거에 사는 것이고, 불안한 사람은 미래에 사는 것이고, 평안한 사람은 이 순간에 사는 것이라고 했다.
말이 많다는 것은 생각이 부족한 것이고 걱정이 많다는 것은 믿음이 부족한 것이라는 김흥호 선생님의 말씀도 계속 뇌리를 감돈다.
헨리 나우웬은 끊임없이 준비된 상태로 살고 있는지를 물어주면서 지금 하는 일의 동기를 돌아보게 한다.

다시 제로 베이스로 가자.
1. 대가를 바라지 않고 친절하기
2. 이유없이 웃기
3.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전심전력을 다하기

내가 감동하는 만큼 감동을 주고 내가 사랑하는 만큼 사랑을 주고 내가 감사하는 만큼 감사를 주고 내가 행복하는 만큼 행복을 주고 내가 기쁜만큼 기쁨을 전하겠지!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졌다.

● 20130809

저희 친할머니는 107살이 되셨습니다.
이가 없으셔서 잇몸으로 음식을 드셔야 하고 다리에 기운이 없이 기어다니셔야만 합니다.
그래도 정신은 있으셔서 요강을 사용하시고 아침이면 요강을 화장실로 가지고 가서 비우시고 변은 화장실에서 꼭 보십니다.
그리고 절 볼 때마다 손을 잡고 눈믈을 글썽이시며 하나님이 당신을 잊어버리셨다고 왜 죽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 하십니다.
곁에서 지켜보기가 민망하고 저는 그저 그 두 손을 함께 잡고 위로와 평안을 비는 기도를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양로원 일을 하다 보니 그것까지도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릅니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치매로 정신이 흐리시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시고 혼자서는 움직이지도 못하시니 곁에서 지켜보기가 더 안타깝기만 합니다.
반신불수로 침대에서만 누워 계시고 욕창으로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고 계시는 것을 보면 더 하늘이 원망스럽습니다.
차라리 돌아가시면 편하실텐데 왜 그래도 살게 하시는 걸까?
물음에 물음을 묻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삶에는 우연한 일은 없다는 것을 압니다.
다 필요해서 일어나는 일이고 이유가 있지요.
그리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에는 겸허히 "예!"를 합니다.

오늘 욕창이 너무 심해 병원으로 가셨다가 소변줄을 끼시고 링겔 바늘을 꽂고 오신 J할머니를 보면서 반갑지만 차라리 돌아가시면 편안하실텐데 라는 생각이 다시 찾아옵니다.
그러다 멈칫 J할머니가 계시니 내가 사랑을 할 수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아니 J할머니가 계시는 것 자체로 내가 할머니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평생을 다하여 사시고 이제 남은 시간 아직 다른 모습으로 더할 사랑이 남아 있어서 이렇게 이 땅에서 그 생명을 이어가고 계신 것이지요.
두고 가신다면 편안하겠지만 남아 아픔과 곤경을 다 감당하면서도 더 사랑하고 계신 것은 아닌지 알아차립니다.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사랑하는 것입니다.
가슴이 뭉클하고 설레여 옵니다.

이렇게 덕분에 삶을 더 깊이 보고 사랑을 알게 됩니다.
이런 감사를 보려고 이렇게 감동하려고 지구별에 와 있는 거지요.
이왕에 살아가는 거, 그런 깊이로 더 들어가 봅니다.
삶, 사람, 사랑입니다.

● 20130809


20130808 일출 (사진: 13장)

가을같은 날들이 이어지는 토론토,
해의 길이도 점점 짧아지며 아침 저녁으로는 선뜻 찾아온 계절을 실감합니다.
내 눈만 뜨면 철은 늘 들어 있습니다

● 20130810


햇살 밝고 하늘 푸르고 하얀 구름 가득한 팔월의 토요일 오후, 수은주는 섭씨 19도, 그늘에 바람이 불면 서늘할 정돕니다.
천국이어요.
한국의 벗들에게는 미안함과 더불어 유난히 cool한 여름을 보내며...^^

● 20130810

이번 주에 우리 양로원에 97세 되신 K할머니께서 새로 오셨습니다.
이 할머니 역시 거동이 불편하시고 치매가 있으셔서 공간 분간이 되지 않으십니다.
그래도 화장실은 늘 찾으시는데 당뇨까지 계셔서인지 두 시간에 한번은 화장실에 가려 하십니다.
다른 일을 하다 시간을 놓치면 글쎄 쇼파에 앉으신채로 바지를 벗고 쉬~를 하십니다.ㅠㅠ
차라리 다른 할머니들처럼 기저귀를 하셨으니 그냥 누시면 될텐데 오줌은 옷을 벗고 누어야 한다는 생각은 놓지 않고 계신 거지요.
그래서 늘 비상 대기를 해야만 한답니다.

토요일 저녁은 일과를 마친 후 제가 양로원 스텝들과 성경공부를 하는 날입니다.
양로원에서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저를 만났는데 제가 가장 잘하는 일, 제가 줄 수 있는 제일 큰 선물이 성경을 함께 읽는 거라 여기 어떻게든 해 보려고 하지요.
그래도 성경공부와 나눔을 하는 틈에도 늘 한쪽 신경은 할머니들에게 가 있고 미안함이 있습니다.
오늘은 성경공부를 마치고 나오니 그 동안 K할머니께서 계속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에 가시려 했나 봅니다.
다른 할머니들은 우리가 성경공부를 한다고 말씀을 드리면 이제는 알고 얌전히 계신데 아직 K할머니는 모든 것이 낯설으시지요.

그런데 나와 보니 100살 되신 왕언니 Y할머니가 당신 몸도 불편하시고 어디가 어딘지 구분을 못하시면서도 어떻게 K할머니를 데리고 화장실에 가려고 어디서 휴지까지 구해서 K할머니 손에 쥐어주고 계신 겁니다.
아, 어찌나 뭉클하던지...
그런 마음 때문에 Y할머니께서 이리 건강하고 밝고 예쁘신가 봅니다. ㅎ
몸이 불편해 거실에 나오지 못하는 세 할머니를 빼고 네 명의 할머니들이 그렇게 쇼파에 나란히들 앉아 계시는데 참 다정한 자매들의 모습이 그려지는 겁니다.
전에는 일찍 저녁 진지를 하시고 해만 지면 침대에 누워계셨는데 이제 이렇게 늦도록 나란히 거실에 앉아 계시니 아무 말씀이 없으셔도 서로 든든한 의지가 되고 계시는 것이 보입니다.

밤에 한 분 한 분 모시고 침대에 뉘어 드리고 얼싸안고 기도까지 함께 하고 나면 마음이 참 뿌듯하고 기쁨이 올라옵니다.
얼마전부터 자기 전에 한 분 한 분 기도를 해드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목사라고 목사 기도를 받으며 잠이 드시는 것이 좋은지 이제는 기도해 달라고 기다리십니다.
짧은 몇 문장의 기도이지만 저 역시 기도로 하늘과 사람과 땅이 소통함을 그 순간에 느끼며 많이 행복합니다.
이런 때는 목사가 된 것을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 나 같은 사람이 목사가 되었으니 그래도 성경을 읽고 기도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지 않았으면 뭐하고 있을지 모르지요.ㅋ
또 설교 준비할 시간도 없는데 어떻게 성경 읽을 시간이 있냐고 뼈 있는 농담을 하던 그 바쁜 한국 목회 현장이 아니라 이렇게 홀로 충분히 가꾸어갈 수 있는 수도원 같은 곳에서 목사로 있을 수 있는 것이 참 다행입니다.
그래서 가끔 이렇게 나만 큰 선물을 받아도 되나 죄송하고 미안하기까지 합니다.

오늘 춤추는 파도님도 영성의 오솔길, 성경공부를 하며 머뭇 머뭇 하다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내어 성경공부를 할 수 있어 고마우면서도 한편에 부담스러움과 답답함과 미안함이 있다구요.
안그래도 바쁘고 피곤한 일상에 일부러 저의 시간을 빼앗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밑마음 때문이라구요.
그러나 저는 그렇지 않지요.
제가 양로원 일을 하면서 어떻게 이런 시간이 아니면 내적인 소통과 경험을 깊이 있게 나눌 수 있을까요?
물론 저도 사람인지라 쉬고 싶고 긴장을 풀고 싶고 편하고 싶은 유혹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런 성경공부 시간과 예배는 저에게 있어 또 하나의 리추얼입니다.
그 시간을 통과하고 나면 의식이 확장되고 이제 죽어도 좋다는 기쁨과 감사가 올라오니 어찌 그렇지 않을 수가요.
두 시간 성경공부를 하고 예배를 한 번 드리고 나면 일주일을 나누어도 충분한 생수가 길러지니 샘물은 퍼낼수록 맑아지고 마르지 않나 봅니다.

그리고 저로서는 이렇게 페이스북을 통해 나누는 것도 그러합니다.
이 덕분에 저의 공부와 깊이가 더 확장되고 있으니 참 소중한 선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함께 해주시는 곳곳의 벗들의 격려와 지지는 지구 반대편 캐나다 시골에서 90세, 100세 되신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사는 저에게는 큰 양식과 힘이 되어진답니다.
사람은 외로워야 크는데 이렇게 외롭지 않아서 될려나 할 정도로 말입니다.

이래 저래 고마운 토요일 밤입니다.

● 20130811


양로원 지하방 내 침대에 누워 올려다 보는 창밖 풍경입니다.
예배 전 잠시 침대에 앉아 쉬면서 문득 햇살과 파란 하늘, 들꽃이 가득한 창을 올려다 보며 가슴이 뭉클합니다.
고맙습니다.

● 20130811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오늘을 살았다.
충분하다.
잠이 들지 못할 것같다.
아니 잠이 들고 싶지 않다. ^.~

● 20130812


저녁 내내 사과 잼을 만들었어요.^^

양로원 입구에 돌사과 나무가 한 그루 있네요.
올해는 토론토 전역에 과일이 잘 되었다더니 양로원의 돌사과나무에도 사과가 제법 열렸답니다.

살림꾼인 춤파님이 떨어진 사과가 아깝다고 하여서 제가 또 실력 발휘를 했답니다.ㅎㅎ
어제 밤에 잠을 못잔 탓인지 종일 찌뿌둥하고 마음까지 가라앉았는데 이렇게 일하고 나니 숨이 돌아 오네요.
기쁩니다. ^.~

● 20130812


돌사과 나무 (사진: 22장)

우리 양로원 앞뜰에 돌 사과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올 봄에 꽃이 예쁘게 피어 한참을 바라보았는데 사과꽃이었네요.
올해는 토론토 전역에 과일이 잘 열렸다고 합니다.
꽃 필 때 날씨가 어떠냐에 따라 달라진다지요.
우리 돌사과나무에도 사과가 아주 많이 열렸어요.
오늘 낙과한 사과를 주워서 잼을 만들어 보았는데 전혀 다른 맛이었답니다.ㅎㅎ
유기농 돌사과가 원래 잼을 만드는데 기가 막힌 재료라고 하네요.
몰랐어요.
이 돌사과가 서리를 살짝 맞으면 그 당도가 최고가 된다는데....
그 때까지 잘 붙어 있어 주려나 몰라요.
8월인데 벌써 저리 상처가 많으니...

가을같은 여름입니다.
사과를 주으며 더 그런 감회가....

참, 초승달도 떴네요.^^

● 20130813

요즘 우리 욕장이 K할머니께서 너무 얌전해지셨습니다.
전에 기운이 없으면 얌전해지시는 것하고는 다르게 순~해지셨습니다.
오늘 TV를 보시면서 잘생긴 남자 배우를 "저 남자 순~하게 생겼다."고 품평(?)을 하셔서 깜짝 놀랐지요.
그래서 대뜸 "저는 어떻게 생겼는데요?"라고 물으니, 처음에는 못 알아듣고 어리둥절... 그리고는 싱긋 웃으시면서 "너도 순~해" 그러십니다.ㅋㅋ
이렇게 예쁘게 웃으시는 거 요즘 들어서 봅니다.
무슨 일일까요?

욕장이 K할머니는 우리 양로원의 터줏대감님이시지요.
몇년은 계신듯합니다.
그리고 100살되신 왕언니 Y할머니는 이제 겨우 6개월이 되셨습니다.
그런데 Y할머니께서 혼자 잠을 주무시지 못해 K할머니 방에 룸메이트로 모셨습니다.
워낙 성격이 까다롭고 한 폭력하시는 K할머니라 걱정은 되었지만 일단 두고 보자 모셨는데 아니나 다를까 처음에는 무지하게 텃새를 부리고 Y할머니가 괴롭힘을 당하는듯이 보였지요.
순하신 Y할머니도 참지 못해 역정을 낼 정도였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K할머니는 자기 방식대로 관심과 사랑을 표시를 하고 계시는 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표현을 해보지 못해서 그게 괴롭히는 것처럼 보여지는 거지요.

그런데 요즘은 전세가 역전이 되어 버렸답니다.
유연하신 Y할머니가 점점 선임의 자리를 확보하시면서 K할머니를 쥐락펴락하시고 K할머니는 어쩔 수 없이 따르는척 하면서도 환한 기색이 얼굴에 뭍어나십니다.
남편 일찍 여의고 혼자서 자고 혼잣말만 하던 삶이셨을 겁니다.
아니 어쩌면 평생 혼자 살았을지 모르는 삶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서로 챙겨주고 끌어주고 밀어주는 룸페이트가 생겼으니 어찌 분위기와 기운이 바뀌지 않을 수가요.
툭탁 툭탁 조율되어가는 모습이 신기하고 외로움이 가셔가는 얼굴이 부럽고...
이렇게 같이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이런 우리 욕장이 K할머니, 오늘 저녁 약을 드리는데 "고맙습니다."라고 말하셔서 또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 표현은 처음 듣습니다.
거의 왜 주냐? 이게 뭐냐? 심지어는 이거 먹으면 죽는 약이다... 지팡이도 막 휘두르고 그랬었답니다.
그랬는데 "고맙습니다."라구요.
그리고 웃는 얼굴이 어찌 그리 환하고 예쁜지 20년은 젊어지신 것같습니다.
그래서 뭐가 그리 좋으시냐고 여쭈었더니, 당신한테는 좋은 게 많이 있답니다.
그게 뭐냐고 물으니 그건 말 안한다고 개구장이처럼 웃으시네요.ㅋ
툭탁툭탁할 때는 모든 일이 트집, 얼굴에는 심술보가 가득하고 화난 얼굴로 누구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더랬습니다.
심지어 며느리가 오셔서 일하는 우리에게 고생하신다고 K할머니가 무슨 말을 해도 마음에 두지 말라고 손잡고 당부하실 정도였지요.
젊었을 때 어떻게 시집살이 하셨는지가 다 보였답니다.ㅠㅠ

100살, 90살 할머니들이 룸메이트가 되어 이렇게 서로 손잡고 밀고 당기고 챙기고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고 참 안심이 되어집니다.
그렇게 함께 사랑하며 늙어갈 수 있는 사랑의 학교, 그런 하루 하루를 꿈꿉니다.

문득 두 어르신들을 뵈면서 황지우의 시 '늙어가는 아내에게'가 떠오르는 건 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네요.

● 20130815


오랜만에 토론토에 다녀온 아침 머리가 무겁고 속은 쓰리고다. ㅜ.ㅜ
이제 밖에 나갔다 오면 정말 수도원에 있다가 속세에 다녀오는 느낌이 드니 어쩔까?
그런데 새벽 출근길에 북쪽으로 뚫린 고속도로에서 오른편 지평선으로 맞이한 일출은 가히 장관이었다.
이제부터 한달여는 출근 길에는 일출을, 퇴근 길에는 일몰을 맞이할게다.
그러고 보니 지난 9월에 양로원 일 시작할 때가 그랬다.
어느새 일년이구나.

두통에 시달리며 누운 이층 방 침대에서 보이는 하늘이 너무 이뻐서...ㅠ
그냥 타이레놀 한 알 챙겨 먹고 벌떡 일어 납니다.
할머니들 점심 시간... ㅎ

● 20130816

이쁘답니다.
안그래도 이쁜 사람이 더 이쁘답니다.
맨날 검정 티셔츠만 입다가 요즘 아들 한결이가 한국 간탓에 빨래가 나오지 않아 제 빨래를 못해 장 안 깊숙히 있던 노랑 티셔츠를 꺼내 입었지요.
그랬더니 할머니들이 이쁘다고 난리입니다.ㅋ

● 20130817


어느 맑은 날의 일출 (사진: 18장)

여름의 한 가운데 팔월 중순, 새벽에 눈을 일찍 떠 동쪽 창을 보니 맑은 하늘에 여명이 가득합니다.
새벽 잠의 달콤함을 뒤로 하고 벌떡 일어나 카메라를 챙겨 들고 지붕 위로 올라 일출을 맞이합니다.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리며 앉아 명상으로 하루를 열지요.
그리고 이렇게 마음을 담아 봅니다.

● 20130817

하나님, 오늘 우리 J할머니 힘겨운 하루를 보내셨습니다.
표현을 하지 못하시지만 몸과 마음이 아픔 속에 견디기 힘든 순간들의 연속이었는데도 이렇게 잘 견디고 밤을 맞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우리는 할머니께서 이 땅에 여전히 계시는 그 뜻과 섭리를 알 수 없지만 하나님께서 우리 J할머니의 두 손을 붙들고 함께 소중하고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셨으리라 믿습니다.
이 밤에도 함께하셔서 우리 J할머니의 두 손 붙잡아 주시고 그의 아픈 환부와 외로움과 슬픔을 잘 견디게 해주시고 그 안의 맑은 눈을 떠 하나님과 사귀게 해주세요.
언어를 잊은 그녀의 침묵 속에 찾아오셔서 말을 넘은 사랑과 나눔이 있게 하시고 주님과 함께 있는 그 어디나 천국을 마주하게 하옵소서.

● 20130820


감자 조림...

오랜만에 실력(?) 발휘를 해보았습니다.ㅎ
감자를 오래 두기 뭐해서 밑반찬으로...
내일은 감자탕을 해보아야겠습니다.
감자(포테이토)가 들어가 감자탕은 아니지만 감자(포테이토)도 필요하니...ㅎㅎ
토론토가 다시 더워졌네요.
겨울이라고 그랬는데...
땀이 다시 흐르네요.

좋습니다.

● 20130821


아들 밥상...

한국을 방문했던 한결이가 돌아왔습니다.
공항에 마중을 나가지 못하여 미안한 마음, 그래도 톼근해 내려오며 장을 봐 밥상을 마련합니다.
오븐에 갈비와 감자 허브 구이 하고, 쌈장을 만들고 마늘, 양파 구워 뚝딱, 오랜만에 주방 일 하려니 힘에 부치지만 신나고 뿌듯합니다.^^

근데 아드님 하나님께선 시차로 투덜투덜..ㅠㅠ
하나님을 어떻게 모셔야 하나요?ㅎ

● 20130822


순진하고 지~안한 국물 맛, 감자탕입니다.
텃밭에서 방금 딴 깻잎을 곁들여 향이 살아 있어 더 수운~한 맛이 일품입니다.

다시 더워진 토론토에서 이열치열, 속이 확~ 풀리네요. ㅎㅎ

● 20130823


비포 앤 애프터... ㅎㅎ

한 열흘 손을 놓았더니 풀들이 대책이 없이 되어 버렸습니다.
오늘 내일은 풀 깎기에 매진해야겠어요.
오전에 손바닥만큼 일한 자리입니다.
전 한 이틀 숨어서 풀깎기 명상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햇살은 따갑지만 바람이 선선해서 한 여름에 풀 깎던 기운과는 다르네요.
일을 하다보면 생각이 사라지고 땀이 흐르다 보면 기운이 새롭습니다.

그렇게 숨기운 것을 또 드러내어 보지요.
이제 가을이 오면 풀 깎기도 몇번 안남았네요.
그전에 즐겨야지요.

또 오후 작업 나갑니다.^^~

● 20130823


역시 우리 C할머니 작품. ㅎ

"누구예요?"라고 물었더니 "몰라." 그러십니다.
다시 "누군데 그렸어요? "했더니, "원래 있었어." 그러십니다.

누군지 모릅니다.
이름도 없고 나이도 없고 태어난 적이 없으니 죽음도 없습니다.
누군지 알아서 뭐할까요?
누군지 안다고 해도 그것 또한 생각일터인데...
우리는 그렇게 원래 있었습니다.

● 20130823

요즘 C할머니만 보면 전 재미있고 생기가 나고 장난이 치고 싶어집니다.
참 귀엽고(?) 고맙습니다.
그러고 보니 보살핌을 받는 게 아니라 보살펴 주시는 분으로 계시네요. ㅋ
그림 색칠에 몰두하고 계시길래 옆에 가서 "누구예요?"라고 물었더니 "몰라." 그러십니다.
다시 "누군데 그렸어요? "했더니, "원래 있었어." 그러십니다.
헐~

번쩍 다가오는 소리가 있습니다.
그렇지요.
누군지 모릅니다.
이름도 없고 나이도 없고 태어난 적이 없으니 죽음도 없습니다.
그러니 누군지 알아서 뭐할까요?
누군지 안다고 해도 그것 또한 생각일터인데...
모르는 것이 맞습니다.
안다고 하는 것이 죄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원래 있었습니다.
가만히 원래 있는 그를 보고 원래 있는 그림을 그리는 그가 되어 봅니다.
참 신비합니다.

보름 전에 새로 오셔서 밤낮 없이 두 시간마다 화장실을 가셔야 해 양로원의 리듬을 다 깨뜨리신 K할머니께서 오늘은 정신을 차리시는지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나 왜 살아 났는지 모르겠어." ㅋ
이번엔 꼭 가는지 알았는데 다시 살아나 너를 귀찮게 하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어디를 가실라고 했냐니까 빤히 뭘 그런 것도 모르냐는 듯이 쳐다 보십니다.
아무 것도 모르시는 줄 알았는데 다 알고 계시네요.
당신이 어떤 상태이고 어떤 길을 가는지 다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다 이유가 있어요."라고 했더니 "그렇지!" 하십니다.
"살려면 잘 살아야지 이왕에 살 거면... 넌 열심히 살어!" 하시면서 손을 잡으시는데 마음이 참 푸근해지고 그간 애쓰고 고생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습니다.
이게 사는 거지요.
진짜로....

J할머니께서는 요즘 많이 힘드십니다.
온 몸에 난 욕창으로 하루 하루 견디는 것이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미안할 정도입니다.
그렇게 잘 드시던 음식도 먹여 드려야 겨우 드실 정도로 지쳐 계시고 이젠 기력을 놓치고 침대에 누워만 계십니다.
지켜보기가 안쓰럽습니다.
매일 와서 욕창에 드레싱을 갈아주는 간호사도 "She is dying."이라고 하고, 서비스를 담당하는 Case Manager도 와서 보고는 "We don't know how many days she has."라고 이야기할 정도입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마음이 덜컥하지만 그래도 할 도리를 다합니다.
근 일년간 함께 웃고 울며 24 hour, 7 day 붙어 있기에 이제는 자연에 가까워지는 그 야윈 몸을 보는 것도, 대소변을 받아 내드리는 것도 아무렇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돌아보니 그런 그녀를 통해서 오히려 내가 받는게 너무 많습니다.

감염증세로 열이 올라 한 밤에 911을 불러 응급실에 가고 새벽에 돌아오기를 몇번을 해도 차도가 있고 숨이 고르고 "권사님"하고 부르면 눈을 뜨고 입을 달싹이는 것을 보는 것이 참 고맙기만 합니다.
하루를 마감하며 기도해드리면 희미하게 웃어주는 눈가가 참 곱고 포근합니다.
내가 지쳐서 침대 옆에 앉아 찬송가를 부르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나면 오히려 내가 위로를 받고 기운을 얻으니 이런 사랑을 남겨주려고 아직 이곳에 계시나 봅니다.
가만히 "사랑합니다."라고 하면 "예!"라고 하던 그 음성, "고맙습니다."하면 "뭐가 고마워?"라고 하다가 "고맙습니다."라고 따라서 하던 그 숨결이 찾아옵니다.

오늘 간호사랑 할머니를 살펴 드리다가 그녀는 죽어가고 있는 것을 알지만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다해서 그녀에게 최상의 환경을 제공하려고 한달에 1000불 하는 병원침대를 대여해 드리고 매일 매일 상처를 정성껏 드레싱 해 드리고 필요한 음식을 제공할 뿐이라고 마음을 나누었더랬습니다.
그저 곁에 있고 남은 우리는 우리의 할 바를 다할 뿐이지요.

간호사가 가고 J할머니께 다시 묻습니다.
"권사님, 이름이 뭐예요?"
얼마전까지 그렇게 물으면 "기옥이예요."라고 대답하셨는데, 요즘은 그저 눈만 마주치십니다.
말이 멈추셨지요.
내게는 이렇게 들립니다.
"이제는 기옥이라는 이름도 없어."
돌보아 드리는 입장에서는 이름을 기억하고 생일을 기억하고 날짜를 기억하는 것으로 정신이 있으신지 없으신지 알아보지만 또 그런 이름도 생일도 날짜도 없는 그 고요와 없음의 세계로 가는 길도 함께 보아갑니다.

이렇게 가을이 찾아와 밤이면 서늘해지는 토론토의 밤이 깊어갑니다.

모두들 평안하시고 고요하시길.... _()_

● 20130826



[일곱번째 방향]

아메리카 인디안들 사이에서 전해지는 이야기입니다.
신께서 이 세상을 처음 지을 때에 원래는 일곱 방향을 만드시기로 했습니다.
먼저는 보이는 동, 서, 남, 북, 위, 아래 그렇게 여섯 방향을 먼저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한 방향을 어디에 둘까를 고심했습니다.
여섯은 하나가 부족한 수입니다.
일곱이 되어야 완성이 됩니다.
그래서 완성의 그 일곱번째 방향에 가장 중요한 힘과 빛을 두기로 했습니다.
그 일곱번째 방향이 바로 사람의 가슴입니다.
인간의 마음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일곱번째 방향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대개는 일곱번째로 가는 길을 잃고서 동서남북위아래로만 분주하게들 다닙니다.
그대는 일곱번째 방향을 찾으셨는지요?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 세상이 처음 이루어졌을 때 인간에게는 행복이 미리 주어져 있었습니다.
그러니 천사들은 인간들이 얼마나 꼴불견이었겠습니까?
보다 못한 천사들이 회의를 열어 결의하였습니다.
인간에게서 행복을 회수해 버리기로 ..
인간들은 마침내 행복을 빼앗겼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어디에 감춰두느냐 하는 것이 천사들의 고민이었습니다.
한 천사가 제안하였습니다.
"저기 저 바닷속 깊은 곳에 숨겨두면 어떨까요?"
천사장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인간들의 머리는 비상하오. 바닷속 쯤이야 머지 않아 뒤져서 찾을거요."
또 다른 천사가 제안하였습니다.
"가장 높은 산의 정상에 숨겨두면 어떨까요?"
이번 역시도 천사장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인간들의 탐험정신은 따를 동물이 없어요. 그러니 제 아무리 높은 산 위에 숨겨 두어도 찾을거요."
궁리하고 궁리한 끝에 천사장은 마침내 결론을 내었습니다.
"인간들의 각자 가슴 깊은 속에 숨겨 두기로 합시다. 인간들의 머리가 비상하고 탐험정신이 강해도 자기들의 가슴 속에 행복이 숨겨져 있는 것을 깨닫기는 좀체 어려울 것이오."

(이야기 장길섭 그림 정일모)

● 20130828


팔월이 다가는 즈음 이곳 코스모스가 꽃잎을 펼치고 있습니다.
가을 소식인가요?
가을이 오려나 봅니다.
그대로 맞이해 보렵니다.
추남입니다.
저는.... ㅎㅎ

● 20130829

어제 밤부터 속이 얹힌 것처럼 꽉 막히고 머리는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다.
아들과 또 부딪혔다.
그러고 나니 아무 의욕도 없어진다.
살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ㅠㅠ
뭐지?

며칠 만에 토론토로 내려왔는데도 친구 집에서 자고 온다고 문자만 달랑이다.
그제도 들어오지 않았다.
한국 다녀와서도 일주일간 잠만 자는 것같다.
이제 곧 제일 중요한 11학년인데...

의식 수준이 막 떨어지는 것이 감지되면서 ‘내가 네 아버지고, 네가 내 아들인 이유가 어디에 있냐?’라는 생각까지 치밀어 오른다.
그래도 그 말까지 내뱉으면 수습이 되지 않을 거라는 판단, 우선은 거기까지는 가지 말자고 바라보는 내가 이야기한다.
그 내 소리를 듣고 멈추지만 심장은 벌렁거리고 얼굴색은 울그락 불그락이다.
‘뭐 내가 지 먹여주고 재워주고 학교 보내주는 돈 버는 기계야 뭐야?’라는 생각까지 드는 걸 보니 그가 단단히 꼬이고 화가 난 모양이다. ㅋ

그리고 그런 내 밑마음을 바라보니 소통이 되지 않는 답답함,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낭비하는 것같은 안타까움, 내가 바깥에서 일하느라 돌보지 못한 것은 아닌가하는 자책감, 한결이 불쌍하니 잘 돌봐주라는 할머니들의 부탁에 미안함이 뒤엉켜 있다.
작년에 양로원 일을 시작하면서 가장 마음에 걸렸던 것도 사실은 한결이다.
이 일이 24시간, 7데이 하는 일이니 아들을 돌보려면 이 일을 그만 두어야 한다.ㅠㅠ

지금 뭐가 정말 중요한 것일까?

그러면서도 사실은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음을 또 안다.
지금 시기에 내가 같이 있어 보았자 잔소리 밖에...
그래도 먹여주고 챙겨주는 기본적인 거라도 해주면서 마음이라도 편하자는 지극한 이기심의 발로이다.
그저 믿어주는 수밖에 없는데 그게 안된다.
아들도 못믿으면서 무슨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냐는 누군가의 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그러면서 쓴 것이 오늘 아침 ‘깊은산20130829’다.
롯이 아브라함을 떠난 후에....
그 지독한 외로움과 서러움과 우울과 절망 앞에서 아브라함은 주님의 말씀을 들었다.
아들이 나를 떠난 후에 찾아오는 이 억울함과 절망감 앞에서 나는 주님의 말씀을 들어야지.
그리고 아브라함은 주저하지 않고 바로 장막을 거두고 그리로 가서 살았는데, 나는?
그래도 살아야지.
살면서 예배를 올려야지.
절을 해야지.
저를 드려야지.
Service해야지.
.
.
.

그리고 아들에게 전화해서 어제 밤에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내일 쓰레기 내가는 날인데 오늘 집에 못 가니 쓰레기 모아서 문 앞에 내두라고 한다.
그렇게 목소리라도 들으니 마음이 지옥에서 천국으로 간다. ㅋㅋ
이제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믿고 기도한 것밖에 없다.
내가 그리 살았으니 저도 그리 살겠지.
내 삶이 진실하면 저의 삶도 진실하겠지.
내가 산 만큼이겠지.
.
.
.

삶의 예배다.

● 20130830

‘권사님, 오래 사시겠어요. 저한테 욕을 많이 얻어 드셔서요.’
“그래요? 언제 욕하셨어요?”
‘오늘 아침에도요.’
“아니 욕 안하셨는데요?”
‘권사님, 진짜 오래사시겠어요.ㅎ’

요즘 K할머니께서 부쩍 실수를 많이 해서 제가 부러 자극을 많이 주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아침에 기저귀를 갈아 드리는데 기저귀를 벗자마자 침대에다 대소변을 왕창 하시는 겁니다.ㅠㅠ
기저귀를 하고 있을 때 하시지 기저귀 없이 침대에 그래 놓으면 정말 대책이 안서지요.
그래서 아침에 옷을 갈아입혀드리기 전에 화장실을 가자고 말씀을 드리는대로 굳이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시고는 실수를 하시네요.

그리고 나서 주고받는 대화입니다.
얼마 전까지도 K할머니께서 아주 많이 아프셔서 응급실에도 몇 번이나 다녀오시고 방문 간호사들은 “She is dying.”이라고 할 정도였답니다.
그런데 조금씩 나아지시고 요즘은 부쩍 기력이 회복되시는 것 같습니다.
대소변의 양이 많아지는 것이 또 다른 증거지요.
이 문제의 좋은 점입니다.ㅎ

여하튼 우리 K할머니 오래사실 것 같습니다.
욕을 많이 드셔서가 아니라 무슨 말도 욕으로 받지 않는 실력이 그렇게 돕고 있다 생각하니 안심입니다.
절대긍정입니다.
그러니 독을 먹어도 해를 입지 않지요.
오늘 아침 싫은 소리, 큰 소리를 낸 것이 미안해서 사과하려고 오래 사시겠다고 말을 꺼낸 것이 더 부끄러워지는 순간입니다.

어떤 순간에도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그 밑마음을 보고 나에게 오는 긍정을 선택하는 것이 진짜 실력입니다.
밝음으로 이어지는 키입니다.

● 20130831


올 봄에 텃밭에서 싹이 나와 화단으로 옮겨심은 코스모스, 매일 매일이 다릅니다.
수줍은 듯하면서 참 화사합니다.
고운 새색시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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