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카이로 : 예수 피난교회, 모세 기념회당

이집트에서 많이 보는 단어가 있다. MISR. 미스리, 미찌르. 이집트인이라는 뜻이다. 길 안내표지판이나, 옥외 광고판 등에 우리는 이집트인이라는 자긍심이 MISR을 표시함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드러내는 것이 자신감이다. 아니, 자존감이다. 우리는 무엇으로 나를 드러내고 있나? 태극기, 대~한민국이 우리의 자긍심이 된 것이 얼마만인지 모른다. 사실 10년 전만해도 내가 대한민국 사람인 것이 자랑스럽지 못했다. 돌아보면 '반전반핵 양키고홈!'을 외치면서도 절대적인 피해의식을 감추고 있었다. 그런데, 제작년 2002년 월드컵을 개최하면서 세월이 바뀌었음을, 강산이 변했음을 절감했다. 내가 대한민국에 태어남을 자랑스럽다고 말하던 청소년들의 고백에서 치유와 회복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았다. 그런 자존감이 우리를 성숙하게 한다. 내가 교회의 일원인 것은 더더욱 그렇다. 옛 성도들이 안디옥에서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리는 것을 좋아했듯이 우리도 그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깊게 내린다.

이 이집트에는 북한 교민들이 100여명이 있는데, 그 중에 50명은 건설노동자이고, 50명은 정보원이라고 한다. 북한 뿐이 아니다. 카이로는 국제적으로 정보작전이 치열한 곳이라 그렇단다. 미국대사관 직원은 2000명이 넘는다. 그 중에 대부분이 정보원이다. 유럽과 아프리카의 정보가 이곳에 다 모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문명의 발상지, 요충지다. 그런 오늘의 카이로에서는 그런 이집트의 영화와 퇴락을 함께 만나게 된다. 그러나 길에 신호등이나 횡단 보도가 없어도 이들 나름대로 규칙이 있듯이 카이로도 카이로의 길이 있을 것이다. 여행은 그것을 만나 보는 것인데, 하루 지나치는 여정에는 너무 급하다. 아쉽다. 특히나 박물관도 찾아 보지 못하고 떠나는 아쉬움은 이를 데가 없다. '룩소'도 꼭 가보고 싶은 곳인데, 룩소를 가야 이집트를 만났다고 할 수 있는데, 지나는 길, 출애굽 여정에서 잠시 지나가는 길이기에 훗날을 기약한다. 이집트는 더 공부하고 와야 할 것같다. 그래야 제대로 보지. 그렇지 않고는 수박 겉햟기다. 다시 올 때는 소설 ‘람세스’를 읽고 헤로도투스 정도는 읽고 와야겠다.

이제 카이로 중에서 올드 카이로를 방문한다. 말 그대로 '구시가지'다. 이곳은 이스람과 기독교와 이집트 종교가 함께 공존하는 곳이다. 이곳은 카이로에 있는 기독교지역, 곱틱지역이라고도 한다. 이집트 기독교를 곱틱이라고 말하는데, 이곳에 곱틱기독교인들의 교회인 '예수 피난교회'가 있다. 예수님이 어린 시절 헤롯의 박해를 피해서 망명한 곳에 기념으로 세워진 교회다. 예수님의 애굽 체류 기간은 일반적으로 3년 6개월~7년까지로 보는데, 예수님은 헤롯이 보냈을 자객과 이방인들의 위협이라는 이중적인 어려움을 피할 장소를 찾아야만 하였다. 피할 때는 피해야지. 그렇게 피할 때 또 다른 길이 생긴다. 피난처가 있음은 큰 축복이다. 그래서 피할 길을 예비하신 하나님이시다. 우리는 다 잘 알지 못하고, 또 이번 여정에서 다 가보지 못하지만 예수님의 애굽 생활은 이곳 곳곳에 스며 있다고 한다. 나일 삼각주(델타)와 나일 강변에 있는 수많은 유적지들은 예수님의 가족들이 숨어서 쉬기도 하고 그들 스스로를 정결케 했던 장소들로 알려지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