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 깊은산 (san@sanmu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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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4년 1월13일(화) : 피라미드, 스핑크스와 파피루스
 세계 7대 불가사이 중에 하나라는 쿠크왕의 피라미드가 눈 앞에 가득하다. 그런데, 바로 눈앞인데도 호텔에서 피라미드까지 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출근 시간이라 온통 도로가 차로 꽉찬데 신호등도 없고, 차선도 없다. 가이드말로 무법천지의 교통이라는데, 이것도 우리가 봤을 때 그렇지 이들도 나름대로 원칙을 가지고 운전한다고 한다. 우리와 다를뿐이지... 간밤에도 비가 내려서 거리에 물기가 가득하지만, 지저분하다. 카이로에는 흙비가 내려서 그렇단다. 비에 사막의 모래가 함께 내리는 거다. 그런 거리를 지나 피라미드 입구에 올라서는데, 여기도 만만치 않다. 세계 7대 불가사이라면 인류의 문화유산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것인데, 입구조차 변변치 않고, 올라가는 길의 포장상태나 정돈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 그것도 이곳 방식이리라.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지 아직도 내 기준으로 보고 있으니 멀었나 보다. 이집트식이다. 말로만 듣고, 책속에서만 보고, 상상 속에서만 있던 피라미드가 눈앞에 있다. 꿈인지 생시인지... 2.5톤의 거대한 돌들이 250~260만개가 올려져 지어진 피라미드, 연인원 10만명이 20년동안 쌓았다고 그리스의 역사가 헤라도투스는 전한다. 이집트는 4계절이 있는 것이 아니라, 3계절이 있다. 씨뿌리는 계절, 수확하는 계절, 나일강이 범람하는 계절, 이 3계절 가운데 범람하는 계절에 피라미드를 지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20년이란 세월은 어머어마 하다. 지금 우리가 보는 피라미드는 거의 계단식으로 되어 있는데, 원래는 매끄럽게 발라져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진과 풍화등으로 외벽이 떨어져 나가고, 혹은 이슬람교도들이 모스크를 짓느라 돌을 떼어내어서 지금의 모양이 되었다.  피라미드, 신비다. 우리가 볼 때는 그러한데, 이곳 사람들은 어떻게 느낄까를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온다. 혹시 그저 일상으로 그냥 있는 것으로 보지 않을까? 선물로 보지 못하고 소중히 여기지 못하고 있을 않을까 하는 말이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나의 삶의 자리, 내가 사는 곳도 그렇지 않을까? 사실은 모든 것이 신비이고, 기적인데 그것을 보지 못하고 알아차리지 못하고 살아 인생이 심상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잘 보면 기적 아닌 것이 없다. 죽은 사람이 살아나는 것만이 기적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이 죽는 것도 기적이다. 그냥 저절로 일어나는 일이 하나도 없다. 내가 숨을 쉬고, 늙고, 아픈 것도 그렇다. 그런 기적을 얼마나 느끼며 만나고 사느냐가 삶의 질이 아닐까? 그래서 항상 기뻐하고 쉬지말고 기도하고 범사에 감사하라고 하신다.  3대 쿠크왕의 피라미드의 반대쪽으로 가니 스핑크스가 버티고 있다. 정말 눈에 익은 그 모양 그대로다. 그런데, 그 스핑크스보다는 왼쪽으로 펼쳐진 사막의 정경에 더 눈이 가는 것이 왜일까? 참 부드럽고 매혹적인 곡선이고 색감이다. 스핑크스의 얼굴이 엉망이다. 수천년간의 풍화작용으로 그럴 수 있지만, 사실은 터어키와 나폴레옹 군대가 이집트에 진격했을 때, 이 스핑크스에다 사격연습을 했다고 한다. 총탄자국이라니... 화가 올라온다. 게다가 이슬람교도들은 이것을 우상이라고 하여 일부러 파괴했단다. 기독교라도 그랬겠지. 이곳에서는 힘이 없어서 그렇지. 아쉬움과 한숨이 올라온다. 한국에서 불상이, 절이 우상이라고 불지르고, 십자가 페인트칠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런 모양이다. 그냥 그대로 보아줄 수는 없는 걸까? 내가 꼭 나서서 무엇을 해야 신의 명예가 지켜지고, 권위가 서는 것일까? 아니, 이런 것까지도 신의 은혜요, 섭리로 보아줄 수는 없을까? 오늘 미국의 부시가 이라크를 침공하고 전쟁을 하는 명분과 다름이 없다. 그러나 우리 주님은 둘이 하나가 되고, 만유가 그 아래서 화목하는 것이 십자가의 뜻이라고 했다. 죽기까지 복종하셨고, 사랑하셨다. 십자군 전쟁은 십자가에 가장 반대되는 추악한 전쟁이다.  곳곳에 총을 들고 서 있는 이집트 경찰이 인상적이었다. 또 승용차로, 짚차로, 트럭으로, 심지어 낙타를 타고 이동하는 경찰이 곳곳에 눈에 띈다. 그런데, 경찰들도 이집트다.때가 줄줄 흐르는 검은색 제복, 가까이 가지 않아도 담배에 절은 것 같은 얼굴, 제대로 꿰메지도 않아 다 낡은 옷과 터번을 두르고, 깨진 창문을 테이프로 동여맨 경찰차를 보면서 이집트를 본다. 타고난 낙천이다. 이곳 사람들은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인샬라다. 신이 그렇게 해서다. 그런데, 나중에 유럽에서 느낀 사실이지만, 부유하고 복지가 낙원인 유럽 사람들보다 차라리 이들이 더 행복해 보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관광객들을 무심히 쳐다보고, 때로는 순진한 미소를 던져주는 이집트인들에게 따뜻함이 감돈다. 가이드의 안내를 통해서 들은 것, 사실은 이집트가 자원을 비롯한 잠재력에는 아주 부자라고 한다. 그런데, 이것을 개발하지 않고 있어서 이렇게 사는 거란다. 밑힘이 있는 것일까? 류영모선생님 말씀대로 ‘밑힘=믿음’이 있기 때문인가 보다.  스핑크스와 사막을 뒤로 하고 카이로 기자지역을 떠나 올드 카이로, 곱틱 기독교 지역으로 가는 길에 파피루스 박물관에 들렀다. 사실은 박물관이라기 보다는 쇼핑센터였지만, 우리들에게는 역사를 다시 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파피루스에 나오는 그림 중 인상적인 것이 파라오의 심판이라는 그림이었다. 파라오가 죽으면 신들에 이끌려 심판을 받게 되는데, 살아서 덕을 쌓지 못한 파라오는 부활하지 못하고 죽고, 덕을 쌓은 파라오는 오시리스에게 이끌려 부활한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절대 권력의 파라오도 통치 철학과 원칙이 있었다. 그럼 오늘 나는 어떤 원칙으로 살고 있는가? 여하튼, 파피루스를 보면서 종이가 나오기 전, 아니 양피지가 보급되기 전에 어떻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는지, 파피루스가 만들어 지는 과정, 그리고 만들어진 단단한 종이를 보면서 실감했다. 성경, Bible의 어원이 파피루스라니 그럴만했다. 경전이 파피루스에 기록되었을 것이니 그렇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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