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 꿈을 꾸었도다.

우연인가? 아니 영성세계에 우연은 없다. 다 필연이다.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일어나는 일은 다 필요해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 일을 내가 만나고 내가 해석하는 것이 믿음이지 않은가? 그런 필연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메트릭스2’를 다시 보았다. 다시 본 메트릭스에서 모피어스의 대사가 인상에 깊이 남았다. “내가 한 꿈을 꾸었도다.” 예언도, 메시아도 다 또 다른 통제, 메트릭스임을 깨닫고 나오는 모피어스의 깬소리다. 내가 한 꿈을 꾸었도다. 그래 꿈을 꾸었다. 그러나 그것이 꿈인 것을 깨달은 것이 새로운 희망이다. 꿈인지 알지 못하고 살다가 그렇게 가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사실을 보는 순간, 생각과 사실이 갈라지는 순간, 꿈과 현실이 보이는 순간, 그 틈새에 영원이 있다. 인생은 꿈이다.

떠날 때도 떠남을 감지하지 못했다.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를 보고, 광야의 한 가운데 있어보고, 마라의 샘물과 홍해를 만났을 때도, 눈보라와 짙은 안개를 뚫고 시내산에 홀로 올랐을 때도, 페트라와 느보산 정상에서 모압 평지와 사해바다를 내려다 볼 때도, 예루살렘의 고난의 길을 걸으며 눈물을 뿌릴 때도 꿈꾸는 것 같았다. 로마를 지나, 제네바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 이르러도 역시 꿈이었다. 그리고 또 그 꿈을 지금도 꾸고 있다. 그래 꿈이었다. 그러나 내가 선택하고 내가 살아 가야할 꿈이다. 내가 보는 '메트릭스2'는 ‘선택(choice)’을 이야기한다. 인생은 선택이다. 이미 내가 선택한 것이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에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이제는 그 선택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인생이 해야할 바라는 메시지이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자리, 여기가 그 성지다. 그래서 성지는 없다. 11박12일의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에서 '메트릭스'와 함게 느끼는 나의 순례 소감은 '내가 한 꿈을 꾸었도다' 이다. 이제 다녀온 여행, 그 선택을 어떻게 내 삶에 새로운 꿈으로 가꾸어갈 것인가? 이제 나에게 남은 물음이다. 내가 참 사랑하는 그 분의 발자취를 따라서, 오늘 나의 정신을 있게한 인류의 유산 아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