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1 : 선교사

그 때가 언제쯤인지 정확한 기억은 없다. 다만 중학교 다닐 때 즈음, 모태신앙으로 자랐던 내 믿음이 개인적으로 예수님을 만나 새롭게 변화되고 구원의 확신과 기쁨이 일어나던 때였던 것 같다. 집회를 쫓아다니며 말씀과 은혜를 사모하던 한 소년의 가슴에 물음이 던져졌다. 집회 중에 너 십자가를 질 수 있니? 네가 가진 모든 것, 가족과 재산을 다 버리고 선교사로 나가 복음을 위해 생을 바칠 수 있니? 라고 어느 부흥사님의 도전을 받았다. 주저함 없이 가슴이 뜨거웠던 소년은 손을 들고 앞으로 나갔고, 나는 그 때 이후로 아프리카 오지나 기독교를 받해하는 나라에 가서 선교사로 각오와 결단, 순교하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살게 된다.

이야기2 : 고난의 땅 한반도

그렇게 학교와 교회와 집만 알았던 소년은 어느새 자라 대학에 입학하였다. 입학한 해 1987년 3월, 수업을 듣기 위해 인문대 5동 앞에 섰는데, 현관에 가득 붙은 대자보에 눈길이 간다. “그 날은 오리라~”로 시작되는 한편의 시.. 그리고 그해 겨울 고문으로 숨진 인문대 박종철 형에 대한 추모의 글이었다. 갑자기 눈 앞이 아득해지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 내가 알고 있고 살고 있던 세계가 다가 아니구나. 그 때부터 진실이 무엇인지 찾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만나고 열려가는 역사와 사회의 새로운 지평들, 내가 순교해야할 자리가 먼 이국 땅 아프리카의 오지가 아니라, 고난받는 땅 한반도, 피흘리는 민중의 삶 그 한 가운데 임을 만나며 내가 십자가를 져야할 자리가 지금 여기임을 알게 되고 통한의 눈물과 새로운 세계에 대한 열정으로 내가 사랑하고 살아가야할 내 십자가인 조국과 민족을 만나가게 된다.

내 이야기와의 만남

바로궁에서 자라던 모세가 떠오릅니다. 바로의 공주의 아들로 세상이 부러워할 교육과 특혜를 온 몸으로 받아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모세였는데, 어느날 거리로 나가 압제받던 동족의 아픔에 개입하다가 반역자로 몰려 미디안 광야로 떠나야했던 모세가 있습니다. 그냥 그렇게 살아도 되었는데, 자신의 삶의 참 의미와 자신이 사랑해야할 터전을 기억해 내었던 모세의 생애는 한 순간에 그렇게 뒤바뀌게 됩니다. 교육의 혜택도 받지 못하고 힘겹게 살아야했던 사회의 마이너리티로 자식의 장래에 온 기대를 걸고 사셨던 부모님의 기대, 사회가 만들어준 안정된 기반도 마다하고 길을 떠날 수 있던 용기와 열정에 가슴이 미여집니다. 잘했어. 한 생애 그렇게 사는 거야. 후회하지 않지? 앞으로도 그렇게 살 수 있니? 한 생에 살텐데 뭐 그리 염려와 계산이 많아? 이제 그렇게 사는 거야. 알았어?

기도

하나님, 나를 세상에 보내서 이렇게 살게 하시네요. 불만도 불평도 한숨도 많은데, 후회로 밤을 지새우기도 하는데, 이렇게 살게 하셨군요. 가슴에 다가오는 뜨거움대로 그 열정대로 내가 살고 싶은 삶, 내게 주어진 선택의 여정 한 걸음 걸음 걷겠습니다. 제게 그렇게 순수한 믿음 세계를 주시고, 이렇게 열정으로 후회없이 살게 하셨습니다. 이제 후회하지 않고 주저하지 않고 주신 세상과 삶, 누리며 살아가겠습니다. 세상에게, 가족에게, 스스로에게 상처받고 짓밟혀 신음하는 이웃의 마음을 돌보며, 이 땅의 새로운 미래를 가꾸고 건설하는 치유자의 삶을 살기 위해 한 순간도 한 눈 팔지 않고 살겠습니다. 비교하지 않고 따지지 않고 해야할 일 하겠습니다. 주님, 종에게 용기를 주시고, 종의 기운을 북돋아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과정 경험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무슨 고백을 하게 될지 많이 염려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용기내어 글을 쓰기 시작하니 나의 모습이 이렇게 명료하게 보이고, 그 모습이 만나지고, 내 안에 기도가 흘러나옵니다. 영성가로 살 것인지, 사회운동가로 살 것인지.... 그런 고민과 갈등 안에 있었는데, 모세의 삶과 결단이, 모세를 이끌어 모세되게 하신 하나님의 손길이 오늘 나에게도 동일하게 이끄신다는 믿음을 바라보며 힘이 납니다. 외롭지 않습니다. 사랑스럽고 감격스럽습니다. 이런 삶이 있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