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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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 사람은 어제를 사는 것도 아니고 오늘을 사는 것도 아니고 내일을 사는 것도 아닙니다.
나는 오직 하루를 살뿐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chollian.net)
홈페이지: http://sanmul.net
2014/9/27(토)
두려운 일  
새벽 3시 40분, 맞혀둔 알람에 일어나 공항 가면서 메일을 확인하는데 아버지로부터 메일이 와 있습니다. 보통은 늘 기도하신다는 말씀으로 안부를 물으시고 지지와 응원으로 말씀을 마치시는데 오늘은 꼭 부탁하신다며 세월호 사건 글을 멈추기를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심판자는 하나님이시니 맡기고 덕이 안되는 일은 절제하고 모든 일을 하나님께 기도하고 맡기고 받은 소명 위해 힘쓰기 바란다는 말씀을 읽으며 덜컥합니다.

이번 박근혜씨의 캐나다 방문 규탄 시위가 생각보다 반향이 커져서 내가 받게 될 후폭풍은 각오하고 있는데 한국의 가족들에게 피해와 압력이 간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80년대 후반에 대학을 다니며 유치장을 들락거리고 구속까지 되면서 마음에 늘 걸린 것은 부모님이었지요. 또 시절이 엄혹하던 때라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있던 동생에게 피해가 갈까봐 염려아닌 염려까지도 하셔서 목에 불편함과 미안함이 턱 걸려 있었더랬습니다.

세월호 이후 달라지는 나에게 누군가 현안이 되는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하지 않는게 예의라고 충고를 합니다. 제가 이제 충고까지 들으면서 살게 되었습니다. ㅋㅋ 교회야 그러려니 하지만 제가 마음의 고향같이 여기는 영성공동체 안에서도 반발이 일어나 선생님께 폐를 끼치는 것같아 죄송한 마음이 많습니다. 시정잡배 소리를 들어가며 세월호 이야기를 하니 이제는 영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까지도 사람들이 불편함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말하지 않을 때는 떠받들려 살았는데 말하고 나니 내팽겨쳐집니다. 감추어졌던 본질이 드러나는 거지요. 이건 참 위험한 일입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내가 너무 편하고 안일하게 위험한 일을 회피하며 살았구나 알아차려집니다. 목사가 되어 제도 교회에 들어가면서 의식적으로 정치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옳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것 때문에 교회 안에 있는 사람들이 상처를 입고 분리되는 것이 싫어서 그랬던 것같습니다. 이념의 옳고 그름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며 살고 싶었던 거지요. 그런데 그렇게 살았더니 저질의 인간들에 의해 지배를 받고 그들의 세상을 만들어주고 말았습니다. 그들에게 지배를 당하는 것이야 댓가를 치르는 거라지만 기가 막힌 것은 결국 내가 그들에게 동조를 하고 있던 꼴입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신학자 슈바이쳐와 본회퍼는 같은 상황과 배경에서 선택의 기로에 섰습니다. 슈바이쳐는 아프리카로 가서 선교사로 의사로 헌신하며 한 생을 바치고 본회퍼는 독일에 남아 히틀러 암살시도에 가담했다가 사형을 당하게 됩니다. 그 때 나온 유명한 이야기가 "미친 운전수가 버스를 운전할 때 어떻게 해야하는가?"라는 물음이었지요. 본회퍼가 본 믿음과 역사는 '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에서'였습니다. 계몽주의 시대인 현대에 제정일치였던 중세 때처럼 교회 안에서 하나님을 찾는 것은 속고 있다는 것입니다. 차라리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 곳에 참 하나님이 계시다는 고백이었지요.

그러니 이제 다시 불편하고 위험한 일을 하려고 합니다.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그 곳에서 사람의 성장과 변화가 일어난다고 융이 말했더랬습니다. 예. 이제 두려운 그 일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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