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2] 세월호가 나를 깨우는 진실 (sharing)

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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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 사람은 어제를 사는 것도 아니고 오늘을 사는 것도 아니고 내일을 사는 것도 아닙니다.
나는 오직 하루를 살뿐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chollian.net)

홈페이지: http://sanmul.net

2014/5/2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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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나를 깨우는 진실

지난 한달간, 묻고 묻고 물어 만나오고 찾아온 고백을 이렇게 나눕니다.
내탓입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예!

이제 말해야겠습니다.
가만히 있지 말고 옳은 것은 옳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해야겠습니다.
그것이 나를 사랑하는 길이고 이웃을 사랑하는 길이고 나와 이웃을 이 땅에 살게 하신 하나님을 사랑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1)
작금의 우리 사회, 우리 젊은이들의 관심은 자기에게만 집중되어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공부가 아닌 입시와 취업을 위한 기반을 쌓기에 여념이 없고 사회에서는 경쟁과 성공을 향한 환상으로 이웃과 사회를 돌아보기는 커녕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조차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그래서 결국 생명이 경시되고 원칙과 도덕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웃의 삶이 어떤지 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 그 안에서 나의 역할이 무엇인지 물어보지 못하는 냉담과 우울에 길들여져 버렸습니다.
세월호는 그 상처가 곪고 곪다가 터져 버린 것이지요.
배가 침몰하는데 승객을 버린 선원들로부터 시작해서 배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생명과 안전을 도외시한 채 이윤 추구에 목을 매는 해운회사, 감독기관의 부패와 행정의 공백, 그런 구조를 양산한 사회의식이 그 한축입니다.
물론 또 다른 축으로 권력을 재창출하고 정권의 위기를 타개하려는 집단에 의해 세월호 참사가 모의되었다는 의심까지 있고, 백보양보해서 사고를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침몰하는 배 안에 갇힌 승객들을 구조하지 않고 수장시킬 수밖에 없는 무능한 정부와 부패한 권력 구조가 있습니다.
부패한 정치와 대의를 상실한 지도력은 백성을 우매하게 하고 정의를 빼앗아야만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2)
그래서 현정권은 태생적으로 세월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세월호는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여객선이 아니라 역사에서 침몰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표상입니다.
세월호의 희생을 아파하는 애도는 곧 이어질 제2, 제3의 세월호의 희생을 애도할 수밖에 없게 되는 악순환은 나쁜 정치가 나라를 이미 망쳐 놓았기 때문입니다.
정권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국가에 대한 반대가 아닙니다.
정치가에게 권력을 준 것은 백성입니다.
그러니 정치가는 백성에게 복무해야 하는 것이지 백성이 정치가에게 무릎을 꿇고 조아리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닌 것이지요.
오늘까지 대한민국의 정치계, 경제계, 학계의 대부분은 친일파와 친일파의 후손들에 의해 장악이 되어 왔습니다.
자신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나라를 빼앗고 백성을 수탈한 일본에게 붙었던 그들은 해방되자 냉전체제를 양산한 미국에 다시 붙어서 권력을 찬탈했던 자들입니다.
그러한 그들은 세월호 문제를 해결하여 국가 기강을 바로 세우고 의식을 개조할 힘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습니다.
그들이 생산해낸 것이 정의를 상실한 젊은이들이고 자기중심적이 되어 눈앞의 이익만을 쫒으며 결국 아무 것도 가질 수 없게 하는 사회의식이며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침몰하는 대한민국 세월호의 실체입니다.

(3)
그런 세월호를 양산한 주범은 정권의 시녀가 되어버린 언론인 것은 거론할 필요도 없습니다.
권력은 쓰레기를 만들고 언론은 그 쓰레기를 운반하고 종교는 그 쓰레기를 감춘다고 했지요.
세월호를 취재하던 기자들은 진실을 외면하고 감추기에 급급해 세월호에 갇힌 무고한 생명을 수장하는데 기여를 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기레기’ 취급을 받았으면서도 세월호의 진상을 밝히라는 촛불 운동까지 왜곡하기에 급급한 현실입니다.
결국 해외 교포들은 세월호 참사에서 나타난 한국 정부와 언론의 행태를 비판하는 전면광고를 세계적으로 유수한 신문들에 게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언론이 진실을 보도하면 국민들은 빛 속에 살 것이고 언론이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면 국민들은 어둠 속에 살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정부의 언론 통제와 언론의 권력 유착의 고리를 끊지 않는한 세월호는 양산되고 양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4)
또 하나의 주범은 고난 받는 백성의 편에 서기를 포기한 종교입니다.
종교의 근원은 노예로 사는 삶에서 주인으로 사는 삶으로 나아가는 “출애굽”입니다.
왜 이 땅에 고난이 있고 불의가 있고 하나님의 형상인 사람이 죄악의 노예로 살 수밖에 없는지를 밝히고, 백성의 고통에 응답하여 가나안을 향한 구원의 길을 제시하는 것이 기독교의 시작입니다.
생로병사의 물음으로 구도의 길을 시작한 불교도 그렇고 이슬람 신앙의 본질과 심지어는 무속 신앙도 그렇게 백성의 한과 아픔에 함께 하는데 그 기반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의 종교는 그 상식과 기초를 상실했습니다.
아니 관심을 둘 능력을 이미 빼앗겨 버리고 교권의 상아탑에 갇혀 하늘에 닿는 바벨탑을 쌓아 자신들의 이름을 떨치고 흩어짐을 면하고자 애처로운 발버둥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정치를 견제하고 사회를 정화해야 종교가 종교가 됩니다.
권력에 기생하여 집단의 기득권을 챙겼던 ‘구원파’만 사이비가 아닙니다.
종교가 종교를 위해 있다면 이미 종교이기를 포기한 관념이고 정신을 상실한 껍데기일 뿐입니다.
외식하는 자들이고 회칠한 무덤입니다.
세월호 문제가 터졌을 때 종교는 울며 탄식하는 이들 곁으로 갔어야 했습니다.
그들을 부둥켜 앉고 위로하고 함께 아파하고 그들을 통해 하늘의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한달 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보다 못한 아이 엄마들까지 촛불을 들고 길거리로 나서는데 종교는 묵묵부답입니다.
양심에 화인을 맞아 똑같이 썩었고 똑같이 물들어 있습니다.
메시아는 다윗의 후손에서 온다는 착각에 빠져 마스터베이션만 하고 있는 것입니다.

(5)
그럼에도 세월호는 다시 우리 젊은이들을 깨우고 사회의 양심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세월호의 죽음과 희생자의 피는 우리가 껍데기를 벗고 알맹이를 되찾을 힘을 주고 있습니다.
저들의 죄악이 만들어낸 죽음은 저항할 수 없는 더 큰 운명이지만 그것이 주는 에너지는 막강합니다.
비겁하게 일상에 젖어 안주해 빛을 일어가는 현실의 지표가 되어주는 것이지요.
그 기회를 놓치는 것은 그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는 반역입니다.
친일 매국노였던 이승만의 부정과 부패를 무너뜨린 것은 4.19의 피였고 민주주의를 찬탈했던 박정희 유신정권과 전두환 군부독재를 무너뜨릴 힘을 준 것이 오월 광주의 희생이었습니다.
4.19와 5.18은 무능하고 부패한 권력이 만들어낸 비극이었듯이 4.16 세월호 또한 그들이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 희생 제물이었으니 그들은 제 무덤을 판 것입니다.
그것을 부패한 정치가들과 지배자들의 무덤으로 만들고 백성이 주인으로 서는 민주주의의 꽃을 피울 것인지 또 다시 희생자들의 무덤으로 만들지는 이제 남은 이들의 몫입니다.

(6)
30여년 전 암울한 한국 사회를 이끌었던 것은 깨어 있는 지성이었습니다.
대학을 출세가도로 삼지 않고 사천만 민중이 함께 주인으로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었던 이들의 헌신과 피가 역사를 움직였습니다.
자기중심이 아니라 민족과 세계를 보는 의식의 향연이 고된 희생을 감수하고 민주주의의 꽃을 피워내었던 것입니다.
자식의 공부를 위해 무작정 상경하는 고생을 마다하지 않으신 지금 내 나이셨던 부모님도 자식이 대학에 들어가 나라와 교회를 위한 인물이 되라 가르쳤습니다.
80년대 중반, 그렇게 대학생이 되었던 나는 역사와 사회의 지평에 눈을 뜨면서 나의 출세가 보장되는 대학생의 특권이 부끄러웠습니다.
그것이 함정인 것을 눈치채고 그래서 왜 공부를 해야 하고 어떻게 살지를 묻고 물으면서 사회와 역사를 알아갔고 사천만 민중이 주인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을 삶의 의미와 목표로 삼았더랬습니다.
의식이 나에게서 우리에게로 민족에게로 인류에게로 넓어지며 벅차오르는 의식의 향연은 다시 나에게로 돌아와 나를 더 깊고 넓게 가꾸어 주었던 한 시대를 부끄러움 없이 살게 해주었습니다.

(7)
그런데 또 다시 세월이 흐르는 사이 대학은 공부를 하지 않는 취업 전선이 되었고 젊은이들은 자기 밖에 모르게 되었고 사회는 '잘 살아보자'는 성장과 이윤의 노예가 되어 버렸습니다.
나 역시 기성세대가 되어가면서 패배의식과 무기력감을 냉담으로 포장해 무관심과 무지를 위장하며 살게 되었습니다.
세월호는 그렇게 곪고 곪은 우리의 모습입니다.
가만히 있으라고 해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라앉는 배에서 가만히 있으니 수장될 수밖에 없지요.
세월호가 고등학생들을 일어나게 하고 젊은이들의 의식을 고양시키고 너와 나는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진실을 알려주었습니다.
남의 일은 남의 일이 아니라 또 다른 나의 일이었던 것입니다.
플라톤은 정치에 참여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받는 최대의 형벌은 저질의 인간들에 의해 지배를 받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살았더니 차가운 바닷물 속에 자식들이 잠겨 있는데도 발을 동동 구르고 구경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립니다.
이제 또 가만히 있으면 어디가 무너지고 터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제 자격이 없는 정치인들, 지도자 자리에 있는 짐승들을 끌어내려야 합니다.
국민이 정신을 차리고 주인이 되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진상을 명백히 밝히고 책임자를 엄단하고 세월호를 양산해 낸 천박한 철학과 가치의 속임수에서 벗어나 생명과 공존의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세월호가 무너져 가는 나와 대한민국에게 외치는 소리 없는 아우성입니다.

흘리고 흘려도 멈추지 않는 눈물, 먹먹한 가슴, 분노와 부끄러움은 하늘에 닿는 나의 진실입니다.
몸이 알고 가슴이 느끼고 머리가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숨 쉬기도 미안한 4월, 차마 누리기가 부끄러운 5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서울대 교수들은 시국 선언에서 “침몰 현장에서 인명 구조를 위해 대기했던 민간 잠수사들, 진도에서 유가족들과 함께 밤을 지새운 자원봉사자들, 분향소마다 길게 줄을 이어 늘어선 조문객들, 어린 영혼들과 유가족들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켜진 촛불들, 그리고 이 모든 사태를 묵묵히 지켜본 우리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앞장서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줄 줄 아는 정부, 의사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고 언론통제가 없는 나라, 그리고 이 땅의 모든 부모형제들이 더 이상 슬픔과 분노로 자신의 눈자위가 붉어지지 않는 사회”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말해야겠습니다.
가만히 있지 말고 옳은 것은 옳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해야겠습니다.
그것이 나를 사랑하는 길이고 이웃을 사랑하는 길이고 나와 이웃을 이 땅에 살게 하신 하나님을 사랑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1. 세월호의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한치의 의혹도 없는 진상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끊임없이 양산되는 음모론을 잠재울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좌초와 침몰, 각 단계별 인명구조가 지연되고 실패한 원인, 무책임한 정부의 대응을 한 점 의혹 없이 규명해야 합니다.

1. 언론은 정권과 유착해서 복지부동했던 과오를 반성하고 사실을 밝히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1. 세월호를 양산할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현실인 이윤추구와 성장 지상주의의 무분별한 규제 완화와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생명과 안전을 우선시 하는 사회의식과 구조를 확보해야 합니다.

1. 대통령과 현정권은 이번 사고 대처에서 나타난 무능과 부패에 무한 책임을 지고 사태를 수습하고 물러나야 합니다.

1. 목사로서 자성하며 감히 교회에게 말합니다. 사회와 백성의 문제를 끌어안지 못하고 교권의 상아탑에 갇혀 있는 현 위치를 파악하고 그 바벨탑을 허물고 나와야 합니다. 비통하게 울부짖는 슬픈 울음 소리를 듣고 위로받지 못하는 아픔과 분노 가운데 있는 이들 곁으로 가야 합니다. 이 땅을 죽음으로 내모는 악의 세력의 실체와 그들이 퍼뜨리는 거짓말에 속지 않고 거짓을 거짓이라 말하고 참을 참이라고 가르치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실력을 기르고 정신을 바짝 차려 백성을 죽음으로 내몰아서라도 자기들의 권력을 이어가려는 이들이 못된 짓을 막아 정의와 공의를 세워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 백성 애굽 땅에서 해방시키라는 주의 음성을 듣지 못하고 끝까지 바로 왕의 노예로 애굽에서 종노릇하며 살게 될 것입니다.

2014년 5월 25일 토론토 시각 주일 밤 12시에,
깊은산 오동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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