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 깊은산 (eastsain@chollian.net)
홈페이지: http://sanmul.net 2009/6/10(수) | |
 아내와의 교감  요즘, 가만히 있어 보는 시간입니다. 돌아보면 외로운 일도 아니고, 힘든 일도 아니고, 모든 것이 잘 되어진, 의미와 뜻이 있음을 고백하지만 지금 많이 힘들고 허전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더해 가는 그 무엇, 그래도 일주일에 한번 모이는 교회가 있고, 고마운 예가 가족들이 있어 이곳의 삶을 지켜가고 있습니다. 곧 지나가겠지요. 7월16일부터 그동안 해왔던 예가 여름캠프를 하고, 8월10일 토론토에서 출발해서 한결이와 어진이와 한국을 방문합니다. 9월7일에 다시 돌아오는 일정으로 되어 있습니다. 납골당 없이 함께 있는 아내의 유골을 대전의 살림마을에 사랑하는 선생님과 벗들이 두기를 원해서 함께 갑니다. 한국에 다녀오면 그리고 많이 위축되어 있고 막막한 마음에 힘을 얻으면 다시 심기일전할 수 있겠지요. 아니지요. 내가 지금 든든히 서 있어야 만나는 이들과 더 행복할텐데.... 그저 지금은 그럴 때라 여기며 억지로 그 무엇을 하지 않고 머물러 있습니다. 이런차에 마음에 물음을 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먼저 떠난 아내와 지금 영혼으로 교감하느냐는 물음, 다시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어서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쪽지를 받아보니 반가운 마음입니다. 항상 행복하기를 기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 기도의 힘으로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때로는 힘겨운 무게와 깊은 어둠에 잠겨 어쩔줄 몰라 할 때도 있구요. 활기차고 밝은 기운 속에 어께를 펼 때도 있답니다. 억지로 그 무엇을 하려 하지 않고 지금은 그저 만나주고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래야할 때라 여기며.... 또 그것이 잊지 않고 기도해 주시는 대로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 아닐까 여깁니다. 제가 물어보지 못한, 많이 묻지 않는 물음을 주셨네요. 지구별 여행을 마친 아내와 교감을 하는 느낌을 갖고 있느냐구요? 글쎄요. 쉽지 않고, 단순하지 않는 물음이네요. 교감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고, 교감하지 못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사실은 어떤 경우는 그렇고, 어떤 경우는 그렇지 않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답인 듯하네요. 그렇습니다. 영혼과의 교감 - 생각의 수준, 의식의 차원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여깁니다. 우리가 경험한 바로는 '지금 여기'를 알아차리고 깨어 있는 순간에는, 기독교회의 용어로는 믿음으로 그리스도 안에 있을 때는 그 무엇, 누구와도 통하고 교감을 합니다. 그런 순간이라면 저는 아내와도 교감을 한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또한 아내와 함께했던 순간, 행복했던 기억들 아내의 말들, 글들을 떠올리는 순간에 교감을 하고 감격하지요. 세상이 어찌할 수 없는 차원에 있으니 그러합니다. 또한 아들 한결이를 보거나, 내가 이렇게나마 이곳에 있을 수 있는 힘이 아내의 영혼이 지켜주기 때문이라 스스로 여기기도 하지요. 그러나 저 역시 늘 그런 순간에 있지 않답니다. 순간 순간 엄습해오는 외로움과 상실감의 어두움은 저를 지금 여기에 살지 못하게 하고 생각을 곤두박칠하게 하지요 그런 순간에 있다면 저는 아내와뿐만 아니라 그 누구와도 교감을 하지 못한답니다. 그러니 아내와의 교감을 위해서라도 늘 깨어서 지금 여기를 살아야하나 봅니다. 그러면 문제가 없지요. 신비일뿐.... 님의 궁금한 부분에 대한 답이 되었나 모르겠습니다. 저보다 5년 먼저 암으로 남편을 보낸 친구 하늘씨앗님이 그러시더군요. 남편의 영이 가장 힘들었던 1년 동안은 늘 곁에 지켜주었고 그 후에 조금씩 떠나는 것이 느껴졌다구요. 저는 그렇게 영에 민감하지 못하여 구체적으로 느끼고 표현하지 못하지만 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만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저를 더 힘들게 할지 모르지만 그것이 저인 것을 어쩌겠습니까? ^^* 어차피 그리 길지 않은 시간 후에 서로 다시 만나게 될터인데 이제는 급할 것이 없지요. 아내는 아내의 세계에 있을 것이고, 저는 저의 세계에 남겨져 있으니 이곳에서 살아가는 것 또한 '지구복을 입은 방식'으로 후회없이 살아가는 것이 몫이라 여깁니다. 교감하고 늘 느끼고 싶은 아내의 영혼은 그 때 가서 다시 만나면 되지요. 뭐....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요. 이것은 제 '생각'입니다. 아내도 여기에서 그렇게 나를 알고 여겨주고 지지해주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지구별에 부부로 함께 살 때는 그렇게 눈치보고,(^^) 교감하려고 애써보고,(?) 소리내어 알리고, 표현해보고 했는데,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알리지 않아도 다 아는 자리에 있으니 사실은 더 고맙지요. 네. 그렇게 여기고 있답니다. 제가 묻지 못하고 있던 물음들을 물어 주어 저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해주셨네요. 고맙습니다. 님의 물음 또한 아내가 주는 선물같네요. 그런 교감이지요. 그래도, 그렇게 알아도 어느 순간에 미안하고 그립고 허전한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지나가겠지요. 제가 변화되어야지요. 제가 성장해야지요. 그렇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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