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3] 백혈병과 이야기(7) : 문지방 (sha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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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9(수)

백혈병과 이야기(7) : 문지방

지난 8일 새벽 골수이식을 잘 받았습니다.
이 방에서 저 방을 건너가려해도 문지방이 있는데 남의 골수가 들어오니 왜 텃세가 없겠습니까?
많겠지요.
그러니 유연성을 발휘해서 이리저리 잘 정착할 밖에요.
밀어내야 나만 죽지 않겠습니까?

우리 예가 아이들도 처음 낯선곳에 오면 텃세가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첨엔 혼자 자란 녀석들이 많아서 죽겠다고 덤벼듭니다.
이것들이 나를 동양인이라고 무시해?
어라 영어 못한다고 무시해?
여자라고?....
그때 불러 앉혀서 이말을 해줍니다.
10여년전 선생님께 들은 말인데 제 인생에는 참 큰 도움이 되었거든요.
"ㅇㅇ아, 이방에서 저방을 건너가도 문지방이 있는데 너는 지금 지구반대편에서 왔으니 텃세가 있것냐 없것냐?"
그러면 눈물이 똑 떨어집니다.
며칠간 고생 많았다는 뜻이지요.
"텃세 많아, 허리 굽히고, 손비비고, 무릎은 꿇고, 모르는 것은 아는채 말고 물어.... 문지방... 그렇게 그냥 건너는 거야, 걸려서 자빠지라고 있는게 아니야"
따돌려도 자꾸 끼고 먹을 것도 나누고, 자꾸 물어보고, 숙이고 들어가면 니가 세상편해...."
그러면 아이들이 편해집니다.
그간까지는 그놈의 문지방ㅇ에 걸려서 자존심 안구겨 지려고 얼마나 안간힘을 섰던지...
지금은 "아, 아부해도 되는 구나, 좀 숙이고 들어가도 큰일 안나는 구나...."를 경험하면 아하.... 합니다.

저도 살아오면서 그놈의 문지방에 많이 걸렸지요.
남녀차별 문지방, 종교차별 문지방, 나이 문지방, 학력 문지방.....
번번히 부르르 걸려서 혼자 자빠지고 구르다가 한번 두번 넘게 되니 세상이 쉽습니다.
농도 쳐보고, 손도 비벼보고, 때로는 성질도 부려보고, 굽신굽신,,,이리저리 다양한 방법으로 넘나들게 되었지요.
이제 어디 새로운 곳에 가면 "오호,,, 이게 문지방이구먼"하고 알아차려집니다.
폴짝 쉽게 넘지요.
어느날 보면 문지방에 걸리지 않고 넘어가는데 넘어가는 지도 모를 정도로 익숙해집니다.
이제 골수이식....
남의 골수라는 문지방을 만났습니다.
내것 남의 것은 또 어디있겠습니까?가방도 내것이 아닌데 골수인들.... 내골수..... 하고 붙잡을 필요가 없지요.
이번에도 문지방을 훌쩍 넘겠습니다.

그래서 골수가 잘 정찾되는 모습 보여드리지요 .
고 앞에 시방 문지방 있네요.
잘 넘으세요.^^
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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