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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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 사람은 어제를 사는 것도 아니고 오늘을 사는 것도 아니고 내일을 사는 것도 아닙니다.
나는 오직 하루를 살뿐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chollian.net)
홈페이지: http://sanmul.net
2019/7/18(목)
#리턴홈 1 – 학교식당 주방장!  
#리턴홈 1 – 학교식당 주방장!

양로원에서 일하고 있던 어느날 새벽에 메시지가 와 있습니다.
토론토대학에서 영성공부를 하고 전주 한일신학대학교에서 가르치는 후배 백상훈목사였습니다.
뜬금없이 학교 식당에 주방장으로 와 달라는 겁니다.
헐, 농담인줄 알았습니다.

백상훈 목사 가족과 우리 가족은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2004년 9월 갈 바를 알지 못하고 7일짜리 비자를 받고 난민처럼 토론토에 도착했을 때 토론토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던 백상훈 목사 가족의 환대를 받았지요.
백상훈 목사 부부와 우리 부부는 모두 장로회신학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했습니다.
Yonge & Steeles 센터 포인트 몰 앞에 있는 지하 렌트방으로 보쌈을 들고 찾아왔던 첫날, 그리고 토론토에 한국식 중국집이 생겼다고 해룡반점으로 우리를 데리고 가서 짜장면을 같이 먹던 기억, 한결이와 아내가 미국 언니네 방문 간 사이 미국에 못가고 혼자 록키를 가는 나를 공항에 데려다 주던 친절 등 어느새 15년이 넘은 잊지 못할 추억과 고마움이 있네요.
그리고 또 세월이 흘러 오타와에서 목회를 하면서 홀로된 나를 찾아와 위로하던 밤, 그 역시 아픈 아내와 함께 홀연히 귀국하던 아쉬운 뒷모습... 이제는 가끔 전주를 갈 때 찾아가 새로 지은 집에서 잠도 자고 일하는 학교로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지요.  

학교에서 밥벌이를 하며 학교를 살리고 싶은데 영성을 가르치는 교수의 눈으로 보니 식당이 무너져 있더랍니다.
식당은 밥만 먹는 곳이 아니라 사귀고 나누고 모의하며 살림이 일어나는 곳인데 학생도 직원도 식당에서 밥을 먹지 않으니 학교의 공동체성과 생기가 살아날 리가 없습니다.
자고로 수도원이나 절의 실권과 힘은 주방으로부터 나왔다고 합니다.
또 주방에서 쓸 장작을 나르고 불을 때고 밥을 하면서 수도를 할 준비가 되면 공동체에 받아들여지게 되지요.
군대도 그렇습니다.
취사장이 제대로 서 있고 밥이 맛있는 부대는 생기가 돕니다.
그래서 외부 업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식당을 직접 운영하면서 학교를 살리는 일을 하고 싶은데 함께 하자는 거지요.
농담처럼 시작된 이야기가 진지하게 들리고 내가 서 있는 자리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한국에 계신 부모님이 연로하시고 장남으로 너무 오래 외국에 나와 있었고 한결이도 대학교를 졸업할 나이가 되어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길을 궁리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토론토에서 정리해야할 일도 있고 아직은 몇 년 준비를 해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백상훈 목사의 제안이 또 다른 길로 보여졌습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내가 토론토에서 이제까지 해 온 일이 살림이었고 또 그것이 나의 목회였습니다.
설교를 하고 예배인도를 하는 목회만 아니라 나를 찾아온 이들을 먹이고 재우는 일을 해왔지요.
예가가 그렇고 캠프가 그렇고 양로원 일이 그랬습니다.
학교의 젊은이들을 잘 먹이고 돌보고 싶어 하시는 교수님들의 마음이 와 닿으면서 그 일이 나의 목회였다 싶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들어가 부모님을 모시든, 무슨 일을 하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살려면 돈을 벌어야하는데 내가 주방장 역할을 잘 해낸다면 먹고 사는 일이 해결되니 금상첨화입니다.
신학교 식당이니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일하면 주말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주말 교회나 새로운 공동체를 시도할 수도 있고 마음에 맞는 이들과 수도원도 꿈을 꿀 수도 있겠습니다.
또 대학에서 일하니 대학생들을 물들여 성경공부와 수련도 하고 산티아고 순례길도 같이 걷고 남미여행도 함께하게 될 줄 누가 알까요?

신학교 시절부터 기도했던 것이 있습니다.
나는 내 밥벌이는 내가 하면서 목회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지요.
주중에 택시 운전을 하더라도 내 손으로 땀 흘려 일하며 목회하는 목사로 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20년이 지나고 문득 돌아보니 내가 토론토에서 그렇게 살고 있었습니다.
또 30년이 지나 한국에서도 그렇게 살아가게 되네요.
기도, 그렇게 꿈꾸는 대로 길은 열려집니다.
하나님은 그렇게 나에게 생각을 하게 하시고 그 생각을 이루도록 도우시는 분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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