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7] 나는 토론토 드라이버 목사.... (sharing)

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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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 사람은 어제를 사는 것도 아니고 오늘을 사는 것도 아니고 내일을 사는 것도 아닙니다.
나는 오직 하루를 살뿐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chollian.net)

홈페이지: http://sanmul.net

2010/6/3(목) 00:37

나는 토론토 드라이버 목사....

나는 토론토 운전 기사 영성가.... ^^*

그간 여러가지 새로운 일과 마음으로 많이 바빴더랬습니다. 아마도 토론토에서 지낸 지난 7년 가운데 가장 바빴던 두 달이었다고 할까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로 이리저리 뛰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경험하고 만나는 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써보며 색다른 경험을 해왔 답니다. 뭔가 새로운 일을 해보려고, 또 이루어져가는 일들 만나보려는 시작을 통해 보람도 있고 신이 나기도 하고, 또 그래서 힘이 들기도 하네요.
고맙게도 예가도 안정되어 있고, 함께 계신 라일락님과 다문님이 저 대신에 살림과 일과를 맡아주실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결 지내기가 수월합니다. 올해로 5번째를 맞이하는 2010년 예가 여름 캠프도 계획했던 5명이 다 차서 신청을 마감했고, 9월에는 너무좋아님이 아들 지훈이가 1년 예정으로 예가에 함께 하게 됩니다. 토론토로 젊은 어학연수생들이 계속 밀려오는데 찾아오는 이들의 필요를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예가가 잘 유지되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예가 재정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제가 일을 시작해 보기로 마음 먹었지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찾아보다가 리즈해서 운행하는 8인승 미니밴으로 공항픽업과 유학생 이사, 관광 안내를 시작했습니다. 시작한지 이제 두어 달즈음 되어가네요. 일이 많을 때는 하루에 6번씩도 공항으로 가고 이사짐을 나릅니다. 관광 안내를 하면 하루 13시간을 운전하기도 하지요. 물론 돈은 크게 되지 않고 일이 없을 때는 쉬는 날도 많지만 제 삶에는 활력과 보람이 되고 있습니다. 우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얼굴과 숨결을 같이하는 것이 가장 큰 힘입니다. 예가 안에서, 몇 안되는 교인들과만 만나던 폭이 확장되어 좋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라고 이곳에 왔습니다. 어떤 형태로든지요.

제가 신학교 다닐 때 가졌던 목회에 대한 생각, 꿈이 있었습니다. 나는 이런 교회를 하고, 이런 목회를 해야지, 주중에 택시 운전이라도 해서 돈을 벌어 생활하고, 주일에는 작아도 마음에 맞는 좋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예배 드리자고, 그게 교회라고, 교인들에게 목사 생활비를 의지하는 것은 아닌 것같다고 말입니다. 젊고 열정을 가진 신학도의 패기 아닌 패기였지요. 말이 씨가 된다고, 꿈은 이루어진다고... 지금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좋습니다.
문제는 지금껏은 예가에서 생활 안내를 하고, 살림을 하고, 설교 준비를 하고, 영성생활을 하면서 '말'을 참 많이 했는데, 정작 6일간 힘써 일하면서 생계를 해결하고 땀을 흘리며 살던 교우들이나 수련생들과의 일상과는 떨어진 생활이었다는 거지요. 이제 생업 전선에 뛰어들어 새벽이고 밤이고 없이 일을 해보면서 어떤 순간은 이러다 죽겠다는 '벽'도 만납니다. 마음은 좋은데 몸이 힘들어 생각도 멈추어지는 거지요.

아, 이렇게 살고 있구나를 다시 느낍니다. 대학 때 농활과 공활을 하면서 만났던 농부들과 노동자들의 삶과는 또 다른 경험, 40대에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 일을 저의 일과 삶으로, 생활 속에 영성으로 다시 만나갈지 기대가 되고 흥분도 되고 힘이 들고... 그렇게 지내고 있답니다. 또 한 가지, 토론토에 도착하면서 품었던 꿈이 있었습니다. 제가 이곳에 온 이유가 있을 것이고, 여기서 할 수 있는 일로 예가를 시작하면서 여기에 영성 공동체와 영성 센터를 어떤 형태로든지 세워가야지 꿈을 꾸었었지요. 살아가기를 하며 만난 보물지도입니다. 지금 그 첫째로 이민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자립을 하지 못하고 일거리가 없어서 그늘에 사는 이들을 돕는 경제 공동체를 꾸려보자는 보물 지도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먼저 이곳에서 마음 맞는 이들과 일이 없는 날에는 산을 뒤지고 다닌답니다. 어떤 날에서는 새벽 4시부터 안개 낀 들판을 드라이브해서 산 속 한가운데 들어가 숲을 뒤집니다. 물론 달래, 냉이, 참나물, 취나물, 산마늘, 고비, 고사리도 한 가득씩 해오지만, 버섯과 산삼을 찾아다니는 거지요. 북미에도 차가버섯이나 상황버섯, 산삼이 나온답니다. 제대로 공부해서 이런 것들을 찾으면 산행과 트레킹을 하면서 얻는 명상, 건강과 더불어 필요한 이들에게 약재를 나누고 재정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거지요. 이민 사회의 명암, 어디나 마찬가지이지만 상처 많고 아프고 힘겨운 처지에 놓인 이들로 가득합니다. 여기서 농장을 차리든, 수련원을 열든, 공동체를 하든 우선은 먹고 살길을 열어주는 것이 급선무인 것이지요.
이곳까지 와서 하늘 한번, 땅 한번 보지 못하고 일만하면서 살아가도 겨우 겨우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에게 경제적인 활로를 열어주고, 캐나다가 주는 은택을 누리면서도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면 그것이 진짜 목회고 공동생활이 아닐까, 그것이 가까운 사람을 돕는 실제적인 길들이 아닐까 돌아봅니다. 또 그렇게 모인 사람들과 열어가는 영성세계도 저 역시 가슴에 품고 있는 꿈이기에 한켠에 고이 간직하고 있지요. 아, 어떻게 열어지고 펼쳐질지, 우선은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면서도 하루 하루 살 돈도 마련되지 않는 현실을 어떻게 만나갈지 그것부터 해 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지내는 저의 소식을 들은 부모님과 지인들은 또 걱정이 산더미이십니다. 기도하고 말씀을 전하는데 전력을 해야 할 주의 종이 생활 때문에 운전을 하고 다른 일에 정신을 쏟는다구요. ^^ 질책하시는 것이 아니라, 이제 마흔이 넘은 아들이지만 돕지 못한다는 어른들의 자책의 마음이 느껴져 뭉클했고 따듯하지요. 그리고 생계를 위한 일을 목회와 하며 함께 사는 길이 내가 해가는 길이라는 저의 '생각'도 상대화시켜 돌아보는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잘하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말씀으로 들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내게 주어진 기회로 일에 뭍혀서 가야할 길을 놓치지 않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왜 살아가고 있는지 그 길을 이제 온 몸으로 만나가고 싶습니다. 이것이 정말 '살아가기'가 아닐까 여기면서 말입니다. 이렇게 나는 내 길을 가고 있는 토론토의 운전기사 영성가입니다.

김현범: 힘들지만, 멋있게 당당하게 살아가시는구요. 이번에 저는 성지순례갑니다 .내 돈내고 가는 만큼 많이 보고 와야지요. 건강하세요 -[08/22-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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