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민들레꽃처럼 (n

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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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삶의 예술 공동체 편지입니다.

이름: 오동성 (eastsain@chol.com)

홈페이지: http://gracehillcommunity.net

2005/2/12(토)

민들레꽃처럼

참 신비로운 영화, 매트릭스는 삶을 바라보는 저의 시각을 제공해 준 또 하나의 통로였습니다.
선물이었지요.
새로운 토론토 생활을 이어가며 ‘매트릭스2’의 장면 가운데 하나가 떠오릅니다.
모피어스가 요원들을 상대로 싸우는 장면입니다.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 그래도 피하지 않고 싸워보는 모습 속에서 믿음으로 살아가는 삶의 한 표현을 보았습니다.
그냥 되지 않는 줄 뻔히 알면서도 물러서지 않고 해 보는 것입니다.
해 볼 때 네오가 찾아오는 기적이 일어나지 그렇지 않으면 기적이 일어날래도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백척간두 진일보'라고 했지요.
그렇게 한 걸음을 옮기고 떼어갑니다.
삶이 신비이고 기적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 이곳에서 저희들의 삶이 그렇습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되지 않는 싸움을 싸우는 것같지만, 지금 이렇게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기적입니다.
낯선 곳,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로 가득한 곳에 와서 이렇게 있다는 것, 게다가 준비된 은혜로 공동체와 교회를 꾸리면서 이렇게 가는 삶이 신기하고 기적이지 무엇이 그렇겠습니까?

전 네오가 아니라 모피어스가 되어 살고 싶습니다.
그런 삶의 선택이지요.
언젠가 매트릭스2를 두 번째 보던 날은 그 ‘선택’에 가슴이 뛰었었습니다.
그런 나의 선택이 믿음을 이루어가는 길이겠지요.
토론토에서 일구어 가는 저희들의 이야기를 듣고 격려해주신 많은 분들의 사랑이 있습니다.
그 사랑에 힘입어 주춤해지는 걸음을 다시 일으켜 세웁니다.
그래 갈 때까지 가보는 거야.
내가 하는게 아니라 그분이 하시는 거지.
지금이 이 일할 때지.
내 호흡 가다듬고, 한발은 현실, ‘이 곳’에 딛고 있지만, 또 다른 한발은 현실 너머의 ‘지금 여기’에 딛고 거기서 오는 참평화로 흔들리지 않아 보는 거야.

그렇게 조건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지만 내가 변해서 가야할 길 헤아려 한 걸음 걸음 걸어 봅니다.
노래 하나가 기억납니다.
기억을 떠올리니 참 듣고 싶었던 노래였습니다.
아마 이곳에도 지금 흘러나오고 있을 겁니다.

민들레 꽃처럼 살아야한다
내 가슴에 새긴 불타는 투혼
무수한 발길에 짓밟힌 민들레처럼

모질고 모진 이 생존의 땅에
내가 가야할 저 투쟁의 길에
온몸 부딪히며 살아야 한다
민들레처럼

특별하지 않을 지라도
결코 빛나지 않을 지라도

흔하고 너른 들풀과 어우러져
거침없이 피어나는 민들레

아~ 민들레 뜨거운 가슴
수천 수백의 꽃씨가 되어
아~ 해방의 봄을 부른다
민들레의 투혼으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제 생에 열등감을 느끼게 한 몇 안되는 사람 가운데 하나였지요.
작년에 암으로 먼저 하나님 곁에 간 그 친구입니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저희 소식을 듣고 저의 친구이기도 한, 그 친구 아내가 하우스 구하는 비용으로 100만원을 보내주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아이 둘 데리고 저 혼자 살기도 벅찰텐데.....
친구된 도리로 제가 오히려 도와주어야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늘 마음에 걸려 있는데 오히려 그 친구가 그렇게 다가옴에 가슴이 미어지는 미안함과 감사함과 힘과 용기가 일어납니다.
민들레처럼...
그래 민들레처럼 사는 거야.
특별하지 않아도 결코 빛나지 않아도 민들레의 뜨거운 가슴으로 수천 수백의 꽃씨가 되어 나의 하늘씨앗을 심고 가꾸는 거야.

이제 그 민들레처럼 다시 살아 가겠습니다.
이곳에서 가는 걸음 그 무엇에 기댈 것없고 되어 있는 조건 하나 없지만 아버지께서 가게 하신 걸음이니 나의 '가난'이라, 나의 '잔'이라 여기며 가겠습니다.
가다 보면 내가 걸어온 길이 그 발자국마다 은총이었음을 알게 되겠지요.

감사입니다.

안명복: 참으로 가슴이 찐하고 뭉쿨하네요 ^-^* -[10/12-15:23]-

번호	제 목		이름	작성일	조회

10	첫 예배		오동성	2005/11/09	1415

9	설교	1	오동성	2005/03/04	1575

8	순례의 영성		오동성	2005/02/19	1498

7	민들레꽃처럼	1	오동성	2005/02/12	1780

6	교회의 관심	6	오동성	2005/02/05	1543

5	늘 새로운 시작		오동성	2005/01/29	1495

4	혼돈과 희망, 하나님의 창조	1	오동성	2005/01/22	1482

3	머피의 법칙		오동성	2005/01/15	1449

2	홈페이지 만들기	2	오동성	2005/01/0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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