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6] 그대는? 메리 크리스마스! (n

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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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삶의 예술 공동체 편지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chol.com)

2014/12/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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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메리 크리스마스!

맨몸에 홑이불을 두르고 예수님을 따라가던 한 청년이 있었지요.
오늘 나는 어떤 옷을 입고 살아가는지, 그 옷 안에 무엇을 감추고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함께 생각해 보았었습니다.
사람들은 내 옷, 내 껍데기를 잡습니다.
그런데 그 껍데기는 금방 벗겨집니다.
그리고 알맹이만 남습니다.
'지금'은 내 알맹이를 보고 있는 때입니다.
그 순간이 오면, 그 때가 되면 맨몸에 두른 홑이불은 벗겨질 것입니다.
그 다음에 남아 있는 그것이 무엇인지 다시 돌아봅니다.

그렇게 대제사장들과 온 의회가 모여들었습니다.
예수를 사형에 처하려고, 그래서 고소할 증거를 찾으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찾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증언은 서로 들어맞지 않을 수밖에 없지요.
그렇게 오늘 자신들을 위해 찾아온 하늘의 선물을 알아보지 못하고 고소하고 핍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만히 말씀을 거울로 들여다보며 예수를 고소하는 대제사장들과 온 의회의 모습 속에 오늘 내가 있지 않나 돌아봅니다.
우리에게 찾아온 일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사실은 모두 나를 위한 하늘의 선물이며, 그리스도입니다.
하늘에 대한 신뢰로 살지 못하면 모든 일이 원망과 근심일 뿐입니다.
그러나 믿음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다 뜻과 길이 있는 일이지요.
영성의 세계, 믿음의 세계에는 우연은 없습니다.
필연을 필연으로, 사실을 사실로 인정하는 일이 우리가 사랑하며 사는 첫째 걸음입니다.

그런데 오늘 이야기 속에, 나를 나 되게 하고 정신을 차려 구원에 이르는 소식을 전하는 그리스도의 소식을 듣지 않고 '거절'하는 내가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들으면 변화가 일어나기에 귀를 막고 싶어 합니다.
억울하다고, 귀찮다고, 이해할 수 없다고....
또 지금 변화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들었고, 기운이 딸리고, 재력이 없고, 실력이 없다고 온갖 핑계를 대고 있습니다.
안주하고 싶어서, 찾아올 고난과 수고의 잔을 받고 싶어 하지 않는 것입니다.
정신 차리라고 이제 깨어나라고 하시는데, 그 신호들 앞에 내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기에 너무 부끄럽고 두려워 회피하고 숨고만 싶은 것입니다.

그래서 그 ‘예수’를 사형에 처하려고 고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옳기에 증거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찾을 수 없으면 인정하면 됩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세요.’
핑계에 핑계가 늘어서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이들이 그렇습니다.
찾을 수 없으면 다시 봐야하는데 기어코 끌어다 내 생각과 기준에 맞추고 있지요.
여기에 내 생각, 내 판단, 내 기준, 이미 안전하게 테두리 치고 있는 나의 한계가 있습니다.
자, 그런 오늘의 내가 2000년 전 예수를 고소하는 그 대제사장과 의회가 아닌지요.
내 거짓을 폭로하고, 내 위선을 지적하는 목소리, 그런 일을 아니라고 증언을 하지만 내 증언은 들어맞지 않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 처음부터 잘못된 시작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시작한 것을 내 힘으로는 멈출 수가 없습니다.
거짓은 거짓을 낳습니다.
욕심은 죄를 낳고, 죄는 죽음을 낳습니다.
악순환입니다.

예수는 사람의 손으로 지은 성전은 성전이 아니라고 합니다.
무슨 말일까요?
그들의 존재를 흔드는 거지요.
그네들은 이미 하나님 없이 살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성전 없이 살 수 없게 된 사람들입니다.
혹시 지금 내가 그렇지 않습니까?
체면과 형식에 매여서 본질을 잃어버리고 있지 않은가 말입니다.
내 손으로 지은 성전을 붙잡고 그것은 무너질 수 없다고 지키려고 애쓰고 있지 않은가 말입니다.
예수께서는 내가 하나님이라고, 내가 최고라고 만들어 놓은 것을 우상이라고 폭로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런 우상은 허물어 버리고 손을 짓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성전을 세우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가지고 예수를 신성모독으로 고소하려고 합니다.
이미 내가 신성의 소리를 듣지 않고 모독하고 있으니 그 증언이 들어맞을 도리가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듣습니다.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으니 우리는 더 마음이 찔려 당황스럽기만 하지요.
두려운 것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억지를 부려서라도 위기를 모면하려고 합니다.
나는 그런 순간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돌아봅니다.
깨어있다면 받아들여야 합니다.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잘 들어야 하고 잘 보아야 합니다.
그렇게 보면 그것은, 모든 일은, 내게 선물이고 찬양받으실 분의 아들 그리스도입니다.
그를 전능하신 분의 오른쪽에 앉아서 하늘의 구름을 타고 오실 분으로 만나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눈 앞에 있는 그리스도를, 하나님의 선물을 사형에 처하고, 얼굴에 침을 뱉고, 손바닥으로 칠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오늘 나의 그리스도를 고소하는 증거는 무엇입니까?

자, 사람들이 나에게 묻습니다.
‘그대는?’
그대는 누구인가 말입니다.
하나님과 상관이 없다고 한다면 십자가를 받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십자가를, 나의 잔을, 내 사명을 따라 살게 될 것입니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렇게 나는 나를 누구라고 말하겠습니까?
예수를 믿고 예수를 따라 그와 하나가 된다면, 나도 그 그리스도가 되어 전능하신 분의 오른쪽에 앉아서 하늘의 구름을 타고 올 것입니다.
나는 그런 사람입니다.
그러나 땅에서는 알아보지 못하는 이들에 의해 모독을 당하고 내침을 당하고 죽임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예수는 그 일을 자기의 일로 받아들이고 침묵하셨습니다.

크리스마스, 성탄입니다.
기쁜 소식은 그렇게 찾아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마가복음 14장)

* 제가 12월22일부터 1월7일까지 유럽 미술관 기행을 다녀옵니다. 다녀와서 다시 뵙겠습니다.

깊은산에서 오는 편지

그러나 여자는 우물로 나왔지만 정작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몰랐습니다.
그저 필요해서 마시면 또 목이 말라지는 물을 긷는 일을 반복하고 있을 뿐입니다.
오늘 나의 모습입니다.
그런 내 앞에 예수께서 피로하셔서 앉아 계십니다.
진짜 답이 없는 것은 죽을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 자기 병을 모르는 것이지요.
그러니 누구에게 무엇을 구해야할지 모르는 사람입니다.
먹을 양식과 입을 옷을 구하지만 그런 것들은 채워도 곧 사라지는 것, 지나가는 것입니다.
그러면 나는 나의 우물로 무엇을 길으러 나와야 할까요?
무엇을 구해야 할까요?
오늘 나는 물고기를 얻으러 다닐 수도 있고, 물고기를 잡는 법을 배울 수도 있고, 물고기가 없이도 살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깊은산 20141214)

* 세월호 참사 243일 - 일찌감치 제일 먼저 배를 빠져나간 것은 대통령과 청와대였다.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 라는 말로 일찍 못을 박았고 이 말은 감사원의 입을 통해 또 국정조사에 임한 대통형 비서실장의 입을 통해 수차례 언급되었다. 아니, 그보다 청와대는 TV뉴스를 보고 사고소식을 처음 접했다고 했다. 안전행정부 상황실도 국정원도 YTN뉴스를 보고 사고를 알았다고 했다. 같은 시각 나는 세탁소에 맡긴 옷을 찾으러 갔다가 뉴스를 보았는데, 말인 즉슨 나와, 세탁소 김씨와, 김씨의 부인인 안씨와, 정부가 동급이라는 얘기였다. 국정원의 말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이것은 실은 매우 이상한 거짓말이다.(박민규)

물을 길으러 왔지만 무엇에 목말라 있는지 모르고 있으니 껍데기만 사는 것입니다.
그 갈증을 한 두레박의 물로 해소할 수 있을까요?
나를 영원히 목마르지 않게 하는 진짜 물이 있습니다.
야곱의 우물로 연명하는 여자는 예수께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시간의 그릇에 영원을 담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예수가 생수를 주겠다고 하자 여자는 두레박도 없는데 어떻게 물을 긷겠냐고 하고 예수는 당신이 주는 물은 마시고 다시 목마를 물이 아니라 영원히 목마르지 않고 사람 속에서 영생에 이르게 하는 샘물이 될 것이라 하셨지요.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말씀으로 살 수 있고 물고기를 낚는 어부만이 아니라 사람을 낚는 어부로 살 수도 있습니다.
매일 찾아온 우물이지만 예수를 만나니 그 우물이 달라집니다.
매일 마시던 물이지만 눈을 뜨니 내 속에서 영생에 이르게 하는 샘물이 됩니다.
물을 길으러 나온 사람에게 찾아오는 은총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정성을 다합니다.
(#깊은산 20141215)

* 세월호 참사 244일 - 여론이 악화되자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 대통형은 모든 걸 바꾸겠다고 했고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자신에게 있다고 했다. 그리고 마치 결백(청와대가 컨트롤타워가 아니었다는)이라도 증명하듯 최종 책임이 아닌 최우선 책임을 져야 할 해경을 해체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독단적이고 강렬한 처벌이었다. 그리고 울었다. 막 울었다.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테지만 6.4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었다. 어쨌거나 대통령이 사과를 한 이상 이 참혹한 사고의 진상이 곧 규명될 거라 막연히 생각했다. 선거에 출마한 여당 후보들의 외침도 한결같았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바꾸겠습니다.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울먹이며 절을 했다. 전부 거짓말이었다.(박민규)

지금이 나를 깨우기 위해 찾아온 기회니 허비하지 말아야 합니다.
태양이 아무리 강력하고 캄캄한 흙 속에 묻힌 씨앗의 눈을 틔어주는 생명력이 있어도 손바닥으로 가려버리면 그 힘을 나누어 주지 못하지요.
하나님께서도 등진 자는 속수무책입니다.
가슴을 열지 못하면 사랑과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정오에 물을 길으러 나온 사마리아 여자는 무슨 말씀인지 알아듣지 못하고 스스로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조차 모르면서도 예수의 말씀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지요.
사실은 지금 나도 그런 행복한 대면을 하고 있습니다.
삶에 선물 아닌 것이 없습니다.
지금 내게 물을 달라고 하는 그가 예수입니다.
오늘 내게 도움을 청하는 이의 아픔과 슬픔이 나를 어루만지는 그분의 손길입니다.
그 요청에 응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내 안에 샘물을 파고 생수를 담는 시작입니다.
“네가 하나님의 선물을 알고, 또 너에게 물을 달라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았더라면, 도리어 네가 그에게 청하였을 것이고, 그는 너에게 생수를 주었을 것이다.”
(#깊은산 20141216)

* 세월호 참사 245일 - 참패를 예상했던 여당이 선거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자 상황이 급변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시작되자 이를 가로막은 것은 정부였다. 국회의 거듭된 요구에도 청와대는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청와대 담당자는 "자료 제출을 하지 말라는 지침을 받았다"고 했고, 지침을 내린 자가 누구인지도 끝내 밝히지 않았다. 조사를 하지 말라는 얘기였다. 청와대가 그러하니 다른 기관들의 자세도 성실할 리 없었다. 당신 누구야?, 여당 의원은 유가족에게 호통을 쳤고 조사는 무엇 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새로운 도대체, 왜? 가 성립되는 순간이었다. 구조에 최선을 타하겠다 해놓고 왜 구조를 하지 않았나? 란 질문에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 해놓고 왜 이를 가로막나? 란 질문이 추가된 것이다.(박민규)

예수께서 마실 물을 좀 달라고 하자 사마리아 여자는 어떻게 유대인 남자가 사마리아 여자에게 물을 달라고 할 수 있느냐고 대들었습니다.
여자는 심리적으로, 사회적으로 굉장한 피해의식에 젖어 있었던 것이지요.
사마리아인으로 태어나 차별과 냉대를 당하고 있는 사회적 상황에 놓여 있었고, 나중에 나오지만 남편이 다섯이 있었고 지금도 다른 남자와 살고 있지만 그 누구도 자기의 남편이라고 말할 수 없는 애처로운 처지였지요.
게다가 함께 사는 동네 사람에게도 외면을 당하고 그들을 피해서 숨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 나의 모습이 이러하지 않습니까?
불안정한 신분으로, 동양인으로, 영어 못하는 사람으로, 키가 작다고, 돈이 없다는 생각에 사람들을 피해서 정오에 물을 길으러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리 저리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직업을 바꾸고 계획을 수정해 왔지만 그 무엇도 나의 일이라고 말할 수 없는 처지에 있지 않느냐는 말씀입니다.
이 여인을 그런 나의 모습으로 만납니다.
지금 나에게 물을 달라고 하는 그 물음, 내게 찾아온 손길, 나의 오늘, 나의 사람들, 그들이 누구인지, 그 일이 무엇인지 안다면 거기에 생수가 있습니다.
(#깊은산 20141217)

* 세월호 참사 246일 - 몇 가지 성과가 있긴 했다. 이미 버린 몸(해체) 해경이 제출한 사고 당시 청와대와의 통화내역을 통해 당시의 정황을 알 수 있었고 어렵게 모셔온 비서실장의 입을 통해 사고가 있은 당일 대통령의 행적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무엇보다 476명이 탄 선박이 침몰한 참사가 일어났는데 아무런 대책회의가 없었으며, 그 위중한 일곱 시간 동안 비서실장은 대통령이 어디 있었는지 "모른다"는 답변을 했다. 그날 국가는 없었다는 가설이 사실이 되는 순간이었다.(박민규)

그러므로 내가 생수를 얻어 영혼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먼저 하나님의 선물을 알아야 합니다.
나에게 온 선물을 알지 못하기에 원망하고 무기력하고 외롭게 살고 있다는 말씀이지요.
또한 영원히 목마르지 않기 위해서는 나에게 물을 청하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야 합니다.
내 곁에 있는 지극히 작은이에게 한 것이 곧 주님께 한 것이고 나에게 한 것이라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그가 바로 하나님의 선물이고 나에게는 그리스도입니다.
그러니 지금 내 앞에서 피로하고 목말라 물을 청하는 그가 나에게 도리어 생수를 줄 것이니 그를 놓치지 말고 그에게 생수를 청해야겠습니다.
내가 구하는 물은 마셔도 또 목이 마르지만 그가 준 물을 마시면 영원히 목마르지 않습니다.
아브라함도 길가는 나그네를 대접하다 하나님을 만납니다.
(#깊은산 20141218)

* 세월호 참사 247일 - 말 그대로 국정'조사'였으므로 국정조사는 그걸로 끝이 났다. 수사관과 기소권이 포함된 특별법이 그래서 화두가 되었다. 당신 누구야 소릴 들어가며 퇴장을 당해가며 유가족들이 알아낸 것은 구조를 하지 않은 정부가 그에 대한 진실을 밝힐 의지도 전혀 없다는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이제 누구도 정부를 믿을 수 없었다. 수사권과 기소권에 대해 여당은 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예민하게 반응했다. 대한 변호사협회가 이는 사실이 아닌 근거없는 주장이며, 진실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4.16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해도 꿈쩍하지 않았다. 한 여당 의원은 말했다. 유가족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준다는 것은 피해자에게 칼자루를 쥐어주는 것과 같다고, 나는 그에게 묻고 싶다. 그럼 가해자에게 칼자루를 쥐어줘야 하냐고. 공공의 적이 공공일 때 공공의 적인 공공에게 어떤 혐의가 있을 때 그 공공을 심판할 수 있는 건 누구냐고 묻고 싶다.(박민규)

목이 마르신 예수께서 마실 물은 야곱의 우물 물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그 앞에 나온 여인이 예수의 마실 물이었습니다.
그 여인을 만나 그 마음을 열고 그녀를 새롭게 하는 것이 그의 양식이었지요.
예수께 먹을 권하는 제자들과의 대화에서 그의 양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 이야기가 다시 나옵니다.
먹을 것과 마실 것을 구해온 제자들에게 예수께서는 다른 양식이 있다고 하셨지요.
그리고 예수께서는 나를 참된 양식이라고까지 말씀하셨지요.
그것만이 있다면 먹는 것도 자는 것도 그리 큰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이 없으니 먹는 것도 자는 것도 다 불편하고 힘이 드는 것입니다.
연애를 해본 사람은 압니다.
진짜 공부를 해본 사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 본 사람은 그것을 맛볼 수 있습니다.
연애를 하면 먹는 것도 자는 것도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공부하는 기쁨에 빠져보면 식음을 전폐하고 공부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밤을 새본 사람은 그렇게 내 갈증을 풀어주고 나를 행복하고 기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지요.
(#깊은산 20141219)

* 세월호 참사 248일 - 의혹을 만들고 키운 것은 정부였다. 그리고 갑자기 프레임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3족을 멸한다는 느낌으로 유병언 일가가 부각되었고 결국 유병언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유병언의 시신에 관해서는 성인의 입장에서 달리 할 말이 없다. 아니, 애썼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다만 나는 눈이 좀 쓰렸다. 눈이 부실 정도로 과도한 보도였기 때문이다. 제사 상에 오른 돼지머리를 보는 듯도 했고, 굿판이란 게 이런 건가 생각도 들었다. 실은 그럴 사안이 전혀 아니었다. 과도하고 불필요한 흐름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농성중인 유가족들을 향한 공격이 여당 의원들의 입을 통해, 언론과 인터넷과 sns를 통해, 애국보수단체의 행동을 통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이럴 사안도 전혀 아니었지만, 아무튼 이 불필요한 동작의 흐름을 모아보면 정부가 지향하는 바를 알 수 있었다.(박민규)

예수께서 마실 물을 달라고 했는데 여인은 두레박으로 길어 올린 물로밖에 알아들을 수가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께서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물을 주겠다고 하자 선생님은 두레박도 없고 우물이 깊은데 어디서 생수를 구하겠냐고 반문했던 것입니다.
지금까지 이 여인은 두레박만을 가지고, 우물을 파서만 물을 구할 수 있는 길을 걸어왔습니다.
자기의 능력과 한계 안에서만 살아온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그렇게 살아온 이 여인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갈급함이 있습니다.
오늘 내가 믿음으로 하루를 살고, 일하고, 기도하며 말씀을 듣는 까닭도 바로 그것이지요.
한번 마시면 다시는 목마르지 않을 나의 우물물을 긷고 싶은 목마름입니다.
오늘 주께서 그런 나에게 그 물을 주러오셨습니다.
성탄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깊은산 20141220)

* 세월호 참사 249일 - 세월호는 사고다. 즉 사고-보상 프레임이다. 이미 여러 의원들이 같은 맥락의 말을 이어왔고, 이 말은 또 여러 갈래의 뿌리를 내리고 또 내렸다. 누가 놀러가서 죽으라 했어요? 그만큼 했음 됐지. 왜 사고로 죽은 걸 가지고 정부를 물고 늘어지냐. 유가족이 벼슬이냐? 사고 원인은 죽은 유병언한테 물어봐라. 차 타고 가다 죽으면 대통령한테 가서 항의하냐? 세월호는 기본적으로 교통사고다. 아무튼 또... 기타 등등. 나는 문득 김보성을 떠올렸는데 이것이 논리라기보다는 의리라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그렇다. 지금 누군가가 세월호가 으리으리한 사고로 정리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만약 이 나라가 침몰한다면 그 원인은 의리일 거라 나는 믿는다.(박민규)

번호	제 목	이름	작성일	조회

468	위기와 통곡	깊은산	2015/01/18	822

467	다시 기회	깊은산	2015/01/11	912

466	그대는? 메리 크리스마스!	깊은산	2014/12/21	901

465	멀찍이?	깊은산	2014/12/14	881

464	알몸	깊은산	2014/12/07	899

463	칼과 몽둥이	깊은산	2014/11/30	911

462	함께 깨어 있기	깊은산	2014/11/23	860

461	나의 기도, 나의 잔	깊은산	2014/11/16	903

460	나의 십자가에서	깊은산	2014/11/09	889

459	거기서 시작되는 것,,,	깊은산	2014/11/02	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