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깊은산 (eastsain@chol.com) 2014/11/23(일) IMG_4525.JPG (172KB, DN:33)

함께 깨어 있기   누구나 자신의 생에 마셔야할 잔, 받아들여야할 순간이 있습니다. 자기 몫인 것, 그것을 받아 들어야 자기가 되는 그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인정하거나 발견하기가 쉽지가 않지요. 정작 해야 할 일, 영접해야할 삶을 피하고 싶고 외면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하나님께 나를 맡긴다는 것은 그것을 받아들인다는 것과 같은 의미일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지금 지나고 있는 아픔과 슬픔, 힘겨움을 피하려고 하지 말고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예수처럼 나도 내가 찾고 있는 기쁨이 바로 그 슬픔의 한 가운데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겠지요. 가장 큰 잔인 현재 살고 있는 삶을 하나님의 선물로 온전히 인정하게 될 것입니다. 예수께서도 그가 받아야할 잔을 피하고 싶었지요. 그가 받아야할 잔은 십자가였는데, 그것은 인류가 살아가면서 경험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예수께서는 그 십자가를 져서 하나님의 아들이 되셨고, 오늘 내가 구원에 이를 수 있는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벗고 그분이 대신 지셔서 쉽고 가벼운 그 짐을 나도 질 수 있게 하셨지요. 예수께서는 그런 순간에 기도를 하셨습니다. 기도를 통해 내 생각을 바라보고 그 생각에서 나와 하나님의 생각으로 가셨습니다. 잔을 피하고 싶은 마음, 도망가고 싶은 생각,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꺼내보시고, 하지만 자신의 뜻이 아닌 아버지의 뜻으로 그것을 채우셨던 것입니다. 예수와 제자들이 찬송하며 오른 곳 겟세마네입니다. 왜 그곳에 가셨을까? 예수께서 거기에서 기도하셨다고 했습니다. 기도하는 동안에 다른 제자들에게 떨어져 앉아 있으라 하셨고,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고 가셨지만 그들도 남겨 두고 근심에 싸여 죽을 지경인 마음을 안고 엎드려 기도하셨습니다. 내가 기도하는 동안 나는 홀로 일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께서도 그랬습니다. 내 문제는 내가 풀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내 문제를 풀어줄 수도, 내가 다른 사람의 문제를 대신 풀어줄 수도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나는 자꾸 끼어들려고 합니다. 내가 해주겠다고, 아니 다른 사람에게 풀어달라고 구걸을 하지요. 그럴 수가 없는 것입니다. 내 남편이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도, 연인이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도, 부모님이, 자식이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브라함은 결국은 이삭도 칼로 잘라 믿음의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지요. 조금 더 보면 예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에게는 부탁하시는 말씀이 다릅니다. 뭐라고 하시나요? 머물러 깨어 있으라고 했습니다. 결국 홀로 설 수밖에 없는 십자가 앞에서 적어도 놀라고 괴로워하는 마음을 보여주고 함께 깨어있기를 부탁할 수는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처럼 나와 함께 깨어 있기를 부탁해줄 친구가 있습니까? 아니, 나는 그렇게 부탁하는 친구를 위해 깨어 있어줄 수 있습니까? 오늘 이 시간이 비껴가길 나도 기도하고 있지 않습니까? 내가 왜 이 일을 당하고,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왜 이역만리 타국에서 이렇게 오해를 받고 힘겹게 살아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억울하고 불안하고 무섭습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와 보니 깨어있기를 부탁한 친구들은 모두 자고 있습니다. 내 마음과 같지 않지요. 같이 아파하고 고민하지 않고 모두들 자기 살길을 찾아가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잠잔다는 것은 무감각해진다는 것입니다. 아픈 사람만큼 누구도 아플 수가 없는 것입니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선생님과 함께 하겠다고 했던 베드로도 자고 있습니다. 한 시간도 깨어 있지 못하면서 절대로 그렇지 않겠다고 했던 거지요. 그런데 여기서 예수께서는 그들의 입장이 되어 이해를 하십니다. 마음을 알아주시는 거지요. 만일 무슨 말로 대답해야할지 어쩔 줄 몰라 하는 제자들에게 서운한 마음으로 몰아붙였다면 제자들은 얼마나 더 민망했고 죄의식이 들었을까요. 예수께서는 그들의 마음을 받아주시고 졸려서 눈을 뜰 수 없었던 육신과 상황으로 피할 자리를 내어 주셨던 것입니다. 때가 지나면 어쩔 수 없지요. 있을 때 잘해야 합니다. 깨어 있어야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내가 누구인지, 뭐하러 여기에 왔는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그런 고민을 하지 않게 될 날이 멀지 않습니다. ‘이제 남은 시간은 자고 쉬어라. 그 정도면 넉넉하다. 때가 왔다.’ 그 때가 오기 전에 ‘지금’에 깨어 살아야겠습니다. 이제 토론토를, 캐나다를 떠나야 할 날이 곧 올 수도 있습니다. 아니 지구별 여행을 마치고 온 곳으로 돌아갈 날, 누구나 가야할 그 길을 곧 맞이할 것입니다. 그 때가 오기 전에 유혹에 빠지지 않고 깨어서 있어야겠습니다. 아내가 백혈병을 만나고 있을 때 나는 지금 아내가 지는 십자가, 고통을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같이 깨어 있고 싶었지만 그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지요. 키모를 받아 약기운에 불면증에 시달리는 아내와 같이 깨어 있기는커녕, 아내가 참다 참다 새벽에 잠을 깨우면 어느 순간 그래서는 안되는데 짜증을 내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얼마나 외로울까 알아차리지만 이미 때는 늦습니다. 예수께서 그러셨듯이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에 어쩔 줄 모르고 무슨 말로 대답해야할지 몰라 하면 아내는 도리어 제 마음을 받아줍니다. “당신 마음은 알지만 많이 힘들고 피곤하지?” 그렇게 아내가 이해해주고 안아주면 고마움이 솟아나고 더 잘해야지 하는 마음과 환해지는 가슴을 만나게 됩니다. 그렇지 않고 도리어 정죄하고 비난했으면 더 멀어져갔겠지요. 자, 예수께서 자신의 잔 앞에서 깨어 있었습니다. 모두 자고 있어도 나는 그렇게 깨어 있을 수 있습니다. 그처럼 오늘 나의 삶에 깨어 있어야 합니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내 생의 감사와 기쁨이 무엇인지,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입니다. 주변의 이들이 같이 깨어 있지 않는다고 원망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홀로가야 하는 길이지요. 그 때 그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무슨 말로 대답해야할지 알지 못하는 이들의 편이 되어 주어야겠습니다. 곧 자고 쉴 때가 올 것입니다. 그 때가 오기 전에 깨어서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겠습니다. (마가복음 14장) 깊은산에서 오는 편지 사람들이 예수에게 가든 자기에게 오든 하나님이 하시는 일만 보았던 요한은 하나님의 의로 살았던 사람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거기서 요한이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이네요. 그 기쁨은 한마디로 말해서 남이 잘되는 것을 보면서 갖게 되는 기쁨입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인지상정이지요. 그런데 요한은 사촌이 땅을 사니 기뻐했다는 겁니다. 이것이 참 사랑의 증거입니다. 나중에 예수께서는 여자가 나은 자 중에 세례요한보다 큰 자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온전한 사랑은 두려움을 내어쫒습니다. 내 안의 기쁨이 그 증거입니다. (#깊은산 20141116) * 세월호 참사 215일 - 그 봄에는 우리 모두 유가족이었다.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이 어둡고 차가운 물속에서 죽어가는 것을 실시간으로 무력하게 지켜보았다. 머리로는 생존 가능 시간이 이미 한참 지났음을 알고 있었지만 가슴으로는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그것은 비이성적이었지만 인간적인 반응이었다. 하느님을 믿는 자도 믿지 않는 자도 기적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 바람은 기도였다. ‘세월호 이전’과 ‘세월호 이후’를 다르게 할 것이라는 대통령의 정치적 수사도 그 순간만큼은 기도처럼 들렸다. 가장 잔인하고 고통스러웠던 그 봄에 우리는 가장 인간적이었고 가장 종교적이었다.(정경일) 요한은 자신을 신랑의 음성을 듣고 기뻐하는 신랑의 친구로 비유하였습니다. 혼인식에 하객으로 참석하는 여러 부류의 사람 가운데 신랑이나 신부를 사랑했던 사람은 사실은 자기가 오늘 결혼식의 주인공이 되기를 바랬던 사람입니다. 그런 그에게 진정한 축하나 기쁨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지요. 자기 자리를 빼앗은 신랑이나 신부에 대해 씁쓸한 감정이나 질투로 그 자리에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요한은 바로 이렇게 혼인식장에 참석한 꼴이었습니다 예수가 아니었다면 사람들은 자기에게 몰려와서 세례를 받았을 겁니다. 자기에게 올 사람을 예수가 빼앗은 꼴입니다. 예수가 아니었다면 오늘 신부의 신랑은 바로 자기가 되는 것이었던 겁니다. 그런데도 요한은 자기의 신부될 사람을 빼앗아 결혼식을 올리는 신랑 예수에 대해 진심으로 기뻐하고 그런 기쁨으로 가득 차 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정말 큰 사랑입니다. (#깊은산 20141117) * 세월호 참사 216일 -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잊히는 것이다. 진상규명을 시작도 하지 못했는데 잊히는 것을 두려워해야 할 만큼 우리 사회의 망각은 폭력적이다. 대통령 자신이 눈물까지 흘려가며 진상규명을 약속했지만 그와 정부는 세월호 ‘정국’에서 가장 먼저 탈출해버렸고, 고통의 망각과 애도의 중단을 조직적으로 강요했다. 교황 프란치스코가 방한해 고통의 기억을 다시 살려내긴 했지만, 그가 떠난 후 다시 전방위적 망각의 강요가 꼭 군사작전처럼 전개되었다. 탐욕의 체제를 지탱해 온 정치, 자본, 언론, 종교의 굳건한 동맹이 그 망각 작전에 일사분란하게 참여했다. 그와 함께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다짐했던 시민의 관심도 하루가 다르게 약해졌다.(정경일) 어떻게 요한이 가진 이런 무조건적인 기쁨이 가능할까요? 내가 어떨 때 가장 기쁠까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보상을 잘 받았을 때? 일을 이루었을 때? 칭찬을 받았을 때? 갖고 싶은 것을 가졌을 때? 그러나 지나고 보면 이런 저런 조건 때문에 기쁜 것은 잠시입니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와 통계 결과는 무언가 나눌 때 사람은 가장 기쁘고 행복하다고 합니다. 그것도 아무런 대가 없이 말이지요. 그런 사람이 큰 사람입니다. 성경은 그것을 사랑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런 기쁨과 사랑을 하며 사는 사람다운 ‘삶’이 있습니다. (#깊은산 20141118) * 세월호 참사 217일 - 4·16 참사의 의도적 망각은 ‘무관심’apathy과 통한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무관심이다. 그것도 의도적 무관심이다. 오늘의 한국 사회가 세월호의 고통을 의도적으로 망각하려고 하듯이 20세기의 제1세계 사람들도 제3세계 민중의 고통에 대해 의도적으로 무관심하려고 했다. 풍요로운 사회가 되면서 그 풍요를 계속 누리고 싶은 욕망이 강해져서 그랬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제1세계의 풍요는 제3세계에 대한 착취의 결과였으니 “착취가 마찰 없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무관심이 필요”했다. 풍요로운 사회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풍요와 안락을 최소한 정신적으로는 위협받지 않기 위해 타인의 고통에 대해 의도적으로 무관심하고 잊어버리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오늘 세월호도 그렇다.(정경일) 요한의 사랑은 자신의 유익이 아닌 사랑하는 이의 행복을 위하는 사랑이었습니다. 아니 사실은 그것이 그냥 사랑입니다. 사랑한다고 하면서 자신의 이득을 따지는데 그것은 사랑하는 것이 아니지요. 그래서 때로는 남의 애인을 가로채기도 하고 더 나아보이는 사람이 나타나면 쉽게 자기 애인을 버리기도 합니다. 예수에게 길을 내어주는 요한은 사랑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나보다 더 나은 친구가 나타나자 아픈 마음을 달래며 나의 애인을 나의 친구에게 연결시켜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기쁨이 터져 나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쁨으로 가득 차 있다고 고백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면서 요한은 ‘그는 흥하여야 하고, 나는 쇠하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애인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모든 것을 양보하고 그것만으로는 모자라 자신은 쇠하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기에 안과 밖이 다르지 않고 나와 너가 다르지 않은 하나인 세계가 있습니다. ‘하나’님입니다. (#깊은산 20141119) * 세월호 참사 218일 - 인간 삶의 비극은 고통의 경험 자체가 아니라 그 고통으로부터 아무 것도 배우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끔찍한 비극은 고통으로부터 배우기는 하지만 가장 나쁜 것을 배우는 것이다. 1997년 IMF 경제위기 때 한국인이 배운 것은 자본주의의 모순과 악이 아니라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악착같이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신자유주의의 가공할 파괴성을 경험한 후에 오히려 물질에 대한 탐욕이 절대적 가치가 되어버린 것이다. 특히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등장을 통해 ‘민주화’에 대한 사회 의례적 인정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후에 등장한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더 거침없이 탐욕의 경제를 촉진했다. 오늘의 한국 사회는 ‘맘몬’의 절대지배 아래 있다.(정경일) 요한이 남긴 그는 흥하고 나는 쇠하여야 한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요? 40년 동안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여전히 자기중심적인 생활 속에서 신앙의 감격이 없이 답답하게 살아온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마침내 수녀원에 들어가서 엄한 계율과 의무에 열중했지만 차가움과 마음의 공허는 여전하였습니다. 어느 날 수녀원 복도를 걸어가다가 예수께서 빌라도의 뜰에서 채찍에 맞으시는 그림을 보았습니다. 수백 번 더 본 그림이었으나, 그날 그 순간만은 전혀 새로운 감동으로 마음에 와닿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여기서 비로소 자신을 위해 고난 받으시는 그를 만난 것입니다. 그녀의 눈에서는 하염없는 눈물이 흘렀습니다. 한참 후 그는 일어섰습니다. 고통 받고, 소외당하고 어려움 당하는 자,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 자를 위하여 사랑의 빚을 진 마음으로 그가 일어섰던 것입니다. 이 여인은 마침내 그의 흥함과 나의 쇠함을 위해 남이 돌보지 않는, 남이 가지 않는 곳을 찾아서 장애자, 가난한 자, 고아, 과부, 버림받은 자, 문둥병자를 돌보면 상한 마음을 싸매어 주는 사랑의 위로자요 평화의 사도가 되었습니다. 이 여인이 바로 인도의 마더 테레사 수녀입니다. (#깊은산 20141120) * 세월호 참사 219일 - 맘몬은 전능하고 교활해서 ‘가진 자’와 ‘없는 자’ 모두의 의식과 삶을 지배한다. 부자는 계속 또는 더 부유해지기 위해, 가난한 자는 부유해지기 위해 삶의 다른 중요한 가치들을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스스로 돈의 노예가 된다. 그렇게 인간은 자신을 위해 물건을 소유하지만, 결국 인간은 물건의 노예가 되어 버려 맘몬이 통치하는 한국 사회의 본질을 정확히 드러내 준다. 이런 물질주의의 탐욕이 세월호를 침몰시켰는데도 탐욕의 체제는 세월호 이전과 똑같은 힘으로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정경일) 요한은 내가 아니라 뒤에 오시는 이가 흥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그의 일을 위해 보냄을 받았으니 말입니다. 하늘이 주시지 않았으면 아무도 받을 수 없는데 무엇을 자랑하고 내 것이라 주장할까요? 그래서 그것을 내려놓을 때에 혼인잔치에 신랑이 오는 소리를 듣고 기뻐하는 기쁨이 내 안에 가득하겠지요. 예수께서는 부모와 처자를 버리지 않으면 당신을 따를 수 없다고 하였는데 내가 부모와 처자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사는 어리석음을 일러주고 계신 것입니다. 그런 내 고집과 생각을 내려놓으면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가 사는 참된 기쁨이 가득할 것입니다. 그는 흥하여야 하는 나는 쇠해야 합니다. 그가 진짜 나이기 때문입니다. (#깊은산 20141121) * 세월호 참사 220일 - 우리가 한 사람과 관계할 경우 그에게 여러 조건들을 제시하는 일을 그칠 때 비로소 우리는 그를 사랑하게 된다. 사랑은 무조건적이라는 것이다. 예수가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통해 깨우쳐 준 것도 그런 무조건적 사랑이다. 이 시대의 강도 만난 자인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에 대한 사랑은 윤리적, 법적, 제도적 조건보다 우선한다. 그들은 윤리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식과 가족을 잃었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무조건적 사랑과 지지를 받아야 한다.(정경일) 세례 요한의 선택이 오늘 내 안에 부활하여 잔잔한 감동을 안겨줍니다. 이기적인 사랑을 하고 있는 나에게 찔림을 안겨주고 회개와 양보와 헌신의 삶속에서도 은근히 자기 의를 드러내려는 마음을 돌아보게 하고 있는 거지요. ‘하늘이 주시지 않으면, 사람은 아무 것도 받을 수 없다’는 고백에는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어떤 집착이나 원한이 없습니다. 내가 잘 하는 것도, 내가 못하는 것도 다 하늘로서 온 것이지요. 이런 사람을 세상이 어찌하겠고 이런 사람에게 무엇이 문제이겠습니까? 다 감사입니다. 오늘 나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고, 영광을 받을 사람이 아닙니다. 육신인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다만 그 앞서 보냄을 받아 할 일을 하는 사람일뿐이라는 것입니다. (#깊은산 20141122) * 세월호 참사 221일 - 유가족이 원하는 사랑은 단순하다. 그들의 신음을, 탄식을, 말을 경청해 달라는 것이다. 도대체 자기들의 아이들이 왜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물에 빠져 죽었는지 이유를 알게 해 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드러난 문제들을 고쳐 달라는 것이다. 그들의 바람은 최소적이다. 하지만 정치, 언론, 종교는 그들의 소리와 바람을 귀 기울여 듣기보다는 그들을 가르치고 꾸짖고 비난하는 말을 더 많이 했다. 고통받는 자 앞에서는 듣기가 말하기보다 우선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증언은 고통받는 이들의 소리와 탄식이다. 희생자의 소리를 먼저 들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신학도 있고 윤리도 있다.(정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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