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0] 잘 보고 합니다. (n

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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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삶의 예술 공동체 편지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chol.com)

2014/6/22(일)

IMG_1987.JPG (353KB, DN:27)

잘 보고 합니다.

삶을 살면서 우리에게 주신 선물을 많이 누리고 살아가는 또 하나의 비결이 있다면 잘 보는 것입니다.
듣고 보는 거지요.
성경의 욥기에 보면 욥이 많은 고난을 당합니다.
하나님을 잘 섬기고 경건하고 의로운 사람이었는데 그가 당하는 고난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고난을 당한 후에 욥이 말하는 고백이 있습니다.
전에는 내가 귀로만 하나님에 대해서 들었는데 이제는 눈으로 하나님을 뵈었다고 합니다.
지나보고 넘어보아야 알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캐나다에 왔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캐나다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먼 나라였습니다.
캐나다에 대해 듣기만 했지요.
그런데 이렇게 와서 보니 어떤가요?
들어서 상상만 했던 나이아가라 폭포도, 록키도, 오로라도 직접 눈으로 봅니다.
그러면 달라지지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습니다.
또 물론 같이 보아도 어떤 눈으로, 무엇을 보는지가 중요합니다.

또 무엇을 보느냐 하는 것입니다.
잘 보아야 한다고 하면 다들 의문을 가집니다.
지금 내가 잘 보고 있는데 도대체 뭘 더 잘 보라는 거지?
안경을 쓰고 보라는 말인가?
현미경으로 보라는 말인가?
성경에서 예수께서 말씀하신 가장 영성적인 단어를 꼽으라면 ‘들에 핀 백합화를 보라’ ‘공중에 나는 새를 보라’라고 말씀입니다.
잘 보면 정말 그 안에 담긴 기적과 신비를 만날 수 있습니다.
백합화를 한번 보세요.
새를 한번 보세요.
얼마나 큰 사랑과 신비와 은혜가 새겨져 있는가 말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보나요?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내 생각대로 이미 다 편집해서 보고 있습니다.
내 모습을, 내 아내를, 내 아이를, 내 일을.......
처음 보듯이 두 번 다시 못볼 듯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선물을 누릴 수 있습니다.
소나무를 소나무로 보는 한 소나무를 볼 수가 없습니다.
‘소나무’라는 것은 그 이름일 뿐입니다.

성경에는 그런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예수께서 성전을 떠나가실 때에 제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선생님께 하는 말이지요.
보십시오.
얼마나 굉장한 돌이고 건물입니까?
그런데 과연 정말 그럴까요?
정말 거기에 있었던 것이 돌이었을까요?
건물이었을까요?
그것도 굉장한! 돌과 건물이었을까요?
제자들이 보는 눈은 그랬습니다.
제자들은 크고 웅장한 돌과 건물들을 보고 있었습니다.
돌이 크고 웅장하다는 것은 자기 생각입니다.
돌은 돌이지 어떤 것은 크고, 어떤 것은 초라하다는 것이 어디에 있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그런 것에 붙잡혀서 본질을 놓치고 살게 됩니다.
그렇다면 예복을 입고 다니기 좋아하고 인사받기를 좋아하고 높은 곳에 앉기를 좋아하는 율법학자들과 다를 바가 없지요.

그러나 예수께서는 큰 건물을 보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여기에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질 것이다.
다 지나가는 것입니다.
지나가는 것에 현혹되고 매달려 살아가는 인생입니다.
그렇게 살아야겠습니까?
성전을 건물과 돌로 보는 한 거기에 있는 그것을 보지 못합니다.
건물이라고 이름하는 그것이 그렇게 있는지를요.
그것은 굉장한 것도, 위대한 것도, 경탄할 것도 아닙니다.
나타난 것을 보는 한, 그것을 실체라고 하는 한 우리는 실망하게 될 것입니다.
거기에 매여서 끌려 다니며 살게 될 것입니다.
있는 것을 그대로 보고 느끼고 만나고 경험해야지요.
성전은 하나님이 계신 곳, 하나님을 만나는 자리입니다.

그렇습니다.
오늘 무엇을 보고 있습니까?
우리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 ‘있음’을 경험해야 합니다.
종종 우리는 존재가 흔들린다고 합니다.
그러나 ‘존재(있음)’가 흔들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존재는 한번도 우리를 떠난 적이 없이 늘 함께 있었습니다.
존재는 하나님이기 때문입니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지만, 세상은 그 말씀이 있는지 알지 못하고 떠나 삽니다.
그리고 나타난 것들, 겉모습이 있는 것인양, 그것이 전부인양 그렇게 살아갑니다.
돌 위에 돌 하나도 남지 않을 것들을 보지 말고, 참 성전을 보아야겠습니다.
내 생각대로, 판단대로, 감정대로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입니다.
다시 한번 돌아봅시다.
오늘 나는 무엇을 보고 살아가고 있습니까?
우리 주님께 지난 한 주간의 삶을 무엇이라 고백하시겠습니까?
우리를 둘러싼 돌들과 건물들이 아닌 삶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한 판단, 발전하지 않는 것같은 영어실력, 엉터리로 나온 성적, 늙어가는 외모, 아픈 몸, 상한 마음....
그런 것들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하나님을 모신 우리의 진실을 만나 높아져가야겠습니다.

(마가복음 13장)

깊은산에서 오는 편지

노아는 홍수가 있은 뒤에도, 자식을 저주한 후에도 삼백 오십년을 더 살았습니다.
오늘이 있은 뒤에도 내일이 오늘로 있을 것이고, 2014년이 있은 뒤에도 2015년이 오늘로 찾아와 나를 살게 할 것입니다.
오늘 나의 삶이 내일의 내 모습이고 내가 산 오늘을 후손들이 똑같이 살 것입니다.
꼭 그대로 살게 될 것이고 그것이 나의 삶의 열매입니다.
그러니 오늘도 내일도, 지금 이 순간의 생각과 행동에 깨어서 머리와 가슴과 몸이 하나가 되게 살아야겠습니다.
그런 삶이 사랑입니다.
그렇게 깨어 있으면 나는 사라지고 사랑만이 있습니다.
(#깊은산 20140615)

사람들이 바벨탑을 쌓기 전에는 언어가 하나고 모두가 같은 말을 썼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들은 언어가 다르고 생각이 다양한 현실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선악을 판단하고 서로 갈라서는 생각의 노예로 살기도 하고 불편함을 감수하여 또 다른 무언가를 경험하고 알아가는 것이지요.
이 문제의 좋은 점입니다.
세월호로, 잇달아 들려오는 망언들로 분명히 드러나는 것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참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다름이 거울이 되어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분명히 알게 되고 균형을 잡고 살게 됩니다.
그래서 자유인으로 살기 위한 출애굽의 도정에서 그들은 왜 그렇게 되었는지 묻고 물어 바벨탑을 만나 가나안으로의 길잡이를 찾습니다.
사람과 사람은 다르게 되어 있습니다.
그 다름이 나를 깨어 있게 합니다.
(#깊은산 20140616)

‘다름’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사랑이고
그것을 ‘나’의 눈으로 해석하는 것이 믿음이고
해석한 대로 사는 것이 희망입니다.
(#깊은산 20140617)

우리는 어려운 것에 집착하여야 합니다.
자연의 모든 것들은 어려운 것을 극복해야 자신의 고유함을 지닐 수 있습니다.
고독한 것은 어렵기 때문에 좋은 것입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좋은 것입니다.
아마도 내가 알기에 그것은 가장 어려운 일이고 다른 모든 행위는 그 준비 과정에 불과합니다.
젊은이들은 모든 일에 초보자이기 때문에 아직 제대로 사랑할 줄을 모릅니다.
그러나 배워야 합니다.
모든 존재를 바쳐 외롭고 수줍고 두근대는 가슴으로 사랑을 배워야 합니다.
사랑은 초기 단계에서는 다른 사람과의 합일, 조화가 아닙니다.
사랑은 우선 홀로 성숙해지고 나서 자기 스스로를 위해서,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하나의 세계가 되는 것입니다.
(릴케)

사람들은 동쪽에서 이동하여 오다가 시날 땅 한 들판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길을 가다 멈추어 자리를 잡고 머물게 되니 벽돌을 굽고 역청을 써서 도시를 세우고 탑을 쌓으려 했습니다.
그렇게 오늘 가던 길을 멈추어 내가 하는 생각은 무얼까 돌아봅니다.
왜 이 길을 가는지 놓치고 주저앉으면 이렇게 되게 되어 있습니다.
도시를 세우고 하늘까지 닿는 탑을 쌓아 이름을 날리고 이제는 흩어지지 않겠다는 겁니다.
스스로 아성을 만드는 거지요.
그것은 교만일 수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이제 더 가지 않고 멈추어서 가진 것을 지키겠다는 ‘죽음’의 시작입니다.
‘늘 그런 사람’은 늙은이이지요.
산다는 것은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입니다.
변화하는 사람만이 새해를 맞이하고 그런 사람은 날마다 새해입니다.
탑은 자기 생각이고 체제와 문화, 이데올로기입니다.
사람들은 길을 가고 변화하는 것이 두려워 도시를 세우고 탑을 쌓아 획일화, 집단 이기주의, 자기 조항과 틀을 견고하게 하는 겁니다.
오늘도 나는 새로워지고 변화하는지 돌아봅니다.
처음 보듯이 두 번 다시 못 볼듯이.
(#깊은산 20140618)

또한 길을 가다가 멈추어 자기만의 탑을 쌓는 것은 의식수준에 대한 비유입니다.
그림 그리는 화가로 비유하자면 어느 정도 익숙해진 기법과 틀을 가지고 그것이 전부인양 지키겠다는 고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교회의 목사로 말하면 교회당의 첨탑을 더 높이 세워서 교리를 강화하고 교회의 예산과 교인 수에 연연하기 시작하는 유혹입니다.
어느 순간 내용은 없어지고 형식이 목적이 되어 버리는 거지요.
정치로 하면 당을 세우고 당리당략을 위해 권력을 하늘에 닿게 하고 이름을 날리겠다는 것인데 모두가 ‘두려움’이라는 의식수준에 기반을 하고 있습니다.
똑같은 하루는 없고 고인물은 썩게 되어 있습니다.
혹시 오늘 가던 길 멈추고 내가 지금 고여 있지 않은지 돌아봅니다.
자유란 어떤 절대적인 방식에 자기를 가두지 않는 것입니다.
(#깊은산 20140619)

사람들은 탑을 쌓아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하여 자기 이름을 날려 흩어짐을 면하자고 합니다.
자유대신 더 절대적인 아집과 상아탑이 견고해져가고 있습니다.
그 때 하나님이 찾아오십니다.
주님께서 사람들이 짓고 있는 도시와 탑을 보려고 내려 오셨지요.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시는 하나님이 말씀하십니다.
“사람들이 같은 말을 쓰는 한 백성으로 이렇게 이런 일을 시작하였으니 이제 그들은 하고자 하면 무엇이든지 하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사람을 보는 하나님의 눈입니다.
사람은 하고자 하면 무엇이든지 하지 못할 일이 없는 존재입니다.
나는 하고자 하면 무엇이든지 하지 못할 일이 없습니다.
하고자 하지 않아서 그렇지요.
그게 사람입니다.
그러니 오늘 내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깊은산 20140620)

“여러분이 무엇인가를 달리 생각하면 하나님께서는 그것도 여러분에게 드러내실 것입니다.”(빌3:15)

사람들이 탑을 쌓는 것은 명예와 권력을 추구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름은 원래는 하나님이 지어주시고 사람은 자기에게 찾아온 동물들을 불러 주었던 축복과 소망과 바람이었지요.
그런데 이제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그 이름을 날리고 또 흩어짐을 면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니 탑을 쌓는 것은 자기만 옳다는 독선과 소유한 것을 지키려는 기득권의 다른 모습이기도 합니다.
샘은 퍼내야 솟아나 깨끗해지고 교회는 흩어져야 건강해지고 철학은 ‘정’만이 아니라 ‘반’이 있어야 ‘합’으로 나아가지요.
씨앗이 썩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지만 썩으면 싹이 나 백배 천배로 변화합니다.
독선과 소유욕은 정체와 파멸의 길입니다.
오늘 내 이름을 높이려는 탑 쌓기를 그만두고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어디든지 가야겠습니다.
(#깊은산 2014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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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	잘 보고 합니다.	깊은산	2014/06/22	981

439	잘 듣고 합니다.	깊은산	2014/06/15	922

438	헌금하는 삶	깊은산	2014/06/08	947

437	헌금함 앞에서 누가 어떻게?	깊은산	2014/06/01	1021

436	삶의 다른 차원	깊은산	2014/05/25	1020

435	다윗의 후손?	깊은산	2014/05/18	1013

434	참 예배, 참 찬양	깊은산	2014/05/11	983

433	으뜸되는 것	깊은산	2014/05/04	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