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7] 헌금함 앞에서 누가 어떻게? (n

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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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삶의 예술 공동체 편지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chol.com)

2014/6/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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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금함 앞에서 누가 어떻게?

예수께서 회당의 헌금함 앞에 앉아 사람들이 헌금을 어떻게 하는지를 보고 계셨다는 말씀을 대하면서 물음들이 올라왔습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이 가난한 과부는 누구였을까?
부자는 누구일까?
나는 그 가운데 누구일까?
그리고 이들은 왜 헌금을 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야기대로라면 가난한 과부는 오늘 당장 먹을 것이 없을텐데 생활비 전부를 헌금하는 마음이 무엇일까?
그리고 하나님은 그런 헌금을 왜 받으셨을까 하는 물음까지 올라왔습니다.

멜기세덱을 만났던 아브라함이 그랬지요.
승전해서 충분히 자기 주장을 하고 전리품을 자기 소유로 챙길 수 있었는데도 그것은 승전하게 해주신 하나님의 것이라는 그 표시로 십분의 일을 헌금으로 드렸습니다.
오늘 자기 생활비 전부를 헌금한 과부의 마음도 그런 믿음이겠지요.
남들은 구차한 삶이라고 하지만 그것까지도 하나님이 자기에게 주신 것이라는 믿음이 그를 살게 하는 힘이었을 것입니다.
그것까지도 감사로 받을 수 있을 때 삶의 차원은 무한히 높아지고 풍족해지지 않을까요?
아무리 배불리 먹고 큰 집에서 살아도 그것이 감사로 오지 않을 때 늘 부족하고 불평하고 불만으로 사는 지옥이구요.

예수께서는 헌금함 맞은쪽에 앉아서 보고 계시니 '지켜 보시는 예수님'입니다.
지금도 우리를 지켜 보시는 그가 있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결정하고, 판단하고 받아들이면서 살아가고 있을까.......
그렇게 보고 계시지요.
나도 나를 잘 알지 못하지만 그는 다 아십니다.
나의 생각과 판단과 결정, 행동을 말입니다.
'무엇을 하는지'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하는지'를 보시는 분 앞에 있는 나의 삶입니다.

또 반대로 내가 만일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면 무엇을 볼까도 한번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가만히 지금 내 모습과 예수의 모습을 번갈아 가며 되어도 봅니다.
무엇을 보고 있습니까?
내 앞에 일어나는 일,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볼 때 무엇을 보고 있는지 말입니다.

오늘 예수께서는 헌금을 누가 ‘얼마나’ 하느냐에 관심을 두지 않으셨습니다.
헌금을 누가 ‘어떻게’ 하느냐를 보고 계셨다고 하였습니다.
사람의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과 자세, 중심을 보는 눈을 가지고 계셨다는 것이지요.
거짓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 한심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눈이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조금의 변화가 없어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에 도리어 우리가 상처를 입게 되지요.
참 우스운 일입니다.
다른 사람들 때문에 내가 상처를 받는다는 것이 말입니다.
그러나 또 다르게 보는 눈은 그것을 넘어서 그런 사람의 ‘행동’이나 ‘습관’, ‘표현’이 아닌, 그 본래의 영혼을 보는 것입니다.
‘절대 긍정’이라고 할까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씀처럼 말입니다.
그렇게 분리해서 보는 것이 헌금을 '얼마나'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를 보는 눈이 아닐까 합니다.

자 오늘 나는 어떻게 헌금을 하고 있나요?
또 헌금함 앞에 앉아 있다면 무엇을 지켜 보고 있는지 가만히 돌아봅니다.

깊은산에서는 오는 편지

방주에서 나가려 할 때 노아가 내가 지은 나의 방주에서 너의 생명을 지켜주었으니 너는 나를 떠나지 못한다고 했으면 어찌하였을까요?
하지만 노아는 손수 ‘자기가 만든’ 방주의 창을 열고서 까마귀와 비둘기를 내보내 줍니다.
떠나보내려고, 자기 삶을 살게 하려고 방주에 데리고 있었던 거지요.
내가 한 일이 아니니 내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의식 수준을 높이는 최고의 지름길은 대가 없이 친절하기입니다.
그냥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있는 그대로 주는 사랑으로 내가 큽니다.
자식을 소유하려하고 남편과 아내, 애인을 내 맘대로 하려하고 일의 결과를 좌우하려할 때부터 사랑은 떠납니다.
방주를 만들고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그것 자체로 이미 행복이고 감사이고 기쁨이지요.
Enough!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깊은산 20140525)

노아가 방주를 만들고 방주 안에 머물고 방주를 나가는 일은 하나님을 만나서 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나에게 힘을 주시는 내 밖에 있는 한 점이고 부동자(Unmoved Mover)이시지요.
내 밖에 있는 한 점이 없이는 사람은 힘을 쓸 수 없습니다.
힘을 써도 늘 제자리입니다.
그러니 내가 만든 방주라고 하지만 사실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니지요.
또 내가 했다면 내 한계 안에 있겠지만 내가 한 것이 아니기에 무한한 가능성입니다.
성공도 그의 것이고 실패도 그의 것이니 나는 지금 나의 정성을 다하여 살아갈 뿐입니다.
그래서 노아는 우리의 위로입니다.
그 안에서는 다 괜찮습니다.
(#깊은산 20140526)

“알키메데스는 '지구 밖에 한 점을 달라 거기다 내 지렛대를 대고 지구를 움직이겠다.'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밖에 있는 한 점을 만물을 다 움직이면서 자기는 움직이지 않는 unmoved mover라 하여 신을 보았습니다. 내 밖에 있는 한 점(아프리오리, 先驗), 이것이 없이는 사람은 힘을 쓸 수 없습니다. 힘을 써도 늘 제자리입니다.”

나도 나의 일을 하면서 나의 방주로 참 많이 맞이하고 떠나보냈습니다.
그렇게 떠나보내고 맞이하는 마음들을 살펴봅니다.
떠난 까마귀는 이리저리 날아다니기만 했지요.
그 까마귀가 돌아오지 않았다고 해서 배은망덕한 것일까요?
까마귀는 독립하는 힘과 스스로 사는 자발성이 깊어서 좋습니다.
노아는 그것으로 족합니다.
또 비둘기는 쉴만한 곳을 찾지 못하고 그냥 방주로 돌아옵니다.
그러니 노아는 손을 내밀어 받아들여 자기가 있는 방주로 끌어들였습니다.
비둘기는 남에게 기대려고만 하니 나약한 것일까요?
비둘기는 고마움을 알고 다시 돌아와 땅이 마른 표시인 올리브 잎새를 물어다 주는 보은을 해주었지요.
이렇게 다 품고 받아 안을 수 있는 유연함이 사랑이고 그것으로 족합니다.
어버이의 마음입니다.
선생님의 마음입니다.
하나님의 마음입니다.
가면 보내주고 오면 받아들이고.....
그리고 올리브 잎을 물고 돌아 왔던 그 비둘기도 결국을 다시 나가 그에게로 돌아오지 않았답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그게 삶이고, 그게 방주이고, 그게 노아입니다.
그렇게 살기로 합니다.
(#깊은산 20140527)

5뤌 27일, 오늘이 80년 오월 광주 도청으로 계엄군이 진입하여 학살이 있기 전 마지막 밤이었네요.
그날 밤 도청을 사수하던 그 분들의 마음이 되어 봅니다.
마지막이 될 줄 알면서도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마음, 나도 그렇게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을까?

“우리의 피를 원한다면 하나님, 이 조그만 한 몸의 희생으로 자유를 얻을 수 있다면 희생하겠습니다. 하나님, 나는 무엇입니까? 너무 가냘픈 존재올시다. 너무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 자올시다. 주님,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위해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더 큰 고통과 번뇌와 시련을 듬뿍 주셔서 세상을 이겨 나갈 수 있는 힘과 지혜를 주십시오. 고아라면 모두 이를 갈지요. 사회가 버린 부랑아입니다. 내 형제들, 어린 동생들, 이렇게 죽는 나로 말미암아 두세 겹의 고통과 멍에를 짊어지고 쓰레기로 태어나 쓰레기처럼 살 수 밖에 별 도리가 없겠지요. 하나님, 어찌해야 좋겠습니까? 양심이 무엇입니까? 왜 이토록 무거운 멍에를 메게 하십니까? 이렇게 주께 갈급하게 구해야만 세상을 살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하렵니다. 하나님 도와주소서! 모든 것 용서하시고 세상에는 관용적 사랑을!"(故박용준의 유고 中)

오월 광주의 희생자 중에 고아로 자라나 구두닦이를 하며 천대받는 사람들을 위해 살겠다는 박용준님이 오월 학살의 마지막날 밤, YWCA방어를 책임지면서 하나님 앞에서 죽음을 예감하고 드렸던 기도입니다.
그렇게 늘 오월 광주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습니다.
이제 4.16 세월호가 또 한켠에 자리를 잡았듯이 미안함과 부끄러움입니다.

도청에서의 마지막 날 밤, 계엄군이 도청으로 진격해 올 것을 알면서도 그리고 뻔히 죽을 것을 알면서도 도청을 사수하고자 했던 그들이 되어 보면 아프고 아픕니다.
해경의 핼리콥터 소리를 들으며 이제 살았다 싶은데 물은 차오르고 차오르고 그 아이들의 얼굴과 소리가 들리면 미칠 것만 같아요.

아, 광주의 그 마지막 밤, 속절 없이 물에 가라앉던 세월호....ㅠㅠ

가면 보내고 오면 맞이하는 마음을 살피면서 알아지는 것이 있습니다.
땅 위에서 물이 빠진 것, 그리고 이제 방주에서 나가야할 때라는 겁니다.
까마귀가 나가고 비둘기가 돌아오지 않을 때에 “왜 하필?”이라며 이리 저리 휘둘리기 쉬운 상황이지요.
그런데 그 상황이 때를 알려주는 신호이니 참 고맙습니다.
그리 깨어 있어야겠습니다.
상황과 조건에 무엇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잘 듣고 잘 봅니다.
있는 그대로 통째로 정확히 듣고 봅니다.
그러면 홍수가 오고 홍수가 그치고 오늘도 여전히 바람이 불어옵니다.
늘 새로운 새날입니다.
(#깊은산 20140528)

안전한 방주이지만 거기에 영원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방주를 나와야 인생입니다.
에덴에 있어서는 사람이 아닙니다.
에덴을 나와야 사람입니다.
어머니 뱃속에서 나와야 세상이고 산에서 내려와야 삶을 만납니다.
어머니 뱃속에서는 어머니를 볼 수 없고 산에서는 산을 볼 수 없습니다.
방주에서 나와 이 땅에서 생육하고 번성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고 명령입니다.
순조로운 바다는 유능한 뱃사람을 키워내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홍수를 지나 방주를 통과해 생육하고 번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또 방주에서 나와야할 때입니다.
세상의 비바람과 천둥과 번개는 나를 성장하게 하는 선물입니다.
(#깊은산 20140529)

방주에서 나온 노아는 제단을 쌓고 예배를 드립니다.
예배는 서비스니 삶에 대한 봉사와 섬김이 신에 대한 예배의 원리이지요.
하나님은 사람이 드린 예배, 서비스의 향기를 맡으시고 사람이 악하다고 하여서 땅을 저주하거나 모든 생물을 없애지 않겠다고 다짐하십니다.
이제 홍수를 지난 사람들은 알게 됩니다.
그것은 저주가 아니라 뿌리는 때와 거두는 때이고, 추위와 더위이고, 여름과 겨울이고, 낮과 밤입니다.
이렇게 있는 그대로 보고 듣고 감동하고 사랑하는 것이 예배입니다.
오늘 나는 어떤 향기가 나는 서비스, 예배를 올려 드리고 있을까요?
나만의 냄새, 모양, 색, 그리고 어울림이 있습니다.
(#깊은산 20140530)

노아는 방주에서 나와 제일 먼저 주님 앞에 제단을 쌓습니다.
예배로 시작하는 삶입니다.
무엇을 하든지 그 앞에 엎드려 나를 내어 놓고 드리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것으로 하늘과의 통로, 하나님과 사귐을 여는 것이지요.
삶을 올려드리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올려드리는 나도 그처럼 올라갑니다.
그러니 예배는 받으시는 이에게 영광이지만 또한 드리는 사람에게는 축복입니다.
노아가 제단의 제물로 고른 것은 정결한 짐승들이었는데 내가 고르는 것은 무엇일까 또 돌아봅니다.
나에게 제물로 드려 하나님과 교통할 정결한 것은 무엇일까요?
나의 진심, 정성, 아름다움, 사랑?...
사랑의 극치는 Labor(산고, 진통, 출산)라고 했습니다.
오늘 나의 제단의 제물입니다.
(#깊은산 20140531)

“일은 눈에 보이게 나타난 사랑이라”(칼릴 지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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