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8] 누구의 것? (n

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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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삶의 예술 공동체 편지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chollian.net)

홈페이지: http://sanmul.net

2014/3/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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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것?

그들이 와서 예수께 말로 책잡으려고 묻는 것은 황제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은지, 바쳐야 하는지 말아야하는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황제에게 세금을 바쳐야한다고 하면 하나님만이 왕이고 주인이라는 종교적인 가치를 부인하는 일입니다.
더하여 로마로부터 독립하려는 유대 민족주의의 적이 되는 것이지요.
황제에게 세금을 바치지 말라고 하면 어떻게 되나요?
로마에 대한 반란세력이 되어서 예수를 제거할 수 있는 명분을 그들이 얻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럴 수도 없게 하는 궁지에 몰립니다.
속임수지요.

예수께서는 그들의 속을 꿰뚫어 보시고 오히려 "동전에 있는 초상은 누구의 것이며, 적힌 글자는 누구의 것이냐?"고 물으셨습니다.
그리고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리고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돌리라고 하셨습니다.
말로 책잡으려고 했던 사람들은 데나리온에 있는 초상과 글이 황제의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면 황제에게 바쳐야지요.
로마 황제의 보호와 통치 아래 살아가고 있으니 세금을 바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물음에 조금 더 붙어 봅니다.
정말 그것이 황제의 것일까요?
그렇게 눈에 보이는 것, 나타난 것에 매달려 살고 죽는 사람은 자기 꾀에 넘어가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 초상이 황제의 것이고 그 글이 황제의 것이라고 어디에 되어 있습니까?
그것은 보는 사람의 가치와 판단 기준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것이 황제의 것이라는 사람은 황제에게 주면 되고, 그것이 하나님의 것이라는 사람은 하나님께 돌려드리며 사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예수께로 가서 묻는 물음은 무엇입니까?
오늘 내가 만나는 사람에게, 내가 하고 있는 일에게 가서 묻는 물음이 있습니다.
그 물음이 속임수인지 알지 못하면서도 우리는 습관적으로 그런 근거도 없는 생각에 붙잡히고 매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황제에게 바치는 세금에 대해 물으면서 동전이 황제의 것이라는 믿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다투며 책잡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오늘 캐나다는 누구의 것입니까?
오늘 아내와 남편은 누구의 것입니까?
오늘 자식은 누구의 것입니까?
내가 앓고 있는 병은?
내가 겪는 가난과 무지와 억울함은?
우울과 분노와 아픔은 누구의 것입니까?
그것을 내 것이라고 한다면 내가 그 안에 매이고 묶여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우상숭배입니다.
그러나 거기서 떨어져 있으면 달라집니다.
하나님께 바쳐져야지요.
그러면 하나님의 것입니다.

(마가복음 12장)

깊은산에서 오는 편지

집을 떠난지 20년, 야곱에게 하나님은 벧엘의 하나님이었습니다.
하나님은 말로 할 수 없는 그의 억울함과 또 비겁한 그의 길을 다 지켜보고 계셨으니 하소연할 것도 변명할 필요도 없이 이제 태어난 땅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래서 떠나보지 못한 에서는 알 수 없는 비밀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야곱은 알게 됩니다.
이 땅의 삶은 그렇게 움직여 떠나보고 돌아와 알아가는 연습이고 연극이고 역할이지요.
돌아보니 발걸음마다 은총이었습니다.
돌아보니 생각대로 꿈대로 다 이루어져 있습니다.
돌베개의 서원대로 하나님이 함께하셨고 지켜주셨고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주셨고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게 해주셨습니다.
그러니 이제 더 무엇을 더 바랄까요?
이렇게 사막의 돌베개가 벧엘, 하나님의 집이 되었고 20년의 세월이 꿈만 같습니다.
(깊은산20130302)

그러나 고향으로 돌아가는 야곱은 여전히 도망을 치고 있어 그 뒷모습이 무척이나 초라합니다.
불안한 라헬은 아버지 라반의 수호신까지 훔쳐서 나옵니다.
뒤에서는 야곱을 잡으려고 라반이 쫒아오고 앞에는 에서가 복수하려고 기다리고 있다 생각하니 두렵기만 합니다.
미루고 미루지만 언젠가는 해결해야할 문제인데 야곱에게 그것은 형과의 화해, 라반과의 화해였습니다.
그것을 넘기 전에는 평화가 없고 피하기만 하면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두려움은 직면하면 사라집니다.
몰라서 두렵지 알면 사랑입니다.
(깊은산20140303)

야곱이 도망간 것을 안 라반은 배신감에 화가 나 그 뒤를 쫒아 갑니다.
라반의 입장에서는 사위와 딸들에게 서운하고 속이 상하고 아쉽기만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라반이 그 길에서 알게 된 것은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판단 분별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 보아주고 보내주는 것이 사랑이고 서로가 사는 화해의 길입니다.
좋은 말은 아첨이기 쉽고 나쁜 말은 상처를 주기 쉬우니 조심해야 합니다.
새옹지마입니다.
말에서 떨어진 것이 나쁜 일이 아니요, 전쟁터에 끌려가지 않은 것이 좋은 일이 아닌 거지요.
그런데 억울하고 서운하고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다툼과 화가 일어납니다.
“아람 사람 라반이 꿈을 꾸는데 하나님이 나타나셔서 좋은 말이든지 나쁜 말이든지 야곱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그에게 말씀하셨다.”
오늘 그렇게 조심합니다.
(깊은산20140304)

삶의 순간 순간 위기가 찾아옵니다.
그것을 알아차릴 때도 있고 모르고 지나갈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삶 가운데 있는 위기는 우리가 쓰고 있는 가면을 벗기 위해 필요해서 맞이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를 진짜가 되게 하지요.
일촉즉발의 위기 앞에서 라반은 도망가는 야곱에게 서운하고 속상한 마음을 표현하고 야곱은 쫒아 온 라반에게 화를 내며 억울함을 토로합니다.
이렇게 자기 이야기를 하고 들을 수 있어야 풀립니다.
그렇지 않고 피하기만 하면 오해와 갈등이 더해지고 결국 서로가 원하지 않는 파국으로 치달아 가게 될 뿐입니다.
여기의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서로 화해하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 때 기쁨이 샘솟고 감사가 넘칩니다.
(깊은산20140305)

내 이야기를 하고 또 너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정신이 든 라반과 야곱은 알게 됩니다.
다 나의 딸이고 다 나의 손자이고 다 내 가족이고 재산입니다.
그러니 하나이지요.
하나인줄 모르고 네 것이니 내 것이니 다투니 화가 올라옵니다.
그 화는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불편하고 불행하고 힘이 듭니다.
사실이 아닌 잘못된 생각을 선택하며 살았기에 그러합니다.
그러나 이제 다시 만나 화해하고 잔치를 베풀어 언약을 세워 풀어져 가는 것입니다.
예배를 드리고 식탁에 초대하고 음식을 먹고 밤을 새워 나눕니다.
받아들이고 인정해 일어나는 화해의 기적입니다.
입을 맞추고 축복하고 떠나갑니다.
그렇게 보내줍니다.
화가 나서 쫒아온 길에 축복하며 떠나갑니다.
(깊은산20140306)

함께 살면서도 원수와 같았던 야곱과 라반이 떠나고 떠나보내게 되니 화해가 일어나고 새로운 광야의 길이 열립니다.
두렵고 망설여지지만 떠나고 떠나보내는 것이 사랑이고 용기입니다.
서로 다른 둘의 차이를 보지 못하고 내 식대로 말하고 듣고 붙잡고 있는 것은 자기 그림자를 다른 사람에게 투사하고 다투는 것이지요.
나를 그토록 기쁘게 하던 그것이 또 나를 이토록 또 슬프게 합니다.
기쁨도 받아들였듯이 슬픔도 받아들이고 지나보냅니다.
기쁨도 내가 아니고 슬픔도 내가 아니니 필요해서 관계하고 떠날 때 잘 보내어줍니다.
그것까지 사랑하고 받아들일 때 자유가 찾아옵니다.
그리고 지금 두려운 그 일을 하십시오.
(깊은산20140307)

라반과 화해하고 길을 떠나는 야곱 앞에 하나님의 천사들이 나타났습니다.
야곱은 고향 집을 떠나 돌베개를 베고 광야에서 자면서 천사가 나타나 사닥다리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을 보았더랬습니다.
이제 야곱은 고향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다시 그들을 알아보지요.
천사는 늘 함께였는데 모르고 있다가 위기의 순간, 광야에 홀로 있음으로 만나게 되니 떠남의 은혜입니다.
그래서 이곳은 하나님의 진, 마하나임입니다.
하나님이 지켜주시니 광야도 든든한 반석, 요새가 됩니다.
지금 나는 홀로 있지 않고 하나님의 진지에 서 있습니다.
(깊은산2014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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