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나의 때 (n

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 Old 산물넷 : 게시판 : 사진방 : 산(mountain) ● 페이스북 ● 블러그 ● 깊은물 추모 ● Art of Life Community ●

토론토 삶의 예술 공동체 편지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chol.com)

2013/11/17(일)

IMG_5951_1.jpg (294KB, DN:35)

나의 때

2000년 전 예루살렘에서 그랬듯이 다시 잎만 무성하고 열매맺지 못한 나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런 나 때문에 무화과 나무가 저주를 받습니다.
다 나 때문입니다.
나 때문에 가족이 불편하고,
나 때문에 아내가 고생을 합니다.
나 때문에 회사가 부도가 납니다.

물론 때가 아닌 무화과나무에서 열매를 찾는 예수님이 너무하다고,
나는 억울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때가 언제인가요?
때가 따로 있다는 것은 내가 할 말이 아닙니다.
때는 내가 만드는 것입니다.
아니, 내 때가 아닌 적이 없습니다.
지금은 사랑할 때입니다.
감사해야할 때입니다.
그것을 나누어야 할 때이지요.
무화과 나무는 꽃이 먼저 피고 나서 잎이 나오는 과실수라고 합니다.
그러면 잎이 무성하다는 것은 열매가 있다는 거지요.
무슨 때가 아니겠습니까?
핑계입니다.
이미 꽃은 폈고 잎이 무성하니 열매만 맺으면 됩니다.
모든 것은 다 준비되어 있는 것입니다.

오늘 나의 잎사귀와 나의 열매를 살펴봅니다.
예수께서 예루살렘, 그 삶의 자리로 향하시는 순간을 맞이하는 그 무화과 나무는 바로 내가 아닐런지요?
예수께서 오늘도 나를 보시면서 예루살렘으로 나아가십니다.
지금 예수께서 지나가고 계십니다.
그러니 그 때를 잡아 나의 때를 살아야지요.
그렇지 않으면 이제부터 영원히 내게서 열매를 따먹을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오늘 내가 하는 그 일이 나를 그렇게 인도할 것입니다.
그리고 나도 그 무엇을 통해 나의 예루살렘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내 앞에 잎만 무성한 무화과 나무가 아닌 열매가 튼실한 무화과 나무가 기다리고 있기를 기대하며 함께 만나야겠습니다.

(마가복음 11장)

깊은산에서 오는 편지

사라가 127년을 누렸듯이 나의 하루를 어떻게 누릴 수 있을까 찾아봅니다.
아침에 저절로 눈이 떠지고 숨이 쉬어지고 일어날 수 있음을 누립니다.
거저주시는 환하고 따사로운 햇살을 누립니다.
살갗에 닿는 차갑고 상쾌한 바람을 누립니다.
밥이 되어주는 일용할 양식의 고마움을 충분히 누리며 천천히 공손히 씹습니다.
내가 쓸고 닦을 수 있는 공간을 누립니다.
내가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을 누립니다.
또 무엇을 누릴 수 있을까요?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시는 선물은 받는 사람의 것입니다.
(깊은산20131110)

낯선 길에 평생을 서로 의지하며 희로애락을 함께한 아내를 생각하면 미안함과 안쓰러움과 그리움이 밀려 와 사라의 죽음 앞에서 아브라함은 대성통곡을 합니다.
사라는 자기 수를 누렸고 죽음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여 온 곳으로 돌아가는 것임을 알지만 찾아오는 헤어짐의 슬픔은 형언할 수가 없습니다.
슬플 때는 슬픔을 만나줍니다.
아플 때는 아픔을 만나줍니다.
그것이 자기를 사랑하는 시작입니다.
그래서 울 수 있는 것은 가장 큰 축복입니다.
(깊은산20131111)

울고 난 아브라함은 죽은 아내 곁에서 일어납니다.
울음에 머물러 있지 않고 나그네로 살다 간 아내를 주인으로 뭍을 땅을 사지요.
땅을 사는 것은 약속을 얻는 시작입니다.
아내와 함께 가나안에 온 이유가 있습니다.
함께한 뜻을 이루는 것이 영원히 함께 살 수 있는 길입니다.
아내의 죽음이 잠들어 있던 아브라함을 깨워 주니 사람은 기억되는 한 죽은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막벨라 굴을 사는 아브라함을 통해 사라는 부활합니다.
사람은 함께한 꿈을 이루어 함께 살아갑니다.
(깊은산20131112)

아브라함은 자신을 나그네와 떠돌이로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함께 그 땅에서 살았던 헷 사람들은 아브라함을 자기들의 어른이요 하나님이 세운 지도자라 여겼습니다.
자기가 생각하는 자기가 있고 남이 생각하는 자기가 있습니다.
진짜는 남에게 인정받는 것보다 자기에게 인정받는 것입니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는 삶이 진짜지요.
남이 뭐라 하든지 자기 할 일을 해야 사람입니다.
남에게 기억되기보다 자기에게 기억되는 사람입니다.
아브라함은 사라가 죽고 나서야 땅을 사서 나그네와 떠돌이의 삶을 청산하고 진짜 땅의 주인이 되는 첫 의식을 치릅니다.
오늘 나도 나의 가나안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깊은산20131113)

헷 사람들은 아브라함에게 아내를 뭍을 땅을 거저 주겠다고 호의를 베풀지만 아브라함은 정당한 대가를 치루고 땅을 삽니다.
공짜는 없습니다.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좋은 성적을 받으려면 공부를 해야지 공부를 하지 않으면서 성적만 잘 받겠다고 하는 것은 도둑의 심보이고 가짜입니다.
사랑을 원하면 사랑을 구걸하지 말고 그냥 사랑하면 됩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오늘 대가를 치룹니다.
대가를 치루지 않고 얻는 것은 언젠가는 다시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습니다.
(깊은산20131114)

노년의 아브라함은 하는 일마다 복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아브라함의 노년이라고 여느 사람들과 달랐을 리가 없습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다고 나이가 들수록 더해지는 일들, 책임져야할 관계들, 또 몸은 아프고 기력은 나날이 쇠해졌을 겁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노년의 아브라함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가 믿음의 눈을 뜨니 다 경험해 가는 신비이고 하나님의 선물로 받아지는 것이지요.
그러니 그 하는 일마다 복으로 받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겉사람은 쇠하여 가나 속사람은 나날이 새로워져가는 그런 노년이 참 멋지고 부럽고 본받고 싶습니다.
몰라서 두려운 것이지 알면 다 사랑입니다.
(깊은산20131115)

아브라함은 이삭의 아내를 구하러 종을 보내며 다리 사이에 손을 넣게 합니다.
다리 사이는 할례의 자리입니다.
할례는 힘의 근원에 칼을 대어 잘라내며 자기 힘으로 살지 않겠다는 고백입니다.
할례는 아픔을 감래하며 하나님의 약속을 받아들인다는 표시입니다.
할례는 매일 바라보고 확인하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할례는 약속이고 기억입니다.
아브라함이 그랬듯이 오늘 나에게 있는 약속의 표시를 봅니다.
눈이 할례를 받아 다시 보게 되고 귀가 할례를 받아 다시 듣게 되고 입을 할례를 받아 제소리를 내게 되고 가슴이 할례를 받아 사랑합니다.
거기에 약속이 있습니다.
(깊은산20131116)

번호	제 목	이름	작성일	조회

417	나의 원천	깊은산	2013/12/01	1005

416	성전	깊은산	2013/11/24	1050

415	나의 때	깊은산	2013/11/17	1043

414	잎만 무성한 무화과 나무	깊은산	2013/11/10	1198

413	내가 원하는 일	깊은산	2013/11/03	1133

412	나귀새끼를 타고...	깊은산	2013/10/27	1121

411	예루살렘 입성	깊은산	2013/10/20	1048

410	눈을 뜨면	깊은산	2013/10/13	1146

409	겉옷을 벗어 던지고	깊은산	2013/10/05	1480

408	길 가에 앉아	깊은산	2013/09/28	10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