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5] 받아들이고 껴안고 축복하기 (n

2013/7/7(일)

받아들이고 껴안고 축복하기

"어린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허락하고 막지 말아라. 하나님 나라는 이런 사람들의 것이다."(막10:14)

오늘 주님께서 쓰다듬어 주시기를 바라고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주님 앞에 데리고 나온 나의 어린이, 희망과 꿈이 있습니다.
주님은 그것을 허락하고 맞아 주시지요.
그런데 사람들과 세상은 그 어린이를 환대하지를 않고 귀찮아 하고 꾸짖습니다.
칭찬하고 격려하고 지지하기는커녕, 타박하고 겁을 줍니다.
예수의 제자들이 그랬습니다.
예수께 가까이 있다고, 뭘 많이 알고 있다고 하며 그렇게 살고 있는 것입니다.
똔 오늘 내가 그렇게 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봅니다.
목사라고 성도들을, 아비라고 자식을, 선생이라고 학생들을 꾸짖고 있다면 그렇습니다.
그러면 놓치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지극히 작은 일에 충성된 이가 큰 일에도 충성되고 쓰임을 받는다고 하였습니다.
다른 이들이 하는 것을, 그들의 연약함을, 그들의 순수함을 받아들이고 꾸짖지 않을 수 있을 때 그 다음으로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 역시 이것이 잘 되지 않습니다.
친절해야지, 다정해야지, 북돋아 주어야지 하면서도 그동안 보고 듣고 배운 게 그렇지 않아서 잘 되지 않습니다.
그 뿐아니라 내 안에서 어린이가 나오는 것을 귀찮아하고 부끄러워 하지요.
심리학에서도 말하는 ‘어린이성’이 있습니다.
물론 이 어린이성과 어른성은 잘 조화되어야 하지만 대부분은 어린이성이 눌려서 자기 삶을 잘 누리지 못하고 살고 있다고 합니다.
하고 싶어하는 것을 하고, 받고 싶어하는 것을 받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어린이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그것은 또 한편으로 내가 구박하는 지극히 작고 하찮게 여기는 그것일 수도 있습니다.
무엇이든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판단하고 분별하지 않는 그 첫 마음으로 사는 것이 천국, 하나님 나라를 살아가는 비결인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그런 상황을 보시고 노하셨습니다.
사람들은 보지 않고 지나쳐 가지만 하나님은 알고 계시고, 보고 계십니다.
잊지 말아야 합니다.
사람들은 속일 수 있고, 때로는 나도 속일 수 있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나는 홀로일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은 나와 함께 계시고, 나는 그 분의 형상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니 오늘 우리도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잘 보아야 합니다.
지나치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노하기도 해야 합니다.
화는 내라거나, 화를 내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화에 끌려다니고 거기에 속아서 그렇지 ‘화’ 역시 우리 삶에 소중한 선물인, 에너지입니다.
화가 날 때 사람은 긴장되고 힘이 솟습니다.
그래서 화를 에너지로 활용하면 창조적인 일을 해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됩니다.

그런데 화가 화를 부른다고 화에 붙잡혀서 ‘내’가 사라져 버리면 창조가 아닌 파괴가 일어나게 되지요.
부모가 자식들에게 내는 화는 사실은 사랑입니다.
사랑하니 화를 냅니다.
그런데 그 화가 어느 순간 사랑에서 미움과 화풀이로 바뀌게 되어서 처음 의도는 다 사라져 버리지요.
그래서 화는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화가 날 때를 기회로 여기고 잘 바라보고 사용하는 연습을 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노하셨던 예수께서는 어린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막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사람들과 세상은 어린이들이 오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어린이처럼 사는 것을 체면이 없다고, 똥 오줌 가리지 못한다고 부끄러워합니다.
그러나 분명히 말씀하시길 어린이와 같이 하나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거기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누구든지 어린이와 같이 하나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거기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막10:15)

록키에 가서는 록키를 보아야 합니다.
밥 먹을 때는 밥을 먹어야 합니다.
잠 잘 때는 잠을 자야 합니다.
놀 때는 놀아야 합니다.
공부할 때는 공부를 해야합니다.
그런데 이미 그렇게 살지 못하면 어린이가 아닙니다.
공부할 때는 놀 생각을 하고, 놀 때는 공부할 염려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어린이는 그렇게 지금을, 주신 선물로 받아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예수께서는 어린이를 껴안으시고, 손을 얹어서 축복하셨습니다.
받아들이셨다는 말씀입니다.
받아들이지 못하니 괴로운 인생이라 하였습니다.
받아들이면 되는데 그것을 못합니다.
받아들이지 못하면 어쩔 수가 없습니다.

2007년 예가 식구들과 록키에서 캠핑을 할 때 캘거리 공항에서 내려 구름 모자 쓴 록키를 바라보며 신비한 알버타 평원을 드라이브해 밴프에 도착해서 텐트를 치려고 하니 짐이 없는 겁니다.
무슨 정신이었는지 토론토 공항에 짐을 두고 온 것을 도착하기 전까지 아무도 몰랐다지요..
한 여름이지만 밤에는 영하에 가깝게 추운데 취사할 프로페인 가스와 식량, 침낭, 매트리스가 오지 않을 것을 안 순간 난감해졌습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그 때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나가서 매트 대신에 하드 보드를 구해오고, 가스를 사오고, 식재료를 장만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거기서 원망을 시작하고 불평과 불만이 끊임없이 나오면 여행은 빛을 보기는 커녕, 어두움에 휩싸이는 절망이 되어버리지요.
우리의 아름다웠던 록키 여행이 그랬습니다.
짐은 버리고 왔지, 렌트한 차는 시동이 걸리지 않지, 차 키를 차 안에 두고 문을 잠가 버렸지, 카메라 배터리 팩을 캠핑장에 두고 철수했지....
온갖 일은 다 겪으면서 거기서 소중한 비밀들과 교훈을 만났던 시간이었습니다.
모든 일은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되어 있는데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누릴 수가 없습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어린이들을 껴안으시고 그들에게 손을 얹어서 축복하여 주셨다."(막10:16)

예수께서 그러하셨던 것처럼 우리도 어린이를 껴안고 축복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축복하는 삶입니다.
불평하며 원망하며 사는 삶에서 감사하고 감동하는 삶으로 가는 것은 사랑과 이해의 농사입니다.
때로는 잡초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농사 일이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또 여름 내내 잡초와 씨름하며 싸울 수도 없습니다.
그러다가 알곡까지도 죽이는 수가 있지요.
아침 저녁으로 솎아 주거나 인내하고 기다려 가라지를 골라 낼 수 있습니다.
축복하는데는 이유가 없습니다.
내가 축복을 받았기에 축복하는 것이고, 내가 사랑을 받았기에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유를 찾는 것은 이미 사랑과 축복의 삶과 거리가 있습니다.
내 안에 어린이를 만나고, 그것을 막는 세상을 꾸짖고, 어린이를 껴안아 축복하는 삶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마가복음 10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