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4] 선물, 그리고 예배를 드리는 삶 (n

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 Old 산물넷 : 게시판 : 사진방 : 산(mountain) ● 페이스북 ● 블러그 ● 깊은물 추모 ● Art of Life Community ●

토론토 삶의 예술 공동체 편지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chol.com)

2013/6/30(일)

선물, 그리고 예배를 드리는 삶

한국에서 목회할 때 교회 장로님 내외께서 선물로 주셔서 성지순례, 이집트와 요르단과 이스라엘, 유럽의 일부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캐나다에 와서 지내면서 그 장로님께 전화를 받았었습니다.
캐나다 관광을 왔는데 그 길에 예가도 보고 아픈 아내도 만나고 싶으시다구요.
아내가 아프고 손님 맞이가 분주한 캐나다 생활인데도 그 장로님께서 오신다는 소식에 부모님을 맞이하는 것 만큼이나 가슴이 환해졌었습니다.
신이 났지요.
가만히 그런 저의 마음을 돌아보며 아,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소망과 기도가 찾아왔습니다.
이웃에게, 가족에게 나도 그렇게 맞이하고픈 존재가 되어야지요.
적어도 그런 느낌과 사랑을 나누어주며 산다면 성공한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시 성지순례로 이야기로 돌아가서, 그 여행길에 첫날 카이로에서 절실하게 느낀 것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인류의 문화 유산이자, 불가사이로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들어오고 배워왔지요.
우리는 정말 설레이는 마음으로 피라미드를 바라보고 구석구석 어루만져 보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거기 사는 사람들에게 피라미드는 동네 뒷산 정도였습니다.
제대로 관리도 되지 않고 한 구석에 내 던져저 천덕꾸러기가 되어 있는 느낌이었지요.
피라미드를 누리는 것은 그 신비를 찾아 멀리서 찾아온 사람들이지 늘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아지는 것, 내게 있는 것을 나는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가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누구나 삶에서 받는 선물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햇볕과 비를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신다고 하셨지요.
그 선물을 자기 것으로 알아차리고 누리는 사람만이 그것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2007년에 아내가 아프기 전, 예가에서 열세명의 대 가족이 열흘동안 캠핑하며 캐네디언 록키를 다녀오면서도 그러했습니다.
록키를 간다고 하니 많은 분들이 부러워했습니다.
관광, 빛보기라고 했지요.
아름다운 밴프를 생전에 가 볼 수 있을까 하고 절절한 사연을 보내었던 친구, 또 수만년의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이 담긴 빙하 위를 걷는 마음이 어떨까 궁금해하는 부러움을 받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록키를 선물로 받은 순간에 그 은혜를 놓쳐 버리면 그것도 지나가는 일상이 되어 버리게 됩니다.
우리는 록키가 눈 앞에 있는대도 그것을 누리지 못하고 다른 염려에 빠져 버리곤 했습니다.
지나가는 절세의 풍광에 눈을 돌리지 못하고 카드 놀이를 하고, 연애인 이야기에, 친구 험담에, 자리 다툼까지 하며 그 소중한 시간을 놓쳐버렸지요.
그렇게 지나간 시간은 다시 오지 않습니다.
마가복음 10장 15절 말씀처럼 하나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거기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어린이들을 축복하시는 예수의 이야기, 우리가 이미 많이 들었고 나누었던 이야기지만 다시 들어보아도 우리의 일상에 일침을 주시는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어린이들을 예수께 데리고 왔습니다.
어린이들을 예수께로 데리고 나온 사람들의 마음이 되어 봅니다.
오늘 나는 무엇을 데리고, 어떤 마음으로 예수께로 나왔습니까?
그리고 나의 삶에 서 있는지요?
그만큼이 나의 삶이고, 나의 예배일 것입니다.

록키 여행 말씀을 드렸으니 조금 더, 록키 여행 중에 주일을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오하라 호수에서 보냈습니다.
이곳은 일반인들에게는 몇달 전에 선착순으로 예약을 해서 제한된 인원만 갈 수 있는 록키의 오지입니다.
그날은 이런 저런 상황으로 하루가 참 길었던 날이었습니다.
정말 많은 경험, 생각, 느낌, 알아차림이 있었지요.
그날 밤 늦도록 오하라의 호수 위의 산을 등반했습니다.
동행한 친구가 제게 그러더군요.
오늘이 주일이니 자기를 위해 예배를 드려줄 수 있느냐구요.
저는 속으로 기특해 하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친구를 끌고 산에 올라가 밤 10시까지 야간 산행을 했습니다.
말이 야간 산행이지, 밤 11시까지도 환한 록키의 여름에 야간이란 말이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말입니다.
그렇게 온 힘과 정성을 다해서 한 걸음을 옮기면서 내 마음이 하나로 모이고 몸의 기운이 바뀌고 생각이 정갈해져가는 것을 느끼며 그 친구에게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이것이 예배가 아닐까?
우리에게 기도가 있다면 무엇을 하든지 이렇게 온 힘과 정성을 다해 이루어가는 시간을 통해 내 마음과 기운과 생각이 다른 차원으로 옮겨지는 것이 하나님이 받으시는 예배라고 이야기해 주었더랬습니다.
예배는 영과 진리로 드리는 것인데, 영으로 드리는 예배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언제 어디서나 드리는 것이고, 진리는 하나인데 진리를(하나님) 만나 내가 자유함을 아는 것이 참 예배이지요.

지금, 오늘 나는 어떻습니까?
나는 누구를, 무엇을, 왜 예수께로 데리고 나왔습니까?
이제 그것을 하나님께 올려드리고 우리의 생을 바꾸는 은혜를 누려야겠습니다.
그렇게 나의 생은 늘 전환입니다.
어느 순간, 죽기로 힘들어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고마운 선물인지를 알게 되면 놀라운 찬양으로 변화하는 것, 그것이 하나님의 은혜이고 사랑의 비밀입니다.
하나님께 우리의 마음을 내어 드리고, 사랑을 받아, 사랑을 이루어가는 우리의 날들이 되는 것이지요.

그렇게 내가 데리고 나온 어린이는 나의 희망입니다.
아마도 사람들이 데리고 나온 어린이는 자신들의 아들들과 딸들이었을 것입니다.
자기 형상인 아들과 딸을 데리고 나왔다는 것은 곧 자기 삶을 데리고 나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나는 그렇지 못해도 아들과 딸은 그렇게 되길 바라는 것입니다.
나의 모든 힘, 기대와 희망이 담겨져 있습니다.
그러니 그런 나의 아들과 딸은 오늘 내가 하는 나의 일입니다.
내가 받은 사명입니다.
그것을 가지고 예수께로 나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듯이 그 어린이는 세상에서 제일로 약하고 힘없는 그것입니다.
그것을 알기에 예수께로 데리고 나와서 축복을 받고 새 힘을 얻고 싶습니다.
그렇게 어린이를 데리고 나와야 합니다.
내게 있는 지극히 작은 것입니다.
지극히 작은 것을 사랑하고 돌보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지요.
감추어 두지 말고, 잃어버렸다면 지금 그것을 찾아보십시오.
그래서 예수께로 데리고 나오십시오.
자, 지금 무엇을 가지고 나오셨습니까?

(마가복음 10장)

번호	제 목	이름	작성일	조회

396	부족해서 소망이 있는 삶	깊은산	2013/07/14	1043

395	받아들이고 껴안고 축복하기	깊은산	2013/07/07	1068

394	선물, 그리고 예배를 드리는 삶	깊은산	2013/06/30	1021

393	결혼과 이혼, 남자와 여자, 짝	깊은산	2013/06/23	1075

392	늘 하던대로...	깊은산	2013/06/16	1007

391	어떤 가치	깊은산	2013/06/09	1077

390	죄를 짓게 하는 사람은 차라리	깊은산	2013/06/02	1059

389	막지 말아라	깊은산	2013/05/26	1067

388	고자질의 이유	깊은산	2013/05/19	1047

387	어린아이 영접하기	깊은산	2013/05/12	10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