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깊은산 (eastsain@chol.com) 2013/1/19(토) 20130120.jpg (138KB, DN:40)

바벨   사람들은 동쪽에서 이동하여 오다가 시날 땅 한 들판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시날은 오늘날 메소포타미아로 비옥한 반달지대, 세계 문명이 시작된 자리이지요. 한 때 융숭했던 고대문명의 발상지 바빌로니아 제국, 지금의 이란과 이라크 지역입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길을 떠나오다가 자리를 잡고 멈추어 서 있는데, 바벨, 하나님이 뒤섞어 흩으셔서 길을 멈추어 정화하고 돌아보게 하는 겁니다. 그들은 거기서 자리를 잡고 벽돌을 굽고 역청을 써서 도시를 세우고 탑을 쌓자고 합니다. 그렇게 오늘 가던 길을 멈추어 내가 하는 생각은 무얼까 돌아봅니다. 왜 이 길을 가는지 놓치면 이렇게 되게 되어 있습니다. 이제 되었다 싶으면 도시를 세우고 하늘까지 닿는 탑을 쌓으려는 거예요. 이름을 날리고 이제는 흩어지지 않겠다는 겁니다. 아성을 만드는 거지요. 그것은 교만일 수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이제 더 가지 않고 멈추어서 가진 것을 지키겠다는 ‘죽음’의 시작입니다. 여기서 탑이 주는 고대의 상징은 체제와 문화, 이데올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시를 세우고 탑을 쌓자는 미명하에 일어나는 획일화, 집단 이기주의, 자기 조항과 틀을 견고하게 하는 겁니다. 그림 그리는 화가로 하면 어느 정도 익혀서 가지게 된 자신의 기법과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그것이 전부인양 지키겠다는 고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교회의 목사로 말하면 교회당의 첨탑을 더 높이 세워서 내가 만들어 믿는 교리를 강화하고 교회의 예산과 교인 수에 연연하기 시작하는 유혹입니다. 그게 목적이 되어 버리는 거지요. 정치로 하면 자기 당을 세워서 당리당략을 위해 권력을 하늘에 닿게 하고 이름을 날리겠다는 거지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유혹입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늘 변화하시겠다고, 변화만이 살 길이라고 멈추면 죽는다고 늘 묻고 물으시는 것이 아닐까 나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시날에서 도시를 세우고 벽돌로 탑을 쌓고 있는 것을 어찌하겠습니까? 혹시 가던 길 멈추고 내가 지금 그러고 있지 않은지 돌아봅니다. 이제 사람들은 ‘이름’을 소유와 지배권으로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원래 이름은 하나님이 지어주시지요. 그리고 사람은 자기에게 찾아온 동물을, 사람을, 일을 이름 지어 그렇게 되게 하는 것이었는데, 그 이름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내 욕심대로 살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상아탑을 쌓고 기득권을 지켜가려는 겁니다. 그러나 서로 섞이고 흩어져야 삽니다. 교회는 모여 있으라는 것이 아니라 흩어지라고 있습니다. 철학은 ‘정’만으로는 되지 않고 ‘반’이 있어야 ‘합’으로 갑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어야지, 빛만 있으면 그것은 빛이 아닌 거지요. 변화되지 않으면 죽습니다. 아.... 그 때 하나님이 찾아오십니다. 주님께서 사람들이 짓고 있는 도시와 탑을 보려고 내려 오셨지요. 이 때 하나님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살펴보시는 분이시지요. 그리고 하시는 말씀입니다. “사람들이 같은 말을 쓰는 한 백성으로 이렇게 이런 일을 시작하였으니 이제 그들은 하고자 하면 무엇이든지 하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사람을 보는 하나님의 눈입니다. 사람은 하고자 하면 무엇이든지 하지 못할 일이 없는 존재입니다. 나는 하고자 하면 무엇이든지 하지 못할 일이 없습니다. 하고자 하지 않아서 그렇지요. 그게 사람입니다. 하나님의 형상을 받은 사람이 특권인 것이지요. 문제는 그것이 스스로를 멸망케 하는 길로 내리 달려도 막을 수가 없다는 겁니다. 정말 사람은 마음먹으면 무엇이든지 못할 일이 없습니다. 그러니 어떤 마음을 먹고 살고 있는지 잘 돌아보아야 합니다. 이것이 창세기의 또 하나의 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건 야곱의 이야기입니다. 야곱은 정말 평생을 걸쳐 하고 싶은 일은 어떻게든 다 이루었지요. 그런데 그가 생을 돌아보며 알아차리는 것은 나는 비열한 사기꾼이라는 겁니다. 치사하고 비겁하고.... 그런데 하나님은 그런 사람의 야비한 꿈까지도 이루어주십니다. 이것이 영성 세계의 또 다른 원리입니다. 우주는 돕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하고자 하는 일을요. 그러니 잘 생각하고 잘 결정하고 태도를 바르게 해야 합니다.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가는 길, 그들이 상아탑을 세우고 생각의 틀 안에 갇히고 강화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을 아시니 하나님이 그들의 말을 뒤섞어서 온 땅으로 흩으신 것입니다. 탑을 쌓고 있던 이들은 갑자기 그들의 말이 통하지 않고 다른 생각들이 들어오고 그래서 하던 일과 계획이 중단되자 얼마나 당황스럽고 원통해했을까요? 그러나 가던 길 멈추어 도시를 세우고 하늘에 닿는 탑을 쌓는 것이 살 길이 아니라 멸망의 길이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강화하고 합리화하는 이데올로기입니다. 나만 옳다고 하는 그 이데올로기 때문에 다툼과 정죄, 전쟁과 파괴가 일어나지요. 생각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제국주의, 독불장군의 길입니다. 그래서 신앙은 바벨탑일 수 있습니다. 나의 생각이 바벨탑이지요. 그것이 가장 큰 함정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들을 돌아보면 순간 순간의 위기에서 내가 무너지고 섞이고 흩어지지 않았으면 지금 어찌 살고 있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 때는 참 많이 힘들었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원망과 불평도 하였지만 그렇게 나의 공든 탑이 무너지고 흩어짐을 경험한 것이 얼마나 큰 은혜인지 알게 되지요. 참 교만하게 살았습니다. 내 식대로 승승장구하며 하늘에 닿는 탑을 쌓고 그 안에 살았으면 지금 이렇게 살지 못했을 겁니다. 거기까지입니다. 그러므로 바벨은 은혜입니다. 시날에서 자리를 잡고 탑을 세우는 사람들을 찾아오신 하나님, 하나님은 왜 나의 삶에 이토록 간섭하시고 내버려 두지 않으실까? 내 일을 왜 막으시고 흩어지게 하실까? 내가 멸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지요. 내가 머물러 있지 않게 하기 위해서지요. 변화하라는 말씀이지요. 그러니 지금 내가 머물러 안주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가나안으로 가지 못하고 하란에 자리를 잡고 살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볼 일입니다. 죄악이 관영하고 사람이 하는 생각마다 악한 세상을 홍수가 깨끗하게 하듯이, 자기 생각과 가치로 한 없이 높아지려고 하는 사람, 그래서 못할 일이 없는 사람을 뒤섞어 흩어서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 더 크게 복을 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이고 배려입니다. 노예로 살던 애굽의 탑을 무너뜨리고 자유인으로 가나안에 이르러 가는 이들에게 바벨은 자기 길을 돌아보게 하는 큰 가르침입니다. 하고자 하면 무엇이든지 하지 못할 일이 없는 우리 사람들이 돌아보아야할 자리입니다. [그림 정일모 : 펌프의 합창] 어떻게 태어난 인생인데 애굽에서 노예로 살고 있다. 또 나의 삶에 불의가 있고 억압이 있고 고통이 있을까 묻고 묻는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래 이제 종으로 살지 말고 주인으로 사는 가나안으로 가자고 묻고 묻는다. 그렇지! 노아에게 홍수는 다시 깨끗하게 살리시려는 축복이었고 흑암과 혼돈과 공허는 창조의 징조이었지. 바벨은 멈추어 주저 앉아 하늘까지 닿는 탑을 쌓고 있는 이들을 섞고 온 땅으로 흩어 그 지경을 넓히시는 은혜라. 자기만 옳다고 자기만 살겠다고 자기만 잘났다고 하는 그 생각을 깨뜨리셨다. 그 때 참 억울하고 아팠겠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내렸겠지. 어떻게 세우고 세운 탑인데, 내가 다 할 수 있을줄 알았는데, 아니 그냥 두면 같은 말을 쓰는 우리가 못할 일이 없는데 왜 뒤섞으실까 원망에 원망을 했다. 그런데, 가만히 바라보니 잘 나서가 아니라 두려워서 탑을 쌓고 있었다. 그나마 가진 것이라도 지키고 싶어 도시를 세우고 탑을 쌓자 하였다. 철학자는 철학의 상아탑으로, 그림 그리는 화가는 기교의 아성으로, 성직자는 높디 높은 교회당의 첨탑으로, 정치가는 어떻게든 권력만 잡아야만 이름을 날리고 흩어짐을 면할 줄 아는 거다. 그게 나를 지키는 길이고 그것만 세우면 못할 일이 없다 믿었다. 그러나, 그렇게 못할 일이 없는 사람들, 그대로 두면 자기 생각의 함정에 빠져들고 빠져들어 왜 여기까지 왔는지조차 잃어버리고 그 생각의 노예로 살 수밖에 없는거다. 말이 뒤섞이니 이제 다양한 말이 나오지. 생각이 뒤섞이니 다양한 길이 보여지지. 인종이 뒤섞이니 하얀 아름다움, 가만 미소, 노란 웃음이 넘실 거린다. 남자가 있고 여자가 있으니 사랑이 싹이 튼다. 진보가 있고 보수가 있으니 부패하지 않는다. 다양한 생각 다양한 신념 다양한 기술 다양한 삶 그래서 인생은, 지구는 풍요로와지는 거다. 탑을 세우면 못할 일이 없지만 그 좁다란 울타리에 숨막혀 죽는지도 모를거다. 그런데도 가던 길 멈추고 주저앉아 탑을 세우니 애굽의 노예가 아닌가? 그 때 시날의 도시에서 갇혀 하늘에 닿는 탑을 세우고 그 이름을 날려 흩어지지 않았으면 어쩔뻔 하였으랴? 서로 섞이고 흩어져야 산다. 교회는 모여 한 말만 하고 있으라는 것이 아니라 흩어지라고 있다. 철학은 ‘정’만으로는 되지 않고 ‘반’이 있어야 ‘합’으로 간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어야지, 빛만 있으면 그것은 빛이 아닌거다. 변화되지 않으면 죽는다. 바벨, 뒤섞어 흩어주신 은혜와 사랑이다. 노예에서 주인으로 출애굽의 길이다. (창세기 1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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