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4] 버린 돌과 머릿 돌 (n

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 Old 산물넷 : 게시판 : 사진방 : 산(mountain) ● 페이스북 ● 블러그 ● 깊은물 추모 ● Art of Life Community ●

토론토 삶의 예술 공동체 편지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chol.com)

홈페이지: http://artoflifecommunity.net

2009/12/27(일)

버린 돌과 머릿 돌

"집을 짓는 사람이 버린 돌이 집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다. 이것은 주님께서 하신 일이요, 우리 눈에는 놀랍게 보인다.(막12:10,11)"

지난 주 성탄 예배 때 함께 나눈 말씀입니다.
본문에는 두 종류의 돌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나는 ‘버린 돌’이고, 또 하나는 ‘머릿돌’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돌인가요?
예수님의 권한을 두고 논란했던 사람들은 스스로를 하나님의 아들, 상속자라고 말하는 예수님께 놀랐습니다.
많이 배워 학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이 많아 부자도 아니고, 배경이 좋아 권력이 있는 것도 아닌 촌 무지랭이가 성전, 시대의 정치와 종교의 중심에 들어와서 주인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 꼴 사나왔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예수는 집을 짓는 사람이 ‘버린 돌’입니다.
그러나 그런 그가 어떻게 상속자가 될 수 있나요?
“이것은 주님께서 하신 일이요. 우리 눈에는 놀랍게 보인다.”

그것은 주님께서 하신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 눈에는 놀랍게 보일 뿐입니다.
그렇게 우리 앞의 모든 일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다 주께서 하신 일입니다.
놀라며 감격하고 살아야지 내가 어쩌지 못합니다.
내가 바꿀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새롭게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해석하는 일이 ‘믿음’입니다.
그래서 결국은 믿음 안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가는 ‘내가’ 다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국 땅에서 이민의 삶이 그렇습니다.
어느 순간 일이 없어졌습니다.
더 잘 살아보자고 떠나왔는데, 고향에서는 대우 받고 그럴듯한 자리에서 어께에 힘을 주고 살았는데, 이곳에는 그저 빈둥거리며 사는 것 같습니다.
대기업의 임직원으로 기세 좋게 살다가 이민 와 보니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식당이나 세탁소나 구멍가게 밖에 없습니다.
말도 통하지 않고 위축되고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지 않고는 살 수가 없습니다.
더 여유가 없이 하루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체면 때문에 어디다 하소연할 수도 없습니다.
공부하겠다는데 비자를 내주지 않아 이것도 저것도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불법 체류자가 되어 음성적인 삶을 비참하게 살고 있습니다.
바빠서 똥줄이 빠지게 살았는데, 이제 아무 것도 할 일이 없어졌다고 처음 병원에 입원한 깊은물님이 하소연을 하였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렇게 집짓는 사람들이 버린 돌이 되어 버렸습니다.
내가 어떤 존재인데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 이제 더 이상 무엇도 어찌할 수 없는 무력한 삶을 삽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은 다릅니다.
너는 머릿 돌이라는 거지요.
그렇게 버린 돌인 너를 집 모퉁이의 머릿 돌이 되게 하신다는 것입니다.
아무 쓸모없다고 사람들은 버려도 하나님은 그런 나를 집이 세워지는데 없어서는 아니될 모퉁이 돌과 머릿 돌로 만드신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놀라울 뿐입니다.
지금 내가 여기 이렇게 살 수 있다는 것,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그런 존재 자체로 귀하고 소중하다는 것, 이것이 생의 신비입니다.
우리는 자식이 키가 크고 말을 잘하고 공부를 잘해서 이뻐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식이 있기만 하면 좋습니다.
아내가 팔등신 미인에 재주가 좋아 돈을 잘 벌어와서 이쁘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남편이 아닙니다.
하물며 그런데, 하나님께는 내가 무엇을 해서 귀한 것이 아니라 내 존재 자체가 귀하지요.
오늘 이 말씀은 믿음 안에서 그런 내 모습을 보게 하고 있습니다.
그 어느 곳의 삶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 있을까요?

지금 내 삶, 나의 처지를 들춰 내 주는 물음이 이 안에 있습니다.
사람들이 십자가에 못박은 예수님이 그렇습니다.
하나님의 아들로, 세상의 주인으로, 빛으로 오셨는데 어두움이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내처 거절하였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그 버린 돌이 모퉁이 돌이 되게 하셨습니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신비입니다.
예수님이 그렇다면 그를 믿고, 그의 길을 따르는 우리가 그렇다는 말씀입니다.
우리 모두 그런 존재임을 일러주기 위해 그가 오셨습니다.
올해도 성탄절을 보냈습니다.
성탄이 무엇일까 다시 돌아봅니다.
저는 늘 성탄을 내가 다시 태어나는 은혜의 시간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성탄의 기쁨, 성탄의 메시지, 성탄의 소식이 이것입니다.
믿음 안으로 내가 버린 돌이 아니라 머릿 돌이 되는 것입니다.
지금 그 ‘내’가 없어서는 안될 사랑의 존재가 되는 것, 그것이 나의 성탄입니다.
이 모두가 주께서 하신 일입니다.
놀라울 뿐입니다.

그렇게 거듭나 그리스도 안에서 소중한 머릿 돌로 살아가는 소망하며 2009년을 보내고 2010년을 맞이하기 빕니다.

번호	제 목	이름	작성일	조회

226	이른 새벽에	깊은산	2010/01/10	942

225	어린 사무엘과 새해	깊은산	2010/01/03	1242

224	버린 돌과 머릿 돌	깊은산	2009/12/27	1207

223	엘가나와 한나의 성탄	깊은산	2009/12/20	1257

222	아이를 낳지 못하는 이유!	깊은산	2009/12/13	1322

221	하나님의 방법	깊은산	2009/12/06	1315

220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	깊은산	2009/11/29	1394

219	있는 것을 가지고	깊은산	2009/11/22	1426

218	찌르는 가시와 올무, 기회	깊은산	2009/11/15	1290

217	[사랑의 기적, 이별의 기적] 토론토 출판 기념회	깊은산	2009/11/08	2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