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화와 말 (n

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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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삶의 예술 공동체 편지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chol.com)

2014/3/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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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와 말

예수께 정체가 탄로가 난 유대지도자들은 화가 나서 돌아갔습니다.
사람들은 왜 화가 날까요?
화가 나는 경우를 잘 보면 상대에게 문제가 있기 보다는 나에게 문제가 있을 경우입니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경우는 화가 나고 어떤 경우는 화가 나지 않습니다.
화가 나지 않을 경우는 내 마음이 편하거나 나에게 무슨 좋은 일이 있을 경우입니다.
화가 날 때는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거나 불편할 때, 궁지에 몰린다고 느꼈을 경우, 몸과 마음이 약해 제어가 되지 못할 경우에 그렇습니다.
자신감이 있으면 다투지 않습니다.
화가 나도 화를 제어하고 조절할 수 있는데 약점이 들추어지고 탄로 날 때 화가 나는 것입니다.
오늘 나의 마음과 상태가 어떤지 돌아 봅니다.
화가 자주 나거나 몸과 마음이 불편할 때 그것은 신호입니다.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들, 다른 사람들이 내 상태를 어쩌지 못하니 내 안으로 다시 힘을 모으고 돌아보아야 할 때라는 것이지요.

화가 났지만 사람들의 눈이 두려워서 떠나갔던 사람들이 말로 예수를 책잡으려고 사람들을 다시 보냈습니다.
그렇게 예수께서는 책잡는 사람들 틈에 사셨습니다.
오늘 나를 흉보는 사람들이 얄밉고, 어떻게 해서든 나를 끌어 내리려는 사람들이 있는 세상이 싫어지지요?
그런데 예수께서도 그런 한 가운데 계셨습니다.
하나님도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서 당하고 계신데 나도 좀 당하면 어떻습니까?
사람들이 나를 책잡는구나, 나를 비난하고, 내 길을 가로막으려 하는구나 그렇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아니, 사실은 책잡는 것도, 비난하는 것도, 길을 막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그렇게 살아가고 있을 뿐입니다.
그 일이 때가 되어서 일어난 것이고, 사람들이 찾아와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뿐입니다.
그 일이 억울하고, 그 일 때문에 피곤한 것은 내 판단이고 내 생각일 뿐입니다.
그런 내 생각만 바꾸면 거기에서 놓여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들이 책잡으려고 하는 것은 '말'입니다.
우리가 말을 조심해야할 것은 말로 천냥 빛도 갚을 수 있지만 말은 책잡히기 쉽기 때문입니다.
불완전한 언어로 우리의 있는 그대로를 다 표현하고 드러내어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말로밖에 우리의 모습을 나타낼 수가 없어서 문제입니다.
말하는 순간 이미 절반은 그 진실과 신선도가 떨어져 버리는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눈빛만으로 통할 수 있는 사이가 부러운 사이입니다.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고 그 분위기와 느낌으로 알 수 있으면 더욱 좋습니다.
여기서 말로 책잡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그런 세계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오늘 나는 어떤지 돌아봅니다.
사람들을 말로 책잡으려고 하는지,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고 하는지 말입니다.
심지어는 하나님도 말로 믿으려고 하고 교리를 아는 것을 믿음이라고 여기기도 합니다.

교리를 조금 더 아는 것은 하나님에 대해서 아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만나 함께 동행하는 것은 하나님을 아는 것입니다.
말이 아닌 믿음으로, 삶으로 있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 나의 하루이기를 기도합니다.

깊은산에서 오는 편지

라반은 주님께서 야곱을 보시고 자기에게도 복을 주심을 알았기 때문에 딸들을 팔아서라도 야곱을 붙잡아 두려고 했습니다.
야곱은 복의 근원입니다.
야곱은 일이 되게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삶이 되어야지요.
그런데 야곱은 쌍둥이 동생으로 태어나 형의 자리를 넘보다가 광야로 쫒겨나고, 사랑을 하지만 사랑에 덜미를 잡혀 장인에게 이용을 당하며 더 큰 광야를 경험합니다.
그런 에서와 라반이 있어 야곱이 연단 받아 사람이 되어 갑니다.
나를 괴롭게 하는 그가 나를 살리는 사람입니다.
상처를 받아보고 아파 본 사람이 치유자가 됩니다.
(깊은산20140223)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전심전력을 다하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입니다.
행복은 추구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지요.
불행하게 사는 요령(?)은 지나간 과거의 기억으로 살거나 오지 않은 미래를 공상하며 사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그렇게 사는 한 지금을 잃어버리게 되고 늘 내 생각과 경험의 한계에 갇혀서 살게 됩니다.
계산하지 않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전심전력을 다하여 몰두하게 되면 안에서부터 즐거움과 행복이 찾아올 것입니다.
일의 대가가 있다면 결과나 업적이 아니라 일을 하는 순간의 행복과 감격이지요.
일은 눈에 보이게 나타난 사랑입니다.
(깊은산20140224)

에서와 야곱은 한 배 안에서 나온 쌍둥이였습니다.
내 안에 있는 두 가지 길이고 빛과 그림자입니다.
에서가 감각되는 물질세계라고 한다면 야곱은 감각을 넘어선 내면과 꿈을 향한 정신세계라고 할 수 있지요.
내 안의 야곱은 에서로만 살 수 없어 꿈을 추구하고 추구합니다.
그리고 그 길에서 만나는 광야 벧엘과 하란과 라반, 라헬과 레아와 실바와 빌하가 있습니다.
다 내가 살아가는 길을 이야기(storytelling)하고 있지요.
사도 바울은 내 안에 쌍둥이를 보며 "오호라! 나는 곤고한 자"라고 합니다.
인디언들의 지혜에서는 내 안에 두 마리의 늑대가 있는데 그들이 싸운다면 내가 먹이를 주는 늑대가 이긴다고 전해줍니다.
삶에는 빛과 그림자가 늘 함께이고 빛이 밝으면 그림자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림자가 더 짙어집니다.
그러니 그 둘을 나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내 안에 자유가 찾아옵니다.
그럴 때 모두가 선물이고 ‘하나’입니다.
(깊은산20140225)

하란에서 야곱이 아주 큰 부자가 되자 아버지의 재산을 빼앗겼다고 원망하는 라반의 아들들의 소리가 들리고 라반은 야곱에게 의심의 눈길을 줍니다.
그래서 야곱은 그의 성공을 누리는 자리에 머물러 있지 못합니다.
재산을 모아 아주 큰 부자가 되는 것이 사실은 야곱이 꿈꾸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라반과 그 아들들의 시기와 원망은 그의 기도를 이루어지게 하는 디딤돌이 됩니다.
그는 길을 떠나올 때 사막의 밤에 돌베개를 베고 자면서 하나님이 함께 계셔서 지켜주시고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주셔서 안전하게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오게 해주시기를 기도했었습니다.
그러니 지금 품은 뜻, 마음에 소원하는 바가 중요합니다.
스스로 돕는 삶이 이루지는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깊은산20140226)

하나님은 라반의 아들들의 불만과 라반의 얼굴색이 변하는 것을 통해 야곱에게 말씀하십니다.
“돌아가자.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
하나님께서 야곱이 자기 성공에 안주하는 것을 그대로 두지 않고 상관하시는 것입니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어떻게든 움직이게 하시지요.
이제 야곱은 강한 사람이 되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성공신화에서 자기의 연약을 알고 고백하게 되는 진정한 힘으로 나아갑니다.
이루어 놓은 성과와 공적에 집착하면 거기까지입니다.
내 아이가 나의 것이고 내가 키웠다고 하면 그 아이는 더 자랄 수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지금 정성을 다할 때 내가 사라지고 그가 일하십니다.
글은 쓰는 것이 아니라 써지는 것이고 그림은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려지는 것이듯 말입니다.
(깊은산20140227)

목표를 이루고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속이는 자’로 살아온 야곱이지만 하나님은 그런 야곱도 여전히 사랑하셨습니다.
그 사랑은 또 다시 쫒겨나 불안에 떠는 광야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사랑은 ‘얼마나 더 흔들려야 꽃이 필까?’,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에서 ‘이런 일을 주셔서 얼마나 고마운가?’로 가게 하는 의식의 성장과 진화의 길입니다.
우리 삶에 우연은 없습니다.
그러니 모든 것에 “예”!하고 “수”월하게 사는 삶이 예수로 사는 삶이지요.
내 안에 있는 에서와 야곱, 라헬과 레아와 빌하와 실바... 때로는 시샘으로 비겁으로 희생으로 억울함으로 있지만 그것을 통해 내가 되어가고 나의 약속이 이루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눈을 뜨면 모두가 사랑이고 감사입니다.
(깊은산20140228)

오늘 야곱은 다 얻었고 다 이루었지만 이루고 나니 그것이 다가 아닙니다.
부자가 되고 싶어 부자가 되었고 사랑을 얻고 싶어 사랑을 얻었지만 행복하지 못한 것이 인생입니다.
그럴수록 공허와 갈등과 불안이 점철됩니다.
그런 야곱은 떠나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아내들을 불러 서로의 고백과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하고 힘을 얻습니다.
사람은 서로 소리내어 알리며 자기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길을 잃고 아무 것도 하지 못하지만 이야기를 하게 되면 더 많은 것을 알아내게 되지요.
그래서 야곱은 자기 힘으로 원하는 것을 얻어 부자가 된 것이 아니었음을 알아내고, 라헬과 레아도 아버지의 집에 머물러서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음을 알게 됩니다.
오늘 내가 있는 것도 그러합니다.
내가 수고했지만 그렇게 되어진 것이니 사실은 성공도 실패도 내가 한 것이 아닙니다.
돌아보니 그렇게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발걸음 마다 은혜입니다.
(깊은산201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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