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소식 : 길위에 보이는 하늘(깊은산)

이름: 노애리 (garino7@hanmail.net) 2003/8/4(월)

애버랜드는 애버랜드고 지리산은 지리산이라고????  애버랜드는 애버랜드대로 좋고 지리산은 지리산대로 좋은 거라고???? 도대체 뭐야. 어린애한테  너무 센 걸 보여주는 거 아냐. 지리산이 천해의 명산인데 인간의 장난감과 비교하는 이런 모순적인 말을 일삼다니. 그런 생각을 가지고도 지리산을 소개하는 여행기를 쓸 수가 있을까. 여행기를 읽는 일이 얼마나 재미없는 일인지 여러분은 아시는지요. 밥벌이 때문에 조선 시대  여행기를 들춰야 할 일이 많았다. 옛 여행기들은 대략 이렇게 써져 있었다.  산을 오르기 위해 새벽부터 법석을 떨고 온갖 하인들을 대동한 양반님들은 해 뜨는 것을 보면서 자기도 감탄하면서 상놈들이 법석 떠는 것을 보면서 자기는 아닌척 한다.  내려와 온갖 미사여구를 대동해서 산을 묘사하다가 엉뚱한 길로 새서 호돌갑을 떠는 하인네들과 비교를 하면서  나는 고고하게 살아야지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일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옛말을 철저히 추종하면서 자발적으로 여행기를 찾아 읽는 일을 중단했고 세계 최고의  문호라는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을 완독할 날을 꿈꾸었는데 드디어 최고의 여행기를 만나게 되었다.   기독교인의 쉼과 여행이라는 테마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주제 하에 묶인 책이 나왔다. 돈벌이를 하기 위해서 문인들이 쓴 기행문을 뒤적이다가 왜 우리나라에 좋은 소설과 시는 많은데 기행문은 적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드디어 [아는 길과  모르는 길-지리산]이라는 글을 넘겨 보았을 때 이정도 라면  비기독교인이 보아도 지리산 여행을 위한 충실한 안내자이면서 명상록이 되지 않을까 하는 확신이 들었다. 지리산과 만난지 어언 십년이 된다는 필자의 녹록한 이력을 보고나니  이런 감동적인 글이 나온 이유를 알겠다. 백무동에서 지리상에 오르는 길에 지리산을 이미 아홉번이나 완주한 필자이지만 여전히 한걸음도 뗄 수 없다가도 두 다리에 힘이 붙고 걸음이 살아나는 경험을 했다는 고백에 필자의 인간됨을 엿볼 수 있다. ‘나’를 보게 되는 경지에 다다르게 되면 자연 그 자체와 대면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필자는 산에서는 무엇이 좋고 나쁜 것이 없고 다만 생각 속에서만 좋다 나쁘다 판단할 뿐이라고 말한다. 어찌 들으면 이미 도사가 되어버린 분의 이야기같지만 이 여행기를 자세히 살펴서  진달래와 철쭉에 관한 일화 부문을 찾아 읽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 산밑에서는 저에게는 철쭉보다는 진달래였습니다. 철쭉은 너무 화려하고 고고한테 비해 진달래는 부드럽고 수줍어 좋았습니다. 그런데 지리산의 철쭉은 너무 수줍고 조용했습니다. 부드러웠습니다. 그렇게 지리산의 철쭉을 만났습니다. 그야말로 신의 정원이었습니다.)   진달래는 철쪽과에 속하는 꽃인데 많은 이들은 진달래와 철쭉을 구별하지 못한다. 그래서 산에 가면 이게 무슨 꽃일까. 사람은 누구나 이건 나누고 판단하는데 익숙하다. 나에게 진달래는 내 관념 속에서 만들어낸 기호에 불과했다. 한때 북한의 국화라는 이유로 불온한 것과 연결됐던 꽃이어서 자연 그대로의 실체를 바라본 적이 얼마나 있었는가 물음을 던진다. 흐드러지게 핀 꽃들을 보면서 자연과 상관없는 인간사 떠올리기면서 한숨쉬던  시절이 있었다. 대학 시절 일상에 지칠 때 지금은 없어진 통일호 기차를 타고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러 지방의 어느 도시로 내려가던 기억이 있다. 동행한 이들을 떠나서 난간에 서서 덜컹거리는 기차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지금 떠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곤 했다. 그런데  얼마나 그 여행에서 감사와 은혜의 시간을 경험했는지 난 전혀 기억할 수 없다. 나이가 들면서 아마 그 감사와 은혜가 깊어지는 순간이란 나눔을 통해서만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 오목사님 역시 나누기까지 지난한 세월을 보냈던 것 같다. ( 첫 번 오를 때는 땅만 보고 걸었습니다. 그리고 ‘힘듬’과 ‘긴장’이 나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내 생각과 경험대로 산을 보고 만나려 하였습니다. 그리고 두번, 세번 오르니 함께  오르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그 숨결과 그 마음이 읽혀졌습니다. 내가 보이니 산이 미소를 짓더군요. (중략) 어느 순간 ‘나’도 없고, ‘산’만이 있는 그런 황흘함이 있습니다. 열번 오르고 보니 이제 하늘이 보이고 그 너머에 계신 분이 있었습니다.)   필자 오동성 목사는 아내와 처음 함께한 지리산 코스를 이번에 다시 올랐다. 새삼 지리산 ‘세석’에 반한 아내를 보면서 감사한다. 함께 오르는 이들을 통해 다시 배우고 깨닫고 각성한다고 말한다. 이런 고백을 할 수 있는 필자에게 질투를 느낀다. 함께 오르는 이들을 통해 감사를 느끼는 여행을 아직 하지 못한 나로서는 그날을 기다린다. 이런 마음을 씻겨주는 아름다운 대목을 소개하며 오목사님의 글에 누가 되지 않게 독자서평을 마치고 싶다. 천왕봉에 오르면서 필자는 이렇게 말한다. (아침 해를 만나는 그 길을 고맙게 인도한 달빛이지만, 진짜 아침 해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그 달빛은 사라져야 합니다. 그림자입니다. 사실은 아침해도 떠오르는 것은 아니지요. 늘 그 자리에 있는 태양인데 지구가 돌아서 태양을 받게 되는 것이지요. 사라짐도 나타남도 없는 그 ‘있음’의 세계와 또 지금 ‘되어감-행함’으로 살아가는 세계를 다시 만나 보았습니다.)   밤 길을 걸어갈 때 그림자만큼 반가운 게 없지만 아침이 되면 사라진다. 무엇을 좇아 여기까지 왔는지 굽이굽이 묻고 싶다. 물음을 던지는 만큼 필자 오목사님의 말대로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온화하게 내 길, 내 짐, 내 방향을 잘 보고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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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 목		이름	조회
37	[2003.8.21~23] 성삼재 -> 중산리		깊은산	2504
36	[20030802] 출판소식 : 길위에 보이는 하늘		깊은산	2987
35	애버랜드는 애버랜드고 지리산은 지리산이라고????		노애리	2847
34	2003년 8월 2일 국민일보 기사		황세원기자	2536
33	[2003.5.12~13] 성삼재-연하천-세석-장터목-천왕봉-백무동		깊은산	2639
32	[2002.5.27~28] 백무동-장터목-천왕봉-세석-한신계곡	1	깊은산	3285
31	지리산의 가을이 여기서도		옥성일	2249
30	[2001.10.15] 성삼재-노고단-임걸령-노루목-반야봉		깊은산	3046
29	[2001.9.13~14] 백무동-천왕봉-백무동		깊은산	3400
28	산이 오라하여		추억	25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