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보이는 하늘’…목사 10명이 본 ‘靈·肉이 쉴만한 물가’ 
 
“쉴만한 물가로 가는 길은 참 많이 있지만,그 길을 찾기란 쉽지가 않습니다.그래서 이제 이렇게 하나님이 주신 고마운 세상,삶,믿음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영과 육의 쉼을 만나는 자리와 비결들을 모아봤습니다.”

쉰다는 것은 사람들에게마다 다른 의미일 것이다. 산과 들을 다녀야 진정으로 ‘휴식을 취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집 안에서 꼼짝않고 잠을 자야 잘 쉬었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일하는 것이 곧 쉬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쉴만한 물가’를 찾아 길을 떠날 여름,목회자들이 자신들이 누렸던 한 자락 ‘쉼’을 나눠주려는 책이 한 권 나왔다. ‘길 위에 보이는 하늘(미래이음·2393-7224)’은 모두 열 명의 목사가 각기 찾아낸 쉴만한 장소들을 엮어놓은 책. 그런 면에서 ‘여행 서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좀 어렵다.

홍광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중인 오동성 목사는 여섯 살 난 아들을 비록한 가족들과 함께 지리산에 올랐던 일을 유려한 사진들과 함께 소개한다. 지리산에 20∼30번은 족히 올랐을 것이라면서도 오 목사는 마치 처음 산에 오르는 사람처럼 사소한 것 하나에까지 느끼는 감상이 새롭다.

“첫 번재 오를 때는 땅만 보고 걸었습니다. 그리고 ‘힘듬’과 ‘긴장’이 나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내 생각과 경험대로 산을 보고 만나려 하였습니다. 그러나,두 번,세 번 오르니 함께 오르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그 숨결과 마음이 읽혀졌습니다. 네 번,다섯 번 오르니 그제사 ‘내’가 보였습니다. 내가 보이니 산이 미소를 짓더군요. 여섯 번,일곱 번 오르니 ‘산’이 있었습니다.(…)열 번 오르고 보니 아제 하늘이 보이고,그 너머에 계신 분이 있었습니다.”

지리산에 한 번도 올라보지 못한 사람이라도 글을 따라 읽다보면 알싸한 산 공기를 따라서 호흡할 수 있을 듯 하다.

그런가 하면 굳이 ‘피비린내 나는 순교지’를 찾아서 ‘인생의 진정한 휴식’을 맛보겠다는 목사도 있다. 한신교회 이중철 부목사는 천주교 성지인 충남 해미읍성을 찾았다. 시원하게 뚫린 중부고속도로를 따라 서해안 갯벌을 끼고 달리다보면 나오는 “정말 예쁘고 아담한 성”,해미읍성은 천주교 박해지 중에서도 가장 많은 3000여명이 순교한 장소다.이들 대부분은 천대받는 민중이어서 이름 석 자조차 알 길이 없다. “인간이 쓴 역사책에서 는 잊혀진 존재들이지만 하나님의 생명록에는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이 뚜렷이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다일공동체 최일도 목사는 ‘그리스도인의 쉼과 여행’이라는 주제로 묶인 이 책에서도 고집스럽게 청량리 ‘밥퍼 공동체’와 ‘묵안리 다일수련원’을 소개했다. “여름방학 때 크리스천이 꼭 찾아가야 할 곳이 깊은 산이나 계곡만은 아니다. 도시의 뒷골목이라도 좋다. 참 사랑이 나누어지는 나눔과 섬김의 현장에서 흘리는 땀아야 말로 이열치열로 더위를 이기는 좋은 피서다.” 최 목사는 ‘저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곧 쉬는 것이라며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도 함께 봉사하는 기쁨을 누려볼 것을 은근히 권고하고 있다.

이 책을 펴들며 ‘제대로 쉬고 올 만한 숨겨진 휴양지’를 기대했다면 덮을 때까지 목적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 여기에 나온 곳들 중에는 잘 쓰고,잘 먹고,사진 잘 찍어서 돌아올만한 장소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과 육이 균형있게 쉬는 체험’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읽는 것 만으로도 답답하던 가슴 속이 조금 시원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황세원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