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아카시아 향기가 홍제동에 가득합니다. 지금 그런 향기로 살고 싶습니다. 다시 1년 만에 지리산에 올랐습니다. 그리움과 기대와는 다르게 이번에도 힘겨운 나와의 싸움이었지요. 그렇게 많이 올랐는데, 많이 알고 있다 여겼는데 여전히 처음 오르는 산과 같았습니다. 그러나 오르고 나니 내 마음과 몸이 또다시 새로워졌습니다. 20030511 (1) 23시 50분, 88고속도로 남장수 톨케이트 앞 장군 휴게소. 산에 오를 작정을 하고 시간을 내었는데, 막상 떠나려하니 주변이 더 어수선해집니다. 해오던 일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떠나지 못하는 것이 늘 그렇게 나를 사로잡습니다. 같이 산행을 했던 한결이를 두고, 아내를 두고 나 혼자 오려하니 더 마음이 묶입니다. 그래도 떠나야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가야할 길도 있습니다. 피곤한 심신으로 서울을 떠났는데, 12시가 다 된 시간에 장수를 지나서 지리산 가까이 오니 마음도 몸도 산의 기운에 반응을 하기 시작합니다. 신기 하지요. 하늘에는 반달이 떠있고, 달빛이 비친 산하는 고즈넉하고 신선한 바람과 향기, 산내음 내 마음이 새로워지고 있습니다. 이제 잘 떠나왔다 길을 떠나온 것이 나에게 새로운 소망을 주는 귀한 경험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그렇게 이제 더 큰 기대를 가지고 내가 가야할 길을 함께 가야겠습니다. 머물러 있으면 익숙해지고 편하지만 그것은 변화와 발전이 없는 묶임이 되기 쉽습니다. 20030512 (2) 오전 8시 30분, 차를 구례 터미널에 두고, 아침 6시 첫차를 타고 성삼재로 올라와서 산장에서 아침 해먹고 노고단 고개에 올라왔습니다. 햇살이 밝고 푸른 빛과 흰 구름이 어울린 하늘이 펼쳐져 있고 멀리 낮은 구름들이 산하에 자욱히 깔려 있습니다. 참 신기하고 아름다운 정경이고, 이제 아침 먹으니 힘이 나고 이제 저기 멀리 세석까지 목표로 해서 나가겠습니다. 간밤에 차에서 잠깐 눈을 붙이고 올라오는 걸음이니 몸과 마음이 아직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지요. 그래도 이렇게 오르니 산이 있고, 또 그렇게 있는 ‘내’가 있습니다. 이제 한걸음 한걸음 감사하고 고맙게 걸어가겠습니다. 노고단 고개를 넘어 펼쳐져 있는 길, 돼지평전을 지나 임걸령까지 가는 길, 참 반갑고 고맙고 익숙하고 편안한 길입니다. 동쪽에서 걸어오면 점점 아늑해주는 지리산의 어머니와 같은 품이고, 서쪽에 걸어가면 반갑게 맞아주는 산의 선물입니다. 이제 저 멀리 천왕봉까지 걸어갈 하루가 있어 행복합니다. 그렇게 걷겠습니다. (3) 9시 30분, 그렇게 편안하고 아늑한 길을 걸어서 임걸령입니다. 8시 40분에 노고단 고개를 출발해서 부지런히 걸어서 도착했습니다. 여전히 거기에 그렇게, 다 있었습니다. 늘 그 자리에 있으니 내 마음의 고향입니다. 땅에 매여 있던 ‘나’를 하늘로 이어주는 또 다른 통로로 지리산이 있습니다. 임걸령에는 물이 많이 있고 여전히 날씨는 좋고 마음은 가뿐하고 이제 좀 몸의 컨디션이 제대로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황량하게 벗고 있던 임걸령도 누군가가(?) 잘 가꾸어 놓았네요. 사람이 가꾼 자국이 있어 눈에 거슬리기도 하지만, 무분별하게 파헤쳐 놓았던 그런 ‘인위’보다는 더 휠씬 고맙습니다. 행복합니다. (4) 지금 시간 10시 25분인데, 임걸령에서 반야봉 올라가는 노루목을 지나서 지금 삼도봉에 도착해 있습니다. 땀이 한바탕 나고 컨디션이 돌아와서 행복한 기운에 있습니다. 저 앞에 토끼봉이 보이는데 토끼봉까지 열심히 가려고 합니다. 정말 행복한 하루네요. 이렇게 하루가 깁니다. 내게 주어진 시간들, 순간들이 이렇게 넉넉하고 알찬데 어찌 그리 쏜살처럼 내게 있는 시간을 허망하게 보내고 있었는지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 다시 올라옵니다. 모든 것이 새롭습니다. (5) 11시 30분, 토끼봉에 올라 왔습니다. 8시 30분에 노고단을 출발해서 세시간 만에 왔지요. 이렇게 그리운 토끼봉을 보려고 여기까지 왔나싶습니다. 내 기억 속에는 야영장이 되어 벌거벗은 토끼봉 정상이 있는데, 이제 이곳도 잘 가꾸어져 있습니다. 뒤로는 반야봉, 앞으로는 장쾌한 능선이 열려져 있습니다. 아, 모든 것이 여기에 다 있군요. 이제 어려운 고비는 지났습니다. 화개재에서 토끼봉 올라가는 길이 천왕봉 올라가는 길보다 어렵지요. 토끼봉까지 오면 이제 다 온 겁니다. 이제 오늘 나머지는 여유롭게 걸어서 즐기는 산행이 될 것 같습니다. 12시 30분쯤 연하천에 도착해서 점심을 하고 오늘 세석까지 가겠습니다. (6) 12시 30분, 총각샘에 왔습니다. 총각샘 지나면 연하천인데 조금 지쳐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총각샘에 이정표가 없어졌지요. 아마도 야영으로 망가져간 지리산을 복원한다던 그 즈음인 듯싶습니다. 이제 이정표도 없는 총각샘인데, 전 늘 그리운 이 자리를 알기에 이곳을 지나면 옆 능선을 넘어 총각샘에 들릅니다. 모든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고 녹여주지요. 총각샘의 시원함이란, 그 짜릿한 물맛이란 그 어디에도 없는 ‘하늘의 선물’입니다. (7) 1시 5분에 연하천에 도착했습니다. 눈에 익은 슾지의 안온한 분위기, 기운이 연하천입니다. 산장 바로 곁에 있는 샘도 충분하고, 밥을 해 먹기에 참 좋은 곳입니다. 그런데, 아이구, 한발자국도 떼기가 싫으네요. 마지막에 다왔다는 생각이 삶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내 걸음을 힘들게 하는지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긴장을 놓치면 몸도 마음도 상처를 입고 무너집니다. 늘 처음 마음으로, 초심으로 있어야겠습니다. 그것이 행복의 지름길입니다. 이제 여기서 쉬었다가 출발할텐데 과연 발을 떼서 옮길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역시 내가 걷는 것같은 그 한 걸음이 사실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님을 다시금 확인하네요. 많이 힘들고 지쳐 있지만, 이제 이것이 나에게 주어진 일들이 새롭게 다가올 것을 바라보며 다시 내 할 일을 하겠습니다. (8) 2시에 연하천에서 출발해서 한 45분 걷고 잠시 쉬고 있습니다. 2시 45분입니다. 아, 벽소령까지 얼마나 걸릴까 생각 같았으면 그냥 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만큼의 시간을 채우지 않는한 거기 가 있을 가능성이 전혀 없습니다. 한걸음 한걸음 떼어서 걸어가야 할 자리를 채우지 않는 한 그 어떤 기적도 우리에게 일어날 수 없지요. 그것을 무시하고 그것이 아닌 다른 것을 얻으려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사기이고 위선입니다. 이제 곧 벽소령에 도착할 것이고, 오늘 저녁은 세석에서 묵게 될 것입니다. (9) 3시 40분, 주변이 잘 가꾸어진 벽소령 산장에 도착했습니다. 처음 보았던 벽소령은 구름이 넘나드는 황량하고 고즈넉한 고원이었는데, 이제 나무와 풀들로 무성해져 있습니다. 벽소령 도착은 생각보다 늦었습니다. 아, 이상입니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여기서 머물면 주저앉게 될 것 같습니다. 체력이 많이 약해진 것 같습니다. 식은 땀에 몸이 젖어 옵니다. 땀이 많이 나서 수건을 꺼내서 닦기 시작했습니다. 종주는 역시 먼저 자기와의 싸움이고, 그 다툼을 넘어서 자기 호흡을 알아차리고 자기 페이스를 찾아야 편안하게 갈 수 있는 길입니다. 그렇게 내 있는 자리를 점검하고 한 걸음 걸음 가야만 이 길을 걸어갈 수 있지 않을까 다시 깨닫습니다. ‘배수진’이 떠오릅니다. 뒤 돌아서 내려갈 수도 없고 앞으로만 나갈 수밖에 없는 그런 자리지요. 이제 다시 그런 생각과 각오를 해봅니다. 인생을 등산하듯이, 지리산에 오르듯이 그렇게 살아가면 주저앉을 이유도 없고 또 그렇게 멈춰 있을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늘 그런 긴장으로 살 수는 없겠고 가끔 주저앉아 있어도 되겠지만, 산을 걷듯이 살 수만 있다면 어차피 한번 살건데 아쉬울 것도 없을 겁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일찍 돌아가셨나봅니다. 그 분은 서른 몇해를 살다가 가셨지요. 배수진, 그렇게 뒤돌아가서 내려갈 수가 없다는 것에 신비스러운 파워(power)가 있는 것같습니다. . 어쨌든지 지금 나는 걸어가야 하고 주저앉는다고 해도 누가 떠메고 가 주지 않습니다. 산하고 싸워서 이기려고 하니까 안되는 거지요. 한걸음 한 걸음 가는 것을 즐겨야 하는데, 자꾸 시계보고 거리를 재니까 절대 못하게 됩니다. 늦게 가도 한 걸음 한 걸음 그 시간 최선을 다해 걸어가야 가는 것이 ‘순리’입니다. 그렇게 찾아오는 어려움, 역경, 고난이 우리를 살게 하는 또 하나의 동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가까이 가자. 그런 각오를 합니다. 그래요. 그겁니다. 그렇게 이제 지리(智異)를 걸으며 다시 ‘나’를 돌이켜보니, 내가 다투고 있었습니다. 싸우고 있었습니다. 산은 나를 보게 합니다. 이렇게 귀한 시간인데, 내가 뭐하고 다투고 있는지 한심한 내 모습을 알아차립니다. 이제 한 걸음 한 걸음 걷겠습니다. 호흡하는 내 숨을 알아차리며, 들숨과 날숨, 그리고 호흡을 맞추어 걸어가는 기도. 다시 기도하며 걸아가는 나의 길을 되찾습니다. 어차피 가야할 길, 지금 이 순간, 여기를 누리지 않는한 그 어디에도 내가 서 있을 자리는 없습니다. 지금 여기(here and now), 이 시간을 나의 행복의 시간으로, 나의 생명의 시간으로 그렇게 만들어가겠습니다. 그런 만남 속에 감사하고 기쁨이 솟아 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산이 품어주는 기운과 향내 속에 나를 푹 담아 봅니다.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고, 다리 아픈 것은 아픈 것으로 알아주고, 또 그런 느낌이 있으면 느낌을 받아들이며 그렇게 감격으로 이 걸음 걸어가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인사가 정겹게 들립니다. 그렇게 내 마음을 소리내어 알리며 만나니 기운이 백배입니다. 길가에 누워 있어도 아니 그냥 날이 저물어도 이렇게 마냥 걸어가는 것이 즐거운데 뭘 더 바라겠습니까? 어디 안식처가 있으면 어떻고, 없으면 어떻습니까? 그저 내가 서 있는 그 자리에 앉아 쉬면되고 또 걸으면 되지요. 밤새도록 이라도 그렇게 걸을 수도 있습니다. 나는 그런 사람입니다. 그런데 자꾸만 시간을 재고 거리를 재고 있었으니 참 답답하고 한심한 노릇입니다. 그것은 산과 하나가 되어 산에게 나를 맡기고 산에 어울리는 것이 아닙니다. 매사가 그렇습니다. 이번 산행이 나를 다시금 또 하나의 깨달음을 주네요. 극심한 스트레스, 한계, 그것을 넘어서는 경험이 있어야 되는 것 같습니다. 산행에 치달아 오르는 길이, 내 모든 땀과 격정과 한계를 그것을 넘어서는 ‘선물’인데, 성삼재로 버스를 타고 오고, 또 그렇게 쉽게 산에 올라 걸어오는 동안에 그렇게 넘는 순간, 그 점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의 산행이 이렇게 힘든데 한몫을 한 듯 합니다. 이제야 그 점을 넘어서서 조심조심 한 걸음 한 걸음 선비샘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아니 가다가 날이 저물어도 좋습니다. 나는 그렇게 이렇게 길을 가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지금 내가 가는 이 걸음이 참 기도입니다. 힘겹게 한 걸음 가는 고통이 기도이고 그런 바램이고 소망으로 나와 함께 계신 그리스도, 그 십자가에 참여하는 마음입니다. 주님이 그렇게 나와 함께 계시고요, 나를 그렇게 인도해오셨습니다. 바라고 소망하기에 나에게 더 힘듦이 있고, 내가 그것을 이기고 누려가고 싶습니다. 걸어오는 길에 지숙이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가 물었지요. ‘스텝맘’을 보면서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이제 그런 기억을 하나 하나 되찾아 보고 되새겨 가겠습니다. 기억입니다. (10) 오후 4시 40분, 선비샘에 도착했습니다. 고즈넉하고 아름답습니다. 여름이 찾아오고 있네요. 선비샘에 물이 잘 나온다고 감탄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립니다. 행복한 소리지요. 알아차려야 압니다. 물이 나오는 것도 신비입니다. 그저 당연히 물이 나오는 것으로 보면 그만큼의 선물을 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이 높은 산에서 물이 이렇게 잘나올까? 다 그렇게 준비가 되어 있네요. 오늘 하루가 저물고 있습니다. (11) 5시 50분, 지금 칠선봉을 지나서 계속 열심히 걸어가고 있습니다. 눈썹이 휘날리도록 걷고 있는데, 이미 걸음에 신명과 탄력이 붙어서 산과 함께인 나, 장쾌한 산에서의 걸음과 기운으로 나는 듯이 달리고 있습니다. 발에 물집으로 고통스럽지만, 그것까지도 행복합니다. (12) 6시 35분에 촛대봉과 세석이 내려다 보이는 영신봉에 도착했습니다. 정말, 마의 고개였습니다. 그 내리닿는 비탈길에 나무 계단이 잘 세워져 있네요. 처음 본 듯합니다. 덕분에 산행은 쉬워졌지만, 못내 아쉬운 마음을 감출 길이 없기도 합니다. 다만 산을 보호하기 위해 등산로를 내 놓아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위로를 받습니다. 아, 그래도 해내었습니다. 해지기 전에 영신봉에 도착해서 세석을 내려다보니 더 아름답고요. 고맙고 감사합니다. 20030513 (13) 세석산장에서 5시 20분에 일어나 이리 저리 짐을 챙겨서 올라왔는데, 촛대봉에 6시에 도착했습니다. 어제 밤에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산에서 잠자리를 가리기 시작했습니다. 산장에서 통 잠이 들지 못합니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다 보면 그래도 초저녁이고, 그러면 밤이 또 왜 그렇게 긴지 모르겠습니다. 감기 기운에 코와 목이 꾹 잠기고, 오한이 들어 잠자리에 들면서 걱정했는데, 역시 산에서의 하루 밤은 새로운 생기를 안게 만들어주는 묘약인 것같습니다. 아침햇살을 맞이하니 온 몸에서 힘이 솟아나네요. 아직 아침안개가 걷히지 않고, 바람이 많습니다. 그래도 참 장대한 광경입니다. 돌계단과 평지보다는 불규칙한 등산로가 오르내리기 더 쉬운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가만히 그런 상념에 젖습니다. 불확실성의 미학이 있습니다. 이미 정해져 있는 시간과 거리보다는 정해져 있지 않는, 내가 개척하고 만들어가는 시간과 길이 차라리 낫습니다. (14) 6시 55분, 햇살이 따사로이 비치는 세석에서 장터목 가는 중간 어느 봉우리에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런 봄으로 그런 계단, 그런 고원이 보이고 있습니다. (15) 7시 40분, 장터목 산정에 도착했습니다. 여유롭게 넉넉하게 걸어서 도착했지요. 아침을 하고 문득 취사장 창문을 열고 보니 장터목에 구름이 꽉 차게 넘고 있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높았던 하늘이 구름으로 깜깜해져 있습니다. 아, 신비롭습니다. 이런 선물을 안고 천왕봉을 오를 수 있겠군요. 기대가 됩니다. 앞이 깜깜해서 천왕봉에서 전망을 볼 수 없을 거라는 염려의 소리들이 있지만, 난 그런 산이 더 좋습니다. 그런 천왕봉이 천왕봉 답습니다. (16) 8시 45분에 장터목에서 출발해서 지금 시간 9시 5분인데 제석봉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구름이 넘나들고 기가 막히네요. (17) 9시 45분, 천왕봉에 도착했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고, 사방에 구름으로 깜깜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 느낌이 있고, 그것을 가질 수 있으니까 기쁩니다. (18) 10시 40분에 다시 장터목 산장에 도착했습니다. 잠시 쉬었다가 이제 바로 하산하겠습니다. 시방 느낌은 아쉽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합니다. 발바닥이 지금 많이 아픕니다. 발이 평발에 가까워서 산행을 할적마다 고통스럽습니다. 그것을 이기며 산행을 하고 있지요. 내가 넘어야할, 아니 함께 가야할 사랑스러운 또 하나의 ‘나’입니다. (19) 11시 35분, 망바위에 도착했습니다. 11시 10분쯤에 전망 좋은 곳에서 잠시 쉬었다가 내려왔습니다. 이제 곧 달려내 려갈 일만 남았네요. 망바위,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다시 날씨는 좋구요. 햇살은 환합니다. 천왕봉의 전망이 다시 훤하게 뚤렸을 것 같네요. (20) 12시 35분, 참샘에 도착했습니다. 예정보다 많이 늦었습니다. 기운이 많이 딸리고 발바닥에 잡힌 물집, 아, 많이 힘들게 하네요. 온몸에 진땀이 흐릅니다. (21) 1시 20분에 하동바위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쯤해서 계곡을 만났으니 시리도록 찬 계곡 물에 발 좀 식히고 내려가지요. ^^* (22) 오후 2시, 백무동에 내려왔습니다. 이번 산행은 참 힘겹기도 했고 또 다른 깨달음과 처음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찾게 되는 그리운 마음입니다. 그리고, 죄송하고 부끄럽고 감사한 시간이었지요.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