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9.13~14] 백무동-천왕봉-백무동(깊은산오동성) |
 이름: 추억 2001/10/5(금) 09:44 | |
 산이 오라하여 지리산을 목표로 하여.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더 완연한 가을 기운. 푸르디 푸른 하늘, 벼벤 논에서 날라온 향긋한 풀내음. 모든게 다 좋았다. 다람쥐님이 안내한 장계에서의 점심또한 너무 맛있었고. 오후 2시 조금 지나 지리산 아래 백무동 도착. 차를 주차장에 세우고 매표소를 지나 화장실에 들갔다 나온 민들레님의 외침이 본격 산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아니 왜 반칙을 하는거야." 화장실에서 나와보니 함께 출발할줄 알았던 둥굴레님이 저만치 먼저 올라가 버렸기 때문에. 우리가 오늘밤 밥을 해 먹고 몸을 누일 장터목 산장까지 보통 걸음으로 4시간 30분 소요예 정. 둥굴레님은, "야 이거 거기까지 어떻게 올라가냐." 민들레님은, "난 지리산이 처음인데" 어쩌구. 우리의 다람쥐님은 처음 출발할 때 감깐 모습을 보이고는 얼마나 빨리 뛰어올라가는지 흔적을 찾을수 없고. 하긴 마음이 급하기도 하겠다. 두 초보선수를 이끌고 어두워 지기전에 산장까지 도착하는게 쉽지않을테니. 그러나 우리가 누구인가. 찬샘에서 마신물이 진짜 인삼썩은 물이었는지 뭔지 오르는 속력이 오히려 처음보다 훨씬 빠르다. 소지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바라본 끝없이 펼쳐진 산의 골들. 아쉬운 마음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 맞이한 길고 긴 산죽밭. 신의정원. 높이 올라왔다는 신호인지 밤안개가 내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람들 소리. 산장이 이제 얼마남지 않은 것 같다. 조심조심 어둔길을 밟아 도착한 장터목 산장은 안개로 뒤덮혀 있고 조금씩 빗방울이 보인다. 생각보다 일찍 아무 이상없이 목적지 도착한것에 감사하고 저녁준비. 누구 산장에서 이런 저녁밥 먹어보셨나요? 양념된 돼지고기, 죽여주는 김치, 젓갈, 나물... 이 모든 반찬은 우리의 둥굴레님이 준비해 오셨고, 거기에 다람쥐님의 완벽한 밥 솜씨(높은 산에서 제대로 밥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시죠), 그리고 숭융과 참외 후식. 서울 출발할 때 이런거 다 짐만되니 가져가지 말자고 누군가 말했었지만 그 누구를 밝힐 수 는 없음. 메뉴중에 한가지가 더 있었지만 그게 뭔지 나는 잘 모름. 9시까지 취침준비를 마쳐야 하기에 서둘러 먹은 뒷정리를 하고, 다람쥐님은 먼저 잠자리로 올라가고 둥굴레님, 민들레님, 추억은 아래로 양치를 하러가서 마침 우리외에 아무도 없길래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열아홉순정 노래에 맞춰 비를 맞으며 한춤 땡기고야 올라올 수 있었다. 산장 잠자리는 비교적 깨끗하고 좋았다. 그렇지만 대체적으로 잠을 잘 자지는 못했다. 둥굴레님은 다리에 무리가 되어, 민들레님은 내일 아침 천왕봉 오를 생각에 마음이 설레서 그랬을 것이고, 추억은 옆에 누운 녀석이 자꾸만 다리통으로 배를 누르고 덮치는 것 같은 기분 때문에, 다람쥐님은 잘자는 추억(결코 잘 자지 못했는데)이 부러워 못자고. 드디어 정상 정복의 날. 새벽 5시 천왕봉을 향해 출발하기로 하고 4시 20분쯤 일어나 나가보니 비가 꽤 내린다. 이럴 때 경험많은 지도자의 결단이 중요하다. 다람쥐님을 선두로 민들레님, 둥굴레님, 추억이 전혀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산길을 희미한 후레쉬 불빛 하나에 의지에 보무도 당당히(?) 전진 또 전진. 얼굴을 아프게 때리는 빗방울, 옷이 젖어 점점 축축해지는 살갗, 등산화속은 빗물이 점령해버려 발을 디딜 때마다 물위에 뜬것같은 느낌. 하지만 간간히 비가 사그라들고 드러나는 주위의 기막힌 풍광들. 좋은 날씨에도 한시간이 족히 걸리는 정상까지의 길을 비속을 뚫고 한시간만에 당도해 내지른 환호. 해 냈다. 내려오면서 찬찬히 살펴본 이름모를 수만은 꽃들, 그리고 벌써 물들기 시작한 단풍잎. 컵라면에 어제저녁 남긴 밥을 말아 먹은 그 기막힌 맛. 분명히 밝혀 두지만 이 컵라면은 짐만되니 모두 가져오지 말자는걸 민들레님이 우겨 자신의 베낭에 넣어 산장까지 운반했음. 그치지 않는 비 탓에 세석을 지나 백무동으로 가려던 길을 포기하고 어제 올랐던 길을 되돌아 내려갔다. 다람쥐님은 거의 뛰는 걸음으로 두시간만에 아래로 내려가 우리를 조금이라도 덜 걷게 하려고 차를 가능한 곳까지 몰고 올라와 기다리는동안 나머지들은 그저 눌루날라 볼 것 다보고 관찰하며 내려왔는데도 차 있는데까지 3시간 조금 넘어 도착. 아참, 민들레님이 막판에 지친 나머지 베낭 무게가 버겁게 느껴져 "이 가방 누구 껍니까" 어쩌구 했구나. 구례 온천단지에서 참붕어님을 만나 푸짐한 점심을 먹은다음 온천탕에서 피로를 풀고 오후 3시30분 서울을 향해 출발. 서울까지의 길은 온통 좌표보기. 저기 세시 방향에 구름좀 봐라. 한시 방향 구름은 비행접시 닮지 않았냐. 입장을 지날즈음 아홉시 방향 산 위에 걸린 불같은 해를 보는것으로 아침에 보지 못한 일출의 아쉬움을 조금 달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고 아름다웠던 1박 2일의 지리산 여행이었다. 오고 가는 차 안에서 나눈 수련담들도 또 다른 기쁨이었다. 우리를 하비람 되게 하시고 우리의 길을 여호와 이레로 인도하신 하나님은 참 좋으신 분. 추억이 이 여행담을 쓰며 좀 피곤해 잘 정리가 안되 약간 횡설수설 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입니다. 아, 숨채이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