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나는 알고 있습니다. “예수께서 바닷가에 들어서셨으나 제자들은 그가 예수인줄 알지 못하였다. 그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물으셨다. ‘얘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 그들이 대답했다. ‘못 잡았습니다.’(요21:4,5)” 예수께서 유대인들에게 박해를 받고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자 더 이상의 할 일과 희망을 잃고 좌절한 베드로와 제자들은 배를 타고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갑니다. 거기에 예수께서 나타나셨지만 제자들은 예수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코로나를 마주하고 햇수로 4년여 그동안 살아오며 해 왔던 모든 일을 멈추고 새벽부터 밤까지 운전만 하다 보니 내가 누구인지 뭘 하고 있는지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렇게 살다가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는 광야를 문득 마주하지요. 그 때 찾아오는 물음이 있습니다. “무얼 좀 잡았느냐?” 어르신들께 이제껏 살아오시면서 무얼 좀 잡으셨는지 여쭈어 보니 분위기가 싸늘해집니다. 다들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이십니다. 돌아보니 평생 헛수고를 했습니다. 예수가 오셨는데 예수인줄 알지 못하다가 내 삶에 찾아오는 그 물음으로 예수를 알아보고 기쁨의 눈물이 흐르고 가슴이 설렙니다. 아, 부활, 그는 늘 어디서나 나와 함께 있구나! 예수는 그렇게 나타나 나를 얼싸안으십니다. 삶이 예수인줄 알지 못해 헛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를 알아보고 나니 내 배에는 고기가 가득 차 있습니다. 밤새 배 위에서 그물을 던지느라 피곤하고 지쳐 있는데 그는 바닷가에 숯불을 피워놓고 그 위에 생선과 빵을 올려두시고 “와서 아침을 먹어라”고 하십니다. 얼마나 위로가 되고 가슴이 따뜻해지는지요. 그가 누군지 물을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나는 알고 있습니다.(#깊은산에서오는편지 2022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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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깊은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