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의 아들 예수께서 받으신 십자가의 가장 큰 특징을 ‘자발성’입니다. 그는 십자가를 받아 죽을 것을 미리 알고 세 번이나 예언하면서 예루살렘에 들어왔지요. 제자들이 말렸을 때도 하나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한다고 꾸짖기까지 하셨습니다. 그 역시 겟세마네 동산에서 십자가의 잔을 거두기를 청하다가 아버지의 뜻을 받기로 하셨구요. 그래서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 있는 모습을 지켜보았던 로마군인 백부장은 그가 하나님의 아들이셨다고 고백합니다. 무엇이 그가 하나님의 아들이었음을 알게 했을까요? 그것은 예수가 마지막 순간에 부르짖었던 ‘큰 소리’였습니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 사람들은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웃음거리로 삼았지만 예수는 가장 큰 고통의 절정에서 하나님을 '나의 하나님'이라고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버림받는 것 같은, 외면 받고, 단절된 어두움 한 가운데서도 하나님을 부르고 있습니다. 큰소리로 하나님을 나의 하나님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이 말은 이렇게도 번역이 됩니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무엇 하시려고 나를 꾸짖으십니까?” 예수는 십자가 위에서 끝까지 십자가의 그 의미와 뜻을 찾고 있습니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잊지 않고 찾아가는 '물음'입니다. 예수는 그런 큰 소리를 지르시고서 숨이 지셨고 그 때 성전의 휘장이 위에서 아래까지 두 폭으로 찢어졌다고 합니다. 하나님과 사람 사이를 막고 있던 커튼이 거두어졌다는 것이지요. 하나님의 아들은 이렇게 마지막 순간에도 자신이 하나님께 속해 있음을 잊지 않습니다. 마지막 순간에도 그런 물음을 가지고 소리를 지르고 있습니다. 자기가 버림받고 있음을, 다시 말해서 죽음의 문을 넘고 있음을 놓치지 않는 사람, 지금 일어나는 일의 의미를 묻는 사람을 하나님의 아들이라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깊은산에서오는편지 2021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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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깊은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