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오의 어둠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혔던 시간은 아침 아홉시였고 낮 열두 시가 되었을 때에 어둠이 온 땅을 뒤덮여서 세 시까지 계속되었습니다. 낮 열두 시는 정오, 그림자도 없는 환한 대낮입니다. 하루 중 가장 밝고 환한 시간입니다. 그 낮의 중심에 어둠이 온 땅을 덮었다는 것입니다. 조금 전까지도 환한 대낮이었던 시간입니다. 예수께도 낮이 있었지요. 사람들의 몸과 마음의 아픔을 고쳐주고 어루만져 줄 수 있었고 사람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예루살렘에 입성하였고 음식을 거르고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사람들을 만나고 일할 수 있었던 대낮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루 사이에 어둠이 온 땅을 덮어버린 것입니다. 나의 대낮은 언제였는지 생각해 봅니다. 어제까지는 하던 일이 신나고 재미있었는데 갑자기 오늘은 기가 죽고 풀이 죽어서 지옥 같지 않습니까? 어제까지는 남편이 구세주 같았는데 오늘은 저승사자입니다. 언제는 밥하고 설거지하는 것이 엉덩이를 흔들면서 춤 출 만큼 행복한 일이었는데 언제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요. 다들 그럽니다. 낮 열두시에 어둠이 덮힙니다. 때로 우리 삶에 문득 문득 크고 작은 그런 순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렇게 대낮이 한밤이 되는 것이 십자가입니다. 그러나 '일음일양 위지도'입니다. 한번 어두움이 있으면 한번 밝음이 있습니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하루입니다. 예수는 이제 낮 열두시에 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힌지 세 시간, 가장 밝음도 어둠으로 바뀌게 되는 고통의 절정입니다. 그 어두움은 세 시간 ‘이나’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온 땅을 뒤덮은 어둠은 세 시간 ‘밖에’ 지속될 수 없었지요. 어두움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지나가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대낮이 어둠으로 덮였다는 것은 하늘의 아버지께서 아들의 아픔과 그 안의 어두움에 함께 하신다는 뜻입니다. 어둠이 덮었다는 것은 구름이 내렸다는 말, 구약 성경에서 어두움, 캄캄함은 하나님의 임재를 뜻하기도 합니다.(신31:15, 왕상8:12) 아들의 아픔과 고통에 하나님도 함께 하시고 또 내려와 그의 시간을 감싸셨다는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아들의 아픔과 어두움에 함께하고 계십니다.(#깊은산에서오는편지 202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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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깊은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