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 양로원 일을 하면서였으니 2013년부터였습니다. 모든 일이 다 나의 일이고 하나님의 일이니 내가 하는 일은 다 목회였지만 그 중에 성경을 읽고 나누는 일이 가장 재미가 있고 내가 가장 잘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매일 묵상하며 이어지는 생각들을 <깊은산에서오는편지>로 7년을 이어왔고 2014년 세월호 참사를 지나면서는 날짜를 기록하며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했었지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나와의 약속으로 매일 글을 쓰고야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매일 올리던 글이 뜸해집니다. 날짜를 계산하며 기록하던 세월호 진상규명에 관계된 이야기도 빠졌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던 계획이 멈추어지고 밤낮을 잊고 돈을 버는 일에 몰두하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책상에 앉을 시간이 없고 거리에서 자는 날이 많아지니 컴퓨터를 열고 글을 쓰고 정리할 여유가 없어졌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과 다르게 에너지가 많이 떨어진 이유가 크지요. 세월도 흘러 오십을 훌쩍 넘기니 내가 할 수 있는 한계가 달라졌다는 핑계도 찾아옵니다. 여기서 다시 멈추어 봅니다. 나는 길 위에서 하늘을 보고 길 위에서 삶을 살고 목회를 하는 목사라고 했습니다. 바람이 불면 바람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맞으며 헤쳐 나가는 것이 길이지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갑니다. 나이가 들고 에너지가 떨어져 있어도 거기서 빛과 생명을 찾아가는 것이 ‘나’이니 말입니다. 그 어디나 하늘나라이고 나의 속사람은 나날이 새롭습니다. 우리 이제 시작입니다.(#깊은산에서오는편지 20200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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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깊은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