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2] 고장난 사진기 (medi)

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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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와 함께 길을 가는 묵상의 오솔길 * 예전 묵상의 향기 바로 가기 *

이름: 깊은산

2019/11/24(일)

고장난 사진기

예루살렘의 많은 사람들이 나귀를 타고 입성하는 예수와 제자들을 환영하지만 바로 이들이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고소하는 사람들이 되어 버립니다. 예수가 그런 대접을 받은 이유는 우리 삶이 그렇기 때문이지요. 사람들이 예수를 환영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메시아는 이래야 되고 예수는 저런 사람일 것이라는 그들의 기도와 그들의 생각과 그들의 조항입니다. 혹시 오늘 나도 그렇지 않은지 돌아봅니다. 나는 이래야 하고, 내 아내는 이런 여자이고, 내 남편은 이런 사람이고, 내 아이는 이런 아이라는 ‘고장 난 사진기’로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그리고 종려나무 가지를 꺾어들고 겉옷을 벗어 환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시각으로만 보니 한 번도 그를 보지 못했습니다. 내 아내가 얼마나 외로운지, 내 남편이 얼마나 힘든지, 내 아이가 어떤 가치와 목적을 가지고 세상에 왔는지를 말이지요. 그리고는 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세상이 무너져 버리고 내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원망과 한숨과 핑계를 대기 시작합니다. 심지어는 이런 내가 싫다며 나도 십자가에 못 박지요. 그렇게 내가 정한 한계로 살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오셨습니다.(#깊은산에서오는편지 20191123)

따가운 햇살 속에 있는 나를 온 몸으로 느껴봅니다.
그 동안 입고 있던 오래되고 두꺼운 옷을 하나씩 벗습니다.
배 나오고 처진 어깨, 낡고 허름한 집, 자식의 의무, 아내의 책임, 통장의 잔고, 신통할 것 없는 재주 이 모든 것을 벗고 아기 속살처럼 부드럽고 뽀얀 나를 만납니다.
우주 속에서 찬란한 빛을 발하는 나를 만납니다.
그리고 거기에 계신 하나님을 만납니다.
이런 나는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고 따가운 햇살도 느끼고 뜨거운 땀방울도 흘립니다.
때로는 고통과 슬픔으로, 때로는 기쁨과 행복으로 다가오는 이 인생이 하나님의 은총임을, 선물임을 알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귀한 삶을 충분히 누리며 살겠습니다.
이 모든 것이 사랑임을 느끼면 살겠습니다.
이런 나를 만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아멘.
(신명교회 고백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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